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58화 (158/322)

< --그룹의 면모를 갖추다-- >

포즈가 끝나자 내가 말했다.

"차에 타시죠. 회장님!

"그럽시다!"

역시 세계적인 기업가라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도 유창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동행했던 서 이사가 나서서 통역을 하고, 통역으로 데려온 이 양은 뻘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양을 밥값이라도 하라고 말했다.

"운전이라도 해."

나의 말에 입을 삐죽빼죽이며 운전대로 향하는 이 미연 양이었다. 그간 면허도 따서 운전도 능수능란한 이 양이었다. 그런데 내가 끌고 온 포니 승용차가 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니, 좀 쪽팔린 생각도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하나 살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일례를 든다면 벤츠라든가 말이다.

그러나 이 당시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당국에서 세무사찰을 하는 등 혹독하게 다루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바로 생각을 접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양담배를 피우는 것도 벌금형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이를 피우는 사람들은 숨어서 피워야 했다. 이런 것이 다 나라가 가난해 달러를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니, 현세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아무튼 이 양에게 운전을 맡긴 나 또한 뒷좌석에 오르니, 서 이사가 조수석에 타고 지멘스 회장은 나란히 나와 함께 가게 되었다. 이때 진담인지 농담인지 칼 빌헬름 이세가 이 양을 보고 물었다.

"실례지만 부인이십니까?"

"네, 맞아요."

내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날름 답변을 하는 이양이었다. 하긴 내가 한국어로 먼저 떠들었다 해도 그가 알아들을 리 만무하니, 그녀의 순발력을 당할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이에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아무 말을 못하자 서 이사가 크게 웃었고, 지멘스 회장은 그저 웃음 띤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화가 난 내가 이 양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역삼동 공장으로 가요."

"네, 파파!"

답 또한 기묘했다. 내가 이양의 아버지일리는 없고, 무엇을 연상할 것인가는 자명한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손님을 모셔놓고 둘의 관계로 서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속으로만 울근불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이런 가운데 차는 빠르게 내달려 곧 역삼동 공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비로소 이 양이 나와 그녀와의 관계를 설명하니 칼 빌헬름 이세가 아주 재미있어 하며 크게 웃었다. 나도 그 정도의 히어링은 된다. 비록 영어로 떠들지를 못해서 그렇지.

나는 곧 지멘스 회장을 데리고 제1공장을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무선커피포트 4개 라인이 줄줄이 가동되면 형형색색의 디자인 제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라인 하나에서는 노래방 기기가 조립되어 나오고 있었다.

지멘스 회장은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이에 상세히 설명을 해주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하나 선물로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독일 노래는 프로그램이 없어 무용지물이라 했더니 크게 애석해 하는 그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곧 영어권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제일 먼저 회장님부터 선물로 드리겠다하니 아주 좋아하는 칼 회장이었다. 우리는 이어 제2공장으로 행했다. 그곳에서는 다섯 라인 전체에서 압력전기밥솥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또한 입소문을 타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가파르게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곧 라인을 증설해야할 판이었다. 그 다음으로 들린 것이 미니 카세트플레이어 공장으로 지금 월 50만 대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제3공장부터 제7공장까지 생산을 해내고 있지만, 미처 주문량을 따르지 못해 더욱 증설을 해야 할 판이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이제 막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헬스 케어 공장이었다. 이는 대폭 보강된 최 계용 과장 건설 팀이 역시 담당하고 있었다. 내가 곧 설명을 했다.

"이곳이 헬스 케어 공장이 될 것입니다."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칼 회장이 물었다.

"이 하나로 감당이 되겠소?"

"필요하다면 추가로 계속해서 지어질 것입니다. 아직도 부지가 얼마나 넓습니까?"

등록일 : 14.01.28 00:03조회 : 7827/7845

"정말 넓기는 넓군요. 만족합니다."

공장용지를 둘러본 칼 회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회장님!"

"어디로?"

"사무실로요."

