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생과 와이프-- >
나는 늦게 잠들었지만 4시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채 2시간을 못 잤지만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정원에서 1시간 동안 아침 운동을 했다. 그러고 집안으로 돌아오니 미정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는 고단하게 자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밥이고 뭐고, 전생의 와이프와 마주치는 것이 싫어, 나는 벌써 훤한 새벽길을 차를 몰아 달렸다.
애증이 교차하는 사람!
이 생애에서는 결코 인연이 없기를 바라고 극력 피했건만 엉뚱한 장소에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전생을 부부로 함께 살았지만 잠시 재수를 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학업의 꿈을 접었다는 소리는 들었지, 무슨 학원을 다녔느냐, 거기서는 누구와 사귀었느냐, 시시콜콜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애써 피해도 돌고 돌아 연이 될 사람은 기어코 만난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넘어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나는 곧장 사무실로 출근을 해, 오늘의 할 일을 중요 우선순위에 따
라 정리를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잠시 강구했다. 그러고 나는 공장을 한 바퀴 순시했다. 경비 두 명이 아직도 순찰을 돌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 인사를 했다. 가볍게 그의 인사를 받은 나는 연구동으로 향했다. 이 새벽에도 몇 개의 연구실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열정에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 소리도 죽여 그곳을 떠났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대우개발의 홍성부 이사와 럭키개발의 사장에게서였다. 우선 나는 메모된 전화번호대로 럭키개발 사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일 오후 1시에 만남을 갖기로 했다. 내일이 토요일이라 그 시간이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장소는 남대문에 있는 럭키개발 사장실에서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대우개발의 홍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벌써 겨울 같으면 현장은 일을 마감할 시간인데 해가 길어지자, 아직도 일을 하느라 현장에 있는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고 어쩔까 하다가 나는 어제 그가 한 말도 있고 해서, 내게 볼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에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내가 차가 밀려 근 1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하니, 현장은 비로소 일을 끝내느라고 파장분위기였다. 이때쯤이면 홍 이사도 현장사무실에 있을 것 같아, 나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들었다. 나의 예상대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나를 반갑게 맞았다.
"이 사람아, 한 가지나 똑바로 해. 사업이면 사업, 공부면 공부. 연락을 하면 즉각 통화를 할 수 있어야지."
이 말투가 딴에는 반갑게 맞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답변을 했다.
"공부만 할 랍니다."
"잘 생각했네. 엉? 그럼, 사업은 접고?"
"어차피 인생은 공부의 연속 아닙니까. 인생을 살다보면 사업도 공부요, 공부도 공부니........"
"하하하........! 부처님 같은 말씀 그만 두고, 내가 어제 얘기한 대로 이 현장의 철물 견적을 내되....... 이건 좀 골치가 아프겠어. 방화문이야 아직 현장에 반입을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지만, 기 시공한 것은 제외하고 견적을 내야하니 말이야."
"방화문 규격은 어떻게 됩니까?"
"정 사이즈야."
"900X2100이란 말씀이죠?"
"그래."
"그러면 방화문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요는 이제 기 시공한 방화문 프레임이나 계단난간 등은 제외하고 견적을 내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두 번 돈을 내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 하고 오늘은 힐튼호텔 도면도 가지고 가, 창호와 철물 모두 견적을 내오시게."
"유리도 포함되는 것이죠?"
"당연하지."
"하고, 곧 또 하나의 견적도 내야할 걸세."
"어디 인데요?"
오늘은 번거로운 견적을 내게 해서 미안한지 이상하게 호의를 베풀려 애쓰는 홍 이사였다.
"교보빌딩이야!"
"우와, 그것도 일거리가 굉장하겠는데요?"
"그것을 자네가 어떻게 알아?"
전생에서 광화문 옆에 우뚝 서 있는 교보생명빌딩의 위용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
무심코 답하다가, 나는 속으로 나를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충 주워섬겼다.
"빌딩소리가 들어가니 크겠지요. 뭐. 그리고 요즈음은 계속 대우에서 큰 건물만 지으니 당연히 클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서........."
"됐네. 일이 급하게 됐으니, 얼른 도면가지고 가서 견적 내오시게. 아니지 이곳은 현장 파악이 급선무 아닌가. 어디까지 시공이 되어 있나 파악해서, 그것은 견적에서 제외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곧 바로 시행하죠."
나는 곧 홍 이사가 챙겨주는 도면을 가지고, 현장을 벗어났다. 곧 날이 어두워질 것이기 때문에 기 시공분에 대한 규모 파악이 어려워,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 견적이나 낼 요량으로,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내는 것이 더 능률적이긴 했지만 옆에 미정이를 앉혀놓고 때로 그녀를 놀리며, 때로 그녀의 엉덩짝이라도 두들겨 가면서 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나의 예고 없는 귀가와 열린 대문으로 그냥 들어왔더니, 누가 거실에 있다가 후다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 들어와 보아하니 같이 TV를 보고 있던 누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미정이 시침을 떼고 얼른 나를 맞았다.
"오셨어요?"
나는 아무 소리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들어와."
미정이 울상인 얼굴로 내 뒤를 따랐다.
"지금 누구야?"
떨어지지 않는 입을 놀려 간신히 말을 뱉는 미정이었다.
"수빈 이예요."
"어제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또 데려 왔어?"
"사실은 그게 아니고요."
주저주저 더 이상 말을 못하는 미정이었다.
"사실대로 똑바로 말해."
