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23화 (123/322)

< --(주)대정(大正)-- >

"여보세요?"

명희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다!"

"어머, 오빠!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네가 보고 싶어서."

"농담이라도 듣기는 좋네요."

"농담 아니다. 너!"

"쳇, 알았어요. 용건이 뭐예요?"

"내일 김 주임한테 얘기해 놓을 테니까."

"네!"

"장인, 장모님 보약 한 재 져 드시라고 해. 농사철 나려면 힘드니까 말이지. 그러고 꼭 이 돈은 다른 데 쓰면 안 된다고 해. 내 나중에 확인해 본다고."

"네, 오빠 고마워요. 흑........."

"너 어째 목소리가 이상하다?"

"감기가 걸려서 그래요."

"덥다고 이불 차 내버리고 자지 말고."

"네, 오빠!"

"공부는 잘 하고 있고?"

"네, 네! 올해는 검정고시 합격하는 게 목표에요."

"안 돼. 올해 검정고시는 물론 대학진학까지 마쳐."

"너무 과해요."

"목표를 높게 잡아야 부지런히 하지. 작게 잡아놓고 안주하면 안 돼."

"네, 오빠! 더 열심히 할 게요."

"그래, 그래. 끊는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쉬운지 자꾸 말을 거는 명희였다.

"너나 이놈아 잘 챙겨먹어. 이 오빠는 소고기로 배터지게 먹었다."

"나는 안 사주고?"

"다음에는 너도 꼭 사주마. 회사사람이랑 먹었으니까, 엉뚱한 상상하지 말고."

"네, 오빠! 고마워요! 오빠 말대로 꼭 전할게요."

"내 분명히 확인한다?"

"알았어요. 쪽!"

"이게 무슨 소리야?"

"굿나잇, 키스!"

"이젠 별 것 다한다?"

"이제 나도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좋은 쪽으로 발전해라."

"이게 좋은 쪽 아니 예요?"

"맞다 맞아. 얼른 들어가라."

"오빠가 먼저 끊어요."

"그래, 잘 자라!"

"네, 오빠! 사랑해요! 쪽!"

"저 놈이..........!"

내가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정이 물었다.

"명희 씨 예요?"

"응."

"저녁은 요?"

"좀 전에 못 들었어? 먹었어. 전화는 했어?"

"네. 양가에서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들 키운 보람 있다고요."

"내 꼭 확인하다고 그러지?"

"그랬어요. 반드시 드신다고 했으니, 어디 다른데 쓰지는 않으실 거예요."

"장모님은 뭐라 하셔?"

"사위 덕분에 호강한다지 뭐라셔요?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소리 들으니, 당신도 기분이 좋지?"

"물론이죠. 그런데 당신은 잘나가다 꼭 생색을 내는 게 좀........."

"그게 어때서. 생색도 내고 우쭐도 좀 하고, 그런 맛에 세상사는 것 아니야?"

"알았어요. 알았어."

"당신도 나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 안 들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들지요."

"그래서 보답이 뭐야?"

"당신에게 오늘 열심히 봉사할 게요."

"이빨 부딪치는 것?"

"저 이가 정말........!"

곱게 눈을 흘긴 미정이 말했다.

"그게 아니고요. 안마를 열심히 해드릴 테니, 어서 씻고나 나오세요."

"기대해도 되지?"

"네, 얼마든지."

"알았어!"

나는 그 길로 욕실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침 일찍부터 생각지도 못한 마 부장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7시가 갓 지난 시점이었다. 사무실이 아닌 집이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어제 보고를 드린다는 게 바쁘다보니 깜빡 잊고........."

"뭔 일인데요?"

"여름방학을 맞아 각 초중고의 낡은 문짝을 신형 새시로 바꾼다고, 입찰에 참여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참여할까요? 아니면 사장님이 직접 참여하시겠습니까?"

"아, 그래요? 제가 직접 참여를 하죠."

