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26화 (126/322)

< --(주)대정(大正)-- >

내 차가 기초로 콘크리트 타설 만 해놓은 공장 입구에 멈추어 서자, 일하던 인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차에 쏠렸다. 이 외진 곳에 웬 차가 와서 멈춰서는 가 싶은가보다. 나와 두 와이프가 차에서 내리자 철 구조물 파트의 최종 책임자인, 40대의 손 영태 차장이 내게로 쏜살 같이 달려왔다. 나는 아직 그와의 거리가 있어서 두 와이프에게 지시했다.

"준비한 냉커피와 빵 좀 내리지."

"어쩐지 우리가 먹을 양 치고는 무척 많다고 생각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데 아이스박스가 너무 무거워요. 당신이 내리면 안 될까요?"

미정의 말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팔 굽혀펴기 더 해야겠군."

"에헹~!

"알았다. 천상 내가 내려야지, 뭐."

나는 트렁크를 열고 아이스박스를 내렸다. 그동안 명희는 큰 봉지로 두 개나 되는 제과점 빵을 내렸다. 수량이 100개였던 까닭에 봉지 하나로는 어림도 없

었다. 명희가 내린 두 봉지 중 하나를 미정이 받아들었다. 이때 이미 손영태 차장이 내게 접근해 인사를 꾸벅했다.

"사장님이 이 외진 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더운데 너무들 고생하는 것 같아, 일부러 들렸어요."

그렇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경포대 놀러가다가 들렸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시군요. 손에 드신 것은 뭡니까?"

"고생하는 여러분들 드리려고 내 내자들이 탄 냉커피예요."

"아이고, 뭐 이런 걸 다! 제가 들겠습니다. 주십시오. 사장님!"

"그럼, 그럽시다."

나는 아이스박스를 손 차장에게 넘겨주고, 두 아내의 빵 봉지를 받아들었다.

이를 본 손 차장이 아이스박스는 들고 엉거주춤 인사를 했다.

"사모님들, 이걸 들었더니 제대로 인사도 못하겠네요. 철 구조물 파트 손 영태 아름다운 두 분 미녀께 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보기보다 얼굴이 두꺼운 손 차장의 인사에, 두 사람이 살짝 홍조를 띠며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두 분 미인을 보니 더위가 싹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어머!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손 차장의 넉살에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앞이나 잘 보고가요. 그러다 넘어지겠어요."

"아, 네 네!"

"야, 너희들 뛰어와 이거, 안 받아!"

내 말의 뉘앙스가 전이되었는지, 손 차장이 부하들에게 빽 하니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제일 나이 어린 친구들 서너 명이 급하게 달려와, 손 차장의 아이스박스는 물론 내 빵 봉지도 받아들었다.

가는 동안 현장을 휘둘러보니 대형 공장의 건설 현장답게 곳곳에 흩어져 일하는 사람이 50명 정도는 되었다. 우리 직원 30명에 일용노동자들로 기초 앵커 볼트를 시공해 놓은 곳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길이 300m 폭 100m인 공장 터는 이미 콘크리트가 타설되어 있었고, 도면 상 앵커볼트를 시공할 장소만 빠져 있었다. 그곳에서 눈을 떼어 빔 작업 조를 보니, 과장 세 명은 10m에 이르는 긴 H빔에 석필로 마킹을 하고 있었고, 대리급은 이를 산소로 절단해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임 급은 대형 볼트를 걸 지점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었다. 나머지는 신입들은 모든 공정이 끝난 H빔에 노라로 1차 도색을 하고 있었다. 또 주임 일부는 신입들을 데리고 앵커 볼트를 걸 지점에 앵커볼트 설치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작업내용을 파악한 내가 이제 빈손이 된 손 차장에게 물었다.

"저 C형강은 제일 나중에 작업 들어갈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사장님!"

"너무 어지럽게 쌓여있는데, 똑바로 정리 좀 해주시고, 저 방청페인트는 녹을 제거하고 칠하는 것입니까?"

"그냥..........!"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나의 노성에 깜짝 놀라는 손 차장이었다.

"남의 일을 내일 같이 해야죠. 당연히 녹 부위가 제일먼저 상할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습니다. 다시 녹 제거하고 작업하세요."

"네, 사장님!"

"그리고 크레인은 언제 예약이 되어있습니까?"

"일주일 전에만 얘기해달라고 해서, 아직 계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더운데 고생하는 것은 아는데, 미리 미리 계획 세워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최고 지휘자는 같이 일하는 것보다, 이런 기획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괜히 일한답시고 미처 앞일 준비를 안 해놓으면, 당장 50명이 노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괜히 더운 날 와서 잔소리만 늘어지게 했는데, 작업자들 모두 불러 모으세요. 빵에 시원하게 냉커피라도 한 잔씩 들고 일하게."

