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셋째 계단-- >
나는 이날 윤 경사님에게 10만 원을 드렸다가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5만 원 밖에 드릴 수 없었다. 이는 사업초기 서부지국을 인수했을 때서부터, 두 번에 걸쳐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회식비 명목으로 드린 돈이었다.
하긴 5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삼겹살이 지금은 조금 올라 1인 분에 900원 하고 있으니, 소주 값을 포함하더라도 최소 30인 분 이상은 되니 널널할 것이다. 나는 그 나마라도 드리고 나니 기분이 좋아, 청주 내 집에서 아주 달게 잘 수 있었다.
그것도 새벽 4시가 되니 나는 어김없이 일어나 서울행을 서둘렀다. 오늘 서울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경력자를 포함한 모집이니, 평소 그들의 시간을 빼앗기보다는, 일요일을 택해 한갓지게 면접을 보자는 것이 나의 주요 취지였다.
면접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전화가 보편화 되지 않아, 전부 우편으로 이력서를 받고, 면접자를 통보해주다보니 이렇게 늦어진 것이었다. 보통 우편은 빠르면 이틀 대개의 경우는 3일이 걸려야 제대로 도착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여기에다 모집기간이 있었으니 당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나는 서운해
하는 명희의 배웅을 받으며 청주 집을 나섰다. 이내 택시를 타고 나는 지사 앞으로 왔다. 내 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조금 여유를 갖고 운전했더니 근 6시가 다 되어서야 서울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곤하게 자고 있었는지 미정은 초인종을 눌러서야 마중을 나왔다. 나는 그때부터 거실에 앉아 면접을 통보한 이력서 중에서도 쓸만하다고 판단되는 것들만 별도로 모았다. 이력서 정리를 끝내고, 미정의 밥상을 받고 우리는 같이 집을 나섰다. 면접에 도와 줄 사람도 사람이지만, 지금 공장 터에는 사무실동만 완공이 되었고, 나머지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으므로, 사무실에 집기 하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집기부터 들여놓으려고 그것부터 사러 나선 것이다. 오늘이 비록 일요일이지만 배고픈 그 시절에는, 일요일만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철시하는 지금과 달리, 열에 여덟은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오전 내내 배달되어온 가구를 제 자리에 앉히고, 커피라도 한 잔 타 먹을 수 있게 LPG가스와 가스레인지도 들여놓았다. 그리고 한숨 돌리고 나니 바로 오후 1시 면접시간이 임박했다.
이때부터 나는 장장 다섯 시간을 면접에 투자에 다음과 같이 사람을 뽑았다.
새시 부분에 과장급으로 2명 주임급 7명, 초보 7명 등 총 16명을 뽑았다.
철물부분으로 차장급 1명, 과장 2명, 주임 급 8명, 초보 8명 등 총 19명을 뽑았다.
그리고 유리 부분으로 과장급 2명 주임급 6명을 뽑았다. 이 유리 부분은 애초에 뽑을 의도가 없었으나, 유리 대리점을 내서 필요한 데다. 새시 부분에서 유리까지 겸할 수 있는 유능한 경력자들이 많아 아예 이번 기회에 선발을 했다. 그리고 경리 5명, 가정부 1명, 식당에 근무할 아주머니 1명, 이 외에도 철물 경력자로 온 사람 중에 의외로 대졸 출신이 한 명 있었는데, 내가 볼 때는 철물 보다는 관리자로 키우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과장 타이틀을 주고 채용했다.
또 이번 선발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청주에서 근무할 인원도 이곳에서 선발했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가 정말 취업하기를 원한다면,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라도 가서 면접에 응할 것이라고 나는 보았다. 그래서 청주 지원자도 이곳에서 아예 선발했던 것이다. 아무튼 바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고 모두 돌려보내고 나니, 비로소 나는 긴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수고한 미정이를 데리고 곧 외식을 하러갔다.
여기에는 바로 오늘부터 채용이 된 가정부 아주머니도 동반했다. 미정이 하루 종일 다정이를 엎고 힘들어 하기에, 오늘부터 근무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마 했다. 내일 종전 있던 집에서 옷가지만 가져오면 된다했다.
이 아주머니는 성 씨가 김 씨로 금년에 46세였다. 서방과 일찍 사별하고, 딸만 둘 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고등학교를 나와 제 밥벌이는 한단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남의 집 식모살이로 어렵게 어렵게 그네들 가르치고 나니, 이제 자신의 노년을 위해 한동안은 벌어야겠다고 해서 채용된 아주머니였다.
