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두 번째 계단-- >
"이 사무실은 아무도 없나?"
아무래도 지용준의 목소리 같았다. 김명자가 발딱 일어나 나가는데 나 또한 같이 따라나갔다. 역시 내 예상대로 지용준과 남희태도 함께 와 있었다.
"너희들이 어쩐 일이냐? 어서 들어와라!"
"둘을 맺어준 일등공신에게 너무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것이냐?"
"이런 싸가지. 너 때문에 미정이가 매일 집에도 못 들어가고 찬이슬에 떨며......."
"무슨 허풍은 여름인데 무슨 소리야?"
"이 자슥아! 여름부터야, 그 전부터지."
"나는 안 보이는 거냐?"
남희태의 말에 내가 물었다.
"너는 참 대학은 어떻게 됐냐?"
"빨리도 물어본다. 친구 간에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이 몸은 이미 초장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지."
"예비고사에서 떨어졌냐?"
"젠장 올해는 충북의 카트라인이 왜 이렇게 높아? 전국에서 3위 아니냐! 매년 전국 꼴찌를 다투던 충북이 말이야. 아쉽게도 1점 차로 낙방하고 말았다."
남희태의 말을 받아 지용준이 반격을 했다.
"떨어지는 놈 치고, 내 2점 차로 떨어졌다는 놈도 못 봤다!"
"이 새끼가 정말, 나는 진짜란 말이야 인마!"
"됐고."
남희태의 반발을 한마디로 잠재운 나는 지용준에게 물었다.
"너는 아들이냐? 딸이냐?"
"이 몸은 기술이 좋아, 아들을 낳았다는 것 아니냐?"
"축하한다. 그래, 지금은 동거하는 거냐?"
"응, 젖도 안 나와 벌써부터 분유 값 대느라고 허리가 휜다."
"그럼, 뭐라도 해야 되겠다."
"그래서 널 찾아온 것 아니냐? 부강공고를 나왔더니 어느 놈 하나 알아주는 놈 없고, 면접에 붙는 곳은 전부 허름한 회사뿐이니........."
"잘 왔다. 우리 회사에 근무해라!"
"회사?"
"그래. 새시대리점에 전문건설업체도 하나 차렸다."
"분야가 있는 것 아니야?"
"주로 창호 쪽이야."
"창호 쪽에 내가 할 일이 뭐 있어?"
"영업!"
"싸장님, 저도 끼워주면 안 되시겠습니까?"
갑자기 남희태가 반 장난삼아 굽실 모드로 나왔다.
"너도 함께 해. 하지만 불성실한 놈은 그 이튿날 바로 보따리 싸는 줄만 알아."
"열심히 하겠습니다. 싸장님!"
부동자세로 이구동성으로 대답하고는 서로를 바라보고는 배꼽을 쥐었다. 그때였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상백이었다.
"안녕?"
"왔구나! 잘 왔다!"
"사람이 많네."
"아, 서로 인사 나누어라. 앞으로 함께 근무할 사이이니까."
내 말에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잡는 세 사람이었다.
"지용준입니다."
"이상백입니다."
"남희태입니다."
"이상백입니다."
"인사 끝났으면 안으로 들어가자."
"오케이!"
세 사람이 나를 따라 지사장실로 들어갔다.
들어가며 내가 이들의 어깨너머로 김 주임에게 말했다.
"김 주임, 여기 차 좀 부탁해요."
"네, 사장님!"
우리는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이상백이 내 옆에 앉고, 반대편에는 지용준과 남희태가 나란히 앉았다. 바로 김 주임이 노크와 함께 들어왔다.
"무슨 차로 드릴까요?"
"뭔 차가 있습니까?"
지용준의 물음에 내가 김 주임에게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말고 모두 커피로 통일하세요."
"네, 사장님!"
"나는 커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희태의 말에 내가 말했다.
"오늘만 그냥 처먹어. 먹고 죽는 것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도 서 있는 김 주임에게 말했다.
"제 말대로 시행하세요."
"네, 사장님!"
김 주임이 나가자 이상백이 말했다.
"와! 벌써부터 틀이 잡혔다, 야!"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관록이 얼만데........ 됐고."
나는 세 사람을 둘러보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내일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상백이 너는 내일 내가 대충 가 도면을 떠 줄 테니까, 설계사무소에 의뢰해서 사무실 설계를 해오도록 해."
시선을 두 사람에게 옮긴 나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들 둘은 새시대리점 공터의 풀을 뽑는 거야."
"뭐? 영업사원이라며?"
지용준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야지, 노가다로 다져진 기초 안 무너진다."
"무슨 해괴한 논리야?"