"고맙습니다. 사장님!"

"전원 집합!"

손나발을 만들어 넓게 흩어져 있는 작업자들을 불러 모으는 손 차장이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는지 채 10시도 안 된 시각인데, 벌써부터 온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햇볕은 쨍쨍 내려쬐고 있어 벌써부터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날씨에도 전부 노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차양막 하나 없이 그냥 햇빛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단지 천막 몇 동만이 외롭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손 차장에게 말했다.

"이래서는 너무 고생들이 심하겠어요. 우선 그늘에서 일할 수 있도록 차일 치는 작업부터 하세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그 작업부터 시행하세요."

"네, 사장님!"

"그리고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식당 하나를 지정해서 대먹고 있습니다."

"잠은?"

"민가 곳곳에 흩어져 자고 있는데, 그것이 제일 불편합니다."

"이곳에 창고동도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사장님!"

"그것부터 지어. 거시서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세요. 밥도 그곳으로 날아오라면 될 것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사장님!"

"오늘 잔소리가 길어지는데.........."

"아닙니다. 사장님! 다 저희들을 위해서 그러시는 것인데요. 뭐."

"아무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사람 잡지 말고 취침을 시키도록 하세요. 그러고 조금 늦게까지 작업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네!"

"그리고 소금 물 수시로 먹여 일사병을 예방하고, 정 더운 사람은 찬물로 빤 수건을 자주 교체해 쓰도록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니래도 이곳의 펌프 물이 아주 시원합니다."

"잘 됐군요."

"자, 이제 적지만 빵 하나씩 들고 일을 합시다. 한 사람 앞에 두 개씩은 돌아갈 테니, 두 개씩 나누어주고, 냉커피도 한 잔씩 하도록 하세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사모님!"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

곧 빵과 냉커피를 나누어주자,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과 감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빵도 제과점 빵이니 먹을 만 할 것이다. 그들이 휴식시간이 끝나자 나는 그들의 단체 배웅을 받으며 현장을 떠났다. 강릉까지 뚫린 영동고속도로 2차선도로를 타고 우리는 비교적 한가한 길을 질주해 왔다. 이 당시 마이카 족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까 꼭 전생의 이맘때도 나는 경포대에 한 번 놀러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충북 제천에서 0시 몇 분 청량리 발 열차를 타고, 밤새 짐칸에 시달려가다가 아침 9시가 넘어서야, 강릉에 도착한 기억이 있었다. 그야말로 3등, 3등 완행열차에 통기타를 든 젊은이들 하며, 앉을 좌석이 모자라 서 있는 것은 물론, 일부는 짐칸에도 사람이 올라가 여행하던 시절이었다. 강릉에 도착하니 벌써 정오가 훨씬 지나있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나는 두 사람의 협조를 받아 빈 백사장 한 옆에 2인용 텐트를 쳤다. 내가 일부러 작은 것을 구매한 것이다. 아무튼 그렇잖아도 작은 텐트에 꼭 필요한 것만 텐트에 옮겨놨는데도, 벌써 텐트가 반은 차는 기분이었다.

내부를 둘러본 둘이 툴툴거렸지만 나는 아랑곳없이 미리 사준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 시범으로 내가 제일 먼저 갈아입고나와 식스팩, 벌크맨 근육을 자랑했다. 그러고 나는 두 와이프가 동시에 옷을 갈아입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나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두 여인은 서로의 알몸을 보여주기 싫은지 차례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던 것이다.

"너무 덥다. 바닷물로 뛰어들자."

"배고파요. 밥부터 먹고."

"젠장..........!"

미정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데 와서는 남자가 밥을 해야 낭만이라나 뭐라나. 떠나오기 전부터 두 여인이 나를 들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밥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나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라면이나 먹지?"

"에잉, 모처럼 당신 솜씨 좀 발휘해 봐요."

미정의 말에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푹푹 쉬고는 코펠에 미리 가져온 쌀 반을 담아, 물주머니와 함께 들고, 공동화장실과 수도가 있는 제일 북쪽 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물을 받고 쌀을 씻어 돌아온 나는, 알콜 버너에 불을 붙여 쌀이 든 코펠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반찬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런데 두 여인은 더워서 천막에는 도저히 못 있겠다고, 바닷물 속으로 달려갔다.

"젠장, 요것들 봐라. 어디 밤에 좀 보자."