"그럽시다."

내가 차에 오르는데 이상한 표정을 짓는 칼 회장이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마치

'그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간다는 말이오?'

하는 표정 같았다. 비로소 그의 심사를 이해한 내가 말했다.

"우리 본 사무실은 여기가 아니라, 한참 떨어진 곳에 별도로 또 있습니다."

"그래요?"

고개를 갸우뚱한 그가 차에 올라 내 옆에 나란히 동석했다. 우리는 곧 빠르게 차를 달려 압구정동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칼 회장이 물었다.

"이 공장들도 강 사장의 소유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공장뿐이 아닙니다. 뒤의 16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공터도 제 소유입니다. 저기 저 15층으로 올라가는 것과 똑같은 아파트 1만 세대를 등록일 : 14.01.28 00:03조회 : 7827/7845추천 : 178선호작품 : 7444(비허용)이곳에 착공할 것입니다."

이때는 이미 현대에서 4차를 착공하여 그 골조가 완성되어 한창 내부공사에 진행 중인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그 15층 아파트를 손가락질하며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 답변에 크게 만족한 듯 얼굴에 기쁜 표정을 띤 그가 말했다.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하오. 잘 해봅시다. 앞으로는 우리는 더욱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많은 것 같소."

"감사합니다."

우리는 새삼스럽게 손을 잡고 흔들었다.

우리는 곧 내 집무실로 들어가 이미 작성된 문안에 서로 사인하는 것으로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났다. 이어 벌어진 여담에서 나는 아파트에 들어갈 통신보안시스템도 의뢰를 했다. 이 분야도 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어, 나는 이들의 제품도 한 걸음 진화된 제품의 개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후 곧 이들 일행을 데리고 장춘원(長春園)이라는 갈비 집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이어 우리는 5월 달이 되자 일본의 소니사와도 협약을 체결하여 라디오 연 120만 대, 흑백TV 연산 50만 대, 칼라TV 연산 30만 대, 녹음기 연산 20만대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여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나는 또 이 두 회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6월에는 미국의 IBM과도 컴퓨터 모니터 10만 대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여 역시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AT&T 와도 전화기 50만 대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여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물론 일부는 내수 판매도 할 작정이었다. 또한 장차는 전자교환기 분야도 협력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기 까지는 우리나라의 값 싼 노동력이 가장 큰 재산이었고, 그 다음으로 우리가 워크맨도 세계 최초로 출시한 무시 못 할 전자회사라는 데도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되니 지금의 철 구조물 사업부와 최 계용 과장 조직으로는 도저히 공장 건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건설의 경력사원은 물론 철 구조물 사업부도 인원을 더욱 대폭 보강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역삼동에 공장을 짓게 되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무청을 찾았다. 거기서 나는 학생임을 설명하여 방학 동안에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선처를 요청하였다. 그 결과 나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8월1일 월요일에 논산훈련소에 4주 훈련예정으로 입소를 하게 되었다. 군대 생활을 두 번 하려니 욕지기가 올라왔지만, 이번 4주의 훈련만으로 나는 병역의 의무를 마치니 그래도 할만 했다. 내가 독자이기 때문에 4주 훈련 후 바로 나는 민방위에 편입되어 군 문제는 일생을 통해 해결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입소를 하루 앞둔 7월 31일 한남동 자택에는 세 아내가 모두 모였다. 부모님들께는 걱정을 끼칠까봐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입소한 뒤에 전화를 알려드리라 했다. 전날 회사 간부들과 송별연을 거창하게 벌였기 때문에, 아무리 술이 센 나였지만 오늘은 영 속이 불편했다. 그래서 배를 문지르고 있는 나에게 미정이 물었다.

"아잉, 이제 어떻게 해. 한 달 동안 당신 못 보는 거예요?"

"당연하지."

"우리가 단체로 면회 가면 안 될까요?"

명희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훈련기간 중에는 일체 면허 불허야."