남희태의 반발에도 나는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영업이 곧 노가다 영업이니까, 잡일부터 배워."
"쳇!"
"싫어?"
"그런 건 아니고........."
"이의는 없다. 사장이 까라면 까는 거야. 앞으로 근무 시간 내의 나는 곧 너희들의 상관이고, 끝나면 친구로 되돌아간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넵, 싸장님!"
지용준의 장난기어린 말에도 나는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장난은 오늘까지 만. 내일도 나를 그런 태도로 대한다면 근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당장 해고야! 알았어?"
"네, 사장님!"
아직은 약간 어색함이 묻어나는 대답이나 그들도 내말이 진심임을 알고 역시 진지해졌다. 나는 그들을 보내고 사무실 책상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새시대리점 터에 들어설 사무실 건물에 대한 설계를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우선 이 건물을 임대가 끝나면 바로 철거할 수 있도록 임시로 건물을 지을 것이냐, 아니면 제대로 된 건물을 지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했다. 원래는 임대가 끝나면 즉시 철거할 수 있는 가건물로 짓는 것이 경제논리에 맞았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단종업체가 아니라 종합 건축 회사를 꿈꾸고 있었으므로, 비록 임시 사무실이지만 장래를 위한 PR의 기회로 삼기위해, 남의 눈에 띄는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콘크리트 슬라브 집은 여름에 그 뜨거운 복사열에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서구 풍으로 꼭 스위스 설원에 세워진 낭만적인 삼각형지붕으로 일단 택했다. 그리고 집의 외관도 그런 식으로 실용성을 물론 미적 감각도 추구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청주에 내 살림집이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다니려면 물론 서울에도 있어야겠지만 오가며 사업을 하려면, 청주에도 내 살림집 하나 정도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층으로 설계하기로 했다. 그리고 좀 크게 지어 가운데 내 집무실을 두고 양쪽으로 대리점 사무실과 단종회사 사무실을 두고 싶었다. 양쪽 사무실은 이층으로 할 필요가 없으니 가운데만 더 도드라지는 그림이 될 것 같았다. 모든 생각이 정리되자 나는 대충 그 모양을 스케치했다.
그리고 대충의 크기를 정해 평면도를 그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실한 느낌이 들어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서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침부터 미정이를 외출시키기 위해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다정이 엄마!"
"왜요?"
"외출 준비 해!"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 이예요?"
"어디 가 볼 때가 있어."
"지금요?"
"그래."
"알았어요. 빨리 준비할 게요."
"응."
상백이와 지용준 등을 8시까지 출근하라 했는데, 내가 너무 늦게 미정이에게 통보를 한 것 이다. 건설 쪽은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로 잡고 있기 때문에, 그네들에게도 그렇게 통보했던 것이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이었다. 아무래도 미정이가 준비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했다. 나는 급히 부엌으로 갔다.
"설거지 다 했어?"
"아니요."
"가서 세면하고 화장해."
"아니 당신이 정말 설거지 하시 게요?"
"자취할 때는 매일 내가 하던 일이야."
그래도요. 너무 황송해서..........
"미정이가 장난기 비슷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빨리 준비나 해."
"알았어요."
미정이는 서둘러 양치와 세면을 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금방 설거지를 했다. 두 식구 것의 설거지가 되면 얼마나 되겠나. 내가 후딱 금방 해치우고 부엌에 걸린 수건에 손을 닦는데, 다정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뛰어들 듯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다정이를 이불 속에서 꺼내 들었다. 다정이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아이고, 귀여운 것!"
나는 다정이의 여린 볼을 살짝 꼬집었다. 너무 힘이 들어갔나, 다정이가 울라고 했다. 나는 얼른 손을 떼고 다정이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아이고, 우리 다정이 착하지."
그런데도 그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다정이의 밑을 만져보니 기저귀가 축축했다. 아무래도 배고픈 게 아니라 찝찝해서 깬 것 같았다. 나는 기저귀를 갈아주기로 하고 다정이를 바닥에 눕혔다.
"아빠가 기저귀 갈아 줄게."
말귀를 알아듣는지 조요히 누워있는 다정이였다. 나는 한쪽에 개어져 수북이 쌓인 기저귀를 갖다 채워주었다. 헌 기저귀를 한 쪽 구석으로 던지며 나는 중얼거렸다.
"빨래 감 또 하나 늘었군!"
이 당시는 지금과 같이 1회용 기저귀를 사용한 게 아니라, 광목을 여러 필 끊어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재단하여, 몇 번을 삶는 등 깨끗하게 하여 기저귀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정이가 차고 있는 이 기저귀도 친정엄마가 그렇게 해서 만든 기저귀였다. 그때 미정이가 세면을 끝내고 들어왔으므로 내가 말했다.
