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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그룹-87화 (87/322)

< --성공의 셋째 계단-- >

내가 차에서 내리니 오후 4시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해가 넘어간 날씨처럼, 주변이 벌써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나는 곧 바로 들어가지 않고 동네 슈퍼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소주 3병과 맥주 2병을 샀다. 그리고 오징어 2마리와 과자부스러기도 좀 샀다. 집 앞에 도착해 나는 초인종을 누를 필요도 없었다. 미정이 우산을 받고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와요. 여보! 감기 들어요."

나는 미리 준비한 우산이 없어, 가게를 오가는 동안 그 비를 쫄딱 다 맞았던 까닭이었다. 앞으로는 트렁크에 우산도 하나 넣어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정의 독촉에도 나는 천천히 걸어서 그녀 앞에 섰다.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그게 뭐예요? 왜 이렇게 청승을 떨어요?"

나는 내심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가게에도 우산은 있었고 나도 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사지 않았고 비를 맞았다. 내가 의식하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비를 맞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말없이 장승처럼 서있자, 미정의 조잘거림이 이어졌다.

"차 소리는 분명 들었는데, 어딜 갔나 했네요."

"들어갑시다."

"봉지에 든 건 뭐에요?"

"소주랑 다정이 과자부스러기."

"그러면 그렇지.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리오."

"날도 궂고 오늘 같은 날은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마누라 엉덩짝 두드리며 막걸리 잔이나 기울이는 것이 최고라서 말이오."

"으이구, 매일 핑계가 좋다! 얼른 들어가요, 여보!"

같이 우산을 받자 옆에서 찰랑이는 그녀의 머리가 때로 내 볼을 간질이고, 그녀의 품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나를 은근히 자극했다.

"당신 향수 뿌렸어?"

"뿌리라메요?"

"그랬지."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살짝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다.

"이 이가 징그럽게 왜 이래요?"

나를 떨쳐내듯 하며 하는 미정의 말에 나는 더욱 미정을 내 곁으로 밀착시키며 말했다.

"뭐, 징그러워?"

"헤헤헤........! 그렇다는 말이죠. 나 당신 없이는 못 사는 것 잘 아시죠? 헤헤헤........!"

"으이구, 요 귀여운 것. 다정이는 자?"

"네,"

"그러다 밤에 자다 깨서 울면 어쩌려고 낮잠을 그렇게 재워?"

"습관이 돼서 고치려 해도 잘 고쳐지지가 않네요. 졸리면 자꾸 칭얼거리니 그 것도 못할 짓이고."

"얘들 교육은 때로 매섭게 할 때는 해야 돼. 회초리 아끼다가 자식농사 다 망치는 것 몰라."

"앞으로 좀 더 크면 엄하게 할 게요."

"그래, 우리 사랑스러운 여보!"

"으유, 징그러워!"

현관 앞에서 우산은 확 팽개치고 안으로 뛰어드는 미정이었다.

나는 미소가 흐르는 얼굴로 우산을 접어 한 쪽에 세우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여보, 술잔 필요하겠네요?"

"음, 소주잔이야. 당신 것은 맥주 사왔는데, 들 테야?"

"한 잔만 할게요."

"알아서 해. 오징어도 가져가서 굽고."

"정말?"

"당신 주려고 두 마리 샀어."

"그 비싼 걸 두 마리씩이나?"

"놀라긴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어느새 다가온 미정에게 나는 봉지 째 내밀었다. 봉지를 받아든 미정이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 전화 온 것 없었어?"

"오늘은 없네요."

"알았어."

"그런데 참, 여보! 앞으로 당신이 학교에 있을 때 전화 오면 어쩌지요? 연락할 방법이 없잖아요?"

"내 학과장님 실에 얘기해서 담당조교를 통해 내게 연락이 되도록 손을 써 놓을게."

"당신 수단이라면 못 하는 게 없을 거예요."

"그거 나 욕하는 것은 아니지?"

"욕하는 것 맞아요."

"뭐?"

"당신은 정말 수단이 뛰어나서 사막 한 가운데 갔다 놓아도 생존할 사람 이예요."

"그렇게 봐주니 고맙군."

"다 됐어요. 우리 여보 한 잔 해요."

