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96화 (196/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 >

오후에 내일의 신부 경순도 합석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더욱 흥겨워졌다. 아직도 내성적인 성격은 여전해 외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던 경순도 나의 불호령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기는 했지만 분위가 더욱 고조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함께 자리를 한 경순이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었다. 우리끼리 결코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고 곧 술자리도 파했다. 이어 나는 아버지와 함께 친척들을 찾아뵙고 함께 어울렸다. 내가 잘 살고부터는 생전 오시지 않던 분들도 많이 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세태가 그러니 당연하게 여기고 그분들을 더욱 세심하게 보살폈다. 그럭저럭 이렇게 이날 밤도 저물고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맏딸의 잔치에 조금은 긴장한 듯한 어머니가 모든 며느리 제쳐두고 손수 아침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제일 먼저 일어난 내가 이를 발견하고 마누라들도 부엌으로 내쫓았다. 명희는 고향에 온 길에 친정에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해서 이곳에 없어 고단함을 면했다.

온 식구는 물론 일가친척들까지 아침을 마친 우리는 미리 와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 2대에 동네 사람들을 태우고 증평으로 향했다.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차로 모셨다. 이 자리에 할머니가 참석치 못해 못내 서운했지만, 나는 곧 표정을 수습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힘썼다. 증평에 도착하니 이제 9시 30분밖에 안 되었다. 예식시간은 11시 30분으로 정해졌으니, 아직 2시간이나 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바빴고,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바빴다.

여자들은 단체로 미장실로 몰려갔고, 남자들은 이발소로 향했던 것이다. 나 여자들은 단체로 미장실로 몰려갔고, 남자들은 이발소로 향했던 것이다. 나 또한 이발을 하기 위해 잠시 이발소에 들렀다. 이렇게 시간이 가고 11시 10분이 되자 일찍 출발했는지, 관광차 5대가 서울에서 들이닥치고, 정 주영회장 내외분도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도 거의 한 차는 되게 몰려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가 기획한 조용한 잔치가 수포로 돌아가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나를 취재하러 몰려드는 기자들로 인해 정 회장 부처나 몽윤 또는 그의 가족들과 인사 나누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몰려든 기자들을 보고 말했다.

"잠시 인사 나눌 기회는 주세요. 이후 질문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기자들도 순순히 응해, 정 회장 내외를 만나러 갔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잔치에 늦으면 되나. 막힐까봐 서둘렀더니, 늦지 않아 다행이오."

"조용히 치르려 했더니 틀린 것 같습니다."

"하하하........! 우리 처지에 조용히 가 말이나 될 법이나 한 소리요. 몇 몇 기자들이 냄새를 맡더니 대한민국의 기자들이란 기자들은 다 몰려든 것 같소."

"그러게나 말입니다."

나는 정 회장이 일부러 흘리지 않았나 의심을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원래 노회한 양반이니 그 이면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 아무튼 나는 이어 함께 서 있는 몽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축하하오."

"감사합니다. 형님! 잘 하겠습니다."

"믿습니다. 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와 상의합시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와 대충 인사를 끝내고 나는 그의 형제들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형제들이야 대충 얼굴을 알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었으나 부인들은 누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몽구, 몽근, 외딸 경희 씨, 몽우, 몽헌, 몽준, 몽일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는데 유일하게 누구인지 알고 있는 현 정은(정몽헌의 부인) 씨가 나를 불렀다.

"강 회장님!"

"네. 안녕하세요."

"형제들보다는 우리에게 오히려 더 잘 보여야 할 거예요. 동생 시집살이 안 시키려면."

"하하하.......! 그렇습니까?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호호호.......!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정색하실 필요는 없고요. 앞으로 우리 가문도 잘 좀 부탁드려요."

"별 말씀을........!"

이때 어느 기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강 회장님! 대충 해두시고, 취재에 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쪽으로 잠시 가십시다."

나는 예식장 밖의 도로에서 더 좀 위로 올라가 한적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

자 취재진의 2/3는 나를 따라 대 이동을 했다. 재계의 권력판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가면서도 기자들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마이크를 들이대며 묻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50~60명이 단체로 이동을 하며 이런 모습을 연출하니 나로서는 누가 하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다 되었다.

"강 회장님 본인이 기자출신이면서도 언론에 이렇게 협조를 안 해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나이지리아에서도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도, 연막작전으로 공항에서 기자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오늘의 잔치마저 알려주지 않다니요?"

"여러 사정이 있지만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번 잔치만 해도 그래요. 재벌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결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제 입장에서는 그저 조용히 동생 하나 출가시키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예식장을 사전에 둘러보았는데, 재벌가의 결혼치고는 너무 초라하지 않습니까?"

