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면 돌파-- >
내게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릴, 76년 한 해도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그것도 신정 연휴로 지정된 3일이 지나고 1월 4일이 되었다. 지금 전국은 11일 째 계속되는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14년 만의 강추위로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5.7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도로는 물론 사람들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은 듯 했다. 그래도 나는 수정과 함께 광고촬영 차 3박4일 동안 미국에서 지내고 왔으니, 조금은 나았다. 그간 나는 또 청주 율량동에 평균 3,500원을 주고 3만평의 논과 밭을 사들였다. 또한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우리가 제작한 미니카세트 플레이어의 광고 방송이, 텔레비전 방송 3사 모두로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서 이사의 발 빠른 대응으로 시청율 최고 시간대에 광고방송이 시작되었다. 서 이사는 지금 잠시 귀국했지만 곧, 계속해서 유럽 쪽 방송사들과 협상을 진행 할 것이다. 하여튼 이런 속에서 정부는 구정 즉
음력설을 세지 말고 신정과세를 하라고, 관공서는 물론 기업들마저 1월1일부터 3일까지 쉬도록 독려를 했다. 그러나 나는 여공들이나 모든 사람들이 세는 음력설에 쉴 예정으로, 1월 1일 단 하루만 쉬었다. 그리고 2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출근시켜 시무식을 거행하고, 전 사업장이 본격적으로 새해의 일과에 돌입했다.
그런데 요사이 며칠을 내가 두고 보니 영 아니었다. 연말과 신정의 분위기가 아직 남아서 인지, 아니면 추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웅성거리만 하고, 도저히 업무 추진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벼르던 칼을 빼들었다. 나는 조회가 끝나자마자 서 이사를 비롯한 관리부서 직원들을 집합시켰다. 서 이사, 김 부장, 채 과장, 경리 고 양과 조 양이 나의 명에 따라 서열에 따라 차례대로 섰다.
"모든 것은 유비무환이라고 했습니다. 거대제방도 개미구멍에서 붕괴가 시작된다고 나는 그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감사를 시행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나는 경리과의 장부며 돈부터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으며, 장부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 확인하겠습니다. 고 양과 조 양은 지금 즉시 장부와 보관된 현금까지 전부 꺼내 놓으세요."
"네, 사장님!"
내 말에 긴장이 되어 새파랗게 언 고 양고 조 양이 캐비넷은 물론 책상 서랍을 뒤져 필요한장부며, 현금이 든 금고까지 꺼내놓았다. 김 부장 또한 가만히 있질 못하고, 구석구석을 확인해 필요한 서류를 꺼내 놓았다.
"보관중인 현금부터 확인해 봅시다. 장부상 얼마가 현금으로 보관되어 있습니까?"
"네, 사장님! 1,578,570원입니다."
"그래요?"
나는 금고에 있는 돈을 전부 책상 위로 꺼내놓았다. 우선 다발로 묶여 있는 1만 원 권 백장 묶음인 1백만 원부터 세어보았다. 이것은 정확히 맞았다. 나는 계속해서 1만 원 권, 5천원 권이 뒤섞인 50만 원을 세어놓고, 나머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1,100원이 부족했다.
"1,100원은 어디로 갔습니까? 빵을 사먹었습니까? 아니면 돈이 발이 달려 달아났습니까?"
나의 질책이 고 양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제 칼이며 문구 용품 천원어치를 사고 아직 기록을 못 했습니다."
"장부라는 것이 즉시즉시 기록을 해야지 나중에 미루다보면 착오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100원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겨우 100원 가지고 뭘 저럴까 십지만, 100원이 모여서 백만 원도 되고, 1억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100원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100원이 우습게 보이지만 큰 거래를 하다보면 1억 원도 우습게 여길 때가옵니다. 그때는 1억 원도 100원 같이 취급하실 겁니까? 김 부장님! 관리 똑바로 해야 되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사장님!"
"좋습니다. 다른 것은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첫 번째부터 틀리니 다른 것은 오죽하겠습니까? 기회를 한 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불시에 감사를 한 번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든 장부며 서류를 완벽하게 갖추어 놓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네, 사장님!"
모두 군기가 들어 힘차게 대답하는 제 관리부서원들이었다. 사람이 매양 허허거리면 안 된다. 때로 이렇게 엄하고 치밀한 면도 보여야 부하들이 함부로 못하는 것이다.
"고 양과 조 양은 사무실을 지키고, 세 분은 절 따라 전자공장 현장에 한 번 가봅시다. 요새 주문이 상당히 들어오고 있는데, 벌써부터 주문량을 소화 못하니 큰일입니다. 현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채 과장이 먼저 튀어 나갔다. 우리는 곧 채 과장의 차를 타고 전자공장으로 갔다. 밖이 너무 추워 공사가 일시 중단된 가운데, 공사를 진행하다 만, 공장 곳곳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전자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경을 낀 김 부장은 금방 안경이 뿌옇게 되어 안경을 벗어 닦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현장에 있었던지, 허웅 부장과 양재기 과장은 물론 엄달생 부장과 최만리 과장도 총알같이 튀어왔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요즈음 외국에서 물량 좀 밀려든다고 미처 감당을 못하고 있다면서요?"
"네, 사장님! 지금 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니, 곧 해결이 될 겁니다."
카세트테이프 재생기 라인을 맡고 있는 허 웅 부장이 대표로 대답을 했다.
