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77화 (177/322)

<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놓다-- >

곧 사내 방송이 실시되고, 종업원들은 세월아 네월아 운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내가 기 설치된 단상의 마이크를 잡고 얼핏 시간을 보니, 9시 30분 이었다.

"지금 몇 시 입니까?"

마이크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직감적으로 5천여 종업원들이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 놈이 소리 질러 대답했다.

"9시 30분입니다."

"말 잘했소. 내 오늘 아침 일찍 와 여러분들의 출근하는 상황을 지켜보았소. 작업 시작 시간은 몇 시입니까?"

"9시입니다."

어느 놈이 기세 좋게 대답을 했다.

"9시면 전 사원이 작업에 임해 생산을 시작해야 되는데, 여러분들은 무엇을 착각 했는지 9시가 되어도 출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각하는 사람들도

있더이다. 이래서야 무엇이 되겠습니까?"

나의 분노 섞인 열변에 고요자체였다.

"오늘부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오늘이 11월 1일입니다. 정확히 2개월을 준비해서 내년 1월1일부터는 각 단위 품목별로 사업부 제를 실시하겠습니다. 흑자가 안 나는 기업은 물론, 품질 면에서 세계 1등 기업과 견주어 손색이 있는 사업장은 전부 철수시키겠습니다. 라인을 걷어 내겠단 말입니다. 그 기준에 한 부서가 살아남으면 난 그 사업부서만 이끌고 사업을 할 것이고, 아닌 곳은 모두 사업을 접을 것입니다."

"또 오늘부터 당장 생산을 무기한 중지하겠습니다. 이 따위 3류 제품을 생산해 어디에다 판단 말입니까? 3류 제품이 원가는 또 왜 이렇게 비쌉니까? 도저히 가격경쟁이 되질 않아요! 가격 경쟁이! 이런 제품을 생산해놓고도 지금 여러분들은 희희낙락하고 있습니까?"

"내 단언컨대 이런 사업부서는 깡그리 철수시킬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느냐? 그 다음은 알아서 생각하십시오. 인원 승계! 좋지요! 내 모든 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그런 사업부서는 용납을 못 합니다. 이상!"

나는 마이크를 벗어나자마자 배 사장을 손짓으로 불러 명했다.

"종업원들은 전부 대청소를 실시하라 하고, 대리급 이상은 별도로 대회의실로 집합시키시오."

"네, 사장님!"

곧 배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내 명을 하달하고, 나는 비로소 단상에 줄줄이 서 있는 내 수행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의자 하나 없이 굳어진 자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상에 4명, 단하에 4명의 경호원들이 사방을 예리한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그동안 경호원들도 대폭 증강되어 있었다. 이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훗날 이야기 하겠다. 대정가전 공장 내 대회의실.

근 10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여 있었으나 기침소리 하나 없었다. 내 뒤로는 각 사 사장단은 물론 비서실, 전략기획조정실 전 간부들이 배석해 앉아 있었다. 내 앞에는 가전부분의 대리급 이상 간부들이 굳은 내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윗저고리를 벗었다. 이에 뒤의 열에 앉아 있던 이 미연 과장이 잽싸게 달려와 내 옷을 받아들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상의를 건네주고는, 넥타이도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나는 탁자에 놓인 물로 잠시 입을 축이고 입을 열었다.

"내가 윗저고리를 벗고 왜 넥타이를 푼 줄 아십니까? 이 시간부로 나는 회장이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과 똑 같은 간부 아니 평사원이라 생각해도 좋고, 맞장 토론을 합시다. 즉 여러분들도 계급장 다 떼고, 이 자리에서만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예의를 무시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예의는 지켜가며 토론을 합시다. 누가 먼저 발언을 하시겠습니까?"

내 말에도 한동안 좌중이 고요했다. 그러던 중 사십대 중반의 머리가 좀 과하게 벗겨진 사람이 앞 열에서 일어나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 사업부의 장기영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오늘 회장님의 태도는 좀 실망스럽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간부들만 모아 놓은 자리에서 하셔도 될 텐데, 전 종업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시기 에는 회장님으로서의 권위가 손상되지 않았나 싶어 적이 걱정이 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침착하게 침을 한 번 삼킨 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각각 따로 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즉 생산파트 의견 다르고, 판매 파트 의견 다릅니다. 여기에 R&D센터의 의견 또한 다릅니다. 그러고는 각각 상대가 잘못했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사업부제별로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제일 우선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한전선을 인수해서 바뀐 것이 무엇입니까? 상표만 바꿔단다고 능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품질도, 디자인도, 전국에 분포한 대리점 수도 다 그대로인데, 갑자기 흑자가 나길 바란다면 너무 낙관적인 기대 아니었습니까? 이 모든 것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좋습니다. 아주 적절하고 좋은 의견을 말씀해주셨으면 성함이 어떻게 된다고요?"

나는 메모지에 그의 이름과 소속을 즉석에서 적었다. 나 외에도 발언을 꼼꼼히 메모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나대로 적었다.

"다음 또 누가 발언을 해주십시오."

나의 말에 맨 뒷열에서 아주 젊은 사원 하나가 일어섰다.

"세탁기 사업부, 생산현장 대리 마원길입니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의 소속과 이름을 메모했다.

"현장에 Just In Time(JIT: 적시 공급)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계속 하세요."

"필요할 때 그때그때마다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면, 90m이던 생산라인을 30m까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라인을 1/3로 줄이고, 라인 뒤에 박스를 놓아, 그 박스에서 직접 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면 되거든요. 지금은 현장 라인이 너무 길고 정신이 없는데, 1/3로 줄이면 오히려 더욱 정리가 잘 될 겁니다. 이상입니다."

"아주 좋은 제안입니다. 들었지요? 배 사장님!"