"아! 그동안 우리는 쫄쫄 굶어야 되는 거네!"

수정의 말에 미정과 명희가 얼굴을 붉히는데 수정만은 태연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함인지 명희가 빠르게 물었다.

"그러나저러나 오빠 머리도 빡빡 깎아야 되는 것 아니야?"

"그래, 머리도 깎고 가야지."

"호호호.........! 당신 머리 박박 밀어놓으면 볼만하겠다."

수정의 말에 내가 볼이 부어 말했다.

"그렇게도 좋아?"

"나는 중학교 때의 빡빡 머리가 생각나 나,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은데?"

"엄청 좋겠다. 그러나저러나 속 쓰려 죽겠다."

"우리 해장국 먹으러 갈까요?"

미정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그래, 나가자. 어차피 머리도 밀어야 되니까."

"그런데, 내일은 어디로 가는 거야?"

명희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도안."

"왜?"

"호적대로 도안 애들과 징병검사를 받았고, 집결도 거기서 하게 되어 있어."

"그래?"

"그럼, 오늘 미리 내려가야겠네."

"당연하지."

"이힝!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네."

"누가 죽으러 가냐?"

"그래도.........!"

"오늘 마지막 밤인데, 전부 한 번씩은 안아주고 가야지. 그렇잖아? 모두 한 달을 굶어야 되는데?"

수정이 그렇게 말하며 동의를 구하듯 두 사람을 돌아보니, 두 여인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여보, 오늘은 방 하나만 잡자."

"뭐?"

수정의 대담한 제의에 내가 놀라 눈을 부릅뜨자, 그녀는 태연하게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넷이 한 방에서 뒹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잖아?"

수정의 과감한 도발에 두 여인은 더욱 얼굴만 붉힌 채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재빨리 말했다.

"일단 나가자."

"네, 여보!"

수정이 일어선 내게 팔짱을 척 끼자, 명희가 노한 눈으로 수정을 째려보며 말했다.

"언니는 좀 빠져. 제일 늦게 합류한 주제에 왜 오빠를 혼자 독차지 하려고 들어?"

명희의 생각도 못한 돌직구에 대찬 수정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정이 아니었다.

"내가 제일 연상이다. 그러고 아들 낳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

"그만!"

이게 내버려두면 다툼으로 번질 것 같아 내가 고함을 빽 지르자, 모두 흠칫한 표정으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는 세 여인들이었다.

"앞으로 분란을 일으키는 놈은 제일 먼저 내가 내쫓을 줄 알아!"

초기에 대응을 잘 해야 한다. 이럴 때 그냥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를 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직설적이고 엄한 말로 모두에게 경고를 보냈다. 내 말에 일제히 표정들이 굳어지며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이때 미정이 나섰다.

"여보, 해장국 먹으로 가자면서요. 머리도 깎아야 하고."

"그래. 모두 나가자."

"네!"

일행이 모두 나가 내 승용차에 모두 올라탔다. 미정이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 여인을 내 옆에 나란히 앉게 했다. 내가 양쪽을 끌어안고 번갈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앞으로 절대 싸움을 해서는 안 돼. 알았지? 수정이 너! 알았어, 몰랐어?"

"알았어요."

"명희는?"

"저도 안 할 게요."

"그럼, 됐다. 이제 모두 기분 풀고, 이 서방님 환송연을 벌어야지."

"네!"

"그런데 명희 너는 이제 운전을 좀 배어야겠다. 방학 때 등록해서 배워."

"네, 오빠!"

이때 속으로는

'두 언니들 모두 할 줄 알잖아?'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참았다. 이후 우리는 아침 겸 점심으로 해장국을 먹고 증평으로 향했다. 증평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은 나는 세 여인의 웃음 속에서 식당을 찾아들어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관을 잡아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방은 단 하나였다. 주인이 이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등록일 : 14.01.28 00:03조회 : 7827/7845추천 : 178선호작품 : 7444(비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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