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17화 (117/322)

< --(주)대정(大正)-- >

11시가 되자 썰물 빠지듯 모두가 일찍 돌아가서 우리는 좀 더 일찍 당겨 체육대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철물과 새시 팀, 그것도 청주와 서울로 나누어 게임을 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 철물 팀이 인원이 제일 적어서 사무실 팀은 이들과 한 조를 이루어 게임을 시작했다.

종목은 축구와 배구, 2인3각 경기와 400m 계주, 또 남편이나 부인 둘 중 상대방 하나를 오래들고 서있는 경기 등 총 5경기였다. 이 다섯 종목을 가지고 종합 우승을 다투게 되었고, 부상으로는 종합우승이 5만원, 준우승이 3만원, 3등이 1만원, 꼴찌는 아무 것도 없었다.

종합우승을 차지하면 부서원들이 충분히 회식을 할 수 있는 돈이었기에, 각 팀은 푹푹 빠지는 모래밭에서도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첫 게임인 축구에서는 가장 쪽수가 많은 서울 철물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벌어진 배구 경기에서는 의외로 청주 새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안창명 과장이 배구를 상당히 잘 한 덕분이었다. 각 팀 공히 공 넘기기 바쁜데, 안 과장만이 높이 뛰어올라 내려꽂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이 경기를 관람하면서 때로 동쪽의 현대건설 아파트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어느새 중기보관소가 아파트용지로 개발되는가 싶더니, 벌써 5층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 곧 입주를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해서 아직은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정부에서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을 아파트지구로 고시를 하고 제반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온전히 나타나지 않아,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조차 다니지 않은 결과였다. 내 기억으로 77년 하반기에 짓는 현대의 4,5차 아파트를 기점으로, 서울의 중산층이 대거 몰려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적적한 타이밍을 보면서, 그 안에 회사를 부지런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배구 경기가 끝나, 이어 2인3각 경기가 열리게 되어 있었다. 이 경기는 나도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청주 철물 팀으로 자원을 했기 때문이었다. 각 팀당 공히 4팀씩 출전해, 비닐 끈으로 쳐놓은 원형 경기장 400m를 각각 도는 경기였다.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 청주 철물 팀은 물론 내가 제일 젊었기 때문에 내가 4번 주자가 되었다. 심판을 보는 서 이사의 호각도 아닌, 입으로

'요이 땅!'

하는 소리와 함께 각 팀의 1번 주자들 즉, 남녀 각각 1쌍이 발을 맞추어 달리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팀을 응원하며 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첫 번째 주자에서는 3등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속 내 앞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는 많이 단축되어 2등과는 10m, 1등과는 20m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내가 손 터치를 받자마자 미정과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사장님! 이겨라!"

"우리 팀 이겨라!"

내 직책이 그러니 다른 팀과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까지 받으며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하나, 둘!"

나는 구령을 붙여가며 미정을 한 팔로 끼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좀 더 속도를 높일 테니 그런 줄 알아!"

"네!"

"저런, 저런.........!"

내가 말을 하느라 구령을 안 붙였더니 그새 미정의 발이 흐트러져 우리는 넘어질 뻔했다. 미정을 붙들어 간신히 넘어지는 것은 면한 내가,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시작해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3등이었지만 반 바퀴를 돌았을 때는 어느새 앞 팀과는 5m로 줄어들어 있었다.

"와아.........! 사장님 힘내세요!"

나는 특히 미스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더욱 속도를 내었다. 미정과도 이제 호흡이 곧 잘 맞아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마침내 300m 지점을 통과했을 때는 2등을 제치고, 1등과도 불과 5m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곧 따라 잡을 것 같아요."

"앞 보지 말고 발밑이나 잘 봐."

"네!"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점점 스피드를 올렸다. 점점 앞 팀과의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와아..........!"

점점 거센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는 앞 팀과 이제 불과 1m 뒤까지 따라잡았다.

"와........! 와.........!"

그러자 나와 한 팀이 된 베란다 새시 영업의 배 선화 양과 주 미란 양이 나란히 같이 달리며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사모님!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이 모양을 본 미정이 내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쟤네들은 누구죠?"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비끗해 1등과 거리가 조금 더 벌어졌다.

"미안해요, 여보!"

"발밑이나 잘 보고 뛰어!"

우리의 추격전이 다시 시작됐고, 결국 결승전 5m를 남겨두고, 우리가 지금까지 1등으로 달리고 있던 팀을 추월했다.

"와와.........! 사장님, 최고다!"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침내 우리는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남녀가 각각 출전해 오래들고 있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 역시 이 경기에 출전을 했다. 그리고 같은 우리 팀으로는 서울의 기획부장 김경제 씨가 출전을 했고,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던, 청주의 마 부장도 이번에 부인과 함께 출전을 했다.

각 팀 공히 2인1조 두 팀씩이 출전을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의외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전부 탈락을 하는데, 이제 나랑 두 팀이 더 남아있었다. 청주의 마 부장 부처와 김 경제 부장 팀이었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것은 다른 팀들은 모두 남자가 부인을 안고 서있는데 반해, 유독 김 부장 팀만은 처음부터 부인이 김 경제 씨를 안고 있었다. 몸무게가 간신히 50kg이나 나가려나 생각되는 김 부장을, 그렇게 큰 등치도 아닌 부인이 끈질기게 안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힘내라고 고함을 지르는 가운데, 마 부장이 채 40kg도 나가지 않을 것 같은 바짝 마른 부인을 안고도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아마도 술에 골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이 모양을 슬쩍 보고 있자니, 건강한 내가 더 버티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버티면 당연히 내가 1등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때부터 고의적으로 힘든 표정을 연출하다가 2분 뒤에는 미정을 모래바닥에 던져버렸다.

