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67화 (167/322)

< --제 2부끝없는 도전-- >

나는 김 비서실장에게 이야기 해 대통령 비서실에 전화를 넣도록 했다.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을 잡도록 한 것이다. 용건은 대한전선 가전부문 문제와 수출용 제품에 대한 공장문제라 했다. 물론 전통이 시간이 있으면 만나 줄 것이고 아니면 거절하지겠지만.

솔직히 이 시대를 또 거치면서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비겁한 짓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처치였다. 정치를 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하든지.

둘의 공존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어느 정권이든 그 하수인으로 들어가 정치를 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이 암울한 독재시대에, 더 더군다나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정당을 하나 창당해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것도 힘 드는 일이었다. 국민의 정서상 가진 자가 권력까지 쥐려한다고 해서 용납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단적인 예가 훗날 김영삼에게 맞서 대통령에 출마해 3등을 한 정주영 씨였다.

국민당을 창당해 20석 내외는 건졌지만 그가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경제계에 비하면 미미하다할 정도였다. 이렇게 정치와 기업인은 대체로 양립불가였다. 그래서 내가 견지하는 노선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저만큼에서 밉보일지 않을 정도로, 정치헌금도 하고 한다. 그렇다고 밀착해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도 싫었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약간은 헌금도 많게 해, 정권으로부터 호감 정도는 갖게 하는 정도라는 게 내 정확한 입장이요, 처신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나는 이 체육관 대통령을, 대통령 경호실에 있을 때부터 알았지만, 크게 밀착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직접 전화를 건 김 경제 비서실장이 내게 돌아와 말했다.

"3시까지 들어오랍니다. 회장님!"

"지금이 몇 시야?"

말을 하며 시간을 보니 1시 20분이었다.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하면 되겠군. 빠듯한데."

"그렇습니다."

"기왕이면 최신형 휴대폰 샘플도 하나 챙겨갔으면 좋겠소."

"네, 회장님!"

"김밥이야 차 안에서 먹으면 어때. 늦어가지고 심기를 다치게 하면 될 것도 안 되지. 물이나 한 병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 비서 하나가 눈치 있게 얼른 보온병에 물을 채워왔다. 그동안 김 비서실장은 진열장에 있던 휴대폰 샘플 하나를 자신의 서류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때 다른 여비서 하나가 김밥을 사왔으므로 우리는 곧 경호원을 호출해 차에 올랐다. 크게 붐비지 않을 시간이라 우리는 2시 20분이 되자, 청와대 경내에 도착했다. 경호요원들의 검색과 함께 비표를 받고나니, 대통령 비서실 직원이 나와 우리를 비서실장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이범석(李範錫) 대통령 비서실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따뜻이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강 회장님!"

"반갑습니다. 비서실장님!"

"그래, 대한전선 문제는 알겠는데, 수출 공단 문제는 무엇이오?"

"저희 회사에서 계속해서 수출을 하기 위한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지어야겠는데, 공단이 확보되지 않아서 이 문제를 거론하려 합니다."

"나한테 먼저 얘기해보시오. 내 한팔 거들어 도와줄 수도 있는 문제 아니오?"

"네. 수출용 컴퓨터, 휴대폰, 최첨단 반도체 공장, 디스플레이 공장 등 지을 것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대한전선의 가전 부문을 인수하게 되면, 구미와 인천에 흩어져 있는 공장들을 새로운 공단으로 이전시키고 싶습니다. 공장이 몰려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습니까?"

"다 좋은데,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근로자들이 거주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소?"

"그곳에 저는 사원용 아파트와 기숙사 시설까지 갖추어 생활에 큰 불편이 없도록 하렵니다."

"그렇게 한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오. 잘 알겠소. 내 각하와 내무부 장관과의 돌아가는 정황을 살펴보고 오겠소."

"네. 참, 아무래도 공단문제는 내무부 장관과 관련이 있으니, 독대가 끝나시더라도 잠시 비서실에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바로 각하의 하문이 있질 않겠습니까?"

"내 서 장관에게 언질을 주리다."

"네, 비서실장님!"

곧 그가 대통령의 집무실로 가더니 바로 돌아왔다.

"마침 생각보다 두 분의 면담시간이 빨리 끝났군요. 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나는 김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하하하........!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본인에게 전화를 다 넣고........"

비서실장이 내가 할 이야기를 미리 알려주었을 텐데도, 모르는 사람마냥 대화를 이끄는 전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대한전선 가전부문과 수출 공단 문제를 거론하려 합니다."

"일단 거 앉아요. 비서실장도 같이 앉아 들어봅시다."

"네, 각하!"

이렇게 해서 우리는 집무실 소파에 두 명씩 마주보고 앉았다.

"내가 알기로 대한전선의 가전부문은 실무진에서 100억 원 차이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또 한 문제는 종업원들의 전원 승계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맞소?"

"그렇습니다. 대한전선에서는 1,500억 원을 내라 하고, 또 그들보다는 정부에서 종업원들의 전원 승계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종업원들 문제는 내가 그렇게 지시를 했소. 그들이 일시에 직장을 잃으면 사회불안 요인이 되기도 하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오."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첫째 그들의 공장이라는 것이 터 외에는 나머지 거의 컨베이어벨트 라인인데 그렇게 비싸게 달랄 이유가 없고요. 또 적자나는 기업의 종업원들을 다 인수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를 흑자로 전환시킬 때까지 이 출혈을 감내해야 된다는 결론인데,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입니다."

