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33화 (33/322)

<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

"아이고, 이년아! 다 타겠다."

이 소동(?)에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빈대떡이 장모님이 얼른 뒤집어 놓으니 새까맣게 탔다. 덕분에 한 편으로 밀쳐진 미정이 탄 부침개를 보고 말했다.

"이건 신랑 줘야지."

"뭐라고, 네년이나 처먹을 것이지, 하늘같은 서방에게 준다고?"

"호호호.......! 엄마는 농담도 못해요."

"나도 농담이었다.

"하하하........!"

"호호호........!"

그러고 보면 장모님의 성격이 참으로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어머니도 좀 그런 편이시지만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사위, 어서 들어가세."

"네!"

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곧 장모님도 미리 부쳐놓은 빈대떡과 간자종지를 챙겨서

들고 들어오셨다.

"술은 한 잔씩 하세요?"

"없어서 못 먹지."

우리의 대화를 부엌에서 들었는지 미정이 끼어들었다.

"우리 엄마 술고래예요."

"저년이 사위 앞에서 집안 망신 다시키네. 사실은 사위, 농사를 짓다보면 여간 힘든가? 그때 참으로 한 잔씩 먹은 농주가, 이제는 앉은 자리에서 술 2대는 거뜬하네."

"저도 술을 좋아하거든요. 장모님 잠시 앉아 계세요. 제가 막걸리 몇 병 사올게요."

"벌써부터 두 분이 죽이 맞아 저러니, 우리 집 큰일났네. 술도가라도 하나 차리던지 해야지 원......."

"저년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기고 지금. 사위와 장모가 만나 술 한 잔 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노? 그렇지, 사위?"

"네, 네!"

"퍼뜩 갔다 오기라."

"네, 그런데 장모님 친정이 경상도 세요?"

"내 친정이 보은 너머 상주 아이가?"

"아이고, 어쩐지 감추고 계신다 했더니, 사위랑 좀 친해졌나보네요. 사투리 나오는 걸 보니까."

"저, 보리 문딩이 가시나가........!"

문득 영웅본색이라는 영화제목이 떠올랐다. '장모본색'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인가 보다.

나는 곧 가게로 가 막걸리 다섯 병을 봉지에 담아왔다. 안주거리로 빈대떡이 있긴 하지만 좀 부족한 듯싶어서 고등어 통조림 한 캔도 샀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와 미정에게 통조림 캔을 내밀며 말했다.

"웬만치 부치고, 이것 좀 자글자글 지져."

"아이고, 누가 충청도 사람 아니랄까봐 말투가, 몇 병이나 사왔는데?"

말을 하다 말고 봉지를 열어보며 묻는 미정이었다.

"아이고, 오늘 두 분 다 술 취하는 것, 아니야?"

"이것 나 혼자 다 먹어도 끄떡없다."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얼른 자기도 준비해서 들어와."

"같이 마시자고?"

"그래."

"됐네요."

입을 삐죽 내밀며 사양의 의사를 밝히는 미정이었다.

"어서 안 들어오고 부엌에서 뭐 하고 있노?"

"네, 곧 들어갑니다. 장모님!"

나는 막걸리 봉지를 통째로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뭔 걸 그렇게 많이 사왔는데?"

"막걸리입니다. 장모님!"

봉지를 열어보신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술내기 할라 꼬?"

"하실까요? 장모님!"

"아이다. 말이 그렇지 내는 쪼께 밖에 못 마신다."

나는 장모님의 남사스럽다는 듯 살짝 돌아앉아 하시는 말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막걸리 병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아래위로 잘 섞이도록 흔들었다.

"그러다가 다 쏟는다. 이리 내봐라."

"알아요, 장모님! 이렇게 하고 조금 기다리면 됩니다."

"우리 사위, 술꾼 아이가?"

"아닙니다. 좋아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믄 됐고."

"자, 받으세요. 장모님!"

"어디, 우리 사위가 따르는 술, 한 잔 받아볼까?"

나는 대접에 막걸리를 철철 넘치도록 따랐다.