"네!"

"바로 시행해보도록 하세요."

"네, 회장님!"

"다음 발언 하실 분?"

"수출은 안 합니까?"

계급장 뗬다고 무례하게 자신의 관등성명도 안 대고 불쑥 묻고는 바로 자리에 앉는 중간 열에서의 질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아직 품질 요건이 맞질 않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습니다. 장차는 모든 제품을 수출할 계획입니다. 답이 됐습니까?"

"네!"

나의 말에 앞 열에서 조용히 한 사람이 일어섰다. 아주 잘생긴 사십대 중반의 사내였다.

"판매부서의 홍 영창 부장입니다."

"말씀하세요."

"오늘 저는 회장님 말씀에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다그치기만 하셨지 우리에게 지원을 해준 것이 무엇 있습니까?"

내 표정이 좀 굳어지는 것을 나 스스로가 느끼며,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계속 하세요."

"아직 국내 가전3사에서도 겨우 시장 점유율 13%로 꼴찌를 헤매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시장에 내놓을 일류 제품을 내놓으라니요. 제 생각으로는 우선 차근차근 국내 점유율부터 끌어올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계속하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회사 제품의 이미지 개선 작업이 제일 먼저 필요합니다. 좀 전에 장 부장님의 말씀도 계셨습니다만, 상표를 바꿔단 외에 그룹 차원에서 우리에게 투자한 것이 무엇 있습니까?"

"판매망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여 15%밖에 점하지 못하고 있는 본사 대리점 망을 확충해 주었습니까? 아니면 광고를 한 편 때려주셨습니까? 아니면 원가가 절감 되었습니까? 품질이 개선되었습니까? 아무 것도 투자를 안 하고는, 어느 날 갑자기 일류 상품을 내놓으라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질 않는 이야기잖습니까?"

"홍 부장의 말이 옳아요. 계속 하세요."

"우리 제품이 꼴찌를 헤매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제가 지적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고요. 다음으로 원가를 절감시키거나 아주 품질이 월등한 제품을 생사하는 길만이 살 길입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다 알고 있어요. 대정으로 상표를 바꿔달았지만 이것이 대한전선의 제품이 이라는 것을. 그러니 대리점부터가 우리의 제품은 최소 금성이나 삼성보다도 10%는 다운 받아 공급받으려 해요."

"그렇게 공급을 하면 원가는 타사와 같거나 높은데 무슨 마진이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제1단계로 전 사적으로 데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원감 절감 노력을 하고, 흑자가 난 기반위에서 2단계로 품질 개선을 이루어, 해외에 진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아주 좋은 제안을 해주셨어요. 다음........"

이렇게 우리는 장장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개최하였다. 점심은 모두 우유 하나와 빵 한 개로 때우면서까지.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우리는 이 중 기발한 아이디어는 곧장 채택해 시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끝의 결론은 이러 했다.

"오늘 여러분들의 말씀 아주 대단히 잘 들었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 결과에 대한 결과를 최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사업부제 시행은 변함이 없고요, 오늘 이 시간부로 판매, 생산, R&D로 나누어진 것을, 각 사업부서별로 하나로 통합니다. 둘째 전 사적으로 사내에 '원가절감 TFT', '품질향상 TFT'를 구성하기로 하겠습니다. 셋째 전 사적으로 매주 한 차례의 분임토의를 정례화 하겠습니다."

"넷째 전격적인 방송3사에 대한 광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섯째 이미지 쇄신을 위해 디자인 팀에게 의뢰해 상품의 디자인을 모두 새롭게 바꾸겠습니다. 여섯째 대리점 수를 제1사인 금성사보다 최소 1.5배가 될 때까지 확장하겠습니다. 또 한 방법으로 주부들을 동원한 방문판매를 전격 실시하겠습니다."

"일곱 번째 기 또는 신규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일정액 이상의 포상을 실시하겠습니다. 또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그 제품 판매수익의 1%를 그 제품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나는 우리 제품이 최소 국내 1등을 할 때까지는 이곳에 야전침대를 들이고, 이곳에서 숙식을 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장시간 고생들 많았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줄부터 차례로 전 대리급 이상의 간부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 이후 대정가전은 빠르게 변신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각 품목마다 즉 사업부서마다 소 사장을 선출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대한전선의 물이 골수에 박힌 이사급 임원 전원을 해고해 버리는 충격요업을 시행했다. 그리고 부장 급 이상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열의가 있는 사람을 각 부서의 '소 사장'으로 삼아, 1년간의 실적으로 평가를 하기로 했다.1년 후 흑자로 전환되는 사업부는 살아남을 것이고, 아닌 곳은 무조건 퇴출할 것을 몇 차례에 걸쳐 전 종업원에게까지 통보를 했다. 그 결과 바로 내 옆에는 각 부서의 소사장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야전침대가 수없이 놓였다. 물론 그 가운데 하나는 배순훈 사장 것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주일이 흘러 중동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리비아로부터였다. 11월 7일, 우리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었다. 단일 공사로서는 세계최대인 32억 9,700만 달러짜리 공사였다. 지름 4미터의 콘크리트 관을 총 길이 1,872km에 걸쳐 지하에 묻는 공사였다. 이게 8대 불가사의한 공사에 속할 만큼 난공사에다, 금액도 사상 최대라 세계적인 빅뉴스가 되어, 세계 곳곳에 타전이 되었다. 이에 한국은 전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바람에 대정그룹의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데다, 본격적으로 한국 내 방송 3사도 가전제품에 대한 광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황금시간대는 물론 아침방송까지 무차별적으로 융단 폭격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추천, 멘트, 많은 쿠폰을 주신님들께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추천, 멘트, 많은 쿠폰을 주신님들께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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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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