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16화 (116/322)

< --(주)대정(大正)-- >

나는 둘을 내보내고 곧 청주로 전화를 걸었다.

김 주임이 받기에 마 부장을 바꾸어 달라 했다.

"마 부장님?"

"네, 사장님!"

"대전 가양동 주공아파트 목문을 우리가 하이새시로 대체해서 시공하게 되었어요. 럭키 하이새시 공장에 가면 목 무늬가 나올 거예요. 물량은 전부 산출해서 주문을 넣어놨으니까, 찾아다가 우선 조립을 해놓으세요."

"목 무늬 하이새시도 있습니까?"

"이번에 출시된 제품 이예요."

"도면보다는 현장에 가서 검측해 조립하는 것이 제일 빠르겠네요."

"그렇게 해주세요."

"네, 네!"

"수고하시고요."

"네, 사장님!"

"이로써 대전 건은 해결된 것인가? 아니지 대우빌딩의 공사 틈틈이 대전 것도 이 팀에게 시공을 맡겨야 하겠구만."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등교할 준비를 서둘렀다. 토요일이 되었다.

날씨는 맑았다. 5월 하순이라 날이 조금씩 더워지고 있는 추세였다.

나는 이날 미정과 함께 8시에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평소보다는 40분 정도 늦은 시간이었다. 회시 정문에는 '(주)대정' 이라는 현판이 크게 걸려있었다. 우리 회사가 정식으로 주식회사로 출범한 것이다. 아무튼 미정은 오늘 손님접대와 함께 체육대회에 참석하라고 내가 데리고 나온 것이다. 8시 30분이 되자 청주 팀이 관광차 두 대를 대절해 가족들과 함께 상경을 했다. 내리자마자 직원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공장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분리했다. 기존의 서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큰 사람들 주로 간부들의 부인들로 음식을 나르는 등 현장의 접대업무를 시키고, 어린아이 들이 있는 가정은 미리부터 모래밭 공터에 나가 놀게 했다. 거기도 별도로 많은 음식은 아니지만 음식이 준비되어 거시서 먹고 즐기도록 했던 것이다. 나는 시간이 다 되어가자 공장의 중앙 공터에 마련된 음식과 술을 점검했다. 식당 아주머니 혼자 이 음식을 다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은 미리 관리과장을 시켜 워커힐 주방장들에게 주문을 넣어 준비한 음식들이었다.

뷔페식인 이 음식들을 단지 데우고 있는 것이다. 9시가 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역시 제일 먼저 달려와 준 이는 한국일보의 장강재 사장 이하 간부들이었다. 즉 편집국장을 비롯해, 판매국장이 된 전 청주지사장 박 국장, 그리고 총무과장 김응태 등이었다.

역시 장 사장은 화통한 사람답게 차에서 내리자마자 예의 과한 제스처로 나를 반겼다.

"우와, 멋지게 잘 지어놨고 만. 언제부터 이렇게 사업을 확장시켜 놓은 거야!"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빈말이라도 듣기엔 기분이 좋고 만."

"이쪽으로 오시죠."

나는 일행을 음식이 준비된 중앙 공터로 안내를 했다.

사방을 둘러 본 장 사장이 물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온 건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게을러서야 원."

한마디 한 그가 음식이 준비된 곳으로 가다가 방향을 꺾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공장부터 둘러봐야겠네."

"그러시겠습니까? 최 차장이 안내 좀 해드리세요."

"네, 사장님!"

나는 옆에 같이 수행하던 최 재의 차장을 안내역으로 붙여드렸다. 그러고 있자니 주택공사의 송 건 사장 일행이 모습을 보였다. 송 사장을 비롯해 송 진명 본부장 우 면호부장, 조립식부문의 한성 장 효성 부장 일행이 그들이었다. 차에서 내린 송 건 사장이 말했다.

"송 본부장으로부터 잘 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소."

"덕분입니다. 사장님이 도와주시는 바람에 이렇게 번창했습니다."

"허허........! 난 별로 도움 된 일도 없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면구스럽고만."

"자르라고 지시 한 하신 것만 해도 도움이 된 겁니다."

"하하하........! 이 사람 말 속에 뼈가 있는데, 본부장!"

"네, 사장님!"

"잠실 건은 어떻게 되었지?"

"곧 견적을 내라고 할 참이었습니다."

"가능한 이 친구 줘. 내 그런 소리 안 듣게."

