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의 면모를 갖추다-- >
1977년 9월 1일.
학교도 오늘부터 개학을 해 학교에도 가야했지만 나는 사업체를 돌아보는 것이 먼저였다. 나만이 바쁜 것이 아니었다. 이제 2학기를 맞아 1년 동안을 놀다가 이제 다시 나와 동급생으로 2학년에 복학한 수정은 물론, 두 여인도 1학년 2학기 강의를 들어야 하니 모두 바쁜 시즌이 돌아왔다. 나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5시 30분이면 건설 분야의 아침 조회가 개최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대우개발에 몸담았던 홍 성부 이사의 제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대우개발 재직 당시 그들은 이 시간이면 건설 분야뿐만 아니라 전 간부들의 회의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새벽 6시면 일과가 시작되는 건설 분야만이라도, 5시 30분에 간부회의를 시작하자는 제의를 해서 시작된 것이, 홍 이사의 출근 3일째 되던 날부터였다. 아무튼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니 건설의 제 간부들이 집합해 있었다. 그동안은
홍 성부 이사의 주재로 간부회의가 열렸겠지만 오늘부터는 다시 내가 주재하게 되었다. 시작 전 미리 제대한 것에 대해 미리 축하를 받았던 나는 곧 면면을 살펴보고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제가 없는 동안에 꾸려오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먼저 제가 알고 있어야할 변화가 있다면 듣고 싶군요."
나의 말에 홍 이사가 헛기침을 해 목청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우리 쪽이야 큰 변화가 없습니다. 기존의 맡았던 공사는 모두 마무리 지었고, 이제 역삼동의 공장을 계속해서 짓는 일과 청주의 아파트 공사가 본 궤도에 진입했으니, 배 용석 부장이 수시로 드나들며 체크를 하고 있고, 우리는 이미 모델하우스 한 채를 지어 놓은 외에도, 공사에 대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또 현대건설의 5차 분양 공고가 5일 전부터 일제히 시작된다고 신문지상에 연일 광고되었는데, 그 청약 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728가구가 분양이 되는데, 이것이 절반은 사원용으로 돌려놔서, 수백 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이 열기를 타고 바로 분양에 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이렇게 묻는 척했지만 나는 이미 예상한 바였기 때문에 바로 답을 했다.
"우리도 오늘부터 전 신문지상에 광고를 냅시다. 일시에 5천 세대 분양 그리고 평형별 세대수도 공고하고요."
"그런데, 사장님!"
이 상백 박사였다.
"말씀하세요."
"제가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는 현대건설에서 사원용으로 빼놓은 아파트가 모두 중 대형 이상으로 모두,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사전 분양이 이루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곧 로비 분양인 셈이죠."
내가 어이가 없어서 멍청한 표정으로 듣고 있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말을 이어서 하는 추 호석 부장이었다.
"지금 제가 듣고 확인한 바로는 그 말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왜 로비가 되느냐 하면, 평당 30만 원 하는 분양가가 당첨만 되면 바로 그 자리에서 3배 이상의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앉은자리에서 전매만 해도 3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이죠."
"하하하.........! 참으로 정 회장 다운 발상이요, 뱃심이로군요.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죠. 가만 있어보자, 그러자면 큰 평형을 늘려야 되니 28평형 이하의 작은 세대 수를 50%로 하고 42평형 이상을 10% 늘려 분양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러고 지난번에 내가 지시한 층간 소음문제를 방지하는 문제와, 지하 주차장용으로 3개 층 을 더 파서 주차공간을 대폭 늘리는 문제는 설계에 반영되었습니까? 이것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니, 미리미리 반영해 명품 아파트 소리를 들읍시다."
"내 바로 설계 수정지시에 들어가 도면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홍 성부 이사의 답변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말한 큰 평수를 10% 늘리는 것으로 설계 변경도 하고, 공고부터 그렇게 하세요. 그러고 청주의 10층 아파트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내가 눈을 돌려 그곳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는 배 부장에게 물었다.
"네, 그곳도 180세대 모두 분양되었지만, 이곳만큼 청약열기가 뜨겁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황 사장은 후속타를 고민하고 있더군요."
"조금만 있으면 서울의 청약 열기가 그곳에도 전파될 것이니, 조금 더 있다가 다음 분양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등록일 : 14.01.29 00:00조회 : 7893/7911
"공고와 동시에 각 전문 건설업체 선정도 미리미리 수배해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시고, 분양받을 현장 인원은 수배가 되었나요?"
