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82화 (182/322)

<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놓다-- >

"아줌마! 막걸리는 없어?"

정 회장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급히 대답했다.

"막걸리도 드릴까요?"

"그래요."

"진천막걸리인데 아주 달아유. 어떤 사람들은 맛좋다고 통째로 사가기도 해유."

"알았으니 몇 병 가져오세요."

내 말에 아주머니가 주방이 아닌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막걸리 3병을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막걸리 병을 흔들어 밑에 가라앉았던 침전물까지 뒤섞어 정 회장의 잔에 따랐다.

"강 회장은 뭐로 할 텐가?"

"막걸리로 통일하죠."

"좋지!"

정 회장이 손수 막걸리 병을 들어 내가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

"거, 호주의 철광석 광산 말이야."

"말씀 하세요."

"거기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며?"

"네, 우리가 파이낸싱으로 뉴욕에서 끌어들인 자금만 해도 90억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수익성은 확실한 건가?"

"그 정도는 다 사전에 조사를 하죠. 그곳은 우리나라와 같이 지하에서 캐거나 그런 게 아니 예요. 쉽게 비유해 말을 하자면 꼭 우리나라 떡시루에 든 떡처럼 지상에 그렇게 묻혀 있어요. 산 전체가 붉으죽죽한 철 덩어리인 셈이죠. 그냥 시루떡 걷어내듯 흙 한 켜 걷어내면 바로 철 층이 다량 매장되어 있는 거죠. 그러니까 대형 블도저로 파서 트럭 아니 공사가 끝나면 화물열차의 객차에 실어 항구까지 실어 나르기만 하면 돼요."

"수익성이 확실하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왜 내가 이런 것을 자꾸 묻는가 하면, 우리도 그 분야로 진출을 하고 싶어서 말이야. 이젠 강 회장이 어느새 내 선생이 되었네그려."

"별 말씀을......."

이때 구 과장이 무례하게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효정 아기씨가 납치를 당했다는........"

"뭐?"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 회장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말했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인데, 나는 상관 말고 어서 가보시게."

"네, 회장님!"

"갑시다."

"네, 회장님!"

내가 차량으로 이동을 하는데, 다른 방에서도 김 실장과 이 과장이 튀어나와 나를 급히 따랐다. 곧 선두 경호 차량이 급발진을 하고, 내 차, 이어 경호 차량이 이차선 도로를 내쏘기 시작했다. 차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속에서 내가 조수석에 탄 구 과장을 보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요?"

"시간 마다 이 과장과 저는 교대로 비서실로 통화를 하거든요. 그때 안 사실입니다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소!"

벼락같은 내 호통에 움찔한 그가 얼른 본론을 말했다.

"효정 아기씨께서 유치원을 파하고 경호원 하나와 함께 막 차에 타려는 순간, 야구배트와 칼을 든 자 오륙 명이 갑자기 나타나, 둘을 습격했답니다. 그 결과 경호원이 아기씨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과 싸움을 하는 동안 그들은 아기씨를 납치해갔고, 경호원 하나는 사투를 벌이다가 복부를 크게 찔린 모양입니다. 와중에도 무전으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하고, 아기씨를 추적하고 있다는 보고 후, 연락이 끊겼다는 김 실장과의 통화내용이었습니다."

"흐흠.......!"

깊게 침음하는 내 얼굴은 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그 어린의 것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지? 납치과정에서의 그 공포는 또 어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범인들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앞 차에 연락해 차를 더 빨리 달리도록 하시오."

"네, 회장님!"

운전수 겸 경호원이 대답을 하고 무전기를 조작하려 했다.

"운전 중에는 위험하니 구 과장 보고 하라고 하시오."

