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셋째 계단-- >
나는 사무실보다도 바로 각종 제품 공장을 찾았다. 공장도 이제 제법 기틀이 잡혀 있었다. 바닥에는 흰색 자잘한 자갈을 깔아 비가와도 바닥이 질어서 신발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첫 번째 공장을 찾아들었다. 그곳에서는 새시의 절단과에 속한 사람들이 반포주공에 들어갈 새시를 치수에 맞게 절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받고 답례를 한 후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아직까지는 업자들이나 조그만 새시 공장 사람들이 알루미늄을 사가는 것보다는 자체 절단 물량이 많았다. 다음으로 내가 찾아든 것은 새시를 가공 조립하는 공장이었다. 이곳에서는 과장을 포함한 2인1조의 조립 팀 3개조가 조립을 하고 있었으나, 미처 시공물량을 못 당해 내고 있었다. 5개조가 현장에서 시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장의 조수는 절단과 소속의 제일 나이 어린 사람이었다. 미리 새시에 들어가는 PVC나 로라 등을 조립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주공의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토요일을 제외한 5일을, 시공 팀은 물론 전 새시 팀 즉 절단과 소속 인원까지 달려들어 밤12시까지는 조립을 하고, 낮에는 시공을 해야만 그나마 늦은 공정을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주성재 과장을 은밀히 밖으로 불러내었다.
"어떻소? 시공 물량을 쫓아가고 있습니까?"
"도저히 안 됩니다. 저희들이 죽어라 하고 작업을 해도 작업량에는 턱도 없습니다."
"그래서 말이 오만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12시까지 밤에는 조립을 하고, 낮에는 전 조가 나가 시공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그래야만 그나마 늦은 공정을 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절대 공짜로 일을 시키지는 않을 것이오. 잔업수당을 쳐줄 테니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합시다. 물론 사람을 더 뽑으면 되지만 일이 없을 테는 어쩔 거요? 전부 나만 바라보고 목 길게 빼면, 내 만수무강에도 지장이 있단 말이오."
"후후후.........! 알겠습니다."
나의 농담에 가볍게 웃은 그가 나의 손짓에 곧 목례를 하고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이 당시만 해도 참 노동자들이 순수했다. 박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사장이 죽어라하면 죽는 시늉까지 냈으니까. 그래서 이를 악용한 사장들도 많았다. 잔업을 시키고도 당연한 일 인양 잔업수당을 전혀 안 쳐주는 사장도 있었다.
나는 순수한 그들을 보노라니 기분이 좋아져 다음 공장으로 향했다. 세 번째 공장인 이곳은 유리부 소속 인원들이 두 명의 과장 밑에서, 총 6명이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청주공장에서 조립해 올라온 대우빌딩 현장의 유리를 끼우고 있었다. 이 역시 유리 대리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우리 물량을 춰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 중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 내가 들어오자 얼른 일을 하는 척했다. 경력자라지만 가장 나이어린 사람 하나와 과장 하나가 그들이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유리를 절단해 보고 있던 친구에게로 갔다. 보아하니 그가 절단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은 청주에서 시공하고 남은 반사유리로, 신기한 제품이라고 해서 쓰고 남은 물량 일부를, 올려 보낸 것을 가지고 시험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리 와 보오. 아니 전체가 작업을 중단하고 이쪽으로 오세요."
나의 말에 그제야 나를 본 사람도 있는지 인사를 하며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이 반사유리는 모두 처음 보았을 것이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제품을 자를 때는 이 코팅 면을 항상 위로 올려놓고 자르세요. 반대로 자르면 절대 결대로 안 나고 깨지니 명심하시오. 하고 절단면을 표시할 때도 주의해야 해요. 기스가 나기라도 하면 바로 표시가 나니까 말이오. 알겠습니까?"
"네, 사장님!"
"그리고 과장님이 가지고 계신 실리콘 좀 가져오시오."
"네, 사장님!"
이 과장이 내가 들어오기 전 실리콘 쏘는 것을 연습해봤던 사람이었다.
"지난번에 새시 팀은 청주에 내려가 프로젝트 바 새시 조립광경은 물론 반사유리 시공 시, 이 실리콘 쏘는 광경도 보았으나, 여러분은 보지를 못했을 것이오. 내 정확한 실리콘 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빠른 시간 내에 숙지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내 연습용으로 실리콘 세 박스를 내놓을 테니,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에 연습하도록 하시오. 아시겠지요?"
"네, 사장님!"
나는 바로 실리콘을 쏘는 방법에 대해 세세하게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공장을 나와 옆 공장으로 향했다.