"제가 해도 되는 일 같습니다만?"

"아닙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나중에 다 이유를 알려드릴 게요."

"알겠습니다."

"언제부터 입찰을 실시하는 것입니까?"

"꼭 일주일 후입니다."

"알겠습니다. 내 조만간 내려가서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일은 서두를수록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오후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전 수업은 듣고 가기로 했다.

나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금은 여유 있게 출발하여, 아예 사무실은 들르지도 않고 발주처인 도교육청으로 향했다. 나는 물어물어 시설과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기자증을 제시하며 취재에 응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누구든지 기자의 접근을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유독 자신이 좋은 일을 했거나, 명예를 빛낼 일이 있는 일을 한 외에는. 시설과장도 매우 불안해하며 가급적 취재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잠시면 됩니다. 한 30분 정도만 시간을 내주시죠?"

잠시 망설이던 시설과장이 물었다.

"여기서 말입니까?"

"여기는 시끄러워 되겠습니까? 오다보니 교육청 앞에 조용한 다방이 많드만요."

"알겠습니다. 곧 준비를 하고 나가겠습니다."

"그럼, 현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잠시 나가 계시죠."

"그럽시다."

이렇게 해서 나는 현관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태워 호수다방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다방의 구석에 앉은 우리는 곧 각자 차를 주문하고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다.

"무슨 일 이신지?"

"금번에 학교 창호 개보수 공사에 대한 입찰공고가 났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신설학교는 없나요?"

"딱 한군데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곳은 창호만 단독으로 나가질 않죠. 일괄 큰 건설업체로 나가니까요."

"알겠습니다. 몇 군데나 됩니까?"

"충북 전체로 올 예산에 잡힌 곳이 12두 군데입니다. 상 하반기 나누어 집행하게 되어있으나, 동절기 공사는 워낙 어려움이 많아서 상반기 즉, 이번 여름방학에 전부 집행할까 합니다."

"그렇군요. 요즈음도 예정 공사가에 가장 근접한 곳 몇 곳을 골라, 추첨형식으로 업체를 선정하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왜........."

"왜 꼬치고치 따져 묻느냐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창호전문 건설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네?"

내 말이 너무 황당한지 한동안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설과장 김 두용이었다.

"대정창호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 그럼요. 요즘 신설업체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야기하기가 쉽겠군요. 그런데 아까 제 기자증을 건성으로 보시는 것 같드만요?"

"대충 봤습니다."

"기자증에 씌어있는 이름은 봤습니까?"

민망한지 단지 고개만 젓는 김 과장이었다.

"다시 한 번 보십시오."

내가 내민 기자증을 다시 한 번 살핀 김 과장이 놀람의 감탄사를 토해내며 말했다.

"아, 이런 이런........! 그럼, 업체 사장도 겸하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취재보다는........."

조심스럽게 내 의사를 타진해보는 김 과장이었다.

"예상대로입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더 묻죠. 예정가 근처로 써낸 것을 모아 하는 추첨은 누가 합니까?"

"제가 직접 합니다."

"그럼, 잘됐군요."

"네?"

나는 미리 준비한 일백만 원 봉투를 끄집어내어 그 앞의 탁자로 밀어놓고 말했다.

"1백만 원입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서울에 있는 우리 기업은 청주의 대여섯 배는 큽니다. 혹시 잘못되어도 과장님 한 분 정도는 제가 충분히 먹여 살릴 능력이 됩니다. 이는 최악의 경우고, 그럴 일은 천에 하나, 만의 하나 없을 것입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요정까지 예약해 놓았습니다. 아니면 충북도교육청의 비리를 샅샅이 훑어, 아예 기획물로 연재를 하겠습니다."

나의 회유와 협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짓고 있는 김 과장이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큰 공사의 예정가 하고, 추첨하실 때 제가 일러주는 대로 잠시 수고만 하시면 됩니다."

