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71화 (71/322)

< --이중생활-- >

오전 10시.

대한주택공사 사장실.

나는 송건 사장과 마주보고 앉았다.

"내 장 사장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새시 공사 건 때문이겠지?"

"그렇습니다. 사장님! 철물도 주시면 더욱 고맙겠고요."

"허허, 이 사람 욕심은........."

잠시 물을 마신 그의 말이 이어졌다.

"어제 과음을 좀 했더니, 갈증이 많이 나는 군. 기존 업자도 있으니 우선 반포주공2,3단지 4,120세대부터 공사를 시작해 보게. 이후에는 잠실 주공 계획도 있고, 전국 도처에 우리가 한두 군데 짓나? 그런지 알고 일단 시작을 해보시게."

"더는 안 되겠습니까?"

"허허, 이 사람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네. 이 물량도 기존 업자를 간신히 설득해 얻어낸 물량이니, 나 좀 너무 몰아세우지 말게."

"알겠습니다. 제가 내일 일본 출장 계획이 있어, 오늘은 바쁘고 조만간 한 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네. 어제의 대접만이라도 충분하네. 그러니 그런 일에는 절대 신경 쓰지 말고, 맡은 일이나 일단 잘 해보시게."

"고맙습니다. 이 후의는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허........! 강 기자의 진짜 호의는 당 공사를 씹지 않고 좋게 평가해주는 것이네."

"하하하.........! 알겠습니다. 사장님!"

"내 바쁘니 다음에 또 보세."

"네, 사장님!"

나는 송건 사장이 내미는 손을 정중히 두 손으로 맞잡았다. 밖으로 나오자 나는 주변을 살펴 공중전화를 찾았다. 마침 두 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스에는 한 사람 밖에 없어 바로 통화가 가능했다. 나는 동전을 넣고 신호를 기다렸다.

"네, 총무과입니다."

"강 대정입니다. 과장님 좀 바꿔주세요."

"그냥 저랑 통화하면 안 되나요?"

"하하하.........! 다음에요."

"네, 제 말 농담인 건 아시죠?"

"저는 진담으로 들었습니다."

"호호호.........! 그래도 좋고요. 마침 나오시네요. 바꿔드리겠습니다."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시시닥거려?"

수화기 너머 김응태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심 때 다되었거든요."

"아직 멀었다 이놈아! 네 전화 바꿨습니다."

"저 강 대정입니다."

"아, 우리의 호프 강 과장님 말씀하십시오."

과장되게 나를 띄우며 경칭하는 김 과장이었다.

"하하하.........! 우리 집에도 전화 한 대가 필요해서요."

"하하하........! 총무과장을 집사 부리듯 하는 사람은 아마 창사 이래 강 기자가 처음일 거요. 주소나 불러보시오."

"고맙습니다. 한남동 xxx- xx번지입니다."

"OK! 접수했음! 돈까지 내 드릴 수는 없으니까, 돈은 계좌이체를 하도록 해요."

"물론입니다. 헌데 주일특파원에게는 혹시 연락이 되었나요?"

"어제 사장님 말씀도 계시고 해서 난 손 떼었지. 내 비서실로 돌려드릴 테니, 그곳에

서 한 번 알아봐요."

"고맙습니다. 과장님! 언제 한 번 날 잡죠?"

"목 길게 빼고 기다리리다. 들어갑시다."

"네, 과장님!"

몇 초 후.

"네 비서실입니다."

"납니다."

"네, 강 기자님!"

"이제 제 목소리도 기억하시는 것입니까?"

"그럼은요? 백색목소리라는 것 아세요?"

"금시초문."

"빗소리나 새소리와 같이 들으면 포근해지는 목소리. 됐나요?"

"오케이! 그렇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인 걸요. 사장님 바꿔드릴 까요?"

"잠시 만요. 혹시 주일특파원과는 연락이 되었나하고요."

"사장님에게 듣기로는 통역사도 소개시켜드린 것으로 아는데요?"

