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셋째 계단-- >
1976/ 4/ 19일.
오늘이 다정의 첫 번째 생일 즉 돌이었다. 급히 내가 마련해준 관광버스 편으로 단체로 상경한 농촌의 고향동네 사람들이었다. 물론 명희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미정의 모친 즉 장모님까지 오셨다. 장인어른은 오늘이 월요일이라 근무 때문에 오시지를 못했다. 그리고 명희도 어제부터 올라와 하루 종일 음식 만드는데 매달려야 했다.
오늘날과 같이 잔치 음식을 맡길 곳이 있나, 그야말로 가정부까지 셋이서, 아니 어제가 일요일이어서 식당아주머니까지 넷이서, 잔치 음식에 하루 종일 매달려서야, 겨우 음식을 장만할 수 있었다. 결코 넓지 않은 정원의 잔디밭과 방안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나는 자꾸 동네사람들의 권하는 술을 피해 뒤늦게 만개한 선홍빛의 영산홍 꽃잎만 괜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물론 술을 별로 못하시는 어머니와 장모님마저도, 벌써 동네사람들과 일가
친척들이 권하는 바람에 술에 취하셔서 큰 걱정이었다. 그렇기는 명희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골치가 딱딱 아파왔다. 이때 명희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사위 이리 와봐."
"네."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받으셨던 막걸리 잔을 급히 자신, 명희어머니께서 그 잔을 내게 내밀며 말했다.
"사위, 고맙네!"
"네?"
내가 영문을 몰라 되묻자 동네 사람이 들으라는 듯 조금은 큰 소리로 떠드시는 명희 어머니셨다.
"내 명희한테 들었다. 매월 5만원 씩 붙여준다고 하기에 내 그만 두라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맙지........."
"네~!"
비로소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내가 정색을 하고 급히 말했다.
"받으셔야죠. 저희들도 드릴만하니까 드리는 것입니다. 빚져가면서 드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아직 먹고 살만하고. 나나 명희 아부지나 아직은 핏기 있어서 농사지을 만하니, 그 돈은 나중에 아주 우리가 늙어서 근력이 없을 때, 그 때는 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지."
"안 됩니다. 무조건 넣어드릴 테니, 알아서 하세요."
"허허, 그것 참.........!"
그렇게 말씀하시며 어떠냐는 듯 동네 사람들을 돌아보시는 명희어머니의 표정에는, 득의양양 자부심이 한가득 묻어났다.
"이 여편네야! 잘난 사위한테 술 한 잔 안 따르고, 뭐하나?"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비로소 작은 양재기에 철철 넘치도록 술을 따르는 명희어머니셨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어제 올라온 명희에게 내가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미정이네까지 매달 10만원씩 드리기로 한 마당에 명희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혼자 섭섭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명희를 설득했다.
아직 연세가 계셔서 건강하시고, 또한 세 집 중에서는 가장 부자이니, 내 매달 5만원씩 밖에 못 드리겠다. 그렇지만 두 집은 살기도 팍팍하고 그러니 매달 10만원씩 드릴
것이다 했더니, 명희는 이를 극구 사양했다.
그 돈 아니어도 아직 젊으셔서 농사지으실 수도 있고, 농사거리도 많으니 괜찮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게 그런 게 아니다 라면서, 내가 청주 경리에다 얘기해 놓을 테니, 네가 직접 수령해서 네 이름으로 집에 직접 부치라고 했다.
명희 또한 미정이와 같이 마음이 착해서 그 말을 듣고, 나를 붙들고 펑펑 울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는 모처럼 명희를 꼭 끌어안고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무튼 나는 급히 막걸리 잔을 비우고, 동네 아주머니에게 한 잔을 권한 후,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모두 술에 취할 것 같아서, 잠시 구경을 시켜주려 하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나 아버지의 말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내 땅과 공장을 견학시켜주자는 것이다. 나는 내부로 들어가 운전기사를 찾았으나, 안에도 없었다. 아무래도 대문 밖에 있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거실에 계시던 미정이 어머니가 날 부르셨다.
"야야, 어디 가나! 들어왔으면 내 잔 한잔 받고 가야지."
"다른 볼 일이 있어서요."
"그러지 말고 이리 와 보기레이."
"네!"
할 수 없이 장모님 앞으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양재기에 막걸리를 하나 가득 따라 내게 내미셨다.
"고맙데이~!"
"적어서 민망합니다."
"아니다. 그 돈이면 우리 네 식구 충분히 생활하고도 남는 데이. 한 가지 걱정은 그것 믿고, 당장에 네 장인어른 직장 때려치운다고 할까봐 겁난데이."
"설마요."
"그러시고도 충분히 남을 양반이니, 내 왜 걱정이 안 되겠나?"
"하하하.........! 그러시면 아예 장인어른한테는 알리지 마세요."
"그럴까? 아무리 그래도 알릴 건 알려야지. 말은 안 해도 얼마나 내심 좋아하겠누!"
