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65화 (165/322)

< --제 2부끝없는 도전-- >

커피를 한 잔 마신 내가 김 경제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회의 준비는 다 되었나요?"

"네, 회장님!"

"갑시다!"

내 명에 따라 김 실장 및 구 인철 과장과 이 미연 과장이 급히 내 뒤를 쫓았다.12층에는 회장실과 비서실 외에도 대회실과 소회의실이 갖추어져 있어 항상 회의를 열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나는 빠르게 걸어 소회의실로 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곳에는 이미 건설과 엔지니어링의 간부들이 모두 기립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칠판과 단상 앞에 놓인 내 집무용 탁자에 내가 자리를 잡자 일제히 착석하는 제 간부들이었다. 나는 면면들을 한 번 슥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

"설은 잘 쇠셨습니까?"

"네, 회장님!"

모든 간부들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

다.

"청주 율량동에 짓고 있는 천 세대 아파트의 분양 계획은 세워졌나요?"

"네, 회장님! 3월 달에 터파기를 하면서 바로 분양에 들어가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배용석 전무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는 시선을 이 상백 엔지니어링 사장에게 돌렸다.

"보성화력발전소 건설의 공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1호기는 올 연말이면 완공이 될 것이고, 2호기는 내년 9월, 늦어도 10월까지는 완공이 될 것입니다."

"울진 원전의 공정도 순조롭지요?"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위에 언급된 보성화력의 경우 1979년 말에 우리가 주 시공업자로 선정되어, 총 공사비 4434억 원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2천억 원 정도의 공사를 우리가 수주해, 우리의 주도로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당시 우리 기술로서는 터무니없는 공사였지만 이 사장의 노력으로 벡텔과 51:49의 지분으로 대정-벡텔 엔지니어링이 출범하면서 가능한 공사였다. 당연히 끝까지 우겨 51%의 지분을 챙겼다.

"시간이 나는 대로 현장을 한 번 둘러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더 하실 말씀 없으면 회의를 파합시다."

"네, 회장님!"

나는 잠시 내 자리로 돌아와 쉬었다가 6시가 되자 이번에는 대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전자, 헬스 케어, 무역, 유통의 간부들이 기립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시죠."

"네, 회장님!"

"어떻게, 명절은 잘 보내셨고요?"

"네, 회장님!"

내가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이 미연 과장이 오늘 회의의 주 안건이 될 메모판을 내 집무용 책상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 메모를 보고 우선 전자의 사장인 배 순훈 씨에게 물었다.

"대한전선 가전사업 부분을 인수하는 문제는 내부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그런 적자투성이의 기업을 인수해서 무엇 하느냐는 안과, 우리 회사라면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 저도 결론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한전선의 가전부분은 정부에서 내게 인수를 타진해온 기업이었다. 정치자금을 좀 내었더니 혜택이라고 주는 게 이런 부실기업을 떠맡기는 것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대우에게 인수제의를 먼저 해, 대우가 인수한 기업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대정전자의 사장으로 초빙한 배 순훈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분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부교수로 계시는 것을 내가 삼고초려 끝에 모신 분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대우에 입사해 탤런트 유인촌과 함께 탱크주의 광고를 찍어 더욱 유명해진 분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대답에 내가 곧 단안을 내렸다.

"정부와 협의해서 인수하는 것으로 합시다."

"회생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죠. 우리가 진출하지 못한 가전부분을 많이 기지고 있으니, 우리가 이 품목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매달리면 안 되겠습니까?"

"저도 좀 회의적이지만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명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믿으세요!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기업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능력을 믿고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의 지시에 마지못해 답을 하나, 배 박사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나는 아랑곳없이 다음의 안건으로 넘어갔다. 조 장희 사장에게 눈길을 맞추며 물었다.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는 상품으로 개발이 끝났죠?"

"네, 하지만 출시시기를 늦추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상품의 주기랄까, 수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직은 CT와 MRI만으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바, 올 하반기나 내년쯤으로 출시시기를 잡고, 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그것은 알아서 판단하시고,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네, 회장님!"

나는 다음으로 유통의 김 의철(金義喆) 사장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고속터미널 옆의 대정유통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개점 준비를 90% 정도는 맞추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좀 더 빠른 개점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유통 사장으로 초빙한 김 의철 사장은 원래는 뉴코아 그룹을 창시하는 사람이나, 내가 삼고초려 끝에 모신 사람이었다. 그리고 강남고속터미널 옆의 부지에 지어 지금 착착 개점 준비를 하고 있는 대정 유통은, 지하 3층 지상 12층으로 지어진 연건평 9,999평으로 지어진 쇼핑센터였다. 기존의 업체들 즉 미도파, 신세계, 롯데가 강북에서 싸우고 있을 때, 우리는 착실하게 강남에 상권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특기 할만 것은 대정유통만은 백화점과 달리 슈퍼마켓마냥 최저가 제를 채택해 박리다매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음으로 대정실업에서 대정무역으로 상호를 바꾼 무역부분의 최우선 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역 부분은 어떻습니까?"

