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두 번째 계단-- >
우리는 내 집무실 소파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서로 인사 나누세요. 여긴 내 외사촌 형님 되시고, 저 분이 지사장입니다. 형님!"
남부 지국장 홍창희의 소개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강 대정입니다."
"나 이 춘발입니다."
"그러시군요. 앉으시죠. 차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편하게 커피로 통일하죠? 형님!"
남부지국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는 이춘발이었다. 나는 그들의 말에 따라 잠시 문을 열고, 명희를 불렀다.
"명희야!"
"네, 지사장님!"
"여기 커피 세 잔만 가져와라."
"네~! 지사장님!"
내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어떻게 상의는 잘되셨습니까?"
"이 형님이 돈이 좀 적다고, 북부를 맡았으면 하시는 데......?"
홍 국장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뭐."
"더 네고는 안 됩니까?"
이 춘발이 물었다.
"제가 그 계산 내역을 대충 말씀드릴 게요. 그러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가실 겁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나의 보충설명이 이어졌다.
"북부가 총 3,000여부 나갑니다. 그럼, 현재 이익금이 얼마냐 하면, 모든 것 제외하고 대충 한 달에 1백5십만 원 정도 남습니다. 그런데 요는 이것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자전거로 판촉한 것이라서, 의무적으로 2년이 계약 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이번 달에 제가 수금할 것이니까. 딱 1년의 계약기간이 남았습니다. 그 말은 즉 월 백오십만 원씩 12달을 더 해먹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총 1천8백만 원의 이익금이 남는다는 계산입니다."
잠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나의 말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제가 권리금으로 1천2백만 원을 받아 가면, 그래도 6백만 원 정도가 남아, 월 50만 원의 이익금은 집으로 가져가실 수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2년 후에 독자들이 계약만료가 되어도 일시에 다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끊으리라는 예상은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전 신문을 다 가지고 있으니, 독자들이 신문을 바꿔 봐도 우리 신문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땅 집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죠. 어떻습니까? 그래도 더 깎기를 원하시면, 저는 다른 구매자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동생이 어련히 알아서 깎았을까마는 그래도 혹시나 해서 여쭤본 겁니다. 그럼, 그대로 계약하시죠."
"1천2백만 원입니다. 홍 국장으로부터 들으셨죠?"
"네!"
"어디 가서 지국을 인수해도 이렇게 속속들이 알려주고 계약을 체결하는 곳은 없습니다. 저는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이렇게 내용을 공개하면서까지 넘겨주는 것이죠."
"고맙습니다. 바로 계약 체결하시죠."
"그럽시다."
이렇게 해서 나는 북부지국을 1천2백만 원의 권리금을 받고, 이춘발 지국장에게 넘겼다. 그리고 나는 신임 이 국장에게
'소장과 총무들은 전부 뺄 것이니, 빠른 시일 내에 사람을 구해 인수를 받으라.'
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9시.
나는 어제보다는 1시간 늦게 출근했다. 어제 계약을 체결하고, 그 길로 세 사람이 술집으로 갔다. 그 바람에 과음을 좀 했더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명희가 안 보였다.
"김 주임, 명희 아직 안 나왔어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안 나왔네요."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니야?"
"글쎄요?"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가봐야겠어."
나는 그길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명희의 집에 도착했다. 대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명희를 불렀다.
"명희야!"
대답이 없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방을 향해 뛰었다. 부엌문을 여는 동시에 또 한 번 불렀다.
"명희야!"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황급히 방문을 열어젖혔다. 자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면 아무리 깊은 잠이 들어도 깨어나야 정상인데, 아직도 자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방안을 자세히 살피니 연탄을 피우는 화덕이 보였다. 나는 황급히 신발을 신은 채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명희를 흔들어 깨웠다.
"명희야, 명희야!"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얼굴이 술 취한 사람처럼 지나치게 붉었다. 볼을 때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명희를 황급히 안아들었다. 그리고 방안을 뛰쳐나왔다. 무조건 거리로 나왔다. 급하니 택시도 없었다. 명희를 안고 도립병원 방향을 향해 달렸다. 마침 골목에서 빈 택시가 하나 빠져나왔다.
"택시!"
택시가 멎었다. 나는 명희를 잠깐 무릎 위에 얹었다. 택시 문을 열고 안에 던지듯 놓았다.
타면서 말했다.
"도립병원으로 갑시다."
"어디가 아프십니까?"
"연탄가스 중독 같습니다."
"이런..........!"
운전기사는 알아서 비상깜박이와 비상라이트를 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택시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거리가 수 십 리는 되는 듯 멀어보였다. 신호등은 왜 이렇게 자주 걸리는지? 그러나 노련한 운전기사는 붉은 신호등에도 경적까지 울리며 서서히 진입을 시도해, 빠른 속도로 신호등을 통과했다. 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안고 뛰었다. 무조건 응급실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복도에서 몇 번을 사람들과 부딪칠 번했다.
"연탄가스 중독입니다. 빨리 치료 좀 해주세요."
"음.........!
"엉.........?"
내 말이 무색하게 명희가 미약한 신음을 발했다.
"명희야!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으응........!"
명희가 좀 더 깨어내는 기척을 냈다.
"일단 저 침대에 눕히세요."
잠시 둘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간호원이 말했다.
"네!"
나는 명희를 가까운 빈 침대에 눕혔다. 간호원이 얇은 이불을 갖다 덮었다.
그때였다.
"윽.......! 욱........!"
명희가 토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넘어오지는 않았다. 묘한 색깔의 액체만 조금 토해내다 말았다. 이때 의사가 곁으로 왔다.
