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55화 (155/322)

< --그룹의 면모를 갖추다-- >

다음날 우리 셋은 내 집무실에서 만나 구체적인 협상을 벌였다. 그런데 그들의 보수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 상백 박사의 경우 우리나라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우리 회사 월급의 다섯 배에 해당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배 용석 박사의 경우도 우리 회사 월급의 네 배에 해당되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인상 하나 변하지 않고 그들의 조건을 수용하니, 이번에는 그들이 놀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이 자진해서 월급을 낮추었다. 이 박사의 경우 세 배만 받겠다고 했고, 배 박사의 경우 또한 세배만 받겠다했다. 그래서 최종 조율 된 것이 이 박사의 경우 네 배인 월 4백만 원, 배 박사는 월 3백만 원을 받기로 최종 낙찰을 보았다. 그래도 되는 것이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선진국에 비하면 물가가 싸지 않은가.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더 나을지도 모르는 조건이었다.

이렇게 결정이 되자 두 사람은 곧 출국해서 모든 짐정리를 해서 영구 귀국하겠다고 하며, 한국을 떠났다.

그러고 나서 이틀이 지난 뒤 홍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역시 이번에도 김 회장이 안 놔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종의 결심을 하고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대우 회장실을 찾았다. 역시 거물이다 보니 내 사업가 신분으로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연속해서 3일을 쫓아다녀서야 겨우 면담을 할 수 있었다. 회장실에 마주 앉았는데, 40대 초반이지만 벌써 머리가 반백이었다.

"의외로 젊군. 나는 그래도 일개 사장이라기에 못 돼도 30대 후반은 되는 줄 알았네."

"너무 일찍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용건이 뭔가?"

항시 시간을 쪼개 사는 사람답게 군더더기 빼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김 회장이었다.

"홍 성부 이사를 제게 주십시오."

"홍 이사가 자꾸 사의를 표명하는 뒤에는 자네가 있었군."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내게도 필요한 사람일세."

"제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김 회장의 어투에서 서서히 짜증이 베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홍 이사에게 지금의 네 배 월급을 주실 수 있습니까?"

"자네, 미쳤나? 그게 뭔 소리야? 지금의 네 배 월급으로 스카우트 한다고?"

"재물에 움직일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제의를 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흐흠.........!"

"회장님이 그렇게 주실 수 없다면 그의 앞길을 막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로서는 절대 그렇게 줄 수가 없지. 한 사람만 특별대우를 할 수 없으니, 전부 그렇게 대우해야 된다는 것인데, 이사급 이상만도 어디 하나 둘인가? 그 정도로 필요하다면 자네가 데려다 쓰시게."

"고맙습니다. 회장님!"

"천만에."

손을 저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는 좋은 일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나도 그러길 바라오."

내가 먼저 목례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이렇게 해서 홍 이사까지 우리 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결국 우리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하게 된 사람은 국내에 있는 홍 성부 이사였다. 그 또한 이사 직급에 월급은 자신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기존 업체에서 받던 것보다도 배를 더 주었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나자 배 용석 부장이 합류를 했고, 삼일이 더 지나자 이 상백 이사가 합류를 했다. 나는 이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건설 3인방까지 합류를 시켜, 장차 압구정동에 지을 아파트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물론 이들이 출근하는 대로 모두 인사를 나눈 뒤였고, 장소는 내 집무실 뒤편에 위치한 회의실이었다. 아무튼 압구정동에 지을 아파트에 대한 설계가 벌써 들어갔기 때문에, 층수며 제반 문제를 더 늦기 전에 결정해주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 압구정동 터 즉 16만여 평의 절반을 쪼개 지을, 1차 아파트의 높이와 평형 그리고 내부 평면도를 결정해주는 일입등록일 : 14.01.27 00:04조회 : 7898/7918추천 : 192니다. 이에 대해 의견이 계신 분은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사람은 일본 시미즈 건설회사에 있다가 이번에 부장으로 합류한 배용석 박사였다. 일본 시미즈 건설회사라 하면 지금도 세계 랭킹 5위 안에 드는 업체로, 일본 제1위의 업체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첫 손가락을 뽑는 업체로서, 근 200년의 역사를 지닌 명문 회사였다. 특히 근래에는 동남아시아 나 화교권에서 고층빌딩 공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특히 근래에는 동남아시아 나 화교권에서 고층빌딩 공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회사였다. 그런 그의 발언인지라 그 무게감이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제 생각으로는 15층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기술력이 부족해서라 아니라, 실제로 이를 시공할 업체는 분야별 단종업체일 텐데, 제가 알기로 아직은 고층아파트 시공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호흡 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인력뿐만 아니라 장비도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15층만 해도 애로사항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더 더군다나 제일 중요한 것은 시의 승인입니다. 시에서는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소방 장비로 볼 때, 15층 이상을 진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15층 이상을 짓는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불허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모로 보아도 15층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어 여러 사람이 발언을 했으나 모두 15층으로 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종 단안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고려해 금번 아파트는 15층으로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몇 평형을 얼마나 지어야 할지를 토론합시다."

결국 이 당시 형편을 고려해 18평, 23평형, 27평형을 60%를 짓고, 나머지는 33, 42, 52, 60평형으로 짓되, 평수가 클 수록 그 수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어 우리는 내부 배치도 문제로 들어가 그 문제만큼은 내 의견이 제일 많이 반영되었다. 특히 33평형 이상에서 그러했다. 나는 여기서 지금까지 와는 달리, 최초로 욕실을 2개 채용했고, 최초로 내부 붙박이장을 채용했다.

