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
"뭐가요?"
"아, 그런 일이 있으면 사전에 나랑 의논 좀 하지. 그렇게 감쪽같이 시행하긴가?"
"이 일은 비밀을 요하는 일이므로, 여기 계신 박 부장님은 물론, 우리 사무실의 두 명의 경리 중, 그 하나조차도 모르게 1급 보안 속에 시행된 일이라, 알릴 게재가 못 되었습니다."
"하여튼 어른 뺨치는군!"
박 부장의 말에 서부지국장도 혀를 내두르며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아주머니가 고기와 술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미처 준비가 안 돼서 죄송합니다."
"됐습니다. 장사를 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죠. 대신 벌주나 한 잔 받고 나가세요."
박 부장의 말에 다소 상기된 아주머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잠시 서 있다가 말한다.
"장사해야 되는데. 술에 취하면........"
"많이 안 드립니다. 딱 한 잔만 드릴 겁니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박 부장의 말에 다소곳이 자리에 앉는 주인아주머니였다. 술병을 잡은 박 부장이 아주머니께 술을 권했다.
"자, 받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는 여성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내 한 잔씩 드리리다."
이어 박 부장은 나와 서부지국장에게도 소주를 한 잔씩 따라주었다.
"자, 다들 드세요!"
"네!"
우리는 일제히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 박 부장은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었다.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아 굽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술판이 시작되었는데, 아주머니가 한 잔을 마시고 일어나려 하자 이번에는 서부지국장이 말렸다.
"내 잔도 한 잔 받으세요."
"저......... 이러시면 정말 저 장사 못합니다."
"누구 잔은 받고, 누구 잔은 안 받습니까?"
난처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 누구는 사람이고, 누구는 사람이 아니 예요?"
이렇게 까지 나오니 아주머니도 할 수 없이, 자리에 머물러 술잔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아주머니가 일어서려 하자 이번에는 박 부장이 술을 권했다.
"기왕 시작한 것 한 잔 받으세요."
"아니 예요. 아직 박 부장님은 한 잔도 안 드셨잖아요.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잔을 받아든 박 부장이 급히 마시더니, 그 잔을 자신의 양복바지에 쓱쓱 닦아 또 아주머니께 잔을 내밀었다.
"한 잔 받으세요."
난처한 표정으로 박 부장만 바라보는 아주머니였다.
"기왕 시작한 잔이잖습니까?"
"정말 곤란하네."
마지못해 또 다시 잔을 받는 아주머니였다. 나는 웃으며 이 거동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잔이 빈 박 부장에게 술잔을 넘기며 말했다.
"부장님 한 잔 받으세요."
"그럴까?"
나는 그에게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1천부만 더 내려주세요!"
"옳거니!"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고 급히 내게 다가오더니 내 뺨에 급 키스를 했다."
"왜 이러세요? 징그럽게. 벌써 취하셨어요."
"너무 예쁜 짓만 골라 해서. 하하하.........!"
"그 대신 지대나 적게 먹게 해주세요."
"당연하지. 내 본사 판매국장과 싸움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그렇게 하겠네."
나는 박 부장의 말을 반만 믿었다. 생리적으로 돌아서면 뒤통수치는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라, 나는 절대 이 사람들의 말을 백 프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절반만이라도 내 뜻을 수용해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아주머니의 잔이 이번에는 내게로 왔다. 박 부장에게 잔을 돌려 나만이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사장님, 제 잔 한 잔 받으세요."
장삿속으로 철저히 내 타이틀을 부르는 아주머니였다.
"네, 한 잔 주세요."
나는 아주머니가 준 잔을 받아 급히 마시고 이번에는 서부지국장에게 권했다. 그동안 박 부장은 또 다시 잔이 없는 아주머니께 권했고, 서부지국장은 쌍 잔이 되었다. 이렇게 술을 주고받다보니 채 한 시간이 안 되어, 바닥에 소주병이 7개나 나뒹굴고 있었다. 모두 얼큰해서 자리를 파했다. 각자 헤어지기 전 박 부장은 서부지국장에게 다시 한 번 판촉하라는 말을 했다. 나는 먼저 박 부장을 보내고 서부지국장에게 말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지금은 누가 뭐래도 판촉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중에 1년 정도 지나 만료기간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세요. 괜히 돈지랄입니다."
"그렇지?"