중년치고는 인물도 반반하고 자신의 말로는 음식 솜씨도 좋다고 하기에 채용했다. 말을 시켜보니 성격도 수더분하니 괜찮을 듯싶었다. 그렇지만 깊은 사람의 속으로 모르니, 일단 채용해서 함께 생활하다보면 할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월요일이지만 나는 학교를 가지 않고 서울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 한 터라 나는 현장을 빙 둘러보았다. 나머지 공장과 숙식동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 3일이면 모든 공사가 끝난다는 말을 들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7시 50분이었다. 사무실에 와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해 있었
다. 나는 이들의 인사를 대충 받고, 청주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김 주임이 받길래 마 부장을 바꾸어 달래 했다.
"오늘 몇 사람이나 새로 왔습니까?"
"여자 하나까지 열세 명이 출근했는데요."
"그럼, 어제 선발한 인원이 전원 출근한 겁니다. 여자는 이 명희를 대체할 경리이니, 그런 줄 아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직종과 직급이 다 부여되었으니 물어보시면 다 알게 될 겁니다. 추후로 이력서 등 인적사항은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들어가세요."
"네."
나는 곧 전화를 끊고 출근한 사람들을 직군별로 세워 인원 점검을 했다. 총 36명이 출근해 있었다. 나는 2명이 빈 것을 알고 직군별로 파악해 보았다. 어제 특채한 유리 부분 주임 2명이 안 나왔다. 원래 예정도 없던 사람이라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곧 조회를 개최했다. 그 전에 직군별 근무지와 근무자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았다.
<서울>새시 과장:2 주임;7 초보:7철물 차장:1 과장:1 주임:4 초보:4유리 과장:1 주임:4경리:4, 식당아줌마:1관리과장:1명 등 36명. <청주> 철물부분; 과장:1, 주임:4, 초보:4유리부분; 과장:1, 주임:2경리:1등 총 13명 이었다.
여기에 가정부 아주머니와 오늘 나오지 않은 유리 부분의 두 명까지 포함하면 어제 총 52명을 선발했던 것이다. 그 중 2명이 안 나오고, 50명을 신규로 채용한 것이다. 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보다시피 거의 신설회사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부족하고 미비할 것입니다만, 창업공신이 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을 해주신다면 반드시 여러분들에게 그만한 반대급부를 지불할 것입니다. 오늘은 첫날이니 서로 안면을 트고, 또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며, 현장은 어디 인지 알려드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상견례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가운데서는 가장 직급이 높은 최재의 차장님 앞으로 나오세요."
"네, 사장님!"
나의 호명에 사십대 중반의 강팍하게 생긴 사람이 인사를 시작했다.
"방금 사장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철물부의 최재의 차장입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계신 사장님의 뜻을 받들어, 여러분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이 회사를 이 부분에 한해서만은,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회사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와.........!
그의 당찬 포부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과장급 네 명이 차례로 인사를 하는 등 서로 상견례만 하는 데도 오전이 다 흘러갈 지경이었다. 나는 이어 부분별 미팅을 진행했다. 그 전에 나는 식당아주머니로 뽑은 40대 초반의 심 씨 아주머니에게 점심으로 오늘은 채 준비가 안 되었으니 라면을 끌이도록 했다. 아무튼 나는 우선 준비가 제일 미비한 철물부분부터 미팅을 진행했다. 사장실에 열 명이 소파에 앉아 있으니 소파가 좁아 일부는 철제 의자에 앉아 내 말을 들어야 했다.
"아직 초장기이다 보니 일을 할 공구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첫째 할 일은 서로 의논해서 일할 공구의 목록부터 뽑아 제출해주시면 바로 검토해서, 오후에는 즉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할 일은 공장이 3일 후면 준공이 되겠습니다만, 철물 부의 작업장을 꾸미는 일입니다. 세 번째는 이 공장 전체의 펜스를 치는 일입니다. 그러고 나면 또 현장의 일이든지 아무튼 일거리가 생길 것입니다. 그 일은 그 후에 가서 논의하기로 합시다. 진지한 토론은 나중에 한 번 시간을 내어 하고, 오늘은 이것으로 끝냅시다. 가서 즉시 공구목록 뽑는 일부터 착수하세요."
"네, 사장님!"
철물부원들이 나가자 나는 새시 부분 인력들을 사장실로 들였다. 새시는 과장 2 명에, 주임이 일곱, 초보가 일곱이었다. 나는 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동양강철 대리점을 두 개를 갔고 있습니다. 청주 하나와 이곳 강남 대리점입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곳에서 바를 판매하고, 일부는 제작 시공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어제 면접에서 밝힌 대로 절단 과와 조립시공 팀을 분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나는 이들을 자신의 팀원들끼리 다시 모여 앉게 하고 자세한 지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바는 장바 만이 아니라 절단 바도 판매할 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하고, 현장은 반포주공 2,3단지 인데, 지금 우리가 미처 공기를 맞추지 못해서, 급히 조립해서 시공해야한다는 말도 했다.