"그래도요. 지리는 물론 모든 문물에 서투르니........."

"종전의 제 말은 농담이었고요. 오늘 아침 일찍 사장님께서 직접 통화를 하셨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받아 적으세요."

"네, 잠시 만요."

"준비되었습니다."

"동경 xxx-xxxx번이 문 특파원의 전화번호입니다."

"고맙습니다. 갔다 와서 한 번 뵙죠."

"식사도 가능한 건가요?"

"얼마든지."

"딱 사흘만 굶고 기다릴게요."

"그러면 병원부터 가셔야 합니다."

"호호호.........! 그럼, 하루만 기다릴게요."

"OK! 반나절만!"

"호호호........!"

웃음소리의 여운을 들으며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김포가도를 달렸다. 공항 예매창구로 간 나는 이미연 양이 혹시 지체될지도 몰라 아예 오전 11시 발 대한항공편 티켓 2장을 끊었다. 그리고 나

는 다시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달렸다.

대규모 공사를 따냈으니 얼른 현장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내 서초구 반포동에 도착한 나는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미 1단지는 준공이 되어, 사람이 살고 있는 가운데, 2,3단지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었다. 비록 1층이었지만. 나는 바로 현장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가씨 한 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소장님을 뵙고 싶습니다만.........."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죠?"

"대정창호입니다만........."

"처음 들어보는 상호네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그냥 말단 직원 같아서 자랑을 안 하려 했더니 자꾸 내 이마의 힘줄이 돋는다.

"대한주택공사 송건 사장님의 추천으로 이 공사의 창호부분을 맡은 사람입니다."

"네?"

쨍그랑!

혼자 마시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리는 밉상의 아가씨였다.

"잠시 만요. 제가 찾아올게요."

말을 하며 허겁지겁 대충 쏟은 커피를 걸레로 훔치나, 이미 반은 나무판자속으로 스며든 뒤였다.

"곧 점심시간 아닙니까? 이 넓은 현장 속에서 어디로 가서 찾으려고요?"

"아, 하긴 그렀네요. 그럼, 잠시만 앉아 기다시겠어요? 현장이다 보니 소파 하나 없네요. 아무 의자나 빼 앉으면 되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무뚝뚝하게 말하고 바로 앞의 의자를 그냥 빼 앉았다. 그런데 하필 아가씨의 정면이었다. 그래서 나는 등을 돌리고 앉아 시간을 죽이려는데, 문득 이미연 양에게 아직 전화로 내일 비행 편을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생각이 났다.

"전화 좀 한 통화 쓰겠습니다."

"네, 얼마든지요."

나는 메모지를 찾아, 아예 잃어버릴 까봐 수첩에 옮겨 적고 전화를 걸었다.

"네!"

마침 이 양이 받았다.

"저 강 대정입니다."

"아! 기다렸어요! 내일 몇 시예요?"

"그날은 잘 들어가셨고요?"

"되게 빨리도 물으시네요. 물론이죠. 몇 시 예요?"

"오전 11시 발 대한항공입니다."

"알겠습니다. 좀 여유를 부려도 되겠네요. 그럼, 내일 뵐게요."

"네, 들어가세요."

"네!"

"소장님!"

내가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아가씨가 구세주로 온 듯 반가운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등을 돌려보았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새시 건 때문에 오신 분이래요."

"아, 그러십니까?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전모를 쓴 사십대 후반의 사내가 나를 소장실로 청했다. 나는 그를 따라 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앉으시죠."

내게 철제의자를 권하는 소장이었다.

"현장이다 보니 모든 게 미흡합니다."

"네, 대정창호의 강 대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윤갑(李允甲)입니다."

나는 패스보드에서 창호 명함을 꺼내주었고, 그도 내게 명함을 한 장 건네주었다.

"청주에 있는 업체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직 청주에는 당 공사의 아파트가 한 건도 시공된 게 없지요?"

"그렀습니다."