"순풍에 돛 단 듯 아직은 쾌속항진을 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다른 하실 말씀들 없으면,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우리는 간단하게 악수를 나누며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져 갔다. 아시다시피 최우선 부장은 중동지사장으로 나갔던 사람으로 지금은 사장이 되었고, 국내에 남아있던 조 동호 부장은 지금 해외총괄지사장으로 전무라는 직급을 맡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회의가 파하자 다시 내 집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일정을 검토하다가 이청신 정보실장을 불러들였다.

"내가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의 사무실 위치는 물론 공사 현장 두 군데도 다 파악했습니다."

"지금은 어디 있을 것 같습니까?"

"서초동에 있을 것입니다."

"같이 갑시다."

"네, 사장님!"

나는 곧 자리에 일어나 두 명의 과장도 불러 말했다.

"어디 좀 갑시다."

"어디로 가시게요?"

"이 미연 과장이 생긋이 웃으며 물었다.

"서초동에 좀 갑시다."

"네? 그곳은 일정에 없던 곳 아닙니까?"

"건설업자인데 지금 가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회장님!"

구 인철 과장이 앞장서서 회장실을 뛰쳐나가며 경호원을 불러 차를 대도록 했다.

우리는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서초동으로 향했다. 차 두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청신 과장이 경호원과 함께 앞차에 타고 우리 차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윽고 막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서초동의 한 이면도로에 우리는 도착했다.

곧 먼저 내린 이 청신 사장이 연립주택이 한창 지어지고 있는 현장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더니 한 인물을 데리고 나왔다. 사십대 초반의 눈썹이 아주 짙은 사람이 점퍼 차림으로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대정그룹 회장님 아니십니까?"

"그렇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네! 그토록 유명하신 분이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주택업자를 보자고 하시니, 참으로 별일이 다 있습니다."

"하하하.........! 사장님은 본인을 너무 낮게 평가하시는 것 같군요. 그럼, 기껏 찾아뵈온 저는 뭐가 되는 것입니까?"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을 저희 회사로 모시고 싶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썼습니다."

"별 말씀을. 저 같은 놈이야, 그저 조그만 주택이나 지어 팔아먹고 하는 업자인데, 회장님이 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장님의 일처리 솜씨와 부동산에 대한 혜안을 믿습니다."

"에이, 설마 농담이시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작지만 이렇게 내 사업하며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지 말고 저와 함께, 기업의 인수합병이라든가 또 저희 유통이 커나가기 위해서는 자리 선점이 중요한데, 이런 문제를 함께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생각은 한 번 해보겠습니다만, 당최........."

"사장님, 한 번 더 찾아뵙겠습니다. 가능한 한 우리 회사에 입사하셔서 함께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시면 대정개발이라는 부동산 기획 및 M&A를 전담 처리하는 조직의 수장을 맡기고 싶습니다."

"허허.......! 너무 갑작스런 제의라서........ 아무튼 한 번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더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까지 야........."

"그럼.........."

나는 정중히 목례를 해보이고 그 자리를 떠났다.

차 안에서 타자 이 미연 과장이 종알거리듯 말했다.

"촌뜨기 같은 게, 별로 인재로 보이지는 않는 데요?"

"인재는 어디 이마에다 '인재'라고 써가지고 다닌답디까? 하고 사람을 외모로 판별하는 방법은 결코 바람직한 짓이 아니 예요."

"하긴 옆의 구 과장만 해도 보세요. 어디 죽도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은 사람마냥 희멀건 한 게........."

"이 과장님!"

"호호호.........! 사실이 그렇잖아요?"

"그만 합시다. 구 과장 화나면 감당도 못하면서......"

"하긴 화를 내면 무섭긴 무섭더라고요."

둘의 찧고 까부는 말에도 그저 희미한 미소만 짓고 있는 구 과장이었다. 아무튼 내가 지금 만난 사람이 원 역사에서는 거평그룹이라는 큰 사업체를 일구었던 나 승렬(羅 承烈)이라는 사람으로, 지금은 조그만 연립주택이나 짓고 있지만, 그의 뛰어난 경리적 빈틈없는 일 처리나, 어느 화사를 인수할 시, 그 회사의 숨은 진가를 잘 찾아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우리 회사로 영입하기 위해 이제 첫걸음을 떼어놓은 것이다. '기업은 곧 사람이다'라는 평소 나의 신조처럼, 오늘도 인재 영입에 열심인 나였다. 내 마음처럼 겨울 날씨답지 않게 상큼한날의 아침 공기가, 나를 기분 좋게 해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떡국은 한 그릇 제대로 자셨는지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또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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