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네 번째 계단-- >
오늘은 정보 팀의 날인지, 그들이 나가자 이청신 정보 2탐장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성과는 좀 있었습니까?"
"네, 사장님! 그동안 수집된 1차 보고서입니다."
십 페이지 정도 되는 보고서를 내게 건네는 이 팀장이었다.
"간단하게 언급하다면 무슨 내용입니까?"
"최 상철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최대 조직폭력배 집단과 얽혀 있었습니다. 그들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죠. 한 가지 더 위험한 것은, 취급 양은 얼마 안 되지만 마약거래에도 얽혀 있었습니다. 더 깊숙이 캐자면 상부 조직폭력배 집단과 선이 닿을 듯한데,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거 내버려뒀으면 큰일 날 놈이었군. 일단은 그 상태에서 손을 떼세요. 우리가 그들과 얽히는 게 싫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상철에게는 분명히 경고를 해서, 더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주시고, 우리의 일을 언급하는 날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린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내가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친구의 말은 가볍게 들을 수가 있어서 부탁하는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
"하고, 이번에 우리 업체에 납품할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명단입니다. 이들을 은밀히 내사하되, 특히 사장들의 성향에 대해서 주목해주세요."
나는 그에게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납품단가 목록을 넘겨주며 말했다.
"단가 부분은 가리고 복사를 하되, 특히 명단이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네, 사장님!"
"하고 필요한 장비나 경비가 있으면 관리과 채 과장이나 김 부장에게 요청하도록 하세요.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면 나가 일 보세요."
"그럼.........!"
간단히 목례를 하고 내 집무실을 빠져나가는 이청신 팀장이었다. 그럭저럭 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가 되었다.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서 이사와 이 미연 양이, 한 장신의 갈색 머리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안드레아스 파벨이라는 발명가임을 알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사님!"
"사장님 안드레아스 파벨입니다."
서 이사의 소개에 나는 자리에 일어나 그를 맞으러 나갔다.
"반갑습니다. 파벨 씨!"
나의 말을 한 옆에 서 있던 이 미연 양이 통역을 해주었다.
"동감이라네요."
우리는 서로 악수를 교환하고 그는 내가 권하는 소파에 앉았다. 그가 자리를 잡자, 내 양옆으로 자리를 잡은 둘 중, 나는 서 이사에게 물었다.
"처음 저 사람이 얼마를 우리 측에 요구 했습니까?"
"50만 달러입니다."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네. 오늘도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그 액수를 고집했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있나요?"
"제 어림짐작으로 20만 달러를 한 번 제시한 적은 있으나, 그 후는 더 이상 협상을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데, 파벨 씨는 우리의 대화가 궁금한지 이 양에게 우리의 대화 내용을 통역해서 듣고 있었다. 지금부터의 대화내용은 모두 이 양이 통역을 거쳐 서로 오가는 대화 내용이다.
"다 들으셨습니까?"
"OK!
""어떻습니까? 한국의 날씨가 덥지요?"
"네, 매우 덥습니다."
아직 9월초라 더운 날씨인데다 시간적으로도 가장 더운 시간이라, 그의 입에서 저런 대답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의 입에서 '예스(yes)'라는 대답만 나올 질문만 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협상 기술 중의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이 처음부터 닫히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부정적으로 흐른 마음은 이것도 관성이 있어서, 여간해서는 반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나의 대화유도는 기술적으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농담 차원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이제 다른 질문을 했다.
"통역을 하는 이 양이 상당한 미인이죠?"
나의 질문에 이 양이 살짝 홍조를 띠고 파벨 씨에게 그대로 통역했다. 그 역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그런데 이 양이 그 다음 파벨 씨의 말을 통역하지 않았다. 나도 그가 말하는 내용은 알았다. 간단하게
'OK, beautiful!'
이라 했으므로 나도 알아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양에게 짓궂게 물었다.
"왜 통역을 안 하세요?"
"호호호.........!"
웃음 끝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이 양이 말했다.
"매우 아릅답다네요."
"제 귀에는 '매우'라는 수식어는 안 들렸던 것 같은데 요?"
"왜 그러세요. 자꾸.........!"
민망한지 여전히 살짝 얼굴을 붉히며 항변하는 이 양이었다. 둘의 대화 내용을 서 이사로부터 통역해 들은 파벨 씨도 파안대소를 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는 조금 더 날씨 이야기를 연장했다.
"사시던 곳의 기후는 어떠했습니까?"
"나는 이탈리아에서도 알프스와 가까운 북쪽지역에 살아요. 이 북쪽지역의 겨울은 대체로 온화한데, 내가 사는 가르다 호가 있는 살로의 1월 평균 기온은 4도C 정도 됩니다. 고지대의 겨울철은 춥고 습합니다. 동쪽으로 갈수록 더욱 추위가 심해지고요."
"잘 알겠습니다."
여기서 말을 끊은 내가 이 양을 보고 주문을 했다.
"이 양, 우리나라의 사계절의 좋은 점만 저 양반에게 소개해줘요."
"알겠습니다."
이후 이 양이 우리나라 기후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한동안 설명을 했다. 이 말을 들은 파벨 씨가 답변을 했다.
"이곳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경제가 발전하려면 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답변을 했다.
