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명희라는 이름-- >
졸업식이 끝나고도 사진 몇 장을 더 찍다보니 어영부영 12시 30분이 되었다. 우리는 서둘러 터미널 부근에 마련된 약혼식장으로 갔다. 그 사거리에서 청안 쪽 방면으로 100미터도 안 되는 곳의 한정식 집을 약혼식장으로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가는 도중 터미널 사거리에도 나의 서울대 합격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하나 걸려있어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우리가 약혼식 장에 도착하니 미정이네 식구들이 먼저 와 있었다.
"객이 먼저 와서 점령을 했습니다. 사돈."
장모님의 말을 받아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럴 수도 있지요. 이제야 졸업식이 끝나서......."
"우리야 말로 사위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준비를 하다 보니 출발이 늦어져, 졸업식장에는 가보지도 못 했습니다."
"별 말씀을. 잘 치렀습니다."
"다행입니다."
이것은 장모님과 어머니의 대화였고, 장인어른과 아버지는 서로 손을 맞잡는 것 같더니 벌써 소주병을 찾았다. 한 옆에 세팅되어 있던 글라스에 소주병을 붓고 계셨던 것이다.
"저 양반들은 만나자마자 술이니 어쩌면 좋아요?"
어머니 말씀에 장모님이 남자 같이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쳇말로 죽이 잘 맞으시는 것 같아 보기 좋기는 하군요."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쩌겠수."
두 분의 대화가 비로소 일단락되었는지 장모님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며 말했다.
"오늘 졸업식에도 못 가봐 미안하네."
"아니, 괜찮습니다.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엄마, 이이가 전교에서 1등에게 주는 도 교육감 상도 탔어."
"그걸 자랑이라고 하니. 서울대 합격생인데, 당연하지. 곳곳에 플래카드 붙어있는 것 못 봤어. 이 촌구석에 지역의 영광이지."
한마디 자랑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 미정이었다.
"사위 처남들 하고는 처음이지?"
장모가 숫기 없이 한쪽에 얌전히 앉아 있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놈과 중학교 들어가는 작은 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내가 대답을 하고 그쪽으로 다가가는데 장모님이 두 사람을 보고 말씀하셨다.
"이번에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네 매형이시다. 어서 인사드려라!"
"안녕하세요? 매형!"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정 인용 이예요."
큰 놈은 쑥스러워하며 간단히 인사를 하는데, 막내가 오히려 어른스럽게 인사를 하자,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가 배꼽을 쥐었다.
"처남들 나, 강 대정이야. 앞으로 친하게 지나자고."
"네, 매형!"
이들과 인사가 끝나자 다른 쪽에서 늦게 왔는지 자신의 친인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처형 부부를 장모님이 부르셨다.
"야야, 큰애! 이리 와 봐라."
장모님의 부름에 아기를 들쳐 업은 처형과 나에게 동서되는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서로 처음이지. 인사 나누거라. 이쪽이 미정이 언니고, 첫째 사위다. 이쪽은......."
이때 내가 나섰다.
"둘째 강 대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형, 동서!"
"네, 말씀 많이 들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부자라고.'처형이 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반해 동서는 어딘지 그늘진 얼굴로 그냥 나와 악수만 나누었다. 그리고 내가 처형을 세세히 살피니 아버지를 닮아 외모가 미정이 보다는 좀 떨어졌다. 그렇다고 안 예쁜 것은 아니었다. 장인도 준수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예뻤으나 한마디로 미정이 보다는 못 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때 이상백이 문을 열고 들어와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잠시 만요."
나는 장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에게 접근하니, 이상백이 나에게 말했다.
"잠깐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무슨 일인데, 마!"
"이상민도 오기로 했는데, 아직 안 온 것 같다."
"그 녀석이 어떻게 알고 여기를 와."
"내가 소식을 전했다. 그래도 명색이 한 고향 친구인데 오늘 같은 날 안 오면 되냐?"
녀석의 말도 일리는 있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꺽다리 한 놈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야, 잘 지냈니? 이 상민!"
"그래, 반갑다!"
뛰어와 내 손을 잡는 이상민이라는 친구였다.
나랑 청고 동창이기도 하지만 나랑 또 공부로도 1, 2등을 다투던 놈이었다.
"약혼 축하한다!"
"너는 마, 왜 그렇게 사람이 몰인정하냐? 내가 증평공고로 전학 왔다고 무시하는 거냐?"
"그럴 리가. 서울대 합격도 축하한다."
"너는 서울대 상대 봐서 떨어졌다며?"
"그렇게 됐다."
"재수하려고."