내 말을 듣고 아주 좋아하는 서부지국장이었다. 그 날 저녁나절 내가 일찍 퇴근을 하는데 그 시오야끼 집이 문을 닫은 것이 보였다. 내가 알기로 박 부장도 자리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또 자전거 1,000대를 더 내려 판촉을 했다. 그러고 나니 대출한 돈까지 동이 났다. 다음 달에는 5,500부 값이 수금되어 내 수중으로 3백3십만 원이 들어왔다. 나는 이중에서 2백4십만 원을 들여, 또 1,000부 판촉을 했다. 다음 달에도 그렇게 했다. 이렇게 되자 8천부의 신문이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다음부터는 목까지 찼는지 판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이삭줍기 식으로 드문드문 판촉이 되었다. 성장이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타 신문사의 지국장들이 단체로 우리 지사사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이다.
'남 다 죽이고 너만 잘 먹고, 잘살면 되냐?'
, 그렇게 말하며 과격한 자는 기물을 부수기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기물손괴죄로 그 조선일보 지국장을 고발했다. 멱살을 잡으려 달려드는 놈은 손목을 비틀어 내동댕이쳤다. 경리에게까지 쫓아가 행패를 부리는 놈은 달려가 이단옆차기로 죽통을 날려버렸다. 돈에서도 지고 주먹에서도 진 그들은 전부 지국을 내놨다.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지국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청주 시내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었다. 적자를 보는 신문들이라고.
이는 내가 주도해서 그들이 내게 덤빈 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총무며 배달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공공연히 소문을 내고 다녔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지국장들은 권리금 한 푼도 못 받고 모두 신문을 본사에 반납해 버렸다. 처음 내가 맡기 전의 한국일보 지사 꼴이 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각 신문의 담당들이 찾아와 나에게 그 신문을 인수하도록 했다. 군소신문은 물론 중앙, 동아까지 나에게 인수를 타진하러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지대를 대폭 삭감해 적자가 안 나는 선에서, 조선일보를 빼고는 모두 인수했다. 이렇게 되자 끝내는 조선일보 담당자도 내게 찾아와 인수를 부탁했다. 그러나 요는 지대가 문제였다. 그들도 지대를 내려주기는 했으나, 내가 아는 그들의 예상 판매부수로는, 적자가 날 정도의 지대 감액이었다. 그래서 나는 단번에 NO해서 쫓아버렸다. 그 다음 작전은 조선일보 죽이기였다. 이제 내 구역에서는 이 한 신문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밀리에 조선일보를 돌리고 있는 배달학생들을 포섭했다. 그들을 포섭하는 것은 간단했다. 짜장면 좀 사주면서 용돈을 집어주니, 모두 내게 명단을 넘겼던 것이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총무들은 물론 본사요원까지 자전거를 주며 집중 투입했다. 조선일보가 거덜나기 시작했다. 이제 200부 이하로 추락했다. 이쯤에서 나는 멈추었다. 지금부터는 골수독자만 남아있기 십상이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신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조선일보 담당이 또 찾아왔다. 거의 그냥주다시피 하는 조건으로 백기투항을 하고만 그들이었다. 이로써 나는 내 구역에서만은 천하를 통일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장단점이 있었다.
첫째는 이제 판촉에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신문을 보고 싶다 해도 다 내가 하고 있기 때문에, 그전의 1/5만 신경 쓰면 되었다. 신문을 전혀 안 보고 있는 사람들이나 신경 쓸까, 타 신문을 끊어먹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판촉경비가 대폭 줄어든 반면에, 배달학생들은 한 사람이 여러 신문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헛갈리는 점이 있었다. 그야 처음에만 그렇지 조금 있으면 익숙해지는 일이므로, 나는 배달학생 전체를 모아놓고 회식 한 번 시켜주는 것으로 이를 달랬다. 아무튼 이 시점이 더위가 절정을 이룬 7월 말이었다. 이때부터는 자전거 판촉에 들어간 경비가 상계되어 본격적으로 나에게 큰 폭의 이윤을 남기기 시작했다. 타 신문까지 총 1만 부가 넘게 나감으로써 한 달에 이것저것 다 제외하고도, 남부지국 포함하여 월 4백만 원이 고스란히 내 수중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 부장의 제안도 결실을 맺어 판촉비의 절반은 본사에서 지원을 해주고, 또 전문 판촉요원도 생겼다. 기존의 본사에 근무하던 세 명이 본사 소속 정식 판촉요원으로 발령이 났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부장이 그래도 힘을 쓰는 바람에, 판촉비가 소급 적용되어 내 것도 절반은 돌려받았다. 나는 이 돈에다 이익금을 더 보태, 바로 대출금을 상환해버렸다. 그 대신 정기예금은 그대로 두었다. 이렇게 되니 대출 담당이 쫓아와 내게 인사를 했고, 김명자도 부담을 덜어 홀가분해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4월 달이었다. 이날이 정확히 4월 19일로 미정이 예정 분만일을 며칠 넘긴 날이었다. 따라서 분만예정일 즈음하여 처음에는 장모님이 오셨다. 그러나 딸의 임신 소식을 모르는 남편을 속이고 며칠씩을 객지에 머물 수는 없었다. 그 바람에 어머니가 대신 나와 계셨다. 아무튼 미정이 예정일을 넘기자, 나는 물론 시댁, 친정 모두 그녀를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나는 지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무렵이었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물론 어머니는 공중전화를 사용하셨을 게다. 아무튼 빨리 집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미정이가 진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부랴부랴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급한 마음에 가까운 거리지만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오늘 따라 빈 택시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삐리가 아빠가 되는 순간인데 세상은 협조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나서 막 뛰어가는데 앞에서 빈 택시가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택시를 거꾸로 돌리게 하여, 바로 집이 있는 사직동 방향으로 가도록 했다. 집에 다와 가자 나는 택시기사에게 말해, 미터기를 새로 꺾고 잠시 대기하도록 했다. 어머니가 문가에 기다리고 있다가 손짓까지 하며 나를 맞았다.