다음 건물은 철물 부 소속인원들의 작업장이었으나, 지금은 공장이 텅 비어 있었다. 지금 팬스를 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팬스라고 해서 오늘날과 같이 좋은 것이 아니라 새마을 사업으로 수요가 많았던 스레트 지붕을 공장을 주변으로 땅에 박아 넣는 정도였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공장 내부 전경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용접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조방다이라고 해서 15T 철판을 연이어 이어붙인 거대한 연단 같이 생긴 형제가, 약 가로 12m, 세로 24m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위에서 각종 용접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크기는 철판의 로스를 없애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철판의 넓이가 각각 1,219x2,438mm 이기 때문에, 철판 20장을 이어 붙인 거대한 크기로 제작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 외에 설치된 각 종 다이를 한 번 쓸어본 나는 곧 다음 공장을 향했다. 금번에 럭키로부터 대리점 허가를 받은 하이새시 제품 공장으로 아직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앞에 각종 하이새시 자재만이 산더미 같이 각종 종류별로 적재되어 있었다. 아직 일거리도 없어 사람을 뽑지 않아서였다. 그렇지만 내 계획에 하이새시 대리점 계획이 서 있었으므로, 공장은 미리 신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PVC새시 제품을 모두 당시는 하이새시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마치 '미원'이 조미료의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럭키에서 처음 발매한 '하이새시'라는 이름이 PVC새시 제품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어, 일반적으로 다 그렇게 부르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바로 하루 전에 완공된 방화문 공장을 둘러보았다. 높이 5M에 가로 20M 세로 100M의 거대한 공장이 우뚝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 설비도 들어있지 않은 텅 빈 공장이었다. 단지 콘크리트 타설 위에 미장마감만 해서 깨끗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나는 이제 방향을 틀어 왼쪽 앞으로 돌았다.
그곳이 곧 식당동과 기숙사 동이었다. 식당은 언급할 것도 없고, 기숙사 동은 청주 사람들이 서울로 작업하러 올라오면 재울 생각으로 세워진 곳으로, 지금은 서울 직원 두 명이 머물고 있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주머니가 깍두기를 담그고 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셨다.
"아니, 사장님! 여길 다 웬일이세요?"
"아, 먹을 것이 좀 없나 해서요."
"제가 부침개라도 부쳐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괜히 해본 농담입니다. 그러나저러나 내일부터는 공장작업자들이 야근을 하면 야식이 필요할 텐데, 어찌 하지요?"
"저야, 항상 여기서 먹고 자고 하니, 제가 해드리지요, 뭐!"
"고맙습니다. 별도의 야근 수당을 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노고가 있으면 반드시 그 대가가 지불되어야 마땅하지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급히 머리를 조아리는 심성 고운 아주머니셨다. 나이나 어려야 어떻게 엉덩이라도 한 번 두르려주지, 나는 빙긋 웃으며 식당을 물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 되어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직원들과 함께 퇴근을 했다. 이미 이때는 야간 경비 두 명이 출근을 해 공장 내부를 인수받은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화가 나 있었다.
미정이 아니라 가정부 아주머니가 문을 따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전 같았으면 차 소리만 나도 쫓아 나와 마중을 하던 사람이, 안 나오니 일부러 화를 내는 척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아무튼
'사랑이 식은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며 섭섭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미정이 말했다.
"여보, 여보! 다정이 좀 보세요. 이제는 걸어요. 걷기 시작했단 말 이예요."
그 말에 다정이를 바라보니 정말 저 혼자 뒤뚱뒤뚱 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여섯 일곱 발자국을 못 가고 앞으로 넘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다정의 발에는 언제 사다 신겼는지 모르지만 꽃 신발까지 신겨있었다.
"어머, 우리 다정이 예뻐라!"
쓰러진 다정이를 얼른 끌어안고 급히 여지저기,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하기에 여념이 없는 미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야 무슨 이상기류를 느꼈는지 나를 돌아보며 미정이 말했다.
"여보, 왜 그러고 서 계세요? 우리 다정이 안 예뻐요?"
"다정이나 데리고 혼자 살아!"
나는 고함을 지르며 가방을 거실에 팽개치곤, 안방으로 쑥 들어갔다. 우리의 사랑싸움에 이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따라 들어온 미정이 말했다.
"어머, 여보! 화나셨어요?"
"그래!"
"다정이만 알고, 나는 아예 모른 척하니, 이제 사랑이 식은 거야, 뭐야?"
"에이, 그게 아니잖아요. 다정이가 오늘 제대로 걸으니 너무 신기해서, 미처 마중하지 못한 걸 가지고........ 삐쳤어요?"
"그래, 이제 너랑은 말도 안 해!"
"정말 살다보니 별일이네. 평소 그렇게 다정하던 양반이, 별 걸 다 가지고 삐지고 그래."
미정이도 더 달래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다정이를 안은 채 방안을 벗어났다. 놀려주려 했더니 그 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나는 정말 화가 나서 양말을 벗어 한쪽 구석에 팽개치곤 자리에 벌렁 누웠다.
'아, 이제 침대라도 하나 사야겠구나! 많이 불편한데........'