"재벌이라고 호화혼수에 호화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저는 반대합니다. 돈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촐하게 치르더라도 두 사람을 정말 축하해주는 분위기에, 두 사람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정 회장님의 생각은 안 그랬던 것 같던데요?"

"그렀기는 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제 생각에 동의했으니 같은 생각이라고 칩시다."

"나이지리아 수주 건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언제부터 이 거대 프로젝트의 물밑 교섭이 진행되었는지요?"

"참으로 오래되었습니다. 전 대통령의 82년 방문 때 제가 경제인 자격으로 수행할 때부터이니 근 4년간을 교섭해온 결과입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것은 아닌 모양이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보면 정부의 지원금도 있는데 이는 정경유착의 일환이 아닙니까?"

"지원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차관입니다. 빌려주는 돈일뿐이죠. 언젠가는 나이지리아 정부로부터 전부 받아낼 돈이죠. 하고 정경유착이라니요? 이는 돈 있는 나라는 전부 시행하고 있는 제도예요. 그래야만 거대한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민간으로서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좋습니다. 금번에 해상의 유망광구에 대한 탐사권도 획득하셨는데, 정말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는 가요?"

"제가 알고 있고 보고 받기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육상광구는 안 되었습니까?"

"소위 '세븐 시스터즈'라는 거대 석유 메이저들이 벌써 독점을 해서 곤란했습니다."

"토탈의 지분 45%를 획득한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해안에서 너무 멀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지 의문입니다만?"

"지금은 3저의 호기라 해서 우리나라가 낮은 유가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벌써부터 육상광구는 많이 캐먹어서 각 산유국들이 해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어요. 이는 무엇을 말하느냐? 점차 원유 값이 오른다는 이야기죠. 2천 년대에는 100달러 시대가 도래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는 충분히 채산성이 있는 광구입니다."

내 말에 기자들이 술렁였다. 현 유가가 24달러 선인데, 공급과잉으로 20달러 선까지 추락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는 판에, 100달러를 예견하니 터무니없이 들렸던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들의 생각을 말하는 기자가 있었다.

"너무 과한 예측 아닙니까?"

"두고 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우리 그룹의 장기 수급전망을 그렇게 예측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의 말은 재계 서열 1위를 떠나 빈번히 맞았기 때문에 기자들 간에 다시 한 번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틈에 재빨리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면 합의는 없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대다수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묻고는 너무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를 나는 빙그레 웃는 낯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답변을 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출신 주에 최소 2만 명 이상의 일관 섬유공장을 지어, 1억 4천 명이 넘는 그들의 내수에 충당하기로 했고, 일부는 수출도 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70년대 말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몇 년째 98%의 공정율에 머물고 있는 그들의 제철소 하나를 공짜로 완공시켜주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에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의 지급 보증을 우리가 행하는 전 공사에 받아, 안전을 확보한 사실이 있습니다."

"오히려 잘 된 일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명실 공히 작년을 기점으로 대정그룹이 재계 서열 1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의 독점이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이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해 부를 나눌 의향은 없으십니까?"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여기서 말을 길게 끌며 생각을 정리한 내가 곧 답변에 나섰다.

"제 입장에서는 취약한 재무구조가 싫어 가급적 차입을 안 했습니다. 물론 기업 공개도 그 일환이었지요. 하지만 조만간 우리도 기업공개를 해, 더 많은 자본으로 세계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십시오."

"그 시점이 언제입니까?"

"조만간 할 예정입니다. 내부적으로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까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시차를 두고 진행할 것이고, 물론 일시적 조정은 받겠지만 곧 회복되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경제도 그만큼 커졌으니까요."

"금번 혼사는 누가 먼저 제의했습니까? 또한 재계 1,2위끼리 결합을 통한 부의 결합이 더욱 가속화 되는 것 아닙니까?"

"서로 체면이라는 것이 있으니, 첫 번째 질문에는 답을 드릴 수 없고요. 부의 결합이라? 글쎄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연히 다른 기업인데 무슨 부의 결합입니까? 앞으로도 서로 겹치는 분야에서도 꾸준히 경쟁할 것이고, 모르죠. 국익 차원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지도. 그렇지만 부를 지배하기 위한 담합은 절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좁은 국내시장보다는 무한한 세계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이니까요."

"이러다 예식에도 참석치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예식장 쪽으로 움직이자, 다급하게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부인이 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리상 이래도 됩니까?"

"남자끼리 아랫도리의 일은 더 이상 묻지 맙시다."

"하하하........!"

"여자인 저는 물어도 되나요?"