어느새 술상을 봐온 아내가 거실에 놓고 하는 말이었다. 안주로는 오징어 외에 언제 사왔는지 기억에도 없는 볶은 땅콩이 한 접시가 더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술이 오르자 가볍게 앙탈하는 미정을 데리고 나는 안방으로 갔다. 나는 그녀를 나체로 만들어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미정의 시선은 달게 자고 있는 다정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키스고 뭐고 다 생략하고 덥석 젖부터 물었다. 내가 핥고 빨자 젖이 뭉클뭉클 솟아나왔다. 이에 내가 말했다.

"다정이 젖 떼어야 하는 것 아니야?"

"돌때까지만 먹이고요."

"너무 늦어. 그 안에 떼!"

"가엾어서 어떻게 떼요?"

"그게 무슨 말이야? 때가 되면 떼어야지. 그만한 독기도 없이 얘 교육은 장차 어떻게 시킬 거야."

"알았어요. 여보!"

침울하게 대답하는 미정이었다. 나는 그런 미정의 관심을 나에게 다른 곳에 돌리기 위해서라도 더 진한 애무를 했다. 나는 계속되는 격렬한 애무에 미정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 탄력을 받아 그녀의 키 핵을 집중 공략했다.

"여보, 여보, 못 참겠어요. 어서 넣어줘요."

"사랑해줘요, 해봐!"

"사랑해줘요."

따라하는 미정을 보니 나는 더욱 그녀가 사랑스러워졌다. 울 것 같은 그녀의 표정도 일품이었다. 나는 더 이상의 애무를 그치고 그녀의 위에 몸을 실었다.

"윽........!"

일그러졌으나 결코 고통이 아닌 그녀의 표정이 환희의 송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기교를 다해 노를 저었다. 미정이 절정 직전에 달해 더욱 신음이 커졌다.

"아흐, 아흐, 여보 너무 좋아요, 여보, 여보........!"

더욱 격렬해지는 그녀의 신음 소리에 나는 결국 그녀의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읍, 읍.........! 으으으........!"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는 그녀를 보며 나도 발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가슴에 엎어져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포근했다. 그녀의 자궁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결코 부부 사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안온한 감정이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포근하다. 따뜻하다!"

미정이 나의 말에 화답했다.

"행복해요! 여보!"

"나도!"

"쳇!"

"일어나요!"

배를 튕기며 지르는 미정의 고함에 기어코 다정이 깨어나 울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어제 미정에게 행한 섹스는 수정과의 섹스를 들키지 않기 위한 기만전술인 동시에, 또 일종의 미안함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는 생각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등교를 했다. 첫 시간 강의가 전자공학개론으로 기초 전공과목이기 때문에 우리과만 들어 다행이었다. 만약 어제마냥 세 과가 합동 강의였다면, 얼굴 비치기가 더 난감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과원들의 반응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야, 우리의 호프 등장하셨다!"

"야, 어떻게 됐냐?"

"멋진 놈!"

"죽일 놈!"

"해치웠냐?"

별의별 소리가 다 들렸다. 말로 이렇게 하는 것은 그래도 약과였다. 일부는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 여자 동기들은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했다.

이때 나를 달려나와 나를 껴안듯이 감싸고 자신의 옆 좌석으로 안내하는 놈이 있었다.

"야, 어떻게 되었어?"

청고 동기 최현우였다. 중학교 동창은 물론 한 번도 같은 반이 아니었던 관계로, 얼굴만 알뿐 이 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비로소 사귀기 시작한 친구였다.

또 뒷좌석에 앉은 충주고 출신 김진태는 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뿐 샌님답게 말이 없었다. 이때였다. 과대표가 교단에 등장해 소리를 질렀다.

"야, 조용히 해봐! 오늘 빅뉴스가 있다."

그의 외침에 장내가 잠시 조용해졌다.

"오늘 수업 끝나고 5시에 우리 과의 역사적인 첫 미팅이 있다. 원하는 사람은 선착순으로 열다섯 명을 선발하겠다. 상대는 이화여대 가정과다. 생각 있는 사람은 어느 때라도 본인에게 다가와 신청하도록 이상!"