"그만 해라. 정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옷 다 비린다."

"하하하........!"

"왜 웃노?"

"말씀이 재미있어서요."

"비웃는 건, 아니제?"

"그럼은 요.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장모님!"

"그럼, 됐고, 내 잔도 한 잔 받기라."

"네, 장모님!"

"나는 천천히 조금만 따를 란다. 우리 사위, 장모도 몰라보면 어쩌노?"

"네?"

"아이다. 내 웃자고 한 소리다."

"드시죠? 장모님!"

"그래, 그래!"

술잔을 든 채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물가에 내놓은 철없는 딸년과 우리 사위 백년해로케 해달라고, 내 황천후토 천지신명께 잔이라도 한 잔 먼저 올리고 싶다만....... 내 꼬시레로 대신 할런다."

말씀과 함께 술잔을 들고 사방을 살피시던 장모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쓰레기통과 창문을 열고 그 너머에 막걸리를 조금씩 뿌리셨다. 일종의 고사의식이었다.

"됐다. 자, 들자!"

"네, 장모님!"

내가 먼저 잔을 비우고 빈대떡을 짚는데, 몇 번에 걸쳐 끝내 다 비우신 장모님께서 얼른 내 젓가락을 누르시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그러지 말기라."

그러더니 손으로 안주를 쭉 찢어 손에 들고는 말씀하셨다.

"아~ 해라!"

"네, 장모님!"

이때였다.

"엄마!"

미정이 방안으로 들어오다 큰소리로 장모님을 불렀다.

"와그러노! 저 가시나 좀 봐라. 눈 부릅뜬 것."

"손 씻었어?"

"너랑 음식 장만할 때 같이 안 씻었노?"

"그랬나?"

"저놈의 가스나가!"

못들은 척 미정이 쟁반에 들고 온 안주를 상위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꼬? 꽁치깐스메가?"

"고등어 통조림입니다. 장모님!"

"돈 비싼데, 이런 건 뭐 하러 샀노?"

"잡숴 보시죠, 장모님! 맛이 괜찮습니다."

"누가 맛있는 것 모르나. 비싸서 그렇제."

"자기도 여기 앉아라!"

내 말을 받아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와? 이 기시나도 술 먹이게?"

"같이 한 잔 하면 좋잖아요?"

"초장부터 신부 초빼기 만들라카나?"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미정에 장모에게 얼굴을 들이대 빙빙 돌리며 말했다.

"치워라! 못생긴 얼굴을 어따 들이대노?"

"예쁘기만 한데 무슨 말씀이세요? 장모님!"

"글나? 하긴 지 눈에 지 안경이라고........"

"엄마! 벌써 취했어?"

"이년이 어따 대고........ 눈을 부라리노? 마, 이제 농담도 그만해야 되겠다. 내 딸년 하는 꼬라지를 보니, 오늘 저녁도 못 얻어먹고 쫓겨나게 생겼다 아이가?"

금방 또 처연한 표정을 짓는 장모님 때문에 나는 웃음을 금치 못하며 술병을 집어 들었다.

"제잔 한 잔 받으세요. 장모님!"

"고맙데이~!"

"자기도 한 잔 받아!"

내 말에 흘끔 모친의 눈치를 보는 미정이었다.

"받아라! 신랑이 따라 줄 때 퍼뜩퍼뜩 받아마셔라! 대신 주정하면 너 단번에 쫓겨난 데이."

"나 그런 딸년 아니거든요."

"또..........!"

장모의 큰 눈에 얼른 시선을 외면하고 나를 보고 말하는 미정이었다.

"서방님, 반 잔만 주사와요."

"아이고, 눈꼴시려 못 보것네!"

미정의 아양에 고개를 돌리며 하시는 장모님의 말씀이셨다.

"내 신랑 없었다면 부러워 어쩔기고, 저거."

"됐거든. 엄마도 집에 든든한 신랑 있잖아."

"엄청 든든하데이~. 남들이 들으면 진짠 줄 알 것데이. 평생을 지 마누라 밭고랑 못 면하게 하는........"

