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87화 (187/322)

<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놓다-- >

86년 1월 2일.

신정을 맞아 어제 하루를 쉰 우리는 오늘부터 각 계열사별로 사장들의 새해 업무 보고가 시작되었다. 대회의실에 전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내 뒤에는 그룹 조정실 및 여타 간부들이 배석해 있었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 제일 첫 번째 업무 보고를 시작한 곳은 우리 그룹의 창립 모태가 된 대정건설이었다. 이를 위해 리비아 현지에서 어제 급거 귀국한 홍성부 사장이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리비아 내에서 진행 중인 대수로 공사 및 여타 공사 또 인도네시아의 복합개발공사가 올해도 보다 안전한 속에서, 보다 빠른 공기로 마무리 지을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건설 분야는 보다 진취적이고 책임감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회장님의 특별 배려로 아직은 없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국내 부분을 맡고 있는 배 부사장님 발표해주시죠."

"네, 회장님!"

금년에 부사장으로 승진된 배용석 씨가 마이크를 넘겨받고 발언을 시작했다.

"저희 국내 파트는 작년에 성공리에 분양을 마친 청주의 아파트 건설은 물론 국동에서 인계 받은 무역협회 건물도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준공을 하고, 중부고속도로 또한 공기를 엄수할 것이며, 특히 금년에는 옛 대한전선의 공장용지였던 인천과 구미에 각각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증설이 예상되는 자체 공장은 물론 유통의 할인마트 건물 또한 기일 내에 어김없이 지어 각 분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공사수주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엔지니어링 부분 발표해주십시오."

나의 말에 따라 이상백 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울진원전, 보성화력발전소 완공에 총력 매진하겠으며, 우리가 지분을 획득한 테크닙과 협의하여, 저렴한 우리의 인건비를 이용하여 그들이 딴 공사도 우리가 많이 수행하여,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그들로부터 많은 기초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상호 교류를 활성화 하도록 하겠으며, 또한 세계 곳곳의 강대한 적들과는 연합을 통하여 더욱 공사를 수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벡텔과 함께 명성을 나란히 하며 미국 엔지니어링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플루어(Fluor)지만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들의 지분 일부를 인수해, 미국 시장은 물론 중동 등 여타 해외시장에서의 우리의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전자 부분 발표해주십시오."

내 말에 따라 이번에는 서석준 전자 사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우리 전자 부분은 작년 가전 부분이 이룬 성과를 토대로 OEM방식의 수출을 점차 축소하고, 올해는 당당히 우리의 상표를 단 전자제품을 전 세계시장에 출시할까 합니다. 그럼으로써 해외진출 전략에 따른 신규 공장의 증축을 억제하고, 우리의 제품 또한 제 값을 받아 그룹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까 합니다."

"좋습니다. 허락합니다. 다음은 가전부분 발표해주십시오."

"제 생각에 가전부분이 이제 정상화되었으니, 전자와 통합을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배 사장님의 자리가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장내에 웃음이 일었지만 배순훈 사장은 전혀 웃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그룹에서는 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는 배 사장님의 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말미에 말씀드리려 했지만, 올해 우리 그룹은 본격적으로 M&A를 활발히 펼치려 합니다. 대개 그런 대상이 되는 곳이 부실기업이니, 배 사장님의 자리는 차고도 넘칠 겁니다. 배 사장님의 제안을 전격 수용합니다. 오늘부로 가전은 전자로 합병합니다. 서 사장님이 보다 잘 이끌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음은 텔레콤 사장님 발표해 주십시오."

나의 말에 따라 오명 사장이 발언을 시작했다.

"저희 텔레콤은 금년에 무선호출부분에서는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더욱 판촉활동을 강화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가입비도 현 20만 원선에서 10만 원 선으로 대폭 낮추려 합니다. 또한 휴대폰 사업부는 작년 부산과 대도시에 이어 올해는 전국망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휴대폰 시대를 열어가려 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 30만 가입자를 목표로 이 또한 판촉을 강화 하겠습니다. 또 개발된 PC서브(PC-Serve)를 통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전국을 커버하는 통신망을 완성해 컴퓨터 보급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PC통신망 구축에 각별히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네, 회장님!"