그 바람에 과원들이 나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일부는 벌써 과대표에게 달려가 신청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대개의 놈들은 끼리끼리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이름도 모르는 여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야, 과대표! 여자들은 미팅 주선 안 해주냐?"

그러자 바로 반발이 튀어나왔다.

"여기 이 수많은 청춘들을 남겨두고 무슨 망발이냐! 김윤진 사죄해라! 김윤진 물러가라! 김윤진! 김윤진!"

이에 그와 가까운 놈들이 동조해 김윤진을 연호하며 졸지에 그녀의 성토장이 된 과 교실이었다. 이에 김윤진이라는 여학생이 본전도 못 찼고 벌쯤히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연호가 그치자 앉자 과대표가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라!"

그의 말에 따라 소음이 잦아들었다. 그날 5교시 수업이 끝난 3시 50분이었다. 내가 막 가방을 들고 일어나는데 나를 부르며 제지하는 놈이 있었다. 과대표였다.

"야, 강대정! 잠시만."

최현우와 김진태를 데리고 나가려던 나는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할 말이 있다. 잠시만 기다려봐라."

이윽고 내가 앉았던 책상 앞까지 다가온 그가 작게 내게 속삭였다.

"너는 미팅 신청 안 하냐?"

"관심 없다."

"왜? 어제 그 황수정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아무튼 흥미가 없다."

"아, 우리 과 킹카가 빠지면 질이 저하되는데. 그러지 말고 너도 한 자리 껴라. 네 자리만 유독 비워 놨다."

"생각 없대도."

"너, 그럼 앞으로 대리 출석하는 것 전부 내가 꼬박는다."

"너 어느 학교 출신이냐?"

"경기고 왜?"

"서울 명문고 출신들은 그렇게 전부 치사하냐?"

"너, 싸잡아서 우리 모교 욕하지 마라. 나만 별종이라서 그렇다. 왜?"

"됐다. 나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 볼련다."

"그러지 말고 한 자리 껴라. 내 이렇게 애원해 보기는 처음이다."

"대학교의 로망은 역시 미팅 아니겠니? 그러지 말고 과대표 소원 들어줘라. 우리 먼저 갈 테니까."

최현우의 말이었다. 이에 더욱 힘을 받은 과대표 민병주가 말했다.

"가자! 오늘 황수정 못지않은 퀸카가 하나 나올 것이다. 그 얘는 너 주마."

"저 정도까지 애원하는데, 과대표 너무 비참하게 만들지 마라."

샌님 김진태까지 그렇게 말하자 내 마음이 흔들렸다.

"다른 애들은 내버려두고 왜 유독 나만 집착을 하는데?"

"네 차, 타고 가고 싶어서."

"와! 말 된다!"

멀찍이서 우리가 하는 짓을 지켜보던 몇몇 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이가 없었지만, 이렇게 까지 말하는데, 오늘 과대표의 청을 안 들어주면 척지게 생겼다. 과대표와 정말 틀어지게 생겼으므로, 오늘만은 이 자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지금 출발하는 거냐?"

"가는 시간이 있잖아? 나는 먼저 가서 준비할 것도, 좀 있고."

"알았다. 가자. 너희들도 함께 가자. 버스정류장까지는 태워줄게."

"고맙다."

이렇게 되어 나는 과대표는 물론 최현우와 김진태까지 일정 거리까지는 동행을 하게 되었다. 청록다방.

명동에 지하에 있는 어두컴컴한 다방 안.

넓은 실내에 각각 15명씩의 청춘남녀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때 바로 내 옆에 앉은 과대표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붉은 머리핀이 저 가운데 앉은 퀸카가 내놓은 물건이다. 네가 제일 먼저 집어라."

나는 시큰둥하니 듣고 대충 알았다고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곧 과대표가 자리에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서울대 공돌이와 이대, 장차 현모양처를 꿈꾸는 솥뚜껑 운전수와의 역사적인 첫 미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진행상 서로 파트너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여자 분들은 각자 자신이 제일 아끼는 소지품을 여 과대표에게, 맡기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이에 여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방 한쪽 구석으로 몰려갔다. 때로는 낄낄거리며 각자의 소지품을 맡긴 여학생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하나 둘 착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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