즉 내부 벽채에 농 기능을 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설치해 농이 필요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 통신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즉 인터폰 기능은 물론 외부 사람의 존재를 화면으로 볼 수 있는 통신설비를 개발해, 이번 입주물량부터 모두 설치키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 모든 중요사항이 결정되었으므로, 나는 김수근 씨에게 이를 통보하고 그대로 설계에 반영해 줄 것을 부탁했다. 회의가 끝나자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통신설비를 개발하기 위해 나는 한남동 연구소로 가기위해 회의실 문을 나섰다. 통역을 위해 이 상백 박사와 함께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정보 팀의 두 팀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간의 일을 보고드릴 겸 건의사항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네, 사장님!"

그러자 이 박사가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들과 내가 소파에 자리를 잡자마자 이 청신 팀장이 먼저 보고를 했다.

"그간 허 부장을 비롯한 양재기 과장 그리고 엄달생 부장과 최만리 과장을 추적한 결과, 이들은 전 하청업체로부터 수시로 상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픔 단가를 내리라고 했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은 업체는, 몇 군데 아예 납품권을 취소한 사례도 있어서, 하청업체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러나 금번 우리 회사로 옮기고 나서는 다행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기록된 보고서입니다."

말과 함께 근 3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이청신 팀장이었다.

"흐흠........!"

깊게 침음한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보고서는 시간을 내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내부 사찰을 통해 보시기에 그들을 장차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오래 데리고 쓸 인물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알겠습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엄 팀장은 건의할 사항이 있다고요?"

"네, 사장님!"

"말씀해 보세요."

"우리의 임무 중 내부사찰도 좋고, 외부의 적에 대한 내사도 좋으나, 저는 좀 더 우리가 건설적인 일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속해 보세요."

"해외파트를 좀 더 보강해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류 기술이나, 인재 등을 포섭하는 등 발전적인 일에 저희들을 써주십시오."

"흐흠........! 아주 좋은 생각이시군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런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죠."

"현 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나, 좀 더 장비를 보강하고 인원도 보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문제에 관한한 두 분에게 전권을 드릴 테니, 필요한 장비가 있으면 얼마든지 사들이시고, 인재도 필요한 인재라면 얼마든지 들이십시오."

"고맙습니다. 사장님! 정말 사장님의 배려에 힘이 펄펄 납니다."

"하하하........! 그렇다니 저도 기분이 좋군요. 그런데 두 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역으로 적이 우리에게 침투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요. 해서 차제에 자체 보안망도 완성하도록 하세요. 절대 외부로 기술 유출이 안 되도록 말이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머지 구체적인 사항은 필요한 장비가 업그레이드되고, 인원이 확충되었을 때, 서로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마칩시다. 내 급히 가보아야 할 때가 있어서요."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 먼저 자리를 뜨는 두 사람이었다. 나는 그들이 나가자 나도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즉 애초에 가려던 한남동으로 차를 몰고 떠난 것이다. 물론 옆에는 이 박사가 동행을 했다. 내가 한남동에 도착하자 예의 모니카 부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모니카 부인을 보는 순간, 이 박사가 잠시 넋을 잃었다가 실태를 깨닫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통역을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요새 날로 유명세를 더 해가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서인지 별로 모르겠는데요?"

"거리에 한 번 나가보세요. 단번에 알아보고 사인 해달라고 순식간에 수백 명의 인파에 에워싸일 테니까요. 저만해도 그런 일을 꽤 여러 번 겪다보니, 외출하기가 두려울 지경입니다. 게다가 외국에서도 인기가 대단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외출 시에나 외국 나들이 때는 필히 신경 좀 쓰셔야겠습니다."

"그래요? 호호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되는 건지, 분간이 잘 안 되네요."

"아마 좋은 현상일 겁니다."

"호호호.......!"

그녀의 웃음을 쫓아 우리는 거실로 안내되었다. 거실에는 예의 네 사람이 모여 있었다. 파벨 씨와 하운스 필드 경 그리고 피터 맨스필드 씨와 브루노 버지 박사였다.

"약속을 안 지킬 것인가?"

나를 보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파벨 씨였다.

"지금 한적한 곳에 대규모 땅을 매입해놨습니다. 하지만 원체 건설 팀이 바쁘다보니 미처 건축을 못하고 있습니다. 늦어지는 대가로 제가 바닷가에도 별장 몇 채를 지어, 휴양을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로 용서를 하지. 용건은?"

"통신장비 하나를 개발해 주었으면 해서요."

"어떤 것인가?"

나는 즉시 설명을 시작했다. 이를 파벨 씨 외에도 주의 깊게 듣는 두 사람이었다.

"인터폰이 되면서, 외부에 온 손님을 안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러니까 전화 기능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내부로 이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겠네요."

"그렇다면 우리 넷이 협조를 해서 한 번 만들어 보는 방향으로 하지."

"그 보다도 강 사장!"

"말씀하십시오."

"자네, 돈 좀 마련되어 있나?"

"무슨 뜻인지요?"

"세 건의 특허를 살 금액 말이야."

"내가 급 희색을 띠며 말했다.

"무슨 특이한 발명이 이루어졌습니까?"

"물론이지."

이렇게 말하고 남 속 터지게 한참동안 뜸을 들이는 파벨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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