"엄마, 그만하자~! 응?"

장모님의 신세한탄이 나올듯하자 얼른 휴전을 제의하는 미정이었다.

"오늘 내 사위 앞에서 무슨 추대고?"

"괜찮습니다. 장모님! 자, 우리 한 잔씩 건배 한 번 할까요?"

"그래, 그래."

장모님이 맞장구를 치시고 또 천천히 한 잔을 다 비우셨다.

"잔만 들고 뭐 하는데?"

"자기 목젖 보고 있었다. 거 신기하네. 마실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별 게 다 신기하다?"

"여자는 없으니까, 신기해 보일게야. 그나저나 시어머니가 다녀갔다 메?"

"네, 얼마 안 되었습니다. 장모님!"

"뭐라카더노?"

"미정이가 예쁘고 참하다고 하시던데요."

"정말이가?"

"엄마는 저렇다니까, 내가 말하면 못 믿고........."

"네 말을 어찌 믿노? 거짓부렁만 하는데."

"내가 언제?"

"거 뭐시더냐? 책 산다카고, 극장가서 다 없애 불고......."

"그게 언제적 얘기인데......."

"그래봐야, 두 해 밖에 더 됐나?"

"쳇, 엄마는 별 걸 다 기억해. 잊어버리지도 않고."

"됐다. 가시나야! 근디 어찌 알고 이 집을 찾아오셨대?"

"제가 잠깐 들렸었습니다. 장모님!"

"그래, 단번에 쫓아오셨나 보네."

"네, 그렇습니다."

"참, 산간은 어찌 하기로 했노?"

"산부인과에 가서 낳으려고요."

"안 그래도 될 건데. 내가 있다 아이가. 내가........."

"엄마!"

"저 가시나가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고, 애 떨어지겠네."

"애 떨어질 사람은 나라고."

"저것이 한 마디도 안 질라꼬."

나는 두 모녀의 투덕거림에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이제 농사철도 아닌데, 오신 길에 며칠 묵어가시죠, 장모님!"

"누가 눈칫밥 먹을 일 있나? 저 가시나의 눈총에 어찌 배기라꼬?"

"하하하.........! 안 그럴 걸요?"

"안 그러기는 왜 안 그래. 내 들들 볶아서 바로 쫓아 보낼 건데."

"저 가시나 말 좀 하는 것 좀 보레이. 너 같은 딸년 둘만 낳았다가는........"

"됐거든."

"저 앙삭 하는 것 좀 보레이."

'아이고, 내가 오늘 중간에 끼어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젠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미정을 보고 말했다.

"얼른 한 잔 마시고, 장모님 한 잔 따라드려라."

내게 곱게 눈을 흘긴 미정이 말했다.

"우리, 엄마! 술 취하면 안 되거든."

"말 술 이라며?"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실제는 한 되만 잡수시면 취할 걸."

"내 주량이 그건 더 된다."

"못난 놈이 술 자랑하는 거라며?"

"하긴 그렇다. 자, 어서 들자고. 이런 잔이 비었잖아. 사위 잔도 비고."

"제가 한 잔씩 따라 드릴게요."

"모처럼 딸내미 같네."

"언제는?"

"좀 전에는 남보다도 못했데이."

"쳇 받기나 하셔."

"네 서방부터 한 잔 따라 주거레이."

"아닙니다. 장모님! 먼저 한 잔 받으세요."

"그럴까?"

"냉수에도 위아래가 있다고, 나도 그 정도는 아니, 엄마가 한 잔 먼저 받아. 괜히 튕기지 말고."

"요, 가시나 말하는 싹수 좀 보레이."

"자기는 안 마셔?"

내까 또 끼어들어 미정이에게 물었다.

"두 사람 좀 보소. 산모에게 술 권하는 친정엄마와 서방이라니, 참으로 잘 하고 있데이~!"

