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47화 (147/322)

< --정면 돌파-- >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채 과장을 불러 내 차에 태웠다. 그리고 곧 청주를 향해 출발을 했다.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우리는 청주 사직동에 도착했다. 국보제약 골목으로 들어간 나는 곧 방향을 우로 꺾었다.

곧 시골의 풍경과 다름없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락논과 밭이었다. 나는 주변 일대를 쓸어보았다. 저 위쪽이 사직 주공아파트의 쪽문이 있을 것이고, 이곳이 삼영아파트가 들어설 공간이구나.

전생의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차를 돌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곧 복덕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나는 곧 채 과장을 데리고 복덕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30대 초반의 젊은이 혼자 화투로 무슨 그림을 맞추고 있었다.

'참, 너도 할 일 지겹게 없는 놈이구나!'

내심 생각하는 사이에, 그가 얼른 화투판을 두르르 말아치우고 고개를 숙였

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쪽 골짜기 논밭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 곳 요. 두 사람의 주인이 있습니다. 신 씨네 하고, 송가 네라고. 둘 다 부자라........ 그런데 무슨 일로?"

"그 땅을 구입하고 싶습니다만?"

"제가 말씀드린 대로 둘 다, 땅 부자들입니다. 웬만한 가격 가지고는 팔려하지를 않을 겁니다."

"한 번 알아나 봐 주시죠. 얼마면 팔 수 있겠는지?"

"신가네는 집이 이 동네이니 쉽게 알아볼 수 있으나, 송 씨 네는 오종목까지 가야되는 지라?"

"혹시 송가 네라는 집이 목재상 하는 집 아닙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영감쟁이 순 땅 부자구만. 곳곳에 땅 없는 곳이 없으니........'

"내가 지금 문화동에 빌려 쓰고 있는 공장 터도 그 영감님의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영감님의 땅이 곳곳에 많기는 하지요."

하는 짓보다는 그래도 이 업계에 제법 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젊은이였다. 잠시 생각하던 내가 말했다.

"이 동네 산다는 신 씨 네는 사장님이 좀 알아봐 주시고, 송 씨 네는 내가 직접 알아보죠. 그렇다고 서운하게 생각은 마세요. 만약 거래가 성립되면 정보비 정도는 빼드릴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나는 곧 채 과장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간 것은 오종목의 목재상이 아닌 율량동이었다. 즉 연초제조창을 따라 충주방면으로 나가다가, 바로 인가가 끊기면 논과 밭인 공간이었다. 부근의 논과 밭을 한참 둘러보던 나는 곧 다시 차에 올라 복덕방을 찾기 시작했다. 진천 방면과 MBC청주문화방송이 갈라지는 곳에 복덕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채 과장을 데리고 복덕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50대 초반의 사내와 비슷한 또래가 바둑을 두고 있다가 나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충주방면으로 인가가 끊기고 바로 전개되는 논과 밭의 주인을 알 수 있을까요?"

"음.........! 수소문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만, 주인이 하나 둘이 아니라.......... 왜요? 사시기라도 하시게?"

"그렇습니다."

"그래요?"

급 화색을 띠며 적극적으로 나오는 50대 초반의 점퍼였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오늘은 내가 바빠서 이만 가고, 채 과장님!"

"네, 사장님!"

"명함 하나 드리도록 하세요."

"네!"

내 말에 따라 채 과장이 명함 두 장을 꺼내 각각 하나씩 주었다. 그러자 50대 초반의 점퍼가 얼른 자신의 명함을 꺼내 채 과장에게 건넸다.

"한 번 그 땅 전체를 알아봐 주도록 하세요. 그 북쪽도 괜찮습니다. 되는 대로 연락을 주시면 우리가 한 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고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간단히 목례를 건넨 나는 곧 목재상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나는 송 사장을 만나 흥정을 벌였다. 내가 알고 있는 땅의 세 배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도 나는 인사치례로 시세의 두 배 정도까지는 살 용의가 있다고 하고 나왔다. 나는 다시 차를 몰아 사직동의 복덕방으로 돌아왔다. 마침 복덕방을 하는 젊은 친구가 막 돌아오는 참이었다.

"만나보셨습니까?"

"네."

"시세의 두 배를 달라는 데요."

