소설리스트

대정그룹-197화 (197/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 >

5월 6일 화요일.

대 프로젝트가 성사되었음에도 나는 어제 논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또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아침부터 담당자들을 불러들여 회의에 분주했다. 나는 부드러운 눈으로 참석한 면면들을 둘러보았다. 이범석 기획조정실장, 이상백 엔지니어링 사장, 리비아 현지에 가 있는 홍성부 사장을 대신한 배용석 건설 부사장, 김경제 비서실장, 김재익 기획실장, 끝으로 비서실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줄곧 담당해온 이미연 1팀장이 보였다.

"금번 쿠웨이트 석유화학 플랜트에 입찰에 있어서, 테크닙 측은 몇 퍼센트의 공사 지분을 원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이의 조율을 맡고 있던 이상백 엔지니어링 사장이 내 물음에 답변을 했다.

"설계와 주변공사를 포함해 30% 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요구인가요?"

"과한 것은 아닙니다."

"흐흠........!"

침음하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예상 견적은 얼마가 나왔습니까?"

"115억 달러입니다."

"그렇게 되면 몇 퍼센트의 마진을 보는 건가요?"

"이번 공사는 워낙 큰 공사라 5%의 이익금을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할 테니까요."

"미국의 절상압력으로 달러가 계속 절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환차손은 계산에 넣었습니까?"

"그것 까지는........"

"이번 공사의 공기가 몇 년입니까?"

"4년입니다."

"그동안 달러가 얼마나 절상될 줄 알아요. 절상에 대비해 1%를 더 견적에 반영하세요."

"그렇게 되면 수주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수주를 못해도 적자를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번 국동에서 우리가 인수한 인도네시아의 복합개발공사도, 우리의 예상과 달리 약간의 적자를 보지 않았습니까? 괜히 열심히 하고 밑지는 장사는 하지 말아야지요.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하고 손실부분은 바로 바로 당해 연도 분기별 결산에 반영해서, 손실을 끌어안고 가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상백 사장과 배용석 부사장은 물론 김 비서실장까지 동시에 대답을 했다. 손실 처리부분은 경리부서에서 할 일이므로 김 비서실장이 내 지시를 메모했다가, 경리부서 뿐만 아니라 해당부서에 지시를 내리는 체제이기 때문에 그도 대답을 했던 것이다.

"오늘은 이쯤 해두죠. 제가 오늘 지시한 사항을 중심으로 입찰가를 재조정하도록 하세요."

회의가 끝났으므로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내부 전화선이 울었다. 비서실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오?"

"현대 정주영 회장님의 전화인데 어떻게 할까요?"

"내 전화로 돌려주시오."

곧 내 전용 전화기의 벨이 요란스럽게 울었다. 나는 곧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무슨 회의가 그렇게 길어? 좀 전에도 전화를 했다가 회의 중이라기에 끊었다가, 다시 건 것이란 말이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당연히 용건이 있으니까 전화를 걸었지. 허허........! 이거, 내가 이렇게 툴툴거릴 때가 아닌데....... 9시까지 어디 가지 말고 잠시 회사 내에서 좀 기다려요. 내 금방 도착할 테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내 가서 얘기하리다. 바쁘겠지만 잠시만 내게 짬을 내주오. 믿고 전화 끊소."

그리고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허참, 이 양반이........"

어이없기도 했지만, 무슨 일로 만나자는 것인지 그 내용이 더 궁금한 나였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결재서류를 뒤적이고 있자니,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비서실이 떠들썩하며 정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 결재서류를 덮고 비서실로 마중을 나갔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내 말대로 기다려줬구만. 차는 됐으니 괜히 번거롭게 할 것 없고. 어디야? 그 쪽이 회장실인가?"

"네, 이쪽으로 오세요."

"자네는 잠시 여기서 기다려."

"네 회장님!"

달고 온 비서관 하나를 그냥 비서실에 세워 놓은 채, 나를 따라 내방으로 향하는 정 회장이었다.

"물이라도 한 잔 드릴까요?"

"그럼, 그럽시다."

나의 제의를 쾌히 수락하는 정 회장이었다. 나는 곧 인터폰을 들어 비서실에 지시를 내렸다.

"여기 물 한 잔과 커피 한 잔만 갖다 줘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무슨 일이신데 몸소 예까지 행차를 하셨습니까? 회장님!"

"쿠웨이트 석유화학 플랜트 건 말이오. 우리도 끼워주는 게 어떻겠소?"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갑니다만? 이번에 사이펨과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그 자식들이 겪어보니까 아주 무지막지한 놈들이더만. 우리 예상 견적가 보다 최소 20%는 더 비싸요. 그래가지고는 입찰해봐야 백전백패지. 우리가 요즘 몸이 좀 달지 않소? 금년에는 이렇다 할 공사하나 수주 못했으니, 이번에는 좀 저가라도 수주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판인데, 예상 견적을 비교하니 이건 도저히....... 한마디로 수주할 가능성이 없어."

"견적 가까지 다 알고 그런 판에, 그들과의 판을 깬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무슨 얼어 죽을 신의성실의 원칙이야. 지금 내 코가 석 자인데. 그러고 우리가 현대건설만 있어? 현대산업개발도 있고, 중공업도 있잖아. 대정과는 중공업이 연합을 하면 되는 거지."

"허허........! 거참.......!"

"이번에는 삼성 엔지니어링과 일본 JGC연합을 조심해야 할 거야. 영국의 페트로팩과 미국의 이름도 골치 아픈 놈들의 연합이야 보나마나 비쌀 것은 뻔한 일이고."