끝에 가서는 장모님의 말투를 따라해 모두를 웃음 짓게 하는 미정이었다. 이 후 미정과 장모의 투닥거림 속에 술자리가 이어지다가 오후 늦게 서야 술자리가 끝났다. 그 날 밤.

잠을 자는데 어머니가 오실 때와는 잠자리가 틀려졌다. 어머니나 장모님이나 아랫목에 따로 주무신 것은 맞지만, 오늘은 장모님의 강권으로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어머니가 오셨을 때는 미정이가 가운데 자고 나는 따로 잤다. 손만 잡고, 겨울 이불이 두 채라, 나는 여름 이불을 덮고 자도 어머니는 모른 척 그냥 주무셨지만, 장모님은 이를 아시고, '추운데 어찌 그렇게 자노'하며 미정과 나를 한 이불 속에 집어넣으셨던 것이다. 따로 떨어 잘 때는 모르겠는데, 한 이불을 덮고 자니 이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리 장모님이 옆에 주무셔도 말이다. 미정도 마찬가지인지 자꾸 뒤채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슬그머니 미정의 가슴을 만지니 소리 안 나게 내 팔을 툭 쳤다.

그래도 내가 손을 안 떼자 종당에는 손을 꼬집기까지 했다. 정말 일부러 그러는지 맵게 꼬집었다. 나는 소리도 못 지르고 입만 떡 벌렸다.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래서 나는 재빠른 동작으로 미정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미정이 깜짝 놀라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미정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살살 문질렀다. 미정이 자신의 팬티위로 손을 올려 내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았다. 그래도 자꾸 움직이자 종당에는 내 손을 잡고 빼내려 했다. 남자의 힘을 당할 수 없어 계속 그 상태가 되자 이제는 또 꼬집기 시작했다. 나도 화가 나서 아예 비부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미정의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몇 번을 더 계속하자 미정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신음마저 나오려 했다. 나는 얼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 짓을 계속했다. 미정의 몸이 움찔 움찔 떨었다. 나는 이러다가는 정말 미정이 막은 입을 뚫고라도 신음소리를 낼 것 같아, 얼른 손가락을 뺐다.

그러고 나서 장모님의 상태를 보니 얕게 코를 고시는데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호흡이 없으셨던 분이니까. 나는 미정을 등 뒤에서 안아야 했다. 미정이 종전의 보답으로 등을 돌려 잤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장모님이 아침 일찍부터 집에 가야겠다고 성화셨다. 그래서 나는 얼른 정육점으로 뛰어가 돼지고기 다섯 근을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장모님께 드렸다.

"이게 뭐고?"

"돼지고기입니다."

"양이 왜 이렇게 많노?"

"다섯 근 밖에 안 됩니다."

"다섯 근?"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리시는 장모님이셨다.

"우리 사위 통도 크데이. 통 큰 건 좋지만 내가 쫓겨난다, 안 하나?"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미정이 아부지는 사위 본지도 모르는데, 내가 다섯 근을 들고 가봐라. 여편네가 살림 헤프게 한다고 안 쫓겨나겠노? 그렇다고 사위가 사줬다고 말 할 수도 없고. 그러니 세 근은 덜자."

"그럼, 두 근만 더세요. 세 근은 가져가시고."

한 옆에 있던 미정이 거들었다.

"그래, 엄마 기왕 사위가 큰맘 먹고 사준 건데."

"알았데이, 빨리 덜어내레이."

"네, 장모님!"

내가 눈짓을 하니 미정이 식칼을 가져다 대충 눈어림으로 잘라, 많은 쪽을 친정엄마에게 드렸다.

"나 간데이~!"

"안녕히 가십시오, 장모님! 저도 출근해야 돼서."

"그래, 그래, 내 또 놀라 오마."

"네, 장모님!"

나는 바향을 나가는 미정의 손에 5만 원을 쥐어주며 말했다.

"차비하라고 드려."

"이렇게나 많이? 너무 많아요!"

"됐어. 빨리 쫓아가 드려."

"고마워요. 여보!"

쪽!

잽싸게 내 입술을 훔친 미정이 급히 친정엄마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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