그 생각을 하며 누워있는데 조금 있으려니 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얼른 나와서 식사하세요."
안 먹을까 하다가 굶으면 나만 손해라 아무 소리 없이 거실로 나갔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주머니의 정성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않고 묵묵히 빠른 속도로 식사를 해나갔다.
그러자 금방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미정이 그런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양을 떨었다.
"어머, 이 갈치조림이 정말 맛있네요!"
하며 갈치의 뼈를 발라내곤 내 밥 위에 올려놓아주었다.
먹을 것은 다 받아먹으면서도 나는 아무런 말을 안했다. 그리고 숭늉을 반 그릇이나 비우고 나는 그냥 안방으로 다시 쑥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 미정이 따라 들어왔다. 아마 아직 식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여보, 오늘따라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세요. 아기마냥........"
"난 다른 게 서운한 게 아니야. 당신의 관심이 요새는 온통 다정이에게만 가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단 말이야."
"그렇다고 다정이 한 테, 신경 안 쓸 수도 없잖아요."
"조금 덜 쓰고, 나한테 써!"
"참, 내........."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미정이었다.
"딸에게 사랑을 빼앗긴 아비라........."
"무슨 시도 아니고, 내 얼른 다정이 목욕시켜 이층으로 올려 보내고 당신 상대해 줄게요."
"알아서 해!"
나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호호호.........!"
작게 소리 내어 웃은 미정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요즈음 다정이는 억지로 이층의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맡겨 재우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젖을 떼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마음 약한 미정이 젖을 못 떼자 내가 강제수단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녀의 젖에도 계속해서 쓴 약을 발라, 다정이가 접근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고 나니 생각나는 농담이 있다.
"엄마 젖에 독약을 바르면 누가 먼저 죽게?"
당연하게도 답은 신랑이었다. 즉 남편이었다.
아무튼 잠시 후, 미정이 다정이를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 기척에도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미정이 조심스럽게 살짝 이불을 들치며 말했다.
"안 주무시는 것 다 알아요. 얼른 일어나 보세요. 내 손에 뭐가 들렸게?"
나는 눈도 뜨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룽지겠지, 뭐!"
"헤헤헤.........! 틀렸네요. 당신이 좋아 하는 오징어, 여기........!"
"좋아하는 당신이나 많이 먹어."
"이 이가 정말........!"
이때부터 내게 달려들어 간지러움을 태우기 시작하는 미정이었다.
"아, 하하하 핫핫....... 항복, 항복!"
"이젠 안 그럴 거지요?"
"그래, 그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얼른 한 번 하자."
"쳇 됐네요. 요즈음은 당신한테 너무 시달렸더니 밤이 무서워졌네요."
"참, 운동은 하고 있는 거야?"
"그럼요. 지난번에 제가 말한 대로 줄넘기, 팔굽혀펴기 등 등등."
"그런데 왜 나는 볼 수가 없지?"
"당신 학교가고 난 후에 하지요."
"알았어. 어디 근육 량 테스트 해보자. 내 보는 앞에서 팔굽혀 펴기 해봐."
"됐네요."
얼른 일어나 달아나려는 미정이었다.
"어딜?"
어찌 내 빠름을 당해내겠는가.
바로 내게 잡혀 키스 세례를 당하는 미정이었다.
"음........! 여보, 여보! 방이나 잠그거든요."
"이번에는 안속아. 지난번 한번은 그러고 달아났잖아?"
"아니 예요. 오늘은 진짜 예요."
"알았다. 나 하고 약속하는 거다."
"네."
"정말 약속 어기면 침대는 영원히 없다. 아니면 내일 침대 사고."
"정말이죠? 여보!"
일어났다가 얼른 다시 주저앉으며 내 볼에 뽀뽀를 하는 미정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른 문을 잠그고 돌아오는 미정이었다.
"오늘은 색 다르게 한 번 해보자."
"어떻게 요?"
"욕실에 가서 내가 씻겨 줄게."
"싫어요. 창피해요."
"부부가 뭐가 창피해. 명희하고는 벌써......... 험, 험!"
"좋아요. 들어가요."
실수한 척 한 내말에, 결혼 후 최초로 내 앞에서 스스로 먼저 옷을 벗고, 욕실로 향하는 미정이었다. 나는 그런 미정이를 보면서 음흉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후후후.........!"
============================ 작품 후기 ============================한마디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글을 쓴 이래로 세 가지 기록을 갱신했네요!
^^하루 최고의 쿠폰량, 그리고 최초의 쿠폰 랭킹 7위 마크, 최고의 추천수를 기록했습니다!
^^글로 베스트 순위에, 잠깐 잠깐 7위 이내 진입은 해보았으나, 쿠폰으로 7위 진입은 제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너무 너무 감사드리고요!
^^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정중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정말, 정말 대단히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
올립니다!
^^
^^
올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