"적자가 나더라도 이번에는 꼭 수주하고 싶다고 하셨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내 얘기는 똔똔이만 돼도 공기단축 등으로 이문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무슨 얘기든 어려워 말고, 말 해봐요."

"현대중공업이 우리와 같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그들도 알겁니다. 그러니 그 방법은 곤란하고. 만약 우리가 수주를 한다면 그 공사의 일부를 하청 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거리가 동이 나간다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흐흠.......! 그 방법도 괜찮긴 한데......... 몇 %에 주려고?"

"아마 타이트 할 겁니다. 손익분기점 정도?"

"그 정도면 우리의 제의와 같은 것 아닌가? 공기나 줄여 남겨 먹으라? 하여간 부자가 더 짜단 말이야?"

"그 말 회장님이 많이 들었던 말 아닙니까?"

"하긴 그렇지. 하하하........!"

자신이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는지 대소를 터트리는 정 회장이었다. 그러던 그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럼, 공사건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사돈!"

"네?"

갑자기 사돈이라 부르니 의아해서 나는 그를 다시 자세히 살폈다.

"거 동생이 아니지 우리 며늘아기가 보통 검소한 게 아니야. 집안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야. 우리 허당 몽윤이는 신혼여행을 계속 해외로 가자고 한 모양인데, 며늘아기가 박박 우겨서 제주도로 갔다고 하드만. 진국이야. 고맙네. 잘 교육시켜 우리 집 며느리로 줘서."

"별 말씀을........"

"하여튼 이 번 공사건도 그렇고, 앞으로 좀 더 잘 해보세. 또 누가 아나 내 대정이 어렵다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 줄 줄?"

"알겠습니다."

이때서야 내가 시킨 커피와 물이 들어왔다. 나는 한 마디 하려다, 외부 손님이 있는데서 혼을 내기가 그래서 참고, 정 회장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매제에게는 현대 해상화재보험을 물려줄 의향이십니까?"

"왜, 자네도 한 자리 물려주게?"

"하하하........! 회장님도 참, 무섭습니다. 하하하.......!"

다시 한 번 대소를 터트리는 내 속내는, 갑작스러운 그의 반격에 마땅한 대답을 찾기 위한 짐짓 허장성세가 강한 웃음이었다.

"저는 말입니다. 회장님!"

"말 해봐요."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능력이 안 되면 작은 회사 하나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럼, 이 큰 기업을 다 뭐 하시게?"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겨 잘 굴러가게 하고, 저희들은 그저 굶지 않을 정도의 유산만 남겨, 평생을 노력하며 살도록 할 생각입니다."

"참으로 매정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군. 나 보고 무서운 사람이라더니 진짜 무서운 사람은 따로 있었군. 허허........! 참, 내!"

어이가 없는지 연신 헛웃음을 짓는 정 회장이었다.

이 당시는 자신의 기업은 자신의 아들딸에게 승계시키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였으므로, 내 말을 정 회장은 어이없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서 한 말이고, 조금도 거짓이 없었다.

"나는 누가 뭐래도 다 내 자식들에게 승계시킬 것이오. 그런 내 방침에 따라 몽윤이는 보험을 상속시킬 예정이오. 못난 놈이니, 매형 입장에서 많이 도와주기 바라오."

"알겠습니다. 도울 수 있으면 돕도록 하죠."

"그 말을 들으니 그 놈에 대해서는 이제 한 시름 놔도 되겠소. 이제 다른 놈들 걱정이나 해야지."

"........."

나는 더 이상 언급을 회피하고 그저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3저의 호기가 언제까지 갈 것 같소?"

"벌써부터 원화에 대해서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 않습니까? 올림픽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단단히 경계를 해야지요. 여기서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의 대 전략입니다."

"그게 뭐요?"

"레이건이 군비경쟁을 벌여 소련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면, 또 하나의 후속 수단이 자원의 안정화죠. 즉 자원을 저가로 유지시켜 소련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소련 붕괴를 촉진하는 수단이죠."

"그렇다고 그 대단한 놈들이 붕괴 될까?"

"90년대 초면 붕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하시고요. 이후는 제가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서서히 국제 원자재 값이 오를 것입니다."

"흐흠.......! 대단한 식견이군. 이런 미래를 보는 눈이 있으니, 대정이 승승장구하는 거야. 무조건 밀어붙일 줄밖에 모르는 이 늙은이를 사돈이 많이 도와주시오."

"별 말씀을.......!"

일단 겸양한 내가 그를 보고 다시 말했다.

"제 얘기 어디 가서 옮기지 마십시오. 저는 제 견해에 90% 이상의 확신을 갖고 있지만, 지금 소련이 붕괴된다고 하면 어디 가서 미친 놈 소리 듣기 딱 맞을 테니까요."

"내 생각도 동감이야. 지금으로 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 하지만 강 회장의 예언이 거의 99% 이상 맞아왔다는 것을 나는 풍문을 통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강 회장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요. 우리 그룹의 장래를 설계하는 데 아주 귀중한 정보가 될 거요. 고맙소!"

"별 말씀을."

"그나저나 오늘 나 때문에 귀중한 시간 많이 빼앗겼군. 때로 내 아쉬운 소리 할 때가 있으면, 도울 일도 있을 테니, 너무 고깝게 생각은 마오."

"절대 그렇게는 생각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하죠."

"내 얘기가 그 얘기요. 아무튼 오늘 고마웠소. 내 그만 일어나리다."

"네, 회장님!"

급히 물 한 잔을 비운 정 회장이 일어났으므로 나는 커피도 마시지 못한 채 따라서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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