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35화 (135/322)

< --성공의 네 번째 계단-- >

다음 날.

좋은 일이 생기려니 연속해서 기쁜 일이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한 날 한 시에 금성사 팀과 삼성전자 팀이, 동시에 워크맨 양산 시제품 샘플을 들고 내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다. 곧 금성사의 허웅 부장과 양재기 과장, 삼성전자의 엄달생 부장과 최만리 과장이 그들이었다. 마주친 그들이 서로 뻘즘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자, 내가 말했다.

"어차피 이제 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할 처지인데, 서로 인사들 나누시죠. 이쪽은 금성사의 허웅 부장과 양재기 과장, 이쪽은 삼성전자의 엄달생 부장과 최만리 과장입니다. 서로 악수라도 교환하고 통성명을 하세요."

내 소개에 의해 양 팀은 껄끄러운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러자 내가 말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 주세요."

두 팀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 가운데 중앙의 나는 그들이 들고 들어온 샘플을 보고 살펴보았다. 복제품인양 똑같은 외양이니 내부를 전문가가 살펴보기 전

에는 알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우리가 개발한 샘플을 가지고 복제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담배 갑보다 조금 큰 사이즈에 직사각형의 투박한 외형이었다. 나는 이를 몇 번이고 살펴보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무 투박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외양이 이제 와서 예뻐 보일 리는 없었다.

"으흠........!"

침음하며 내가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외양은 한 번 더 손을 봐야겠어. 너무 투박해. 산뜻한 맛이 없단 말이야!'

이야!

'내심 생각을 하며 이의 수정방안을 어느 정도 방향설정을 하고 나는 제품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동안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전 부품이 양산체제를 갖춘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두 팀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는 가격경쟁입니다. 가장 단가가 낮은 제품을 제시하는 제품을 채택해, 대량생산을 할 것입니다. 돌아가시면 하청업체에 이야기해서 최대한 낮은 단가로 납품을 유도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은 곳은 그간 애는 썼지만 폐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 일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주시고요. 아시겠습니까?"

"네, 사장님!"

두 팀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내가 잠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내 손에는 아직은 이상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무선 커피포트가 들려져 있었다. 내가 이것을 이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제 2탄은 이것의 양산체재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것도 빠른 시간 내에 금형개발을 끝내고 각 부품의 납품단가까지 제출해 주십시오. 샘플은 삼 일 후에 하나씩 나누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서로를 바라보던 두 팀이 고개를 저어 할 말이 없음을 표시했다. 나는 이들을 곧 돌려보냈다. 나는 이들이 돌아가자 과 교수님들 중 몇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 학교 교수님들 중에서 어느 분이 디자인에 뛰어나신 가를. 나는 그들의 대답 중에서 공통으로 거명되는 두 명의 교수를 알 수 있었다. 조용제 교수와 민철홍 교수였다. 나는 곧 두 분을 예를 갖추어 찾아뵈었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 회사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조언을 듣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유에 따라 디자이너들도 대거 모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대정전자 산하에 별도의 팀을 만들기로 했다. 나는 곧 실행을 했다. 구인광고를 내어 이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기로 했다. 그래봐야 15명 이내이지만. 아직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요즈음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대였기에 나의 빠른 행보는 분명 가치를 발할 것이다. 곧 한국일보에 광고가 연일 계속해서 대문짝만하게 실리기 시작했다. 곧 접수한 이력서가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곧 광고를 중단하고 선별해서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에는 내가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두 분도 함께 참여하셨다. 그래서 선발한 대표적인 인물 두 명이 있었다. 물론 이 외에도 13명을 더 뽑았지만. 그 인물들 중의 하나는 훗날 88올림픽의 호돌이를 디자인한 디자인파크의 대표 김 현 씨. 그리고 또 한 명은 이제 24살 밖에 안 된 청년, 김 영세였다. 훗날 이 사람은 서태지가 출현해 상표도 안 뗀 괴상한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이 디자인한 옷을 입지 않으면 연예인 측에도 들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예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디자이너였다. 아무튼 이렇게 막강한 디자이너들에게 또 두 분 교수님들의 지도가 더해져 장차 대정전자의 디자인 팀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 전에 나는 먼저 나간 광고에 의해 정보요원 16명도 뽑았다. 이 역시 대문짝만한 광고에 최고 대우라는 구절이 들어 있어서인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거물들을 휘하에 거느리게 되었다. 중앙정보부 해외정보팀장 출신인 엄 삼탁(嚴 三卓) 씨와, 국군 보안사 대령 출신으로 제2처장을 지내고 예편한 이 청신(李 淸新) 씨가 그들이었다. 이들 외에도 뽑은 사람가운데에는 CIA한국지부 요원출신, 북파공작원 출신, 육군 정보사 출신, 심지어 청와대 경호원 출신도 있었다. 너무나 유능한 인물들이 많아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숫자를 뽑았다. 아무튼 내가 이렇게 다양한 인적자원과 유능한 인물들을 뽑을 수 있는 배경에는 내가 이들을 기용하는데 있어서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들 모두가 대한민국에서는 동종 직업군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작은 기업에서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혹자는 말할지 몰라도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업은 곧 사람이다.'라는 것이 내 사업의 모토이자 좌우명이다. 결국은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일진데,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최고의 인재를 모셔서, 일도 제일 빡세게 부려먹자는 것이 내 기업관이다. 그러니 인재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고, 그런 인재들이 서로 경쟁하니 회사는 날로 번창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다. 아무튼 나는 디자인 팀에 제일 먼저 의뢰한 것이 워크맨을 좀 더 콤팩트하고, 산뜻하게 디자인하라는 것이었다.