"네, 회장님!'무전기를 건네받은 구 과장이 경호원이 일러주는 작동 법대로 작동해 차를 더 빠른 속도로 몰도록 했다. 우리는 청주인터체인지를 통해 고속도로에 오르자, 우리 차량은 일제히 비상라이트와 깜박이를 켜고, 갓길이고 1차선이고 시속 150km 이상의 속도로 내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채 2시간이 안 되어 나는 비서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되었소?"

나는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누구랄 것도 없이 급히 질문을 던졌다.

"다행히 아기씨는 무사히 풀려났고, 범인들의 일부를 잡았답니다."

김 비서실장 역시 빠른 속도의 말로 대답을 했다.

"다친 경호원은?"

"중태라 인근 병원에서 지금 수술중이랍니다."

"효정이는 어떻게 되었소?"

"집으로 돌아와 사모님의 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이군. 내 병원에 가봐야겠소. 어느 병원이오?"

"강남병원이랍니다."

"알겠소."

내가 문을 벗어나려는데 김 비서실장이 말했다.

"아무래도 국동건설 사장의 사주가 아닐까요?"

"자백한 게 있소?"

"문초 중이랍니다."

"수사기관에 넘겨주기 전에 확실히 자백을 받고 넘겨주도록 해요."

"네, 회장님!"

나는 지그시 이빨을 악물며 천천히 비서실을 벗어났다.20분 후, 강남병원.

"어떻게 되었소?"

나는 중환자실의 병실 앞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에게 물었다.

"방금 수술이 끝나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피를 너무 흘려 반반이라 합니다. 하필 자상이 옆구리를 관통해 일부 장기도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 합니다."

"흐흠........!"

침통한 안색으로 침음한 내가 물었다.

"면회도 안 되겠지?"

"그래서 제가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알겠소? 범인은?"

"조장님이 잘 아실 겁니다."

"알겠소."

나는 중환자실 앞 복도를 벗어나 다른 경호원을 불러 조장을 불러오도록 했다.

잠시 후 어디 있었는지, 경호조장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자백은 받았소."

"네. 역시 저희 예상대로 국동의 김세종 사장의 교사를 받았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우리도 다칠 수가 있으니 더 이상 손대지 말고 수사기관에 넘겨주되, 그 놈들을 잘 회유하여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하시오."

"네. 회장님!"

기분 같아서는 쫓아가 반 죽여 놓고 싶었으나 감정대로 처리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보나 안보나 고문으로 자백 받았을 경호원들이 더 연루되는 것이 싫어, 수사기관에 이첩시키도록 한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마약을 투여한 채 모 호텔에서 미모의 20대 여대생과 뒹굴고 있던 김세종 국동건설사장이 유아 납치교사 및 마약투약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러나 언론에는 일체 보도가 되지 않았다.

내가 사전에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도록 지시를 했기 때문이었다. 보고를 받자마자 나는 비록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 청신 정보실장을 수정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내가 거기 머물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30분 만에 그가 나타나자 나는 그를 거실에 그냥 세워 놓은 채딱딱한 음성으로 물었다.

"국동의 주거래 은행이 어디요?"

"제일은행입니다."

"하필........!"

쓴 입맛을 다신 내가 다시 물었다.

"김만제 재무부 장관의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소?"

"네."

대답을 마친 그가 품속에서 매우 두꺼운 수첩 하나를 꺼냈다.

"여기........"

그곳을 펼쳐 짚어주는 정보 실장이었다. 나는 비록 늦은 시각이었지만 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인이 받았다가 나라는 말에 바꿔주었다.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이오?"

"오늘은 너무 늦었고, 내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뵐 수 있을까 해서요."

"무슨 일로?"

"국동건설에 대해서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강 회장의 청이니 아침 시간을 비워놓으리다."

"감사합니다. 장관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너무 깍듯한데,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오."

"내일 뵙고 전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그럼, 들어가시오."

"네 장관님!"

나는 전화를 끊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효정이 수정의 품에 안겨 잠이 들어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자면서도 가끔 몸이 크게 한 번씩 진동하는 것이 보였다.