"다정이 젖 좀 줘. 기저귀는 갈았으니, 내버려 두고."
"오늘 정말 당신, 가정적이네요."
"별 소릴 다 듣겠네. 내 물 끓여서 젖병 소독하고 분유 타서 넣을 테니, 빨리 빨리 해."
"고마워요. 여보!"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도 촉촉해지는 미정이의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젖병을 찾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이렇게 도와줬어도 결국 우리는 택시를 타야 했다. 도심 번화가 옆 큰 도로에 접한 새시대리점 예정지에 도착하니 5분 전 8시였다.
"우와........! 넓다. 밭을 만들어 깨를 심어도 엄청 나오겠다.
"촌년은 할 수 없군."
내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미정이도 들었나 보다. 발끈했다.
"자기는 뭐, 촌 출신 아닌가?"
"당신 같이 테는 안 나고 다녀."
"안녕하세요? 제수 씨!"
우리의 투닥거림을 말리기라도 하듯 먼저 출근해 있던 지용준이 멀리서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뒤로는 남희태와 이상백이 따르고 있었다.
"네~! 잘 지내셨어요?"
미정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지용준의 인사를 받았다.
"누가 인마! 제수씨야!"
"그럼, 아냐? 솔직히 네 생일은 10월......"
"엔마!"
나는 날듯이 쫓아가 지용준의 입을 틀어막았다.
"앞으로 너 미정이 듣는데서 내 생일 얘기하면 죽어."
내 협박에 안 하겠다는 것인지, 하겠다는 것인지 어버버거리며 지용준이 손을 저었다. 표정을 보니 한 하겠다는 것이라, 일단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리고 미정을 급히 돌아보니 그녀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벌써 지용준이 말하려던 의도를 짐작하고 있는 낌새였다.
"험, 험.........."
내가 헛기침을 하며 미정이로부터 시선을 외면하는데, 상백이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와이프냐?"
"그래!"
"와........! 천하절색이다!"
이놈도 말하는 것을 보니 무협지깨나 읽은 느낌이 왔다.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백이 녀석이 또 산통을 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희는 어쩌고?"
'아이고, 두야........! 이래서 아는 놈들을 데려다 쓰는 게 아닌데!'
후회막급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래도 미정이의 표정이 궁금해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살짝 굳어있었다.
'아이고, 오늘 내 일진이 왜 이래? 차라리 데리고 오지 않는 건데........'
나는 모른 체하며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너는 방은 구했냐?"
"어제 오후 내내 쏘다녔지만 마땅한 게 없어서 아직 못 구했다."
종전의 일도 있고 해서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업무시간 이냐? 아니냐?"
"아, 착각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좋아, 앞으로 이곳이 사무실이 될 테니까, 기왕이면 이곳 부근에 구하도록 해."
"네!"
나는 미정이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면서 손으로 세 명을 손짓으로 불러 모았다.
"내 말 잘 들어. 이곳이 새시대리점을 할 공터다. 그래서 이곳 전체를 마사토와 잔자갈로 깔을 거야. 그러니까 그 흙에 덥힐만한 놈들은 그냥 내버려 두고, 큰놈들만 골라서 뽑아. 알았지?"
"네?"
"실시!"
"실시!"
지용준과 남희태가 복창을 하고 쪼그려 앉는데, 이상백이 다가오며 말했다.
"나는 오늘 설계사무소에 가야 된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그가 말을 정정했다.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나 혼자 가기로 했다. 혼자 가도 될 일은 두 명씩 몰려다니면 인력낭비 아니야? 그러니 쟤네들과 함께 풀이나 뽑도록 해!"
"아무래도 나 보복 당하는 것 같은데........"
내가 들으라는 듯 툴툴거리며 멀어지는 이상백이었다. 나는 못들은 체 하고 미정이의 곁으로 가 그녀의 눈치부터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외면하는 미정이였다.
'좆 됐다!'
나는 내심 중얼거리며 가능한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 사무실과 함께 우리 살림집도 지으려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누구를 데려다 살라고요? 당신이 나 데리고 서울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차차........! 이런 젠장을 넘어 이건 완전히 새됐다.'
오해가 더 깊어지게 생겼으니, 오늘 이를 풀려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나였다. ============================ 작품 후기 ============================올린 것을 또 올리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초장에 읽으신 분들께서는 죄송합니다!
^^ 그리고 명희 문제는 이 소설이 장편임을 상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내일은 답이 제시될 것입니다. 사실 답은 이미 소개글에 나와 있습니다!
^^ 그래도 똑 욕을
먹겠지만 말입니다!
^^변치않고 성원해주시는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드리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4종 세트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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