"물으세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나의 확실한 대답에 벙 찌는 기자들이었다. 이렇게 솔직히 답변 할 줄은 몰랐던 탓이리라.

"우리의 윤리 통념상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회교국가도 아니고."

"그 말도 맞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사랑한 여인을 이제 와서 저버릴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그 밑에 자식들도 있고요. 그만합시다."

"오늘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게 보도해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나는 기자들을 헤치며 빠른 걸음으로 예식장으로 향했다.

식이 시작되기 5분 전 이었기 때문이었다.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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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식장 가까이 가자 일부 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있던 정 회장이 돌연 손을 번쩍 치켜들며 말했다.

"어이, 강 회장! 재계 서열 1위는 뭐라 달라도 다르고만 그래. 구름떼 기자들을 몰고 다니니 말이야."

"그간 제가 기자들을 피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하하........! 그런가? 어서 들어감세."

"네!"

나는 이 시간에도 접근하는 기자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정 회장과 함께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갔다 이제 오니?"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의 책망이었다. 이를 받아 정 회장이 말했다.

"한국이 알아주는 유명인이다 보니 기자들이 강 회장을 놔줘야 말이죠."

"아, 죄송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사돈어른의 걱정도 당연하시죠. 제계 1위의 거물이 빠지면 이 잔치가 뭐가 되겠습니까? 앙꼬 없는 찐빵이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네, 네! 사돈어른도 얼른 준비하세요."

"그러지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문 밖까지 문전성시를 이룬 사람들의 숲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축의금을 받는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내 지시로 일체의 축의금을 못 받게 했는데, 동네 어른 한 분이 왜 돈을 안 받느냐고 성화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냥 들어 넘길 수 없는 말이었성화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냥 들어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가난하다고 깔보는 거여 뭐여? 부조가 작다고 시방 안 받는 겨 뭐냔 말 여? 농투성이라고 깔보는 것이 아니면 어여 받아."

"어르신 건 받으세요."

내 지시에 비서실 직원들이 이를 접수했다. 나는 오늘의 안내를 위해 비서실 직원들만 이곳에 오도록 한 일이 있었다. 이때 이 미연 차장과 올리비아 리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네, 내려오느라고 고생들 많았죠?"

"아니 예요. 식에 늦겠어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회장님!"

"그럽시다. 그럼.......!"

나는 또 다시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제일 앞줄에 마련된 내 자리에 가서 착나는 또 다시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제일 앞줄에 마련된 내 자리에 가서 착석을 했다. 세 부인도 나를 기점으로 나란히 앉았다. 저쪽을 보니 변 여사를 필두로 뒷 열에는 형제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곧 신부 입장을 시작으로 식이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곱게 성장한 경순을 데리고 입장하셨다. 무덤덤한 얼굴이셨으나, 나는 안다. 내심 무척 서운해 하고 계심을. 혹시 모르겠다. 집에 돌아가셔서는 약주에 취해 우실지도. 어머니 역시 옷고름으로 눈가를 벌써부터 찍고 계신 것을 보면 안 봐도 불 보듯 훤했다. 이어 신랑 신부의 맞절과 내외빈과 주례사에 대한 신랑신부의 절이 있고, 곧 지루한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주례는 우리가 우겨 경순의 충북대 약학과 학장님을 모셨다. 지루한 주례가 끝나자 신랑신부 및 가족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아니 중간에 경순의 학과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아무튼 가족사진 촬영까지 마치자 우리는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갔다. 혹시 몰라 연달아 붙어 있는 두 개의 식당을 사전에 예약했는데, 첫 집으로 우리가 들어서는 순간 동네 사람 한 분이 우리가 들으라는 듯 투덜거렸다.

"재벌이라는 사람들이 이게 뭐야. 돈 많은 놈들이 짜다더니, 그 말이 틀림없군. 갈비탕 한 그릇이 뭐야 그래."

그 노인의 말이 틀림없었다. 우리는 식사로 갈비탕 또는 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설렁탕 딱 두 가지 밖에 식사로 준비하지 않았다. 물론 집에서 해간 잔치 음식은 별개였다. 그렇지만 이 노인 즉 배 씨라는 이 노인이 훗날 나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니, 우리는 경순의 잔치를 기념하여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에, 그 돈으로 동네 발전기금으로 1억을 쾌척했다. 동네에서는 의논 끝에 결국 경로당 한 채를 멋있게 짓고도 남아. 일부는 계속 보존하고 있다는 보고를 동네 이장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번잡한 결혼식이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모두 끝났다. 나는 이곳까지 내려온 김에 오늘은 푹 쉴 요량으로 그날은 시골집에서 보내고, 다음 날은 세 부인과 지식들을 데리고 속리산으로 모처럼 놀러갔다. 어린이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계절이 계절이고 연휴인 만큼 속리산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특히 어린이를 동행한 가족이 많았다. 우리 모두가 속리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장대로 들어가는데 새삼스럽게 다정이 내게 접근하더니 아양을 떨었다.

