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91화 (91/322)

< --성공의 셋째 계단-- >

집안에 들어가니 벌써 가정부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국과 찌개를 데우다가 내게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사장님!"

"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인사를 받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미정의 도움으로 양복을 벗어놓고 바로 욕실로 직행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와 콩나물국이었다. 그 외 김이니 계란부침, 콩자반도 보였다. 그런데 아주머니 밥은 없었다.

"언제 식사하시려고요?"

"저 혼자 따로 먹지요."

"아니 그러지 말아요. 식사 할 때 한상에서 같이 해요. 식구나 많아요? 두 식구인데, 식사자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맛이 있잖아요. 혼자 잡수면 밥맛도 없고 얼마나 처량

한 일이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꼭 같이 잡숫는 것으로 하세요. 이건 제 첫 번째 명령입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제가 젊어서부터 식모살이로 여러 집을 떠돌아 다녔지만, 함께 식사하자는 집은 한 집도 없었어요. 앞으로 잘 할게요."

"처음이라 좀 서먹서먹한 면이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겠지요. 앞으로 한 식구같이 잘 지내봅시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이야기가 길어져 미안하지만, 짬이 나시면 우리 딸내미도 좀 돌보아 주세요. 집사람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해서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2층에서 지내시기에 불편한 점은 없던가요?"

"네, 혼자 쓰기에는 너무 과분한 방 이예요."

"식구도 없으니, 그냥 혼자 쓰시면 되고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불편한 점이나 서운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집사람이나 저한테 말씀하세요. 의논해서 고칠 것은 고치도록 할게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사장님!"

"자, 너무 떠들었군요. 식기 전에 어서 식사들 합시다."

"네!"

이어 나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아직도 식사가 끝나지 않은 두 사람을 위해 다정이를 안고 잠시 밖으로 나가 놀다 왔다. 다음날도 나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사람은 대규모로 뽑아놓고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아, 내가 당분가 꼭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최현우와 김진태가 내 출석 때우느라고 애 좀 먹을 것이다. 나중에 한 턱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아침 조회 시간이 청주나 서울이나 똑 같았으므로, 서울의 직원들은 잠시 대기하라고 하고 나는 청주로 전화를 걸었다. 참 전화는 뒤늦게 생각이 나서 지난주에 신청을 해서 가설되었다. 이곳도 세 대를 놓았다. 내 전용 회선 하나와 각 경리 하나씩이었다.

아무튼 내 전화를 생각지 조차 않았던 명희가 받았다.

"아, 오빠!"

"그렇게 반가워?"

"네! 식사는 하셨어요?"

"그럼. 오늘은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고 마 부장 좀 바꿔줘."

"네에~!"

"잠깐!"

"왜요?"

"경리 한 명 출근시켰으니까, 너는 오늘부터 공부나 열심히 해."

"네, 알았어요. 오빠! 전화 바꿔드릴 게요."

"그래, 그래!"

"전화 바꿨습니다. 사장님!"

"연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금번에 새로 뽑은 사원들 중에서 간부들은 매일 아침 조회에 동참시키세요."

"그렇게 하도록 어제 지시를 해놔서 오늘 전부 출근했습니다."

"잘 하셨고요. 지난번에 제가 베란다 새시 샘플 제작하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미 전부 제작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이라도 올려 보낼까요?"

"그랬으면 고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저도 지금 이곳 조회를 해야 돼서요. 또 통화합시다. 부장님!"

"네, 네!"

나는 전화를 끊고 곧 조회를 개최했다. 나는 새시, 철물, 유리 순으로 어제 한 일을 보고 받고, 오늘의 할 일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들을 전부 내보내고 이제 관리과장만 남았다. 내가 채 선장(蔡 宣長) 과장에게 물었다.

"차 인도일이 언제지요?"

어제 그가 견적을 받아 왔길래 나는 네고를 제대로 네고를 했느냐고 물었고, 그가 충분히 했다고 답하기에 청주에서 한 가격과 비교를 하니 조금 더 쌌다. 그래서 바로 어제 결제를 해서 집행을 하라했기 때문에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삼일 후입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청주에서 베란다 새시가 올라오면 현장에 한 번 가보십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됐습니다. 나가 일 보세요."

"네, 사장님!"