"네, 사장님! 반포동에서 베란다 새시 영업을 하던 아가씨 둘은 물론 조 양도 1선 창구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사람이 일시에 몰리면 김 부장은 물론 채 과장까지 동원되어야지요."
홍 이사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그 인원만으로는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니 사람을 미리미리 뽑아 충원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모두 베란다 새시 영업으로 돌리고요."
"이제 대충 된 것 같으니, 오늘 조회는 이것으로 마치는 것으로 합시다."
"네, 사장님!"
일제히 복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전 간부들이었다. 곧 이어 아침 6시가 되자 무역과 전자 파트의 간부들이 몰려들었다. 건설의 여파로 이들도 죽어나는 것이었다. 이들 또한 매일 아침 6시가 되면 정례 조회가 개최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면면들을 돌아보다가 무역의 조 동호 부장에게 눈을 맞추고 물었다.
"내 생각으로는 말이오. 올해는 종합상사로 지정을 받아야겠는데, 자격조건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네. 다른 부분은 다 충족되는데 자본금 10억 원 이상과 해외 지사 수 10개 이상이 걸립니다. 그 보다도 가장 시급한 현안은 수출이 급격히 늘어 업무량이 폭주하는 바람에 50명을 충원했어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 부장의 말이 여기까지 이르자 나는 손을 저어 더 이상의 그의 발언을 만류하며 내가 말했다.
"어찌 그 정도까지 내버려둡니까? 그렇다면 관리과와 협의를 해서 바로 바로 증원을 해야죠."
"어떻게 올해는 버텨볼 생각이었으나 도저히 폭주하는 자체물량만으로도 감당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당장이라도 필요한 만큼 채용광고를 내도록 하세요."
"네, 사장님! 최소한 국내 파트만 50명 정도는 더 증원을 해야겠습니다. 여기
다가 종합상사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해외 지사 수가 최소 10개는 되어야 되는데, 지금까지 4게로 꾸려왔으니, 해외 파트도 대폭 보강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도 꾀해야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렇게 되면 종합상사로 지정을 받는데 자본금 부분만 걸리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장님! 올 해 자체 물량만으로도 수출이 5억 달러가 넘어갈 것이 확실시 됩니다. 또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국가 수 10개 이상은 당연히 넘었고요, 전년기준 실적 5천만 달러 이상이라든가, 수출품목 수 7개 이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체 수출 품목 수만 해도 카세트플레이어를 비롯해 세계 최초의 130만화소의 휴대용 카메라, 압력밥솥, 노래방기기, 무선 커피포트, 라디오 흑백 및 칼라TV, 전화기, 전구, CT촬영기, 실리콘 등등 지금 수많은 물량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지는 대로 자본금은 증자를 할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시행해, 올해는 반드시 종합상사로 지정을 받아, 많은 혜택을 누리도록 합시다."
"네, 사장님!"
이제 나는 전자 쪽으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전자 쪽은 어떻습니까?"
대표로 허웅 부장이 답변을 했다.'풀로 가동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죠. 공장을 증설하는 한이 있더라도."
"혹시라도 수출의 기세가 주춤할까 봐서.........."
"내 생각에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오늘 현장을 제가 보고 판단할 것이니, 그런지 아시고 오늘은 이만 조회를 파합시다."
"네, 사장님!"