"네, 사장님!"

"하하하........! 됐지?"

"고맙습니다. 사장님!"

"개업식이라는데 공장 정도는 한 번 둘러봐줘야 예의 아닌가?"

"하하하.........!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관리 이사님이 안내 좀 해주세요."

"네, 사장님!"

안 인석 관리이사가 송 건 사장을 모시고 공장으로 향했다. 그들을 보내고 나니 청주 세원건설 사장 이 동용 씨와 설계사무소의 김수근 씨가 도착을 했다.

"뭔 공장을 이렇게 크게 지어났소?"

"사장님이 안 도와주시니 서울이라도 키울 수밖에요."

"이거, 뜨끔한데. 내 더 열심히 밀어드리도록 하지."

"김 소장님은 신수가 더 훤해지셨습니다?"

"나도 매일 먹고 노니........."

"그럴 리가요."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나는 이들을, 김 경제 기획부장을 시켜 공장구경을 시켜주도록 했다. 다음으로 '만능도장'의 소 병기 사장이 찾아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별 말씀을 잘 오셨습니다. 하고 내 예상보다 작품이 훨씬 다양하게 나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어 럭키 팀이 찾아왔다. 성재갑 럭키 사장은 물론 조명재 전무 그리고 럭키개발의 권형종 사장이 그들이었다. 나는 이들에게도 방화문 공장장 김용환 차장을 붙여 안내를 하도록 했다. 그러고 나자 대우개발의 홍 성부 이사가 나를 찾아왔다.

"현장에 일이 좀 있어서 늦었네."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그런데 공장이 더 늘은 것 같은데?"

"그때 이래로 연구동이 하나 더 지어졌습니다."

"뭐하는 곳인데?"

"전자제품을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가 미미합니다."

"사업 다각화 측면인가?"

"그렇습니다. 건설이 불황이면 저희들로서는 타격이 커서요."

"모르는 분야는 항상 조심해서 운영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서울대 전공교수들이 차 하나에서 우르르 내렸으므로, 나는 홍 이사를 김영욱 하이새시 과장에게 맡기고, 이들을 맞았다.

"야! 이거, 강군! 대리출석을 열심히 시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정말 이렇게 큰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자공학과 전기공학을 가르치는 각각 차인호 교수와 김승태 교수의 말을 받아 내가 말했다.

"면피용으로 모신 것이니 알아서 학점이나 좀 주십시오."

"야, 이사람 큰일 날 사람이네. 당장 우리 돌아가세."

"그럴까요?"

"교수님!"

내가 얼른 달려가 두 교수님의 바지가랑이를 잡는 시늉을 하니 장내에 한바탕 대소가 터졌다. 이때 주택공사의 송 건 사장을 안내하던 서 인석 관리이사가 내게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다.

"송 사장 일행이 사장님을 찾습니다."

"왜요?"

"방화문과 스텐 각주 전시실에 들렀는데, 미처 제가 답변을 못 드렸더니........."

"알았습니다. 거긴 제가 맡기고 이사님은 우리 교수님들 좀 챙겨주세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내가 차인호 교수 앞으로 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그가 알아서 눈치껏 나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바쁘면 어서 가봐."

"고맙습니다. 교수님!"

나는 각 교수님들에게 인사를 꾸벅한 뒤에 빠른 걸음으로 방화문 전시실로 향했다. 내가 전시실을 찾아들자마자 나는 송건 사장에게 호통부터 들어야 했다.

"강 사장! 아, 이 사람아! 이런 것을 개발해 놨으면 나부터 찾아와 이야기를 할 것이지........ 내 전부터 간혹 현장을 방문할라 치면, 각 현장마다 그 세대에 가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것이 방화문 인데, 이게 말이야 그야말로 촌스럽기 짝이 없더군. 남색 아니면 밤색 어느 것은 시꺼먼 색으로 도배를 해놨어.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한 마디 하려 해도, 그 업체 교체하는 것으로 알아듣고 교체할까봐, 내 참고 돌아서긴 했네만......... 이봐요. 본부장!"

"네, 사장님!"

"잠실 철물 건은 무조건 이 강 사장한테 주고.......... 전국적으로는 감당을 못 할 테니, 이 업체의 방화문을 무조건 사다 쓰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하고, 저 스텐 난간은 말이야, 시공해 놓으면 엄청 품위 있고 멋있긴 멋있을 것 같아. 그러나 우리가 주로 서민용 주택을 짓다보니, 가격 압력 때문에 곤란할 것 같아. 거기까지는 돈 들일 수 없으니, 일반 둥근 놈으로 그냥 시공하는 것으로 하도록 하고."