"어서 오너라!"
"미정이는 요?"
"미정이가 뭐야? 미정이가. 다른 좋은 말 놔두고........."
"아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급한 마음에 나는 어머니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마터면 미정이와 부딪칠 뻔했다. 바로 부엌 문가에 미정이가 쪼그려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야야.......! 아야야........"
"이런 젠장.........!"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미정이는 배가 아파 신음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그 소리가 미정이가 나와 관계할 때의 색 쓰는 소리와 신음이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분수도 모르는 놈이 바지 속에서 벌떡 일어서니, 저절로 욕설이 입에서 안 튀어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업혀........!"
그러고 보니 배가 만삭이라, 더 아플 것 같다. 나는 미정을 번쩍 안아들었다.
"자기........."
나의 행위에 미정이 파리한 안색과, 하얗게 메말라버린 입술로 나를 희미하게 불렀다.
"아무 말 하지 마, 택시 불러놨어. 당신 곁에는 항상 내가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힘이나 팍팍 줘."
내 말이 우스웠던지 미정이 다시 한 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미정이를 안고 그대로 달렸다. 미처 쫓아오지 못한 어머니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야, 야! 같이 가자!"
평상시보다 배의 힘은 나오는지, 미정을 안고 달려도 전혀 숨이 차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고 있는 택시의 뒷문을 무릎으로 열어젖히고 미정을 살짝 씨트에 앉혔다.
"빨리 오세요. 어머니!"
"헉헉.........! 아이고 숨차.........!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됐어요. 어머니!"
어머니의 푸념을 한 마디로 봉쇄한 나는 어머니를 앞좌석에 태우고, 나는 미정을 좀 더 안으로 밀쳐 함께 탔다.
"본정의 경 산부인과로 갑시다. 아저씨!"
"네, 진통이 심하신가 보죠?"
"네, 그러니 가급적 빨리 가주세요."
"네,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손님!"
다급한 상황을 아는지 아저씨는 빨간불의 상황인데도 눈치껏 비상들을 켜고 질주를 했다. 이윽고 산부인과에 내리자 나는 이층의 산부인과를 향하여 미정을 안고 뛰었다. 물론 택시에서 내리기 전에 팁 포함하여 300원을 계산한 터였다.
"간호원! 간호원! 의사 선생님, 어디 계셔?"
나는 입구부터 고함을 치며 달려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간호원이 나를 우선 이동용 침대로 안내했다. 나는 그 위에 미정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이 소동에 어디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타났다. 청진기는 목에 걸고, 뒤뚱뒤뚱 비만의 극치인 의사였다. 그런데 하필 40대 중반의 남자 의사였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 나도 모르게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아, 쓰발! 우리 마누라 거시기까지 다 볼 것 아니야?'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나는 괜히 기분이 나빠, 인상을 팍팍 구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솔직히 돈 문제는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아서 가급적 쓰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써야
겠습니다. 오늘 제가 글을 연재한 이래로 가장 많은 쿠폰을 받았습니다. 너무 기쁘고 고맙고 해서 감사도 드릴 겸......... 그냥 입 쓱 닫기에는 주신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아무튼 기쁘고,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읽어주시고, 추천, 멘트, 쿠폰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대단히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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