"아이고,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면 미정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다행히 제대로 착지를 해 모래땅에 엉덩방아를 찧는 망신은 면한 미정도, 내 저의를 알고 같이 윙크로 화답을 했다.

이제 둘 만의 싸움이 되었다.50대 후반 정도는 나갈 것 같은 후덕하게 생긴 김 부장의 부인이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마 부장도 힘들어 하며 연신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하오, 여보! 나 무겁지?"

김 부장의 물음에 아내가 웃음을 머금더니 말했다.

"하나도 안 무겁거든요. 다음에는 당신이 나를 들 준비나 단단히 하세요."

"내 열심히 해서 꼭 그렇게 하리다."

"믿어요, 여보!"

쪽!

와중에도 부인이 볼에 뽀뽀를 하니 여기저기 웃음과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와는 반대의 팀이 있으니, 마 부장 팀이었다.

"미안해요, 여보! 내가 괜히 당신을 힘들게 하네요."

"힘들어도 좋으니, 제발 좋은 일 하느라고, 많이 먹고 살이나 좀 더 쪄."

"다음에는 내 당신 초반 탈락하게 만들 거예요."

"제발 그렇게 좀 해줘.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소원이 없어. 그러나저러나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힘들면 그만 내려놓으세요."

"아니야, 끝까지 버텨 당신한테 우승 메달을 받치고 싶어."

"메달도 있어요?"

"내 마음속에."

"호호호...........!"

"웃지마, 힘들어!"

"호호호.........!"

이때 김 부장 팀.

"여보, 그냥 내려놔. 나 창피하다고."

"당신은 창피를 더 당해도 돼요. 누가 몸이 이렇게 약하래요?"

"젠장.........!"

"이만하면 더 건강해야 되겠다는 된다는 생각이 들죠?"

"물, 물론이오."

"소기의 목적 달성! 나 억지로 버텼거든요. 이제 내려놔요. 조심하세요."

"그래, 그래. 얼른 내려놔!"

김 부장 부인이 부군을 조금은 과격하게 내려놓았다. 덕분에 김 부장이 엉덩방아를 찧어 장내에 한 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하하하.........!"

"와와..........! 마이새 부장, 일등!"

"와와.........!"

"봤지? 내 힘을?"

괜히 나오지도 않은 알통을 만들어 보이며 자랑을 하는 마 부장이었다.

"호호호.......! 내년에는 내가 당신을 들고 서 있을 게요."

"제발 그렇게 좀 해라. 꼴찌를 해도 좋으니."

"나 약도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꼭 그렇게 할 거예요."

"믿어 당신! 약속의 의미로 내 입술에 뽀뽀 한 번 해주면 안 될까?"

"창피해요.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것도 하나 못하면서 뭘 한다고........"

"좋았어요. 좀 숙여 보세요."

"야!"

마 부장이 엉거주춤 다리를 낮춰 둘의 입 높이를 맞추었다.

쪽!

와아아.........!

"마부장님 파이팅!"

"부인님 화이팅이다!"

월요일 아침.

조회가 끝난 시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방문과 함께 추천서를 제출받았다. 우리 회사로 오기로 한 장영조 동양정밀 금형과장의 추천서와 함께, 그가 보낸 두 사람이었다.

"과장님이 이 추천서를 가지고 가면 잘 대우해 줄 것이라고........."

30대 후반의 순박하게 생긴 사내가 내게 추천서를 내놓으며 하는 말이었다.

"잘 오셨습니다. 암 충분히 대우해 드리고말고요. 장 과장님의 추천이라면 내 얼마든지 충분할 대우를 해줄 의사가 있습니다."

내 말에 역시 30대 후반으로 다리를 하나 절며 들어온 사람이 말했다.

"한꺼번에 모두 빠져나가면 회사로부터 괜한 의심을 산다고, 저희들부터 가서 일하고 있으라고 해서요."

"하하하.........! 궁극에는 모두 의심을 받겠지마는 일단은 이렇게 모양새라도 갖추니, 그 쪽에서는 덜 서운하겠네요."

"아마, 장 과장님의 취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두 분의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고, 직책은 제가 여러분들의 능력을 판단해서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혹시 그 쪽에서는 직위가........."

"둘 다 계장이었습니다. 저는 프레스금형 계장, 이 쪽 친구는 금번 부서에서 새롭게 생긴 사출금형 계장이었습니다."

"그래요? 이거 제가 거물을 모셨나봅니다 그려. 아무튼 잘 오셨고요. 모든 면에서 그쪽보다 서운하게는 안 해드릴 테니, 내일부터 정식 근무하는 것으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린 서로 통성명도 안 했군요. 나 강 대정입니다."

"김 춘택 입니다.

"저는 정 원섭 입니다."

다리를 저는 친구가 정원섭이었다. 나는 그들과 새삼 악수를 나누며, 잘 해보자고 굳게 손을 맞잡고, 한동안 흔들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멘트 그리고 말없이 많은 쿠폰을 주신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멘트 그리고 말없이 많은 쿠폰을 주신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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