"응. 내년에는 기필코 들어가야지."
"같이 청주에 살면서 우리가 서로 너무 무심했다. 앞으로 좀 더 친하게 지내자."
"그래."
"어른들 기다리시겠다. 어서 들어가자."
"그래."
우리는 일제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백도 나와 같이 증평공고를 다녔으므로 오늘 같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런 관계로 나는 이놈에게 사회를 부탁했다. 그리고 직원들이나 친구들에게는 일체 약혼식 소식을 알리지 않아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또 나는 미정이네 가까운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10분간을 허비했다. 이어 이상백의 사회로 약혼식이 진행되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약혼식이 양인의 폐물 교환으로 끝이 나자, 나는 아무래도 명희가 걸려 그녀를 찾아보았다.
실내에는 없었다. 나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명희는 건물 모퉁이에 혼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무척 왜소하고 외로워 보였다. 가슴 한 편이 아릿해 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명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 나는 처음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나이 어리기도 했고, 부모들만의 약속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폐암 소식으로 인해 이 문제가 급격히 대두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명희를 백안시 했다.
그 때는 이미 나는 미정과 사귀고 있을 때고, 또 첫사랑 황수정과도 맺어지기를 원하고 있던 때라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황수정과 헤어지고 그녀가 내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그녀는 내게 있어서 계륵과 같은 존재였
다.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 미정과 육체적으로 맺어지니 더욱 그랬다. 인간의 사랑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이 그러하다 하겠다. 나와 미정과는 정신적 사랑에다 육정까지 더 해지니 그녀와의 사랑이 깊어져, 더욱 나는 명희를 방관자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의 자살사건 소동이 벌어지고 나서야 새삼 그녀의 존재를 깨닫고 나는 그녀를 내 품에 거두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결과는 또 어떠한가? 건물 모퉁이에서 외로운 그림자 되어 눈물을 훔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명희야!"
내 부름에 명희는 깜짝 놀라 얼른 눈가를 문지르고 말했다.
"아, 오빠!"
"내 잘못이 크다. 미처 네 신경을 못 썼구나!"
"그럼, 약혼식 날 내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어요? 들어가서 얼른 미정이 언니나 챙겨줘요."
"참으로 네 마음씨가 곱다."
"쳇, 그런 말 들으려고 한 말 아니거든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이리 와봐. 오빠가 한 번 안아보자."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흉봐요."
"볼 테면 보라지. 내 약혼녀 안는데 누가 뭐래?"
쳇, 쳇 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명희를 나는 다가가 기꺼이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떼어놓으며 내가 말했다.
"이따, 저녁 때 이 오빠랑 쇼핑이나 한 번 하자."
"네, 오빠!"
"너도 들어가지?"
"조금 더 있다가요."
"그래, 바로 들어와라."
"네!"
나는 명희의 등을 두드려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이제 본격적으로 피로연이 벌어지는 관계로 술과 음식을 드느라 장내가 시끌벅적했다.
미정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디 갔다 와요?"
"담배 한 대 피우고 와."
"쳇, 그 놈의 담배는........"
"다정이는?"
"엄마가 안고 계시잖아요."
그러고 보니 장모님이 다정이를 어르고 계셨다.
"당신도 점심 한 그릇 해야지?"
"우리 같이 먹어요."
"그럴까?"
우리는 국수를 청해 나는 두 그릇을 미정이는 한 그릇을 비웠다.
이어 그냥 헤어지면 좋으련만 미정이네 친척들 극성에 나와 미정이는 서로 다정하게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가곡 선구자였다. 촌로들 앞에서 가곡을 부르니 분위기가 시들해져, 잔치는 곧 파했다.
그날 오후였다. 미정은 식구들과 만난 김에 오래간만에 친정에서 묵고 온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
다. 나는 명희만을 데리고 청주로 나왔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다.
청주에는 백화점 하나 없어,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해당 점포가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본정으로 왔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도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보석상인 '금옥당'으로 향했다.
"오빠, 여기는 왜?"
그 앞에 선 명희가 물었다.
"너에게 선물 하나 하려고."
"뭔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좋아! 오빠 선물이라면 기꺼이 받아야지."
"그래, 잘 생각했다."