"흐흠........! 강 회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소이다 만은 어떻게 하든 종업원은 그대로 승계해서 꾸려가는 게 좋겠소. 하고 가격 문제는 음......... 거 신탁은행장 있으면 호출하시오. 그러고 대한전선 회장도 있으면 들어오라 하고."

"네, 각하!"

대통령의 지시에 이범석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데 대통령이 한마디 더 했다.

"거, 차라도 한 잔 내오지 그래요?"

"네, 각하!"

"이들이 들어올 동안 뭐냐? 수출 공단이 어떻게 됐다고?"

"네. 제가 금번에 컴퓨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공장 등을 설립해서 외국에 수출을 좀 하려니 공장 문제가 벽에 부딪쳐서요?"

"모두 이름도 생소한 공장들이 많군요."

"네, 모두 어느 나라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의 최첨단 제품들로, 아마 세계 최초의 제품들이 될 겁니다. 저는 이것을 모두 외국에 수출해서 외화 가득률을 높이려 합니다. 이것이 준공되어 본격적으로 수출이 되면, 아마 최소 150억 달러는 더 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뭐요? 그렇게나 많이? 작년에도 25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고, 수출액이 300억 달러를 조금 넘긴 것으로 아는데, 최소 절반이 더 늘면 올해는 큰 흑자가 나는 것 아니오?"

"당장 용지가 있어 짓는다 해도, 설비까지 갖추려면 올해는 힘들겠고, 내년부터는 흑자로 반전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좋소. 문제가 뭐요?"

"기존의 공단들은 포화 상태고 해서 청주시에 공단을 지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해서 시 당국과 총 500만 평의 대지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1단계인 200만 평마저도 용지 보상이 늦어져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알아보니 올 예산이 없다는 군요."

"저런, 저런. 그러면 안 되지. 나라의 살림이 확 펴는 일인데."

이때 비서실장이 마침 들어오자 전 통이 말했다.

"거, 서정화 내무부 장관은 갔소?"

"아닙니다. 제가 잠시 대기하라 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바로 좀 들라하시오."

"네, 각하!"

이 비서실장이 다시 나가는데, 여비서 하나가 차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어쩐지 기호도 물어보지 않고 타온다 했더니 꿀 차였다.

"기왕이면 서 장관 것도 한 잔 더 가져오시오."

"네, 각하!"

여 비서관이 물러나자 전 통이 내게 시선을 맞추고 물었다.

"그런데 휴대폰이 뭐요?"

내 이럴 줄 알고 양산단계에 돌입한 100g짜리 최신형 휴대폰을 비서실장보고 챙겨오도록 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의 말에 김 비서실장이 서류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이것이 우리가 개발한 최신형 휴대폰입니다. 각하!"

"이걸로 통화를 하는 게 맞지요? 마치 군대의 무전기와 용도가 비슷한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손에 들고 걸어 다니면서 통화를 할 수 있는 최첨단 기기입니다. 그것 하나에 얼마인지 아십니까?"

"글쎄........?"

"한 대에 우리나라 돈으로 1천만 원씩입니다."

"뭐요? 그렇게 비싸서야 누가 사 쓴다는 말이오?"

"그래도 미국 부자들은 사 씁니다. 그런 걸 우리 회사가 앞으로 년 10만대는 무난히 수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그 돈이 도대체 얼마요?"

"대략 잡아도 130억 달러 정도 됩니다."

"허허.........! 그렇게 되면 달러가 펑펑 쏟아질 테니, 석유 나는 놈들 하나도 안 부럽군. 게다가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흑자가 될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좋소! 당장 수용이라도 해서 공단부터 조성해야 되겠소."

이때 비서실장과 서정화 내무부 장관이 함께 들어왔다.

"서 장관!"

"네, 각하!"

"여기 강 회장 말을 들어보고 말이야. 당장 수용령을 발동해서라도 공장 용지부터 마련해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각하!"

"제 입장에서야 그렇게 하면 좋지만, 그보다는 가급적 정부의 예비비라도 동원해서 토지보상을 해주시고, 나중에........."

"예비비 한 번 알아보고, 그것부터 최우선으로 집행하도록 하시오."

"네, 각하!"

"하하하.........! 강 회장을 만나면 이렇게 속이 뻥 뚫리는 걸, 야당 놈들만 생각하면 매번 골치가 아프단 말이야....... 혹시 강 회장 정치 해볼 생각 없소?"

내가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 같은 놈이야 정치판에 없어도 되지만, 제 회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하하.........! 하긴 강 회장 같은 사람이 경제계에 있으니, 그나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놈들한테, 덜 아쉬운 소리를 하지. 내가 생각해도 강 회장 생각이 옳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전통이었다. 이때 내가 그를 아주 정색을 하고 불렀다.

"각하!"

"말씀해보세요, 강 회장!"

"카폰 말입니다."

"내년부터 우선 서울지역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게 되어 있질 않소?"

"그렇습니다만, 이것이 서울만이 아니라 장차 대한민국 전체를 아울러야 되는데, 그 투자 금액이 조 단위입니다. 해서 제 지분을 좀 더 배려를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흐흠........!"

침음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전통이었다. ============================ 작품 후기 좀 늦었습니다!

^^즐거운 설 연휴 되시고, 가급적 술은 적게 드셔서 건강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좀 늦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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