"더 못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데이, 절대로 아니 데이. 내 염치없이 받지만 정말 내 고맙게 생각하는 기레이."
"알겠습니다. 장모님!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제가 사놓은 땅과 지어놓은 건물도 한 번 둘러보시죠. 내 얼른 운전기사에게 얘기해서 차를 대도록 하겠습니다."
"오야, 오야! 아무려면 구경을 해야지. 우리 사위가 얼마나 잘 사는지, 내 이 두 눈으
로 똑똑히 확인을 해야제."
나는 그 핑계로 얼른 술도 안마시고 달아났다. 나는 곧 기사를 찾아내 차를 집 앞에서 조금 떨어진 2차선 도로에 대도록 하고, 아버지 어머니께 말씀드려 동네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도록 했다.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소 동네 사람들에게 해온 말이 있어서, 대 찬성을 하고 동네 사람들을 휘몰듯하여 모두 차에 올라탔다. 그 바람에 잠시 일에서 해방된 미정이와 명희도 함께 차에 올랐다. 나 역시 오늘의 주인공인 다정이를 품에 안고 같이 차에 올랐다. 그런 다정이의 목에는 실이 몇 타래나 감겨 있었고, 또 그 실에는 누가 꽂았는지 몰라도, 만 원 권 지폐부터 천 원짜리가 줄줄이 꿰어 있어, 마치 돈벼락을 맞은 사람 같았다.
"다정아, 아빠한테 뽀뽀!"
쪽그전마냥 이제 더럽다 소리는 하지 않았다. 제 어미한테 재교육을 단단히 받은 모양이었다.
"이 돈은 누가 이렇게 많이 줬어?"
"하부지, 할무니."
"와! 되게 많네. 이거 뭘 할 거야?"
"엄마, 줄거야."
"왜?"
"엄마가 달랬어."
"젠장~!"
나의 욕에 나를 빤히 바라보는 다정이였다.
'이런 젠장 얘들 앞에서는 함부로 욕도 못 하겠구나!'
"어디 우리 손녀딸 좀 안아보자."
아버지가 술이 취하셔서 버스 통로를 걸어오시는데, 몇 번을 남의 의자를 잡아야 했다.
"술은 취해가지고, 저 양반이 큰일 날라고."
"괜찮아."
"괜찮은 게 뭐예요. 여기 그냥 앉아 계세요."
어머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되돌아가는 아버지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다정이를 안고 가시려 했다 해도 실패하셨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그 소리에 벌써부터 가기 싫어 내 품에 꼭 안기는 다정이였기 때문이었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사람하고 정이 들었으면 얼마나 들었겠는가. 낯을 자리지는 않았지만 내 품을 더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아무튼 차는 곧 우리 공장 옆 넓은 공터에 주차를 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해서 동네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기, 말뚝을 박고 빨간 비닐 끈으로 계속 이어져 빙 한 바퀴 둘레를 친 곳이 모두, 제 땅입니다. 16만 평이 조금 넘어요."
"그래봐야, 농사도 못 짓는 모래땅 아닌가?"
배 아픈 동네 사람이 한마디 했다. 그러자 곧 명희아버지가 반격을 하셨다.
"이 사람아, 아무리 모래땅이라도 시골 땅에 비길까. 여기 서울 땅 이만치면 시골 땅 수백 마지기를 사고도 남아, 이 사람아!"
"그럴까?"
"금싸라기 땅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줄 알아, 서울 땅이야 다 금싸라기 땅이지."
동네 사람 또 하나가 명희아버지의 편을 들어 말하는 바람에, 굳게 입울 다물고 마는 제일 먼저 말을 꺼낸 동네사람이었다.
"옆에 요새 새로 지은 게 다 제 공장입니다.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그때부터 동네사람들은 촌닭이 되어 이곳 기웃, 저곳 기웃, 계속 목을 빼고 다녔다.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비로소 집안 한갓졌다.
이때서야 모든 주변청소는 물론 설거지까지 끝난 것이다. 물론 동네 사람들은 농부 특유의 귀소본능 때문인지 해 떨어지기 전에 가야된다고 하며, 버스 운전기사를 닦달해 채 3시도 안 되어 다들 내려가셨다. 명희도 장모님도 다 같은 차로 내려가셨다. 피곤한데 한 숨 자라고 가정부 아주머니가 다정이도 안고 2층으로 올라가고, 안방에는 나와 미정이만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들여 놓은 침대였다. 미정이 침대로 가 벌렁 드러누웠다가 엎드리며 말했다.
"여보, 허리 좀 주물러요. 안 하다가 모처럼 일을 많이 했더니 허리 아파 죽겠네."
"젊은 사람이 뭐가 힘 든다고.........."
"당신도 해봐요. 허리 안 아픈가."
"알았어, 알았어. 내 주물러주지."
나는 미정의 등에 올라 타 우선 목부터 차근차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이게 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잘 둔 탓이다. 괜히 동네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자랑은 해가지고."
