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27화 (127/322)

< --(주)대정(大正)-- >

점심을 먹고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나는 두 와이프를 데리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우리 세 사람에게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우리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아예 즐기는 단계에 까지 진입을 했다. 셋은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물장구를 치는 등 재미있게 놀다가 내가 갑자기 미정의 머리를 눌러 물을 먹이자, 재미있어 하는 명희였다. 그녀 역시 예외일 수가 없어서 나는 그런 명희마저도 물속에 집어넣고 물을 먹였다. 그러고 나니 이것도 재미가 시들해져 나는 두 여인에게 내기를 걸었다.

"내가 저 앞에 있는 오리 바위를 무사히 헤엄쳐 갔다 오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1분간 뽀뽀하기. 어때?"

"좋아요! 파이팅 하세요!

"명희 너는!"

"저도 찬성. 오빠 파이팅!"

경포 앞 바다에는 백사장 끝에서부터 오리쯤 되는 곳에 바위 하나가 돌출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끔 수영 잘 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올라가 놀다가 돌아오곤 했다. 나는 지금 그 바위를 향해 헤엄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두 여인에게 한 것이다. 나는 두 여인 앞에서 폼을 재고 몸을 푸는 척하다가 드디어 출발을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물길이라는 곳은 두 눈에는 가깝게 보여도 막상 가려고 하면, 굉장히 먼 곳이 물길이었다. 금방 눈앞에 보이는 듯해 출발을 했지만 바위는 멀고 도 멀었다. 한참을 헤엄쳐 그곳에 도착하니 힘이 쭉 빠졌다. 돌아갈 길이 아득했다. 처음에는 응원을 하느라고 소리를 지르던 두 여인도 이제는 지쳐서 잠잠해진 지금, 나는 10분 이상을 그 바위에 올라앉아 기력을 회복한 후 다시 출발을 했다. 그러나 역시 힘들었다. 중간에 오니 돌연 힘이 쭉 빠졌다. 나는 이때부터 배영으로 즉 드러누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힘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수시로 방향을 확인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곤 했다.

천신만고 끝에 백사장에 도착한 나는 두 여인의 축하고, 키스고 뭐고 다 귀잖아 그대로 텐트로 향해 걸어갔다. 그렇지만 마음속에서는 기쁨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전생에서 한 번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나는 막연한 깊은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의 쾌거로 인해 많이 가신듯 해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던 것이다. 물론 물에 대한 공포심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오늘의 이 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희석된 것도 사실이었다. 잠시 누워 있다가 기력을 회복한 내가 내 곁에 얌전히 앉아 있는 두 여인에게 말했다.

"다시는 이런 내기 안 한다. 보기보다 물길이 너무 멀어 죽을 뻔했다."

"거 봐요. 누가 내기를 하래요?"

미정의 말에 빙긋 웃은 내가 말했다.

"약속은 지켜야지."

"쳇, 알았어요."

미정이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살짝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됐지요?"

"되긴 뭐가 돼. 다시!"

나의 말에 할 수 없이 다시 뽀뽀를 하려고 입술을 접근시키는 그녀였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살짝 대었다가 또 도망가려는 미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꼭 붙들어 뒤로 드러누우며 그녀에게 짙은 입맞춤을 했다.

"음........ 음.........! 아~ 여보!"

정말 1분 정도를 채우고 나서 놓아주니 흥분이 되는지 발그레 홍조 띈 얼굴로 물러나는 미정이었다.

"다음 차례!"

"오빠가 와서 그냥 해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명희 네가 와."

"아이 참, 내!"

마지못해 입술을 접근시키는 명희였다. 나는 아예 그녀를 꼭 붙들어 처음부터 깊게 키스를 했다.

"오빠, 오빠! ........."

허덕이는 명희를 떼어놓고 나니 내 아랫도리도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둘은 피부를 태운다고 밖으로 나가 모래찜질도 하고, 일광욕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녀들을 지키느라고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했다. 그날 저녁도 내가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벌써 꾀가 나서 나는 사온 꽁치통조림에 간만하고 거기에 계란 하나만 풀어 넣고, 파를 조금 썰어 넣은 정도로 반찬을 만들었다. 그래도 밑반찬으로 김과 김치, 깻잎이 있으니, 배고픈 판에 다를 맛있게 먹었다.

밤이 되었다.

밤이 되자 곳곳에 캠파이어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통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때로 어떤 미친놈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기도 했다. 우리도 작은 모닥불 하나를 피워놓고 술과 마른안주도 몇 접시 갖다 놓았다. 그리고 모닥불 곁에 둘러앉아 나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등대지기, 송창식의 고래사냥, 어니언스의 편지 등을 부르다가 나는 박인희의 모닥불을 손으로 하나하나 뜯었다. 노래도 함께 부르며.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내 노래가 끝나자 두 여인이 박수를 치며 아주 좋아라 했다.