나의 말에 모든 간부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9시가 되자 건설의 국내담당 홍 성부 이사, 해외담당의 이 상백 이사, 그리고 금번에 분양될 압구정동의 아파트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시공할 배 용석 부장, 대정-지멘스의 조 장희 사장, 모든 특허출원을 마치고 돌아온 관리과의 서 인석 이사, 계획의 김 경제 부장, 관리의 채 선장 과장 등을 줄줄이 데리고 나는 역삼동의 전자공장으로 향했다. 우리의 승용차가 전자공장 정문에 줄줄이 들어서자, 수위실의 정문 경비가 거수경례로 우리를 맞고 곧 차단기를 올렸다. 우리는 곧 제 1공장으로 들어섰다. 무선 커피포토 4개 라인이 쉴 새 없이 다양한 색상의 무선 커피포토를 토해내고 있었다. 마지막 한 라인에서는 일본 수출용인 영상 반주기가 띄엄띄엄 생산이 되고 있었다. 전 공정을 돌아본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공정으로 향했다. 다음 2공장은 전체가 압력밥솥만 생산되어 국내외에 시판되고 있었다. 그리고 제 3공장부터 제 7공장까지가 미니카세트플레이어 공장으로 한 공장에서 5초당 하나씩 한 달 평균 9만 대의 제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계산을 하니 5개 공장에서 월 45만 대로, 월 50만 대의 주문량에 적체가 되고 있다는 조회시간에 허웅 부장의 보고와 맞아떨어졌다. 이때는 어디 있었는지 모르지만 허 웅 부장은 물론 엄달생 부장 그리고 두 명과 과장마저 합류해 우리를 수행하고 있었다. 다음 8공장으로 넘어가니 세계 최초 130만 화소를 자랑하는 고 화상도의 휴대카메라가 연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또한 요즘 주문 물량이 폭주해 한 개 공장을 증설해 9공장도 이 첨단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제 10공장부터가 외국의 OEM 방식으로 생산되는 라인으로 각각 1개 공장에서 생산이 되고 있었다. 제 10공장이 전화기, 11공장이 컴퓨터 모니터, 12공장이 라디오, 13공장이 흑백TV, 14공장이 칼라TV, 15공장이 녹음기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제 16공장부터가 대정-지멘스의 생산라인으로 16공장 전체가 오스람 전구를 17공장은 보청기 및 초음파 진단기, 17공장이 CT촬영기, 제18공장이 MRI 19공장과 20공장에서는 당 아파트에 들어갈 엘리베이터는 물론 세계로 수출될 물량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21, 22공장이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21공장은 우리가 지을 아파트에 채용된, 지멘스 제공의 영상전화시스템을 생산할 공장이고, 22공장은 지멘스의 계측기를 생산할 공장이었지만 나는 이를 당장 적체되고 있는 미니 카세트플레이어 공장으로 대체하도록 지시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계측기 공장은 더 짓도록 지시를 했다. 내가 전 공장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항은, 각각 OEM을 체결한 국가의 회사 기술진들이, 우리 작업자 또는 생산 간부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좋게 말하면 기술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근 2만에 이르는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광경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그만, 기숙사와 야간학교를 보는 순간 찌푸려지고 있었다.
너무도 예측이 빗나가 지금 기숙사에는 원하는 여공 약 1만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계속 증축을 했어도 5천 명 밖에 수용을 못하고 있었다. 또 야간 고등학교는 2천 명을 수용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더 더군다나 이 상태로 팽창을 거듭하다가는 공장 용지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또 다른 공장 터를 물색해야 될 듯싶었다. 나는 모처럼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압구정동으로 돌아왔다. 잠시 터 파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돌아보던 나는 곧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나는 우리 회사 특허 제품인 빗살무늬 방화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관을 들어서자 신발 등 잡다한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이 하나 설치되어 있어, 나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어 슬리퍼로 갈아 신고 좌측을 보니 전등 스위치와 함께 한국 최초의 영상전화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현관이나 동의 정문을 비추는 화면과 전화기 그리고 경비실로 연결되는 비상통화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나를 흐뭇하게 했다.
이어 나는 욕실을 한 번 둘러보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의 윗부분에는 각종 수납공간이 붙박이로 설치되어 타 회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어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 쪽으로 나가니 한국 최초의 16페어를 채용한 하이새시 거실창이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부언하자면 나는 한구유리와는 거래관계를 끊고 지금은 금강유리 대리점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내가 안방으로 들어가니 역시 붙박이장 농이 벽면에 일렬로 붙어있어, 농을 대체할 수 있게 했고, 심지어 안방 목욕탕으로 향하는 작은 공간에는 화장대마저 설치되어 있어, 화장대까지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었다.
간단한 샤워시설만 갖추어진 욕실을 구경하고 나온 나는 나머지 3개의 방도 차례로 구경했다. 즉 이것이 42평형 구조의 모델하우스고, 33평형은 여기에 방 한 개가 줄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만족한 표정을 지은 내가 말했다.
"잘 꾸며졌소. 한국 최초의 것들이 많이 채용되어 분양도 잘 될 것 같소."
나의 말에 수행한 간부들 역시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