"현장을 한 번 봅시다!"
나는 허 부장의 뒤를 따라 제 1라인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가지 않아서였다. 카세트플레이어에 들어갈 기판을 조립하는 공정이 있었다.
"이것을 꼭 이 라인에서 해야 됩니까?"
"그럼........?"
"우리 여직원들 월급이며 복지비가 얼마입니까? 내가 볼 때 이 정도는 라인에 올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외주처리하란 말입니다. 아마 그게 훨씬 싸게 먹힐 겁니다. 하청공장을 지정해서 줘도 좋고, 더 싸게 하는 방법으로는 가정주부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대신 검수를 철저히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방법도 있긴 있군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러면 컨베이어 벨트 10m는 끊어내도 무리가 없겠는데요. 그렇게 되면 이송 속도도 훨씬 빨라질 테고."
"맞습니다. 사장님!"
그러고 쭉 가다보니 계속해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부품을 바닥에서 집어 올려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것 좀 보세요. 모두 허리를 구부려 바닥의 상자에서 부품을 집어 조립을 하고 있네요. 그러면 한 번 일어났다 앉았다하는데 시간 로스가 얼맙니까? 바로 옆에서 집어 조립할 수 있도록 지그라든가 작업대를 개선하도록 하세요. 이것만 고쳐도 최소한 배는 생산성이 향상되겠네요."
"네, 곧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
죽 살피며 가다보니 라인 끝에 이르렀다. 비로소 완제품이 나오는 곳으로 이후는 검수반이 제품을 검사해서 포장만 하면 되는 공정이었다. 나는 그 앞에서 서서 시계를 보며 몇 초에 완제품이 하나씩 나오는지 지켜보았다. 정확히 15초였다. 그러니까 1분에 4대밖에 생산을 못한다는 소리였다. 한 라인에 검수요원까지 치면 200명이 달라붙어 1분에 4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너무 늦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내가 보니 정확히 15초에 제품이 하나씩 생산이 됩니다. 이것이 처음의 생산속도였습니까, 아니면 더 나아진 속도입니까?"
내 물음에 허 부장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처음에는 전부 손에 익지 않아 30초에 하나씩 생산되던 것이 절반으로 단축이 된 겁니다."
"내가 볼 때는 너무 늦어요. 이틀에 1초씩 컨베이어 속도를 올리세요. 그래서 최종 5초에 하나씩은 제품이 쏟아지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물론 불량이 쏟아져서는 안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도 못한 결과일 테니까요. 내 말은 계속해 스피드 업 시켜 더 많은 생산성을 올리라는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내가 볼 때는 현장 곳곳을 돌아보면 개선할 점이 많을 것 같아요. 현장의 일은 누가 뭐래도 현장 사람이 제일 잘 압니다. 분임토의라도 시작해서 모든 것을 수렴해,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저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들어주도록 하세요. 하고 좋은 제도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은 수시로 포상도 하고요."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커피포트는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엄 부장이 대답을 했다.
"현재 월 5만 대가 출시되고 있으나, 저희들도 곧 라인 증설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꾸준히 주문물량이 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기기도 일차로 생산성 향상부터 시키고, 증설은 계속해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니 그때 가서 봅시다."
"네, 사장님!"
이후 나는 이들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보고, 공장을 짓고 있는 현장으로 가보았다. 그곳은 날이 추워 공사가 중단 된 가운데 최 과장을 비롯한 주임 둘이 현장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깜짝 놀란 셋이 얼른 일어나 부동자세로 섰다.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작업일정표를 짜고 있습니다."
최 계용 과장이 대표로 답을 했다.
"추운데 고생 많은 줄 아는데, 현장이 저게 뭡니까? 정리, 정돈, 청소는 기본 아닙니까? 아무리 날이 추워 갑자기 공사를 중단했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정신 사납게 해놓고 제대로 된 작업이 되겠습니까? 기본부터 충실하세요."
"시정하겠습니다. 사장님!"
"내 두고 볼 겁니다."
"네, 사장님!"
"지금 물량을 미처 생산 못해 아우성이니, 날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공사 강행하도록 하세요."
"네, 사장님!"
"나오지 마세요."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으며 내가 물었다. 내 뒤를 죽 따르는 간부들이었다.
"학교는 올 3월 달에 개원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사장님!"
"기숙사는 어떻습니까? 마루 바닥재부터 내 최고급으로 깔고, 내부 설비 일체를 최고급 제품으로 쓰라 지시한 기억이 나는데, 그대로 행했습니까?"
"네, 사장님!"
"나는 우리 여공들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월급을 주고, 최적의 환경에서, 제일의 생산성을 내주길 바래요. 그런데 좀 전에는 내 기대에 못미처 간부들이 대표로 혼이 나긴 했지만, 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일등 더 나아가, 세계 1등이 되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고사성어에 지상매괴( 指桑罵槐 )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고, 없는 사람들의 대신 혼나는 것이니, 내 말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비로소 긴장이 조금은 풀어지는 최 과장이었다. 나는 이들을 데리고, 학교, 식당, 기숙사 동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이 과장에서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그들의 의견이 있으면 듣고 했다. 아무튼 나의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전사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미쳤다.
그래서 어느덧 느슨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전 사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고 오늘도 수시로 현장을 확인하러 다니고 있었다. ============================ 작품 후기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 오늘도 너무 많은 분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너무 많은 분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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