나는 이것저것 고르다가 미정에게 해준 것과 같은 것으로 해주기로 했다. 즉 18K에 다이몬드 반지를 해주기로 하고 이를 맞추었다. 24K인 순금은 물러서 다이아몬드가 잘 빠진다고 해서 순금이 아닌 18K로 한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3부면 굉장히 비싸다. 예를 들어 1부가 10만 원이면 2부가 20만 원, 3부는 40만 원으로 1부 차이에 바로 한 치수 아래보다 배가 뛰는 게 다이아몬드의 시세였다. 아무튼 내가 약혼 선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약하자, 명희는 입이 귀에 걸려 시종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보석 가게를 나온 우리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는 밋밋해 청주극장에 들러 '썸머타임킬러'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1960년대 말 청춘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올리비아 핫세, 크리스 밋첨 주연의 범죄 영화였다. 해외에선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국내에선 삽입곡 'Run and Run(런앤런)'과 더불어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육개장 한 그릇씩을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조립실 공장에 불이 환했다. 오늘도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곳에 들러 격려를 하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만두 12인 분을 주문했다. 이제 총무들까지 합류해 야간작업에 응하고 있어, 그들 것까지 12인 분을 주문해 배달을 해주도록 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먹는 것을 야박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저들이 지정식당에서 저녁은 이미 먹었을 것이다. 그래도 야식으로 만두라도 챙겨주면 조립하는 물량이 틀려지는 것이다. 그 돈 이상
으로 저들은 보답을 한다. 꼭 그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아무리 사업이 이문을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흐를 때, 그 기업은 더욱 발전하고 오래 생존하다고 나는 생각했고, 항상 시행하려 노력했다.
아무튼 전화를 마치고 2층에 올라가니 명희가 안 보였다.
"명희야! 어디 있냐?"
"오빠, 저 여기 있어요?"
안방 목욕탕에서 명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열어보니 한창 샤워 중이었다.
"부끄러워요. 오빠 얼른 문 닫아요."
"알았다."
문을 닫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자니 맨숭맨숭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급히 옷을 다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오빠!"
비명을 지르는 명희였다.
"왜? 어때서?"
"아, 부끄럽게 왜 들어오셨어요?"
"오늘 처음 보는 애 같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처지에 뭘 그렇게 내외를 하고 그래?"
"그래도 요."
고개를 외로 꼬고 얼른 물줄기를 더욱 세게 트는 명희였다. 나는 그런 명희를 뒤에서 끌어안고 말했다.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하자."
"네?"
"샤워기 꺼."
내 말에 어쩔 수 없이 샤워기를 잠그는 명희였다.
"이리 와!"
나는 명희를 욕조 안으로 데려가, 그녀를 욕조의 가에 걸터앉게 했다. 그리고 반쯤 채워진 욕조에 더 물을 채우기 위해 온수와 냉수를 적당한 비율로 해서 틀었다.
"내가 씻겨 줄게!"
"오빠, 그러지마. 부끄러워."
"괜찮아, 이제 부부인데 못 할게 뭐 있어."
"그래도."
여전히 부끄러워 고개를 외로 꼬는 명희를 아랑곳 않고 나는 그녀의 온몸에 비누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명희는 간지럽다고 하면서도 온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온몸의 비누칠이 끝나자 나는 그녀의 성감대에 집중적으로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도발적으로 솟아오른 유방 주위를 맴돌며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문질렀다. 나의 행위에 그녀는 점점 흥분이 되어 몸을 배배꼬기 시작했다. 내 것도 이미 발기될 대로 되어 끄덕 끄덕 방아를 찧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하던 나는 이제 하체로 내려가 그녀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손으로 마찰하기 시작했다.
"아, 오빠! 그, 그만해. 나 이상해 져!"
쪼그려 앉은 내 머리를 짚고 애익을 질질 흘리며 사정하는 명희였다.
"우리 여기서 한 번 하자."
"아잉........!"
가볍게 앙탈을 했지만 흥분과 호기심 반으로 적극 거부는 하지 않는 명희였다. 나는 그녀를 돌려 세우며 말했다.
"오늘은 뒤로 한 번 해보자."
"오빠, 망측하게."
"괜찮아 여러 자세로 해보는 것도 재미있잖아?"
나는 그녀를 달래며 그녀의 통통한 히프를 한 대 탁 때렸다.
"아, 아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항문 부위를 벌려보았다.
그녀가 일어서려고 했지만 내 완력에 눌려 가만히 있었다.
옅은 갈색의 자글자글한 국화꽃 모양이 나의 성감을 더욱 자극했다.
나는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샅을 만져보았다. 여전히 질퍽질퍽했다.
"간다!"
나는 예고와 함께 그녀의 비부를 향해 진입을 시도했다.
"악! 아파, 아파! 더 아픈 것 같아."
질이 조금 더 조이는 것 같았다. 나도 정상위보다 더 빡빡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전개했다. 그녀 또한 거친 신음을 내뱉으며 반응했고, 우리는 둘만의 밤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