"아, 우리 오빠는 노래까지 잘 부르네. 노래면 노래, 수영이면 수영, 사업도 잘해, 공부도 잘해. 도대체 못 하는 게 없네."

명희의 말에 내가 웃으며 명희를 불렀다.

"명희야!"

"네?"

"밤일은?"

"깔깔깔..........!"

미정이 낄낄거리고 웃는데, 명희가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것도 잘 해요."

나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다. 팩 돌아서며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몰라욧!'

하고 외칠 줄 알았다. 왠지 김이 샌 느낌인데, 이번에는 미정이 물었다.

"언제 기타는 그렇게 배우셨어요? 모충동에 있을 때도 치는 것은 물론 기타도 못 봤는데."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명희가 말했다.

"오빠가 어제 갑자기 기타 사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 건데. 나는 폼으로 들고 다닐 줄 줄 알았더니........."

"중학교 때 배웠다."

"어쩐지.........."

고개를 주억거리는 두 사람이었다.

사실은 전생에서 배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기타를 치려니 혼이 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코드를 짚는 손에 못이 박혀 있어야 안 아픈데, 전혀 그렇지 않아 지금 왼손 끝이 되게 아파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살살 짚으면 금방 표시가 나서, 소리가 단번에 틱틱거리며 표시가 났다. 그러니 아프더라고 꼭 짚어야 했다. 나는 갈증이 나 맥주를 따라 한 잔을 권했더니 아무도 안 마셨다. 오줌 누기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낮에 소변본다고 한 번 씩 다녀오더니 물마저 아주 적게 마시는 두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신병훈련소마냥 그냥 구덩이를 판 위에 판자나 덜렁 2개 얹어놨으니, 오죽하겠는가. 가림막도 시원찮아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용변 보던 여자들 경기 들리기 딱 맞고.

나 혼자 코펠 밥그릇으로 한 잔을 비우고는,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 전생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곡이었다. 난이도가 높아서 이 곡만 한 달 이상 죽어라하고 연습한 곡이었다.

모처럼 연주를 하려니 중간 중간에 악보가 기억이 안나 빼먹기도 했지만, 두 여자가 알게 뭔가. 아무튼 내가 연주를 끝내고 나니, 두 사람의 박수 외에도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연주에 심취해서 몰랐지만 어느새 우리 텐트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신이 나서 '금지된 장난', '엘리자를 위하여' 등의 곡을 연속해서 연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사람들을 흩어놓기 위해 아주 장난스러운 곡을 연주했다.

산 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그런데 관중들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재미있어 하는 지라, 나는

'공연은 여기까지!'

라는 말을 남기고 텐트 속으로 쓱 들어가 버렸다. 밤이 깊어지자 젊음의 열기가 불타던 백사장도 그 열기가 점점 시들해져갔다. 초병들은 바다에 쫙 깔려 더 이상 바다로의 접근을 불허했고, 이따금 부는 해풍은 한여름 밤의 열기를 식혀주곤 했다.

한여름 밤의 꿈이 깊어가는 그 시각.

텐트 안에서는 우리의 사랑도 깊어가고 있었다. 집에서 떠나오기 전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어르고 달래, 결국 두 여인을 뜨겁게 달구는 데까지 나는 성공했다.

번갈아가며 하는 애무에 두 여인의 신음이 고조되어갔다. 나는 먼저 미정의 상체 위에 먼저 몸을 실었다. 그리고 옆에 나란히 누운 명희에게는 손가락을 사용해 봉사(?)를 했다. 양쪽에서 내지르는 신음이 상승 작용을 해, 미정이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절정을 맞아 푸들들 떨었다.

명희도 그 즈음이었지만 아직 절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나는 명희를 반듯하게 누워있는 미정의 상체에 서로 마주보고 오르도록 했다. 그러니까 명희는 내게 후위가 되었다. 나는 이제 명희에게 삽입을 하고 피스톤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때 미정도 절정에서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미정에게 말했다.

"빨아줘."

금방 알아들은 미정이 스스럼없이 명희의 가슴을 빨았다. 명희의 신음이 더욱 고조되며 나도 사정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였다. 갑자기 텐트의 전면이 와락 무너졌다. 폴대가 쓰러지고 텐트의 전면이 완전히 찌그러들었다. 그 위에 두 놈이 쓰러진 형상이 보였다.