이어 무선 커피포트도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디자인 할 것을 아울러 지시했다. 그리고 정보 팀에게는 시험적으로 최상철이 놓친 전직 한국유리 과장을 잡아들이도록 했고, 나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뒤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최상철의 약점도 잡아놓도록 했다.

나는 내부의 계획했던 일이 모두 처리되자 가장 시급한 현장으로 달려갔다. 즉 내가 역삼동에 사놓은 임야에 공장 터를 조성하는 현장이었다. 막상 벌써 제품이 다 개발되었는데, 이를 양산할 공장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채 선장 관리과장을 대동하고 현장을 찾은 것이다. 현장에는 두 명의 주임을 거느린 최계용 과장이 소리를 지르며, 현장을 총 지휘하고 있었다. 나와 채 과장이 도착하자 이를 발견한 최 과장이 달려와 인사를 꾸벅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연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떻게 제가 말한 대로 장비는 더 증강시켰습니까?"

"네, 사장님! 굴삭기를 5대에서 10대로 덤프트럭은 100대로 더 임대를 했습니다."

"언제까지 터가 조성이 되겠나요?"

"이 정도 속도면 앞으로 보름 정도는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할 일이 많죠? 기초 터파기 라든가 콘크리트 타설 등?"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빨리 공장을 지어야 되는데, 여주 팀은 언제 공사가 끝나는 것인가요?"

내가 공장 건물은 여주 유리공장을 짓고 있는 팀을 투입한다고 사전에 알려줬기 때문에 최 과장이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들도 비슷한 시기에 끝나겠네요. 내 그 현장에도 찾아가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나도록 채근을 하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저희들도 하루라도 빨리 끝나는 방향으로 야근도 불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헌데........"

"말씀 하십시오. 사장님!"

"최 과장님 개인 신상이라 꺼려지는 바가 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럼, 안심하고 묻겠습니다. 상과 출신이 어떻게 해서 건설현장에는 몸을 담게 되었는지요?"

"아, 네. 그 문제요. 원래 저는 국동건설의 경리과에 근무했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신임 사장과 종종 다투게 되었지요. 제가 너무 입바른 소리를 잘하다 보니, 사적으로 공금을 유용하지 말라 던지 등등 뭐 하여튼 되지 못한 충고를 몇 번 하다 보니 눈 밖에 났지요."

"그래서요?"

"결국 저를 현장 경리로 쫓아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자원을 했죠. 이럴 바에는 저를 현장 감독으로 배치를 해달라고요. 그랬더니 그 말만은 쉽게 들어주더라고요."

쓰게 웃은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 후 저는 낮에는 현장 일을 하고 밤에는 죽어라고 공부해서 건축 및 토목기사 1급을 각각 따게 되었죠. 그 후 좀 큰 건설 현장이라도 맡는가 했더니, 맨날 작은 현장에 말단이더라고요. 결국 제가 그 회사를 포기하고 이리로 옮기게 된 것이죠."