"지금 한창 개발 단계의 나라로 십년만 지나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살게 될 겁니다. 나는 그 역할의 한 축을 파벨 씨가 담당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같아서는 별로 한국에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의 대답에 실망한 나는 곧 안색을 굳히고 본격적인 협상에 임했다.
"제 옆에 계신 서 이사님이 어쩌다가 처음에 20만 달러를 제시했는지 몰라도, 제가 볼 때는 20만 달러도 많아요. 왜냐하면 내 입장에서는 이탈리아 한 나라 정도 안 팔아먹으면 그만이니까요."
"하고 댁이 제시한 금액은 터무니없이 많아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이탈리아에 팔아먹어야, 그만한 이익금을 얻어낼 수 있을지 상상이 안가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제가 댁을 우리나라로 초청한 것은 특허료보다도, 이것을 먼저 발명할 수 있는 당신의 재주를 존경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본래 의도는 당신을 우리 회사의 연구원으로 모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특허료도 후히 쳐줄 생각이었는데, 좀 전에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에 매우 실망해서, 제가 제시하는 특허료도 매우 박한 것입니다."
"저로서는 더 이상 협상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니, 그 이상을 원하시면, 멀리까지 오시기는 했지만, 그냥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이 양은 중간 중간을 끊어서 통역을 해주었다.
이 양의 통역이 끝나자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던 그가 어렵게 입을 떼었다.
"만약 제가 이 회사의 연구원이 된다면 얼마만한 연봉을 주실 수 있습니까?"
"먼저 얼마를 원하는지부터 밝혀보세요."
그가 주저 없이 답했다.
"10만 달러!"
나는 10만 달러가 금방 감이 오지 않아서, 현 우리나라 환율인 484원을, 그냥 500원으로 잡고 암산을 해보았다. 즉각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의 돈 시세로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연 5억 원이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터무니없이 너무 많아요."
"나는 그만한 가치를 할 사람이고, 회사에 그만한 이익을 남겨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하로는 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당신이 근래에 흥미를 가지고 개발하는 아이템이 있습니까? 그 아이템은 어느 정도 더 연구를 해야 상품화 할 수 있습니까?"
"내가 요즘 연구하는 것은 손에 들고 다니며 통화할 수 있는 무선전화기입니다. 이는 미국 벨연구소에서 최초로 실용화되었으며, 일본에서도 통화에 성공한 예가 있으니, 아주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나는 이것을 최초로 상용화시킬 꿈을 한고 노력하고 있는데, 혼자는 너무 힘들어요."
"가장 힘든 것이 자금부족입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니 모든 것이 힘듭니다. 내 생각으로는 최소 3년만 더 지나면 벽돌 크기 정도로는 상품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를 잡는 사람은 누구나 돈방석에 앉는 것이니, 오히려 그대가 더 박하게 나오면 다른 물주를 물고 싶어요."
나는 그의 입에서 요즘 말로 하면 휴대폰을 연구하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이를 내색하면 협상이 더 어려워지므로, 나는 표정 관리부터 제대로 하느라고, 매우 힘들었다. 결국 표정 관리에 성공한 내가 시침을 뚝 떼고 물었다.
"나는 그게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인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기초적으로는 실용화에 성공했습니다. 나는 5년 안에 그 크기가 손바닥 만 하게 작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사실 1973년에 이미 휴대폰의 아버지라는 미국의 마린 쿠퍼 박사에 의해 벽돌 크기의 휴대폰은 이미 발명이 된 상태였다. 이것이 10년을 건너 뛰어 1983년이 되어서야 모토로라에서 다이나텍 폰이라고 해서,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상용화 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벨 씨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벽돌 크기라는 사기성 발언에다, 5년 안에는 손바닥만한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니, 내가 그 말을 어디 까지 믿어야 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만약 파벨 씨의 말대로 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지만, 아니면 이것은 그냥 돈만 날리는 것이다. 대박이냐, 쪽박이냐의 갈림길에서 나는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내가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내용의 발언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내가 만약 5년 후까지 손바닥 크기의 제품을 상용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이후로는 무보수로 일하겠습니다."
저 사람의 말에 따라 몇 년이 지나 그런 제품이 개발되어도, 그 또한 대박이라 할 수 있었다. 1989년이 되어서야 모토로라에서 플립 폰이 개발되어 이때부터가 대중화되는 진정한 휴대폰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단안을 내렸다.
"좋습니다. 당신의 제안에서 저는 한 푼도 안 깎겠습니다. 그리고 특허료도 30만 달러 드리고, 한국에 당신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은 물론 승용차, 연구실, 그 외에도 당신이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10명 내외 선에서 스카우트 할 수 있는 권한까지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나의 제안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주 결연한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제안에 따르겠습니다. 우선 그 증표로 계약과 동시에 내게 30만 달러부터 주세요."
"좋습니다. 제가 당신이 개발하고 있다는 제품의 일부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계약과 동시에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OK!
"나의 말에도 자신 있게 즉답을 하는 파벨 씨였다. 이로써 나는 휴대폰 사업을 위한 도박에 뛰어든 것이다. 물론 아직 그가 개발하고 있다는 검증 절차가 남았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쿠폰과 사랑을 주신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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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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