"아빠! 오늘따라 더 멋있다!"

"무슨 소리야, 너 뭔가 필요한 게 있지?"

"헤헤헤......! 어린이날인데 용돈 안 줘?"

"엄마가 안 주디?"

"겨우 만 원."

"학생이 만 원이면 됐지. 얼마를 더 바래?"

"너무 작아. 아빠도 만 원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언젠가는 숙녀라더니 무슨 어린이날 타령이냐?"

"오늘만은 어린이!"

"편리해서 좋다."

"주기 싫으면 말고."

샐쭉해서 등을 돌리는 다정이었다.

"그 놈 참. 삐지니 안 줄 수도 없고."

"여보!"

이를 보고 미정이 참견을 했다.

"엄마는 참견 말아."

"저 놈의 계집애가."

다정의 머리가 크니 점점 다투는 일이 많아지는 모녀지간이었다.

"옛다!"

나는 통 크게(?) 3만 원을 꺼내 다정에게 주었다.

"저이는........ 얘들 버릇 나빠지라고."

"역시, 아빠 최고!"

다정이 3만원을 챙겨 앞으로 달아나는데 이를 지켜보던 꼬마들 간에 난리가 났다.

"아빠, 나도."

"아빠, 나도."

"아빠, 저는 요?"

인정과 중산이 반말로 손을 벌리는데 비해 효정은 존댓말을 쓰며 손을 벌렸다. 그러나 철산만은 사내코빼기라고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예 있다."

나는 꼬마들에게는 2만 원씩을 주었다. 그러자 욕심쟁이 인정이 투덜거렸다.

"언니는 3만원 주고........."

나는 들은 체도 않고 철산을 불렀다.

"철산아!"

"네, 아빠!"

"너도 3만 원!"

"고맙습니다. 아빠!"

그러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인정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명희가 인정을 달래고 있었다.

"언니는 나이도 많고 크잖아. 그러니 더 쓸데가 많아. 그래서 아빠가 3만원 주신 거야."

"알았다. 뭐! 이제 아빠하고는 안 놀 거야."

"저놈의 자식이."

이 말에 내가 인정에게 달려가 번쩍 안아 올리며 물었다.

"정말 이제 아빠하고는 안 놀거냐?"

"오늘만."

"하하하.........!"

"호호호.........!"

인정의 재치 있는 대답에 모두 웃음을 짓는데 내가 인정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말 아빠하고 안 놀 거야?"

"응. 이곳에서만."

점점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안 됐다.

그래서 내가 속삭였다.

"인정이만 만원 더 줄게. 당장 놀래?"

"응. 빨리 줘."

"증산이 하고 효정이 언니 보면 안 되니, 이따가 아빠가 줄게."

"네, 아빠!"

비로소 존댓말이 나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

그길로 나는 무등을 태워 법주사가 위치한 경내로 들어갔다. 여자들 셋이 부지런히 대웅전으로 향했다. 아이들도 따라갔다. 셋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절을 올리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이를 따라 했다. 나는 그 기회를 이용해 인정에게 1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한테 뽀뽀 해야지. 열 번만 해라."

"싫어. 다섯 번."

"알았다. 그럼, 다섯 번만 해."

"네~!"

볼에 인정에게서 다섯 번의 뽀뽀를 받고 다시 쳐다봐도 아내들은 계속해서 절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인정을 데리고 들어가 아무 종교도 없는 나지만 세 번의 절을 했다. 그리고 불전에 5만원의 시주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아내들 곁에 와 말했다.

"그만들 해. 내일은 못 일어난다고 아우성치지 말고."

"108배만 할 거예요."

미정이 그렇게 말하고 계속해서 절을 하자 지기 싫은 두 부인도 계속해서 절을 강행했다. 이에 내가 명희를 붙들어 세우고 말했다.

"태아한테 안 좋아!"

"아들 낳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데요?"

"알아서 해, 그럼!"

내말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명희가 세 번의 절을 더 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잠시 후. 이들 모두가 절을 끝내고 대웅전을 벗어나자, 미리 나와 있던 나는 이들을 쌍사자석등이 있는 곳으로 가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주는데 효정이 말했다.

"아빠, 여기 설명이 전부 쓰여 있다. 뭐!"

"호호호......!"

"하하하......!"

머쓱해진 내가 끝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늘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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