"현장이다 보니 대접할 것도 없고 함바 밥이라도 한 끼 잡숴 보실래요?"

"그 보다도 도면을 먼저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 견적이 조금 늦은 편이긴 합니다."

말을 하면서 자신의 책상에서 도면을 갖다 주는데, 일반 도면의 1/4 크기에다, 놀랍게도 청사진이 아닌 복사기로 복사를 한 도면이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복사기 업체로 1974년도에 후지제록스가 처음으로 진출을 했다.

"공사가 좋긴 좋군요."

"네?"

내 말 뜻이 무엇인지 몰라 눈을 크게 뜨는 이 소장이었다.

"모두 청사진 도면을 사용하는데, 복사한 도면이라서 말이죠."

"저희들도 들여 놓은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필요하시면 도면 전체를 가져가시죠. 저야 본사에 들어가 한 부 가져나오면 되니까요."

"고맙습니다. 근간에는 시간이 없고요. 조만간 한 번 모시겠습니다. 식사나 같이 한 끼 합시다."

"그러시죠."

"오늘은 제가 바빠서 이만 가보아야겠습니다."

"맛은 없지만 같이 식사라도 한 끼 하고 가시지요?"

"아닙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말을 하며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 네!"

나는 그길로 공사현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바쁘긴 개뿔. 짬밥이 먹기 싫어 공연한 핑계를 대고 나왔던 것이다.

다음날 오전 10시 40분, 김포공항.

나는 초조해서 연속해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뒤늦게 나타나는 이미연이었다.

"늦었지요?"

"빨리 수속마치고 탑승합시다."

"네!"

나는 그때부터 서둘러 10분 전에야, 탑승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되었다. 당시 엘리베이터도 수입품을 쓰고 있던 시대라, 에스컬레이터는 김포 공항에서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서두러 탑승을 마친지 채 5분이 되지 않아 비행기는 이륙을 했다. 이윽고 비행기가 안전고도에 올라 수평 비행을 시작하자, 이미연이나 나의 표정이 펴지며 대화의 여유를 가졌다.

"올해 입학을 하면 20살?"

"맞습니다."

"나랑 동갑이네요."

"네? 2학년 올라간다면서요?"

"7살에 들어갔거든요."

"되게 빨리도 들어갔네요. 보통 촌에서의 여자들은 9살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럴 거예요."

"대충은 들었지만 뭐 하러 가시는 거예요?"

"새시 때문에 갑니다."

"새시 공장도 하신다 했죠?"

"네."

"바쁘겠네요. 공부하랴, 사업하랴, 기자노릇 하랴. 1인3역이네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모처럼 나들이를 하니 설레어서 그런지, 어제 통 잠을 못 잤거든요."

"그럼, 한숨 주무세요."

"그럴까요?"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정말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채 1시간도 안 되어 우리가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 내리니 정말 문 특파원이라는 문정용(文正用) 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강 대정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려 먼저 아는 체를 한 것은 나도 문 특파원도 아닌 이 미연 양이었다. 그녀가 나보다 먼저 발견을 했던 모양이었다.

"어서 오세요.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 대정입니다."

"반갑소, 반가워! 문정용이오."

나는 40대 초반의 문 특파원과 굳세게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이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대단히 기쁜 모양이었다.

"아직 식사 전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우선 식사부터 합시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한국일보 사기가 펄럭이는 그의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동경의 번화가인 긴자(Ginza, 銀座)에 위치한 일식집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초밥을 먹은 후, 본격적인 사업일정 논의에 들어갔다.

============================ 작품 후기 ============================날이 안 풀리네요. 즐거운 주말되시고, 가족과도 따뜻한 시간되세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쾌척해주셔서 진실로 감사드리고요!

^^읽어주신 많은 분들과 선작, 코멘, 추천해주신분들께도 아울러 정중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날이 안 풀리네요. 즐거운 주말되시고, 가족과도 따뜻한 시간되세요!

^^ '대단히 고맙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