"내일은 병원에 한 번 가보도록 하오."

"네, 여보!"

나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안방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파트를 벗어나 상가약국으로 향했다. 다행이 아직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청심환 두 개를 사서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효정이는 청심환이라도 먹였소?"

"네. 그 약을 먹고 잠들었어요."

"당신은?"

"저는 안 먹었어요."

"당신도 많이 놀랐을 테니 먹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품에서 청심환 2개를 꺼내 수정에게 주었다.

"고마워요, 여보! 당신도 하나 드세요."

수정이 곽을 벗겨내며 말했다.

"나는 안 먹어도 돼."

그렇게 말하고 나는 주방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고 물병을 꺼냈다. 나는 끓인 보리차 물을 다시 냄비에 따라 가스레인지에 올려 따뜻하게 덥혔다. 나는 그물을 컵에 따라 들고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 수정이 우황청심환을 우적우적 씹고 있었다.

"물하고 같이 먹어."

"고마워요. 여보!"

물 컵을 받아 마시던 수정이 말했다.

"좀 뜨겁네요."

"그래야, 빨리 녹아 약효가 빨리 몸에 번지는 거야."

"네."

수정이 내미는 물 겁을 받아든 나는 이것을 실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다가 다가가 살며시 끌어안아 주었다.

"저 때문에 공연히........"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 효정이 무사하면 됐잖아."

"부부지간에는 그런 말 자주 쓰는 게 아니야."

나의 말에 내 품에 쓰러져 조용히 흐느끼는 수정이었다.

새벽 4시 40분.

간단하게 단지를 몇 바퀴 달리고 막 들어오는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었다. 수정이 자다 말고 놀라 눈을 비비며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받을 게."

나는 곧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회장님! 끝내 숨졌습니다."

중환자실을 지키던 경호원의 목소리였다.

"가족들은?"

"모두 와 있습니다."

"알겠소. 내 곧 찾아가 보리다."

"네, 회장님!"

나는 전화기를 들고 멍하니 한동안을 서 있었다. 나는 곧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일깨우고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나요."

"네, 회장님!"

"경호원이 끝내 숨졌다는 구료. 지금 즉시 병원으로 좀 오세요."

"네, 회장님!"

이 모양을 잠옷 바람으로 지켜보고 서있던 수정이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안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어 차량 두 대가 조용히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차는 빠르게 강남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곧 차는 병원 현관 앞에 멎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경호조장이 나를 맞아 인사를 꾸벅했다.

"어디 있소?"

"지하 영안실에 있습니다."

규모가 제법 큰 규모이다 보니 영안실까지 갖추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장의 안내로 어느 방에 들어서니 침대에 흰 천으로 머리까지 덥힌 시신이 있고, 부인으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여인과 세 살 정도 보이는 여아, 그리고 품에는 젖먹이도 하나 안겨있었다. 아들로 보였다.

끝없이 작게 흐느끼는 여인에게 목례를 해보인 나는 침대 곁으로 가, 천을 걷어 순직한 경호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피를 너무 흘려서인지 어느 시신보다도 창백한 얼굴 하나가 거기 누워있었다.

말없이 한동안 30대 초반의 준수한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흰 천을 씌어주었다. 어느새 내 옆에는 김 비서실장이 이런 내 거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 길로 그 방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내 곁에는 비서실장과 경호조장 그리고 나를 호위해온 경호원들이 멀찍이 떨어져 나의 동선을 쫓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손짓으로 좀 더 가까이 불렀다.

"장례 잘 치러주고........."

"네, 회장님!"

"비서실장님은 유족들에게 1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전액 다 대주도록 해요. 그리고 부인이 원하면 우리 회사 어느 곳이라도 취직을 시켜주도록 하고요."

"네, 회장님!"

말을 끝낸 나는 말없이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빨아들였다가 허공에 뱉었다. 흰 연기가 새벽하늘을 치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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