이들과의 미팅이 끝나자 나는 다음으로 유리 파트를 불러들였다. 나는 그들에게도 내가 청주와 이곳 두 군데 한국유리 대리점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공장 내의 판매는 물론 시공에도 철저를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철물부와 의논해서 필요한 다이(Die)나, 유리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지게차부터 꾸미도록 했다. 다음은 경리 네 명과 관리과장을 들였다.
경리 네 명 중에는 경리라기보다는 영업사원에 가까운 사람이 두 사람 있었다. 애초에 이들을 뽑을 때 나는 그녀들의 미모를 보고 뽑은 것은 물론, 영업직이라는 것까지 고시한 상태로 뽑았다. 나는 빼어난 미모를 소유한 2명의 영업직 사원들을 보고 먼저 말했다.
"어제 내가 밝힌 대로 두 분은 반포주공 2,3단지 내에 위치한 견본새시 안에서 영업을 하게 될 겁니다. 그 방법은 내가 가르쳐 줄 테니 그렇게 아시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지요?"
"네, 사장님!"
"관리 과장님이 제일 먼저 할 일은 이곳에 필요한 차를 구매하는 일입니다. 1톤 차 3대와 5톤 차 한 대입니다. 그런지 아시고 준비하세요."
"네, 사장님!"
"경리 두 분은 각각 새시부분과 유리.
철물 부분으로 나누어 담당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경리의 총괄 업무는 관리과장님이 해주시고요. 알겠지요?"
"네, 사장님!"
내가 그들과의 미팅을 끝내고 나니 곧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곧 식판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라면봉지에 급히 사온 나무젓가락으로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오후 1시 일과 시간이 되기 전 나는 각 부에서 필요한 공구와 구매품들을 살펴보고 경리에게 별도로 만든 통장을 내어주며, 찾아 지급토록 했다. 그리고 나는 관리과장도 채근하여 일단 차의 견적을 받아오도록 했다. 그러고 나니 나도 숨통이 좀 트여 밖으로 나가 한갓진 곳에 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식당아무머니에게도 식당에 필요한 제반 도구를 뽑아서 경리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승인이 나면 시장에 가서 구매해오도록 했다. 많은 물건을 사니 그들이 알아서 배달을 해줄 것이니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썼다. 그리고 나는 이어 각 현장을 돌며 필요한 것과 그들이 시급히 해결해 주길 원하는 것들을 꼼꼼히 메모해 곧 조치를 취했다. 이러다 보니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어느덧 5시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에 나는 주임급 이상만 불러 모아 석회를 하면서 내일부터는 아침 7시 30분에 매일 조회가 있으니, 참석하도록 했다. 만약 내가 부득이한 사유로 참석치 못할 때는 최 고위직인 최 차장이 이를 주관하도록 했다. 나는 이들 모두를 퇴근시키고, 혼자 사무실에 남아 한동안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가장 문제는 철물부분이었다. 청주는 그나마 잔일이라도 있었지만 서울은 자체 펜스를 치고 나면 당장 일거리가 없어서 놀릴 판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역발상이라고 거꾸로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즉 방화문 공장을 아예 하나 짓고, 스텐 제품의 대리점도 가설해 규모를 가지고, 이 부분의 공사를 수주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 부분은 뒤늦게 시작한 데다 뚫고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취한 나의 역발상이었다. 공사 수주가 안 되어도 시중에 판매를 하는 것이니 상관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철물 부분도 새시마냥 크게 키울 것이다. 아무튼 나중에야 도가 되었든 모가 되었든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비로소 나는 퇴근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과 공장과의 거리는 차만 막히지 않으면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내 차 소리가 멈추어지자 미정이 곧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아주머니의 짐은 가져왔어?"
"네, 혼자 살림이라도 제법 되어서 택시를 타고 왔대요."
"굉장히 아까웠겠는데?"
"이니더래도 그 말을 하시더라고요."
"한가한 시간에는 다정이도 봐 줘야 된다고 얘기하지, 그랬어?"
"아직 말씀을 못 드렸어요."
"당신이 못하면 내가 하지. 몇 푼을 더 집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고마워요, 여보!"
"당신은 다 좋은데, 마음이 좀 여린 게 탈이야. 하긴 사람이 다 좋으면 신이지 어디 인간인가?"
"그렇죠, 여보?"
급 방긋 미소를 짓는 미정을 나는 꿀밤으로 대신하고는, 안으로 쫓겨 들어갔다.
^^추천 좀 주세요!
^^
^^============================ 작품 후기 ============================구걸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