"네, 사장님!"

"아무래도 각재가 라운드보다는 더 비싸죠? 공정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갈 테니 말이오."

"사장님 말이 틀림없습니다."

"들었지? 내 말대로 하세요."

"네, 사장님!"

"오늘 시간을 내서 여기 온 보람이 있군. 갑시다."

"네!"

나는 대박을 터트린 마음에 표정관리를 하면서 이들을 곧 음식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이때 마침 동양강철의 박일용 사장이 차에서 내렸으므로 나는 쫓아가 그를 맞았다.

"오셨습니까? 아버님!"

"내가 제일 늦은 것 아니야?"

"대전에서 오시는 시간이 있질 않습니까?"

"역시 우리 아들이야.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내 면구스러움이 좀 덜 하군. 하고........."

"말씀하십시오. 아버님!"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크네."

"감사합니다."

"내 아들에게 질 수야 없지. 이번에 독일의 바이에른이라는 금형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커튼월 바의 금형제작을 완료했네. 불소피막 공장도 손을 좀 보았고."

"잘 됐습니다. 아버님! 그렇잖아도 왜놈들에게 그 아까운 달러를 내보내는 게 엄청 배 아팠 거든요."

"하하하..........! 아무튼 우리 아들이 승승장구하니 이 애비로서는 기쁘기 한량이 없군."

"가시죠. 아버님!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뒤늦게 온 나로서는 먹기만 하면 되는 거 고만."

"하하하.........! 더 지체하시면 음식 떨어집니다. 아버님!"

"그러면, 안 되지! 하하하.........!"

나는 박일용 사장을 모시고 접대를 하다가, 은근 슬쩍 김수근 건축설계 사무소장 곁으로 가 말했다.

"요새 경기가 어떻습니까?"

"그럭저럭 밥이야 먹고 살지만, 내가 배운 작품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해 애석하네."

"제가 볼 때는 차라리 서울에다 사무실을 내시는 게, 훨씬 수요가 많을 것 같습니다."

"나도 요즘 그 생각을 좀 하고 있는데, 조만간 그래야 될 것 같아. 곧 설계가 내 얼굴인데, 너무 안 팔린단 말이야."

"그렇게 하시면 저도 덕분에 크겠습니다만.........."

"그렇다면 건물 임대료에 자네도 좀 보태시게. 그러면 내 당장 다음 달이라도 서울로 옮기지."

"어째 농담이 아니신 것 같은 데요?"

"진담이야. 그럴 용의가 있나?"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세원건설의 이 사장이 우리에게 접근해 말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로 그렇게 재미있으신가?"

"사장님 흉 봤습니다."

"내 그럴 줄 알고, 뒷담화가 더 길어지기 전에 이렇게 오질 않았나. 그건 그렇고 저런 멋진 방화문과 난간을 개발해 놨으면 진작 나한테 와서 피알을 좀 할 것이지.......?"

"오늘 겸사겸사 모셨잖습니까?"

"하하하.........! 그런가? 아무튼 앞으로는 우리 일에 철물도 참여를 해주시게."

"고맙습니다. 사장님!"

"이만하면 내 오늘 음식 축내는 값은 톡톡히 하고 가는 것이지?"

"열 그릇을 더 잡숫고 가셔도 됩니다."

"하하하..........! 이사람, 그러다 내 배 터지면 어쩌려고?"

"유명한 병원들은 서울에 다 몰려있질 않습니까."

"말로는 도저히 강 사장을 못 당하겠네. 앞으로 그렇게 해주시게."

"그럼요. 감히 청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렇게 해주시니, 저야 너무 너무 고맙죠."

"알았네. 청주에 내려오거든 전화 한 통화하시게. 술 한 잔 하게."

"저는 안 끼워줍니까?"

김수근 소장의 말에 내가 끼어들었다.

"서울로 옮기신다면서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는 두 사람이 대화를 하도록 하고, 미정의 곁으로 가 곧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했다.

미정이 쭈뼛쭈뼛하길래 내가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켜야 했다. 이 과정에서 미정은 빼어난 미녀라는 소릴 연속해서 듣고는, 그 시간 내내 얼굴을 붉힌 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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