"다음은 헬스 케어 사장님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조 장희입니다. 헬스 케어 부분은 올해 좀 더 MRI 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며, 다음 세대의 장비도 이른 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진단 장비는 물론 올해부터는 런닝 머신과 같은 개인의 운동을 돕는 보조기구도 생산해, 세계 시장의 판촉을 가속화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커지는 것이 이 분야의 시장일 것입니다. 항시 새로운 장비와 시스템을 개발해 선도 기업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삼성이 휴대폰에 이어 차세대 성작동력으로 꼽은 것이 이 헬스 케어 부분일 정도로, 사람들이 풍족해지면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자신의 건강이니 앞으로도 유망 분야라 할 것이다.

"다음은 휴대폰 및 반도체 사업부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말에 진대제 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시작했다.

"우리는 작년 16메가디렘을 개발한 것을 기화로 올해는 64메가디렘 개발에 도전하겠습니다. 또한 휴대폰 사업부분도 폴립형의 무게와 두께를 더욱 줄여 새로운 제품을 세계 시장에 계속 선보임으로써, 세계의 선두 기업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무역부분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최우선입니다. 우리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도 무역액의 신장입니다."

자신의 이름까지 차용하여 발표를 하자 장내에 가볍게 웃음이 일었다.

"한국은 확실히 호황이지만 이와 달리 세계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점점 깊어지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점점 더 높이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등지에 공격적으로 지사 수를 늘리고, 또한 신규시장 개척에도 주력하겠습니다. 또한 자원개발에도 더욱 힘을 쏟아 국익을 증대함은 물론, 우리의 이익 창출이 배가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좋습니다. 최 사장의 말씀이 나와서 말이지만, 전자 부분도 선진제국의 무역 장벽에 대비해 현지공장을 지어 관세를 피하는 방법도 연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의 지시에 서 사장이 공손히 내 명을 받았다.

"다음은 백화점 및 유통 부분의 김 의철 사장님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유통의 김의철입니다. 우리는 백화점 사업보다 올해부터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할인마트를 공격적으로 세워, 앞으로 3년 안에 대도시에는 우리의 점포가 없는 곳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시범적으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여 세계 시장의 문을 타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보다 저렴한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분양이 아닌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장차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제1의 유통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등치만큼이나 포부도 대단하신데, 그룹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여, 더욱 알찬 성과를 거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다음으로 대정증권 및 할부금융의 대표 김 사장님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말에 따라 김만득 사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우리는 올해 제2의 창업을 한다는 심정으로 수신고를 두 배로 확장할 것이며, 할부금융 부분은 더욱 활성화시켜 가전부분의 판매에 일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간단하게 마치겠습니다."

"좋습니다. 김 사장님은 지금부터 내 말 명심해 들으세요. 올해를 기점으로 증권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우량주를 서서히 매집하되, 당분간 몇 년은 팔지 마세요. 앞으로 최소 서너 배는 뛰어오를 시기가 올 것입니다. 왜 이런 추론이 가능하냐? 선진국들도 국민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증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그런 사례가 많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말을 끊은 내가 뒤를 한 번 돌아본 후 입을 열었다.

"경리의 공 이사님은 올해부터 각 사를 돌아가며 상장시킬 준비를 하세요.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어느 분도 발표에서 말씀하셨습니다만 세계 시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달리 없습니다. 우리가 부단히 노력해서 보다 품질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하고, 건설은 보다 높은 기술과 숙련된 사원들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 종내에는 우리의 지사가 없는 곳이 없게 할 것이며, 우리의 제품이 없는 지구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 한해도 점점 거세지는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멈춤 없는 전진을 계속해 나갑시다. 장시간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삼 각 사장단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굳게 잡아 나갔다.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며 힘을 돋궈주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늘 즐겁고 유쾌한 날들 되세요!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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