나는 내심 굳세게(?) 다짐하며 감자를 벗기고, 파를 쫑쫑 썰어 놓았다. 이어 나는 이어 북어를 잘게 찢어 놓은 놈을 꺼내놓고는, 코펠에 들기름을 듬뿍 들어부었다. 그리고 예비용 석유버너를 압축시켜서는 불을 붙였다.

그 위에 코펠을 올려놓은 나는 우선 감자와 북어를 집어놓고 잠시 동안 달달 볶았다. 이어 물을 붓고 고추장을 푼 다음, 파 썰어 놓은 놈을 제일 나중에 넣고, 갖은 양념을 그곳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미원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후추를 조금 넣은 정도였다. 그러고 나니 땀 닦을 여유가 생겨 목에 두른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훔치고는, 두 여인을 찾으니, 갑자기 내 두 눈이 십리는 튀어나왔다. 내 두 와이프 곁으로 젊은 아새끼들이 뱅 둘러싸서 물을 끼얹는 등 온갖 난동(?)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밥이야 타거나 말거나 국이야 끓어 넘치거나 말거나, 그딴 건 지금 생각 밖이었다. 나는 평소 11초에 뛰는 100m 달리기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 뭐하는 거야! 남의 와이프를 희롱하다니! 자신 있는 놈 다 나와 한판 붙자!"

나의 고함에 갑자기 주위가 싸해졌다. 대부분이 나를 흘끔흘끔 바라보며 흩어지는데, 유독 세 놈이 일행인지 눈깔에 힘을 주고 나를 꼬나보고 있었다. 나는 물살을 가르며 세 놈에게 거침없이 다가갔다.

나의 기세에 떡대는 산만한 것들이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초장부터 기선 제압이 된 것이다. 나는 녀석들의 곁으로 다가가자 중앙의 제일 덩치 좋은 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피한다고 피했으나, 복싱으로 달련된 나의 주먹속도를 미처 다 피하지 못한 놈이, 관자놀이에 한 방을 막고는 그대로 기절하여 물속으로 처박혔다.

이에 대경한 두 놈이 나는 젖혀두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얼른 상체를 굽혔다. 나는 그런 놈들에게도 사정없이 녀석들의 히프에 앞차기 한 방씩을 날렸다.

"꽥!"

히프에 맞았는데도 얼마나 아프고 위력이 있었던지, 그냥 물속으로 처박히며 차례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두 놈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누라 둘을 이끌고 물 밖으로 나왔다.

"뭘 봐!"

희한한 구경거리에 바닷가에 모여 있던 구름관중들마저, 한 마디로 흩어놓은 나는 갑자기 두 여인의 손목을 놓고는 뛰었다.

'엿 됐다. 밥 다 탄다.'

두 와이프도 영문도 모르고 나를 따라 뛰었다. 그러나 흩어진 줄 알았던 구름 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여자들은 나의 잘 빠진 몸매를 추적하고 있었고, 남자들은 그것도 눈깔이라고 미끈하게 빠진 남의 와이프 뒷모습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내가 보았으면 또 한바탕 지랄을 떨었겠지만, 나는 끓어 넘치는 코펠 뚜껑부터 치우고 밥부터 램프에서 떼어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와, 정말 맛있다! 오빠!"

"정말! 다음부터는 당신이 집에서도 밥하고 반찬도 해요."

비닐 돗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며 내뱉는 두 와이프의 말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욕이었다.

"지랄..........! 돈 벌어오는 것도 모자라, 이젠 집에서 밥하고 빨래까지 하리?"

"너무 맛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 예요?"

"알았다. 다음에는 모래라도 한 주먹 집어넣어 아예 못 먹게 만들 테다."

"헤헤헤.........! 여보, 그러면 안 되지요. 그렇지 명희 씨."

"그럼요. 얼마나 맛있는데 그런 소릴 하세요. 이젠 청주에 내려오면 오빠가 반찬하기."

"너마저 그럴래?"

"헤헹.........! 농담! 언제까지나 제가 해야죠. 비록 오빠보다는 솜씨가 못할망정."

"당신 들었지?"

"에고, 나도 천상 내가 해야지. 뭐."

"언니는 가정부가 있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뭐."

"설거지는 둘이서 할 것."

제일 먼저 식사를 끝낸 내가 담배를 물고 일어나자, 두 여인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가위 바위 보로 정할까?"

금방 의기상통해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하는 두 여인이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네요!

^^ 너무 너무 감사하고요!

^^ 오늘도 선작, 추천, 코멘을 달아주신분들 그리고 크고 많은 쿠폰을 쾌척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복된 나날 되세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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