"연탄가스 중독이랍니다."
간호원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의사가 말했다.
"일단 옷을 느슨하게 해서 호흡하기 편하게 하세요.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유지하고, 벨트도 했으면 풀어주세요."
"네!"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산소호흡기 꽂을 준비도 해주시고."
"네!"
응급조치를 취한 의사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보호자분이 계셔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 일단 수속부터 밟아주세요."
"네!"
나는 명희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응급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 길로 병원 복도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일단 명희도 깨어나는 듯하니, 다소 안도가 되었다. 수속이고 뭐고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성냥불을 그어 불을 붙였다. 담배를 깊숙이 빨았다, 뱉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짜면 금방이라도 푸른 풀감을 토해낼 듯,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명희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가?'
그녀는 지금까지 솔직히 계륵 같은 존재였다. 남자의 도둑놈 심보로 남 주기에는 아깝고, 데리고 살자니 미정이가 걸리는 그런 정도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자살(?)까지 기도하는 것을 보니,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욱 하고 치미는 것이 있었다. 더 이상은 생각하기가 싫었다. 나는 피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수속도 수속이지만 그녀의 용태가 궁금해 나는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잠시 실내를 둘러보니 명희는 한 구석에 산소 호흡기를 꽂고 누워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의식은 있는 듯해서 나는 다소 하고 다시 응급실을 빠져나왔다.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원무과에 가서 대충 수속을 마치고, 그녀가 경과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시 반이 되자 나는 그녀의 상태가 궁금해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이때 그녀는 산소 호흡기도 벗고, 완전히 깨어난 듯 눈을 뜨고 있었다. 비록 초점이 없는 눈이었지만.
내 발자국 소리에 힐긋 나를 돌아본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 섰다. 꼭 감긴 그녀의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백 마디의 말보다도 나를 자책케 했고, 가슴 한 편이 아릿해져 왔다.
"명희야!"
내가 그녀를 낮게 불렀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명희야!"
나는 또 한 번 그녀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역시 대답이 없었다.
"흑흑흑........!"
오히려 소리 내어 울기만 했다. 나는 잠시 그녀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으흑흑........! 꺽꺽......."
그러나 명희는 시간이 갈수록 어깨까지 떨며 더 거세게 울었다. 대략 난감했다. 그렇게 일 다 경이 지나자 그녀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명희야!"
나는 또 한 번 그녀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가! 가란 말이야! 날 왜 살려놨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이놈아!"
"으 으.........!"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흐느끼기만 하는 명희였다.
"도대체 왜 그랬어?"
더 크게 흐느끼는 그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는 잠시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다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들어갔다. 많이 진정됐는지 그녀가 침착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그러나 볼에는 눈물자욱이 여전했다. 나는 말없이 그냥 서 있었다. 명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한테 나는 어떤 존재야? 혹? 아니면 계륵?"
'억.........!'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내 심중을 정확히 짚기도 했지만, 계륵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할 줄은 솔직히 몰랐기 때문이었다.
"명희가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네!"
"치워, 그 얼굴 가증스러워!"
멍.........!
나는 명희의 입에서 그런 말까지 튀어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한동안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 일도 없었어, 단지 내가 살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 얘기가 어디 있어? 멀쩡한 애가 갑자기 살고 싶지 않다고 자살을 기도 하다니?"
"..........."
더 이상 말이 없는 그녀였다. 이때 아까 명희를 담당했던 의사가 다가와 내게 말했다.
"조기에 발견되었기를 천만대행입니다. 외관상으로 봐서는 큰 후유증이 없을 듯합니다. 이만 퇴원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경과를 지켜보다가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그 즉시 다시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가자!"
내가 명희에게 말 하는 순간 의사도 내게 말을 했다.
"당분간은 안정이 필요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빠랑 같이 가기 싫어. 나 혼자 갈 거야."
"뭐.......?"
스스로 일어나 신발을 신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말도 있고 해서, 재빨리 응급실을 찾아가 병원비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 전까지 환자였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명희는 벌써 현관문을 밀고 나가고 있었다.
"같이 가자!"
아무런 말없이 쌩 그냥 걸어가는 명희였다.
"도대체 왜 그래?"
그래도 여전히 말이 없는 그녀였다.
은근히 화가 났다. 나는 급히 뒤쫓아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확 나꿔챘다.
"오빠가 몰라서 물어? 평소에 나를 어떻게 대했어?"
"그 부분은 내가 잘못했다."
"흥! 남 앞에서만 약혼자지. 내가 정말 오빠 약혼자야?"
말문이 쏟아지자 명희는 평소 마음에 두었던 생각을 마구 쏟아냈다.
"다 오빠가 못난 탓이다."
"흥! 못난 게 아니라, 너무 잘난 탓 아닐까?"
이제는 빈정대기까지 하는 명희였다.
"그래서 날보고 어쩌라고?"
"뭘 어째? 이제 영원히 볼 일이 없을 건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 절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던지, 수녀가 될거야."
"안돼!"
"왜 안 돼? 누구 맘대로."
"이놈의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내가 눈까지 부릅뜨고 화를 내자, 또 다시 울기 시작하는 명희였다.
"흑흑흑...........!"
"명희야! 모든 걸 오빠가 다 잘못했다. 용서해라! 도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네가 이러니?"
"오빠! 흑흑흑........!"
나의 다정한 말에 갑자기 그녀가 내 품에 뛰어들어 어깨까지 들먹이며 흐느꼈다. ============================ 작품 후기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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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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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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