나의 엄한 독촉에 마지못해 입을 떼는 미정이었다.
"사실은 어제 당신이 의외로 화를 내는 바람에 말을 못했는데,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해서 제가 데려온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입만 떡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당신 왜 그래요?"
나는 그녀의 말에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어제부터 정말 이상하시네!"
"이상한 사람은 당신이야! 아직도 신혼이라면 신혼인데, 신혼집에 남을 왜 끌어들여?"
"아이, 깜짝이야! 조용조용 얘기해요. 수빈이 다 듣겠어요."
"들으라고 하는 얘기야."
"이 이가 정말.........!"
미정이도 화가 나는 지 감추어 두었던 손톱을 서서히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처음부터 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해봐."
"그러니까 사실은 요."
이렇게 운을 뗀 미정의 말을 종합하면 이러했다. 친구가 되어 둘이 친하게 된 어느 날, 미정이 점심시간이 되어도 도시락도 없이 혼자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점심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고개만 젓는 수빈이었다.
그래서 미정은 싫다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나가 점심을 사주었다. 그리고 하루는 그녀를 졸라 가기 싫어하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결국 그녀가 목격한 것은 그녀의 가난이었다. 옥수동 달동네에 세 들어 사는 그녀는 쌀 한 톨 없이 라면과 국수로 연명하고 있었다 한다. 게다가 민망하게도 주인집 아주머니가 밀린 방세와 전기세, 수도세를 하필 그날 독촉하러 오더란 것이었다. 이에 미정이 정말 불쌍해서 그때부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지고 졸랐다 한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거듭 되는 미정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제 처음으로 우리 집에 발을 디디게 된 그녀였다는 것이다. 말끝에 미정이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데리고 온 사람을 또 어떻게 나가라고 해요?"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긴 정말 딱했다. 내가 그녀와 장가를 갈 때도 제가 번 돈마저 동생들 학비로 다 보태고, 거의 세간을 해온 게 거의 없는 그녀였다. 생각 끝에 내가 말했다.
"내가 별도로 방을 하나 얻어 줄 테니, 내보내지?"
"정말 같이 살면 안 돼요?"
"안 돼!"
"정말 이번 경우 같은 경우는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첫날 첫 만남에서 하는 말부터 아무래도 나로서는 여간 심상하게 들리는 게 아니네요. 마치 당신은 전부터 수빈이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어요. 혹시 정말 알고 있는 게 아니세요?"
"수빈이라는 친구한테도 그 말을 물어봤을 것 아닌가 베?"
"수빈이도 부인했어요. 당신을 처음 본 게, 내 생일 축하해준다고 당신이 학원에 온 날이었대요."
"나는 그날 누구도 보질 못했어. 오로지 당신 밖에는."
한 놈 더 보긴 봤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절대 말 못하지. 암!
"호호호........! 그걸 말이라고. 하긴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기분은 좋네요."
"어떻게 할 거야? 내 말대로 할 거야?"
"너무 사람 몰아세우지 말아요. 쟤한테도 의향을 물어봐야죠."
"내 말대로 해. 물어볼 것도 없어."
"참 내,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네. 이번 건에 한해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일세."
혼자 중얼거리는 미정을 내버려두고 나는 못 들은 척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욕실로 향했다. 내가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미정이 밝은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당신 뜻대로 하겠대요."
"내가 그렇게 하더라고 그랬어?"
"그럼, 어떻게 핑계를 대요. 내가 어떻게 해서 데려온 애인데, 중간에 내 마음이 변했으니, 그러자고 할까요?"
"됐어. 내 돈을 내줄 테니, 당신이 알아서 얻어줘."
"고마워요, 여보"
쪽!
"치워, 징그러워!"
"네?"
내가 무심코 뱉은 말에 미정은 많이 놀란 얼굴이었다.
"이젠 정말 못 하는 소리가 없네. 흥!"
삐쳐서 안방을 나가려는 미정을 나는 나꿔채 강제로 입을 눌러갔다.
"음........! 음.........!"
그녀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로소 나는 입을 떼었다.
"됐지?"
"되긴 뭐가 돼요? 내 복수할 거예요."
"어떻게?"
"전날과 같이 빨아달라면 꽉 거기를 물어버릴 거예요."
"하하하........! 이제 미정이 무서워 좆도 못 맡기겠네."
"아이고, 저 이 말하는 것 좀 봐. 상스럽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미정이었다.
"남 국보를 깨문다는 년이나 피장파장이지 뭐."
"뭐예요?"
나의 '년' 소리에 또 발끈하는 미정이었다.
"아이고, 화내는 것도 예뻐라!"
"흥!"
새침하게 돌아서는 미정이었다. 슬그머니 뒤로 접근한 내가 그녀의 팔짱 낀 손을 풀어내고 유방을 만지며 말했다.
"오늘 당신 깨물고 싶지 않아?"
"아이고, 토 나올 라고 해요."
"뭐?"
"헤헤헤........! 농담! 어디 꺼내 봐요. 확 깨물어 주게."
"정말이지?"
"정말!"
말과 함께 고개를 까닥까닥하는 미정이었다.
"좋았어!"
내가 지퍼에 손을 대려하자 후다닥 달아나는 미정이었다.
"나 오늘밤만 수빈이랑 자고 올게요. 여보!"
한마디로 나만, 이날 밤 새 됐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읽어주시고, 추천, 멘트, 선작, 많은 쿠폰을 주신 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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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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