"그러면 교섭을 진행해보세요. 1.5배 정도면 살 용의가 있다고."

"그래요? 알겠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 젊은이였다.

"과장님! 명함 한 장 드리세요."

"네!"

내 명에 따라 두 사람이 명함을 주고받았다.

"교섭이 잘 이루어지거든 연락주세요."

"네, 사장님!"

"가시죠."

"네, 사장님!"

우리는 곧 차에 올라 다시 서울로 출발을 했다.

"앞으로 저쪽에서 연락이 오거든 저랑 상의 좀 합시다."

"네, 사장님!"

4차선 대로로 접어든 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튿날.

오늘은 광고 촬영을 하느라고 나와 수정은 하루 종일 진땀을 빼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정이 아니라 내가 NG를 많이 내서 몇 장면 되지도 않는 것을 하루 종일 찍어야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연기자로서의 소질은 없는 모양이었다. 반면에 수정은 시키는 대로 아주 척척 잘했다. 아무튼 하루 종일 카메라와 조명에 시달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곧 채 과장이 보고를 해왔다. 303호 즉 수정이 사는 집에 전화를 신청했고, 304호도 비어있어서 분양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덧붙여 청주에서 연락이 왔는데, 신가네는 1.5배 정도의 가격이면 팔 용의가 있다는 보고였다. 어쩐 일인지 송가네도 두 배의 가격에 팔겠다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수고했다고 격려한 나는 곧 차에 앉아있던 수정을 태워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차내에서 내가 말했다.

"오늘 전화 신청했어. 그리고 304호도 내가 구입했으니까, 어머니는 그 쪽에 모시는 게 어떨까?"

"정말?"

급 화색을 띠며 반가는 수정이었다.

"아무래도 청주에서 아버지라도 올라오시면 불편할 것 같아서."

"잘했어, 여보!"

쪽!

운전을 하고 있는 내게 기어코 입술에 뽀뽀를 하는 수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그러다 사고 난다."

"앞으로는 조심 할 게. 그런데 이거 뭐야? 언제는 하라고 하드니?"

"그랬나?"

"호호호.........! 하여튼 바쁘니까 사소한 것은 아예 신경 끄고 사는 것 같아."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지."

우리가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아파트에 도착했다. 나는 서운해 하는 그녀를 내려주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나는 채 과장을 데리고 청주로 내려갔다.

나는 곧 사직동 복덕방에 들려 주인 신 씨와 평당 3천 원에 1만 평을 샀다. 그런데 떼어다 놓은 지적도를 보니 니은(ㄴ) 자로 송 씨네 땅을 사지 않고서는, 아파트를 짓기가 영 나빴다. 할 수 없이 나는 송가네의 땅도 평당 4천원을 주고 1만 평을 샀다. 두 집 합쳐 2만 평을 산 것이다. 그러고 나는 청주 사무실에 들러, 요즈음은 대학 본고사에 대비해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명희를 만났다.

모처럼 만에 내가 나타나자 무척 반가워하는 명희였다. 그런 명희에게 곧 몹쓸 말을 지껄여야하는 나로서는 입장이 난감했다. 말이 삼자대면이지 셋을 모아놓으면 어떤 분란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나는 아예 각개 격파를 하기로 하고 우선 마음을 침착하게 가다듬었다. 거실에서 간단하게 안아주고 나는 명희를 이끌고 안방으로 갔다. 명희가 영문 모르고 내 손에 이끌려 왔다. 현재 채 과장은 1층 사무실에서 마 부장을 만나고 있었다.

"명희야!"

"네, 오빠!"

"공부는 잘 되고 있고?"

"잘하면 올해 지방대학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더 열심히 해서 올해 꼭 들어가도록."

"네!"

"그런데 말이다."

"말씀하세요. 오빠!"

"내가 너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하나 있는데........?"

"여자 문제죠?"

"뭐?"

단번에 맞추니 황당해서 나는 눈만 부릅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시피 한 오빠가 여자 문제가 아니라면, 나한테 잘못을 빌 일이 뭐 있겠어요. 그렇죠?"

"맞다. 황수정이라고 딱 한 번 관계를 가졌는데, 아기를 가져 벌써 낳았다."

"아들 이예요? 딸 이예요? 거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얘 말 이예요?"