후리후리한 게 제법 준수한 채 과장이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아가씨 네 명이 출근을 완료했다. 업무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들 중 영업직 경리로 뽑은 2명의 아가씨를 불러 오늘 새시가 올 것이니까, 이후 현장에 같이 가야된다는 말을 하고 나는 사장실로 들어갔다.10시 30분이 되자 청주의 5톤 트럭 운전수 박 기사가, 분해된 새시를 싣고 우리 사무실에 도착했다. 나는 새시 과장과 주임 하나를 조립할 연장을 챙기도록 하여, 이 트럭에 동승시켰다. 그리고 나는 관리과장과 영업직 아가씨 둘을 내 차에 태워, 내가 선도 차량이 되어 반포주공 아파트 현장으로 향했다. 곧 현장에 도착한 나는 각각 2단지와 3단지에 하나씩 부려놓도록 하고, 2단지부터 조립을 시작하도록 했다. 나는 그동안 관리 과장과 두 명의 아가씨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동 1층의 제일 가까운 집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이들을 베란다로 데리고 가, 지금 조립하는 것이 이곳에 설치될 것이라는 것을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다시 데리고 나와 이미 조립이 완성된 샘플 하나를 보여주며 이것이 그대로 아까 보여준 곳에 설치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 붙였다. 이어 나는 영업요령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은 첫째, 가격이 저렴합니다. 대리점 가로 새시 견적을 냈기 때문에 여타 군소업체가 따라 올 수 없는 가격입니다. 둘째, 우리는 당 아파트 창호를 시공한 업체로서 언제든지 이상이 있으면, 뜨내기들과 달리 하자보수를 해줄 것입니다. 셋째, 한국 최초로 실리콘을 사용하여 방수와 기밀 유지가 잘 되도록 할 것입니다."

"위의 세 가지 사항이 남과 차별화된 장점입니다. 실제 내 말은 틀림이 없으니 아가씨들은 믿고 그대로 설명을 하면 됩니다. 알겠지요?"

"네,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는데 실리콘은 또 뭡니까?"

나는 배선화 양의 물음에 실물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이 창을 고정시키기 위해 테두리에 가늘게 쏜 이 말랑말랑한 고무 느낌의 접착제가 바로 실리콘이라는 제품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만드는 공장에 없어서, 제가 직접 일본에 가서 수입한 제품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느냐? 다른 곳은 이 실리콘 대신에 고무패킹으로 유리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그 부분으로 빗물이 다 들어갑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사장님!"

"다른 질문 없어요?"

대답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늘 것이니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다 된다고 생각은 말아요. 차츰 일을 하면서 배워나갑시다. 아시겠죠?"

"네, 사장님!"

나는 어느새 형태를 갖추어가는 샘플 하우스를 보며, 채 과장과 박 기사에게 말했다.

"이 안에 들여놓을 책상 하나와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소파 각각 두 채 분을 사오도록 하세요. 바로 이 안에 집어넣게."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는 떠나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아가씨들에게 말했다.

"영업직은 좀 힘든 직업 이예요. 겪다보면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요. 그래도 참고 하다보면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으니 재미있기도 합니다. 우리 파이팅 합시다!"

"파이팅!"

"파이팅!"

두 아가씨가 가는 팔목을 곧추 세우고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때 아주머니 두 사람이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지, 2층 골조가 끝나고 3층이 올라가는 아파트를 손가락질하며, 자기네끼리 떠드는 것이 내 눈에 목격되었다. 나는 두 아가씨를 이끌고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이 아파트 분양받으셨어요? 사모님!"

"그런데, 누구시죠."

"아, 네! 이 아파트 새시를 맡아 공사하는 사장입니다."

"젊은 사람이 벌써 사장 이예요. 어머, 기특하기도 해라."

보아하니 나이들이 어머니 벌 되는 사람들이었다.

"베란다 새시 아직 신청 안 하셨죠?"

"그걸 벌써 해요? 우리는 입주하고 나서 하려고 하는데?"