"호호호.........! 그러고 보면 당신도 어머님 아버님을 닮아 허풍이 센 것 아니 예요? 부전자전이지 그 씨가 어디 가겠어요?"
"이 사람이 지금 싸잡아 흉을 보는 거야, 뭐야?"
"흉이라기보다는 그렇다는 이야기죠. 참, 엄마가 무척 고맙다고 당신한테 전해달래요."
"낮에도 장모님한테 잡혀서 그 이야기 들었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매일 고된 농사일 덜 하셔도 되겠다고."
"당연하지. 다 늙어서 삭신 못 써서 보약 수십 재보다, 젊어서부터 일을 덜 하게 해드리는 게 훨씬 나아. 그렇다고 사람이 소일거리가 전혀 없으면 그건 또 못써. 나태해지고, 수명도 더 단축 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적당한 일거리가 이상적인데, 세상만사가 어디 내 뜻대로돼야 말이지. 그저 허리 한 번 옳게 못 펴보고 죽어라하고 일만 하다가 저세상으로 가는 게, 오늘날 대부분 한국 농촌 농부들의 현실이지."
"에고! 그러고 보니, 나는 서방 잘 만나 팔자 폈네!"
"알면 됐어."
"아! 너무 아파요. 살살 좀 해요."
"알았어."
"그러나 저러나, 여보!"
"왜?"
"엄마 말마따나 아버지 당장 직장 때려치우실까봐 겁나요. 맨날 말단, 한 해, 한 해를 정말 도살장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마지못해 버티셨거든요."
"이제 쉬실 때도 되었지. 이참에 사표 내라고 그러시지?"
"이 이가 정말. 아직 더 버셔야 돼요. 동생들 가르치려면."
"우리가 동생들만 학비 책임져 주면은 그 돈 갖고도 농촌에서는 충분히 살 걸?"
"동생들 학비 걱정만 아니면 풍족하게 사시죠. 동생들 때문에 그렇지."
"동생들 학비는 내년부터 우리가 대주기로 하고, 내년부터는 장인어른도 집에서 쉬시라고 해. 슬슬 장모님과 있는 땅 떼기 농사나 지으라고 하면서. 사람이 평생 일만하다가 가는 것도 얼마나 불쌍한 인생이야!"
"정말 그렇게 하실 거예요?"
"내년에 바로 위 처남이 고등학교 들어가는 것 아니야?"
"그야, 그렇죠. 막내가 중학교 들어가고."
"고등학교 학비 몇 푼 하겠어. 우리가 대는 것으로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해."
"대학은 요?"
"그 때는 내가 돈을 더 많이 벌 테니, 충분히 가르치고도 남지."
"아이고, 좋아라! 여보!"
"왜?"
"이제 제가 당신 허리 주물러 드릴게요."
"아니야. 이젠 내가 당신 앞을 주물러줘야지."
"아! 싫어, 싫어요. 거긴 됐네요."
"에헤, 이 사람이 왜 이래. 받던 안마 계속 받아야지."
"싫다니깐요."
"이 사람이.........!"
나는 그길로 미정의 등에서 내려와 그녀를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 곳곳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아! 호호호.........! 간지러워요."
"조금만 참아 봐."
"아이고, 호호호.......! 억! 거긴 만지지 말아요."
"여긴 왜 안 되는데?"
"몰라요."
얼른 돌아누우려 하나 미정은 나의 힘 앞에서 강제 입맞춤을 당해야 했다.
"음........! 여보, 여보!"
"꼴려?"
"또 그 상소리!"
나는 그런 미정의 옷을 차근차근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미정도 적극 동조하며 자신의 옷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여보, 문 잠궜어요?"
"아니."
"내 잠그고 올게요."
"이미 잠궜어."
"그럴 때는 되게 빠르네요."
"언제는 안 빨랐어?"
"하긴........! 억........! 여보, 여보! 살살해요. 거긴 예민한 부위란 말 이예요."
"알았어!"
"여보, 사랑해요! 나 너무 너무 행복하다고요."
"그래, 그러면 됐어!"
쪽!
"아이, 디러워!"
"이제 다정이가 안 하니까, 에미가 하네."
"호호호........! 그럼요. 누구든 해야죠. 그게 다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소리니까요."
"디럽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 된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네."
"그러니까 세상은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만 해서도 안돼요. 때로는 이면도 봐야지."
"어쭈~!"
"뭘요?"
"점점 철드는 것 같다고."
"이미 들었거들랑 요."
"내가 볼 때는 아직 멀었는데."
"쳇,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어머, 여보!"
그 다음부터 우리의 대화는 끊어졌다. 오직 거친 숨소리만이 온통 빈 공간을 지배했다. ============================ 작품 후기 ============================채 한 달도 안 되어 100회를 돌파하게 되었네요!
^^스스로도 대견스럽스럽니다만, 이는 님들의 사랑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 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변함없는 사랑에 감읍하며,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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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대견스럽스럽니다만, 이는 님들의 사랑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 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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