"한 가지만 물어라. 그리고 네 입장에서는 지금 아들인지, 딸인지가 궁금해야할게, 아닐 것 같은데?"

"그래도요."

"아들이고, 샴프 광고하는 애 맞다."

".........."

갑자기 말이 없는 명희였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명희가 눈물 글썽거리는 눈으로 처량하게 말했다.

"나는 오빠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몸 이예요. 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뭐?"

나는 명희의 반응에 놀라 오히려 침대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잘 알잖아요? 그런 내가 오빠를 떠나서 살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저는 오빠가 저만 안 버리면 돼요."

"고맙다. 명희야!"

나는 달려들어 와락 명희를 끌어안았다.

"나 안 버리는 거죠?"

"세상 끝 날이 와도 너만은 안 버린다."

"고마워요. 여보!"

"뭐?"

오늘만 나를 몇 번이나 놀라게 하는지 모르는 명희였다.

"나는 뭐 '여보'라고 부르면 안 되나요? 언니도 그렇고, 그 수정이라는 여자도, 여보라 부를 것 아니 예요?"

"맞다. 맞아. 앞으로 죽 그렇게 불러도 돼."

"여보, 나 안아줘. 오늘 따라 되게 꼴리네."

"하하하.........!"

어이가 없으니 웃음부터 나오는 나였다. 오늘 너무 충격을 받아서인가, 안 하던 행동만 골라하는 명희였다.

"싫어, 여보?"

"아니. 하자, 해!"

"좋았어. 오늘은 내가 위에서 한 번 할게."

"아이고 야, 너 오늘 제 정신 맞아?"

"그럼, 나라고 못 할 줄 알고. 평소 내가 많이 참고 살아서 그래."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네 마음대로 한 번 해봐라."

"여보, 말만 그러지 말고 얼른 안아 줘."

"좋아!"

이렇게 시작된 행위가 정말 대낮 섹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정말 오늘은 명희 스스로 가 먼저 위로 올라갔다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나는 곧 샤워를 하고 명희에게 작별을 고하고, 사무실로 내려왔다.

채 과장을 데리고 차에 가려는데, 채 과장이 지적을 했다. 서류가방을 안 드셨다고. 나는 곧 2층 안방에 있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보니 그냥 열렸다. 내가 현관 끝 그러니까 거실 직전에 이르러서, 나는 보았다.

명희가 주방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을. 더하여 가늘게 떨리는 어깨와 함께 그녀의 숨죽인 울음소리도 들렸다. 가슴 한 편이 짠해왔다.

"명희야!"

나는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아, 오빠!"

돌아보고 급히 눈물을 훔치며 급 방긋 미소를 지으려 애쓰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새 보고 싶어서?"

와중에도 농담을 건네려 애쓰는 명희였다.

"그래, 이놈아!"

"나는 일 년에 생일이 두 번 이었으면 좋겠다."

"왜?"

"수안보에서만은 내가 오빠를 온전히 소유한 것 같았었거든."

"알았다. 너만 특별히 일 년에 생일 두 번 챙겨주마."

"정말?"

"그래. 그러니 안방에 있는 서류가방이나 가지고 와라."

"쳇, 어쩐지?"

급 실망하며 안방으로 사라지는 명희였다. 가방을 들고 나온 명희가 말했다.

"일 년에 최소한 2번은 나랑 오붓한 시간을 갖자는 거예요?"

"그래, 그래. 이 오빠가 틀림없이 약속하지."

"믿어요, 오빠! 잘 가!"

명희의

'잘 가!'

라는 말에 갑자기 울컥하는 뭐가 있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가방을 들고 나왔다. 멍하니 서 있을 명희가 연상되어 나는 운전을 채 과장에게 맡겼다. ============================ 작품 후기 오늘은 기분이 조금 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생애 최초로 쿠폰란이 계속해서 7위를 달리고 있어서 뿌듯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슬프게도 9위로 밀려났답니다. 이것이 제가 보기에는 제가 덜 받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잘 쓰고 해서 많이 받은 것이거든요. 그러니 그렇게 기분 나빠할 일은 아니죠.

아무튼 오늘도 님들의 사랑에 감사드리고요!

^^한 번 더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리겠습니다.

"대단히 대단히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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