"그런 곡절이 있었군요.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저는 누구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진급도 시키고 보수도 올려줍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문제가 다르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열심히 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믿습니다. 그런데 두 주임은 열심히 하던가요?"

"빠릿빠릿하니 잘 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군요. 내 서둘러 나오느라고 간식 하나 못 사왔는데, 현장 인부들하고 막걸리라도 한 잔 하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사양하는 최 과장에게 5만 원을 집어주고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바로 여주로 날아가 그들의 작업을 하루 종일 감독하여 일정을 단축하도록 격려해 마지않았다. 그날 퇴근 후의 일이었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일찍 퇴근을 했더니, 웬일인지 미정이 다정이를 업고 저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줌마는?"

"오늘 자식들이 올라와 저녁 사준다고 해서 모처럼 외출을 허락했어요."

"그런데 왜 힘들게 다정이는 업고 그래? 혼자 잘 놀지 않아?"

"이제 혼자 걸어 다니니까 너무 일을 저질러요. 그래서 업고 일하는 게 편하다 싶어 업고 있는 거예요."

"알았어. 이리 줘."

"네. 다정아, 아빠가 하고 놀아."

"응."

"응이 뭐야? 네 해야지."

"네, 엄마!"

아이를 끌어내리며 모녀간의 다정한 대화였다.

다정이를 덥석 안아든 내가 물었다.

"우리 뭐 하고 놀까? 강 다정!"

"숨바꼭질."

"좋았어. 아빠가 술래다 어디 숨어봐. 아빠가 찾을 게."

"응."

"또 응이라네. 엄마 말 못 들었어?"

"네. 아빠 눈 감아."

"그래."

나는 눈을 감는 척하고 살짝 뜨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결국 멀리도 못 가고 열린 안방 문의 문짝 뒤로 숨는 강 다정이었다.

"찾아봐. 아빠!"

"그래~! 우리 다정이 어디 숨었나?"

나는 일부러 현관 쪽으로 걸어가며 찾는 시늉을 했다. 이어 욕실, 소파 뒤 등을 뒤지고 다니니, 참다못한 다정이 문짝 뒤에서 나오며 소리쳤다.

"나, 여기 있지롱~!"

"아이고, 꼭꼭도 숨었네. 거기 숨어있으니 아빠가 못 찾았지."

부녀지간은 이렇게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한동안 놀았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다 되어 우리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았다.

주방에 식탁도 꾸며져 있었지만 때로는 거실에서 따로 상을 차리게 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먹곤 했다. 이제 밥도 곧잘 먹는 다정이를 내가 안고 밥을 먹이다보니 평소보다는 내 식사시간이 늦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미정과 거의 동시에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때 미정이 일어나 상을 치우려 하기에 내가 번쩍 들어, 주방 앞에 놓아주고 물었다.

"공부는 잘 되고 있는 거야?"

"네, 그럭저럭요."

"애매한데?"

"잘 되고 있어요."

그런데 말하는 폼이 영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더 열심히 해. 올해는 꼭 대학에 들어가야지."

"네, 서방님!"

"그러나 저러나 우리 이제 애 하나 만들까?"

"안 돼요. 여보! 그럼 나 학교 어떻게 다녀."

"농담이야, 농담."

"헤헤헤........! 조금 만 더 참아요. 제가 졸업하는 날 졸업 기념으로........."

"젠장, 명 짧은 놈은 그러다 죽겠다."

"말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세요. 괜히 기분 나빠요."

"알았다. 알았어. 얼른 끝내고 들어와. 오늘은 아줌마도 없는데, 괴성을 질러도 되니까. 진하게 한 번 하자고."

"우리의 불침번은 어쩌고요?"

"허허, 또 우리 강 다정이 있었군. 오늘은 수면제라도 먹여서........."

"말을 해도 꼭 저이는........."

"농담이고, 아무튼 빨리 끝내고 들어와."

"네."

말을 하며 나는 미정의 히프를 한 대 툭 쳐주고 안방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변함없이 애독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많은 쿠폰을 쾌척해주신 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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