"이 개새끼들!"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나는 재빨리 명희의 그것에서 빼내 주위를 두리번거려 팬티를 걸쳤다. 두 놈은 어느새 사라졌는지 형체도 없었다. 나는 찌그러진 텐트를 간신히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 세 놈이 어깨동무를 하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른 곳도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른 쪽에도 잠들지 못한 패들이 몇 패 비척거리고 있는데, 어느 놈들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노래를 부르며 가는 치들이 맞긴 맞는 것 같은데 아무나 쫓아가 팰 수도 없고.

나는 낭패한 심정으로 다시 텐트로 돌아와 다시텐트를 복원했다. 이때의 심정을 말하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생 살다 보면 때로 빤쯔에 똥 묻는 날도 있다.'

그러나 또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

라는 시조였다.

'젠장.........!'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간 나는 곧, 놀란 두 여인을 달래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명희가 먼저 절정에 올랐다. 반대로 이제 미정이 후위자세가 되면서, 두 여인이서로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전의 일도 있고 해서 깨어난 명희가 내 말이 없어도 열심히 미정의 풍만한 가슴을 빨았다. 미정이 금방 절정에 올라 푸들거렸다. 나 역시 두 여인을 절정까지 끌어올리느라고 가까스로 참고 있었으므로, 함께 열락의 낙원으로 떠났다. 이후 나는 가운데 반듯하게 누워 두 여인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잤다.

그런데 요것들이 이제야 부끄러운지 모두 내게 등을 돌리고 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관대한 나는 그녀들을 내버려두고 바로 잠이 들었다. 이튿날 나는 새벽부터 빠르게 짐을 꾸려야 했다. 두 여인 때문이었다. 나야 평소의 습관대로 4시면 기상을 해서 벌써 아침운동까지 마치고, 아침까지 해놓았다. 이때서야 두 여인이 깨어났다. 그러더니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다.

이때 대체로 본 시각이 6쯤 되었는데, 벌써 화장실 앞에는 길게 열이 지어져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었다. 사람 수는 많고 화장실 수는 몇 개 지나지 않으니,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네들은 그 앞에서나 구르지, 아예 가지도 못한 미정과 명희는 어떻게 소리만 연발하고 있었다. 비상대책이 필요했다. 나는 대충 짐을 꾸려 두 여인을 차에 태웠다. 그리고 부근의 상가로 향했다.1층은 식당, 지하는 다방인 곳이 보였다. 나는 두 여인을 각각 한군데 씩 소개시켰다. 명희는 지하다방으로 미정은 1층 식당으로 보냈다. 결국 두 여인은 키 하나씩을 받아들고 1층에서 합류했다.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바로 직전에 있는 화장실을, 식당이나 다방이 공히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 한사람 밖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 옆에 또 하나의 화장실이 있긴 있었으나, 그것은 남자용이었다. 명희가 양보를 하여 미정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급히 1층으로 뛰어들었다. '아침밥을 꼭 사먹어야 된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동의를 하고 나는 남자 화장실 키를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명희에게 남자화장실 키를 주고 나는 아예 그 앞에서 망을 보아야 했다. 급하니 명희도 남녀 가릴 새가 없는 지 얼른 들어갔다. 아, 글쎄 이것들이 얼마나 오래 있다 나오는지, 나는 다리가 저려서(?) 죽을 뻔했다. 이후 우리는 1층 식당에서 육개장 한 그릇씩을 사먹고, 지하에 가서 커피도 한 잔씩 사먹어야 했다. 관광지 인심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아무튼 이왕 짐을 꾸린 것, 나는 바로 두 여인의 동의하에 서울로 향했다. 가면서 두 여인이 시시닥거리더니 예전보다 훨씬 친해져 미정도 이제는 명희를 부를 때, '명희 씨'가 아닌 동생이라 부르고 있었다. 가다가 나는 문박에서 다시 방향을 꺾어, 공사 현장을 다시 한 번 들렸다. 내 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내 말대로 이들은 창고 동 공사부터 착수했다. 그리고 차양막도 설치하고 있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금일봉을 주어 그들을 격려하고, 다시 상행 길에 올랐다.

그런데 공장을 출발하자마자 미정이 나에게 요구를 했다. 이제 운전면허를 땄으니, 한적한 곳에서 주행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툭하면 논두렁으로 쑤셔 박으려고 했다. 정지를 명하면 또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몇 번을 씹겁한 나는 아예 차 키를 뺐었다. 그리고 말했다.

'돈 내고 학원에서 정식으로 도로주행 교습 받으라.'

고.

미정 왈

'올해는 대학 입시 때문에 안 되고, 대학 입학 후 내년에 받겠다.'

고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의 피서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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