'다 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회가 동하는지, 조금은 긍정 쪽으로 흐르는 그의 분위기를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갑시다! 요정 예약까지 해놨는데, 안 가면 제 체면은 뭐가 되겠습니까?"

내가 강력하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있자, 그제야 누가 볼세라 얼른 봉투를 챙기고, 사방을 둘러보며 미적미적 나를 쫓아 나오는 김 과장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나는 그를 청주 단골 요정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나는 곧 그를 거나하게 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일은 제가 아닌 우리 회사의 마이새 부장이라는 사람이 과장님을 찾아갈 겁니다. 그때 큰 공사만 예정가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추첨을 하실 때는 이렇게 해주십시오."

밤 말을 누가 들을세라 나는 그의 귓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내심 중얼거렸다.

'아무리 중년 아저씨지만 귀 청소나 좀 하고 다니지.'

도면과 예정가를 함께 수령한 마 부장이 모든 견적은 다 내어 시설과에 제출을 했다. 곧 추첨일이 되어 나는 추첨 장소인 도교육청 현관으로 나가보았다. 오늘 따라 날씨는 무척 더워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 벌써 7월 중순이기 때문이었다.

곧 시설과장 외에 담당 과원들이 줄줄이 현관 앞으로 나왔다.

이어 잠시 어떻게 업체가 선정되었으며, 추첨은 어떻게 진행된다는 설명이 있고, 곧 추첨이 시작되었다.

제일 큰 공사건부터 추첨이 시작되었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곧 김 과장이 품에서 꺼낸 봉투 세 개를 넣었다. 그리고 마구 뒤섞었다. 손은 그러고 있었지만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봉투 하나를 꺼내어 개봉을 했다.

"이번 공사건은 대정창호가 당첨되었습니다. 그럼, 다음 공사 건 추첨하겠습니다. 예정가 내에 든 다음 봉투 가져와."

김 과장의 지시에 따라 과원 하나가 얼른 다음 봉투를 내밀고는, 다음 추첨 건 봉투를 가지러 그 과원은 사라졌다.

이렇게 몇 번에 걸쳐 추첨을 하는데 모두 이상하게 대정 것만 걸려나오는 요행수(?)가 발생했다. 이렇게 되니 입찰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에서도, 계속 추첨은 진행되어 최종 우리가 8건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공정한 추첨이라 의혹은 일어도,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우와! 우리 회사 오늘 운 텄다. 운 텄어!"

함께 참여한 마 부장이 아무 것도 모르고 마냥 기뻐했다. 이에 모두 눈총을 주함께 참여한 마 부장이 아무 것도 모르고 마냥 기뻐했다. 이에 모두 눈총을 주지만 기쁨에 도취된 마 부장은 아랑곳없이 물색없이 좋아했다. 나는 이를 모두 지켜보고는 싱긋 한 번, 김 과장을 향해 웃어주고는 급히 자리를 떴다. 이에 마 부장이 내 뒤를 쫓느라고 가랑이가 찢어졌다.

그 수는 간단했다. 이 더운 여름날에 추첨 직전에 내 것만 냉장고에서 꺼냈으니, 만져보면 단번에 알 수 있도록 시원해져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김 과장은 사전에 모의한대로 찬 봉투를 집을 수밖에 없었고.

헌데 나는 이것을 불행하게도 당해 한 번 밖에 써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 같이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들이, 전국에는 비일비재했던 모양이었다. 이것도 그 수법이 어느 기자의 취재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는 바람에, 다시 최저입찰제로 정부는 공식을 전환을 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나는 처음부터 나를 견제하던 청주 창호업체들에게 크게 한방 먹여준 꼴이 되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선작, 코멘, 추천, 게다가 크고 적은 많은 성금을 보내주셔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 깊은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

"대단히 고맙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선작, 코멘, 추천, 게다가 크고 적은 많은 성금을 보내주셔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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