"그 땐 좀 늦습니다. 왜냐하면 시공을 하는데 소음도 굉장히 심하고 먼지도 많이 납니다. 개다가 방수처리 문제도 있습니다. 타 업자들한테 신청하시면 아마 백이면 구십구 명은 물이 베란다 안으로 들어오게 시공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실리콘이라는 제품으로 철저하게 방수까지 보장합니다. 기왕 나들이 하신 길에 하나 신청하고 가시지요. 지금 저 조립해 놓은 게 실물 모델 샘플입니다. 신청 안하셔도 좋으니 한 번 구경이나 하시고, 마음에 드시면 그때 신청하세요."

"젊은 총각이 생긴 것도 잘 생겼지만, 말도 정말 청산유수네. 어디 한 번 구경이나 해봅시다."

"배 양과 주 양이 안내 좀 해드리세요."

"네, 사장님!"

내 말에 두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이미 완성이 된 샘플하우스로 향하는 두 아주머니였다. 이모조모를 상세하게 뜯어본 한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물이 안 새게 한다는 거예요? 총각!"

나는 유리창에 쏘아 놓은 실리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이 실리콘이라는 제품입니다. 남들은 이것 대신에 고무제품을 사용하신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유리는 물론 이것을 창틀과 외벽 사이에도 칠해서 물의 침투를 원천 봉쇄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마감을 하고 마니, 물이 샐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개다가 저희 회사는 대리점을 두 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새시 가격도 대리점 가로 이렇게 대량 주문을 받으니 훨씬 쌀 겁니다. 나중에 신청하시면 그만큼 시공이 늦어지는 것은 감안하셔야 하고요. 보시다시피 당사에서는 오늘 이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사모님들이 첫 손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수 좀 하게 해주세요? 네?"

"다른 것 그렇다 쳐도 총각의 인물만 보고도 해야 할 판이네. 총각이 직접 와서 시공하나?"

"제가 거느린 직원만 해도 80명이 넘으니 그렇게 할 시간 여유는 없습니다만, 감독은 아마 할 것입니다."

"싸고 물도 안 새게 해준다는데, 하나 신청하고 갑시다. 거기다가 마수라잖우?"

한 아주머니가 선동을 했다. 그러자 다른 아주머니도 의향이 있는지 내게 물었다.

"가격은 얼마요?"

"우리 것은 유리도 3mm가 아닌 5mm제품입니다. 보시다시피 색상이 들어갔죠. 녹색 칼라유리입니다. 저렇게 다해서 5만 원입니다."

"어메! 비싸긴 비싸다. 우리 아저씨 한 달 치 월급이네!"

"그래도 시공해 놓으면 베란다까지 넓게 쓸 수 있으니 그 만한 가치는 할 겁니다. 또 먼지 집안으로 안 들어오고, 이중 차단도 되니 난방비도 덜 들 테고요. 이래저래 3년 안에 본전 뽑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호호호.........! 어떻게 총각은 사람 혹하게 하는 말만 하나 그래? 기어이 안 하고는 못 배기겠어. 적으시오. 105동 302호요."

"이러실 게 아니라 이것도 일종의 상거래인데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한 부는 저희들이 갖고 한 부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약금은 5천 원 이상만 내시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이번에는 다른 아주머니까지 동조하는 바람에, 나는 수월하게 2건을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아주머니를 보낸 내가 배 선화 양과 주 미란 양에게 물었다.

"봤죠?"

"정말,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진짜 영업은 사장님이 하셔야겠어요."

주 미란양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에 매달려 있을 시간이 있나요? 학교까지 다녀야 하는데."

"그래요?"

"사장님은 어느 학교 다시시는데요?"

"S대 공대입니다."

"학교도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네. 우와, 우리 사장님 최고다!"

주 양의 감탄에 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사장님 애인 있어요?"

"어제 애기 업고 온 사람이 제 안식구입니다."

"네? 벌써 결혼하셨단 말이에요? 실망이다."

"하하하.........!"

나는 대소로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얼버무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울여상 출신으로 경리 경력이 5년이나 되는 베테랑이다. 미모도 뛰어나 주변에 남자깨나 꼬이게 생긴 아가씨들이었다.

"언제 술자리 한 번 합시다. 두 사람이 매너가 좋으면 물릴 수도 있으니까요."

"야호!"

주 양의 환호에 그 자리에서 통박을 놓는 배양이다.

"이년아, 정신 차려. 벌써 애가 하나다."

"남이 사!"

친구간인 두 사람의 투덕거림에 나는 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친구간인 두 사람의 투덕거림에 나는 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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