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
"왜 이렇게 밥이 늦어?"
"네, 다 돼가요."
나의 재촉에 부엌에서 미정의 대답이 들려왔다.
"다 돼간다는 지가 언제야?"
"이인 분 밥을 짓다가 삼인 분 밥을 지으려니 그러네요."
"나는 고구마를 먹고 왔더니 별 생각 없다. 아가! 천천히 짓도록 해라."
"네, 어머님!"
고부간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가니?"
"갑갑해서요. 잠시 바람 좀 씌고 올게요."
서서히 담배가 중독이 되어가는 지 어머니와 있는 동안 한 대로 못 피웠더니 담배가 피고 싶어 나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찼다. 확실히 겨울은 겨울인 모양이었다. 나는 아직 녹지 않고 있는 눈과 얼음덩어리를 발로 툭툭 차며 깊숙이 빨아들였던 연기를 뱉어냈다. 순식간에 연기가 바
람에 날려갔다. 이제 아무 생각 없이 고개 돌려 골목길을 바라보니, 어귀에서 비치고 있는 푸른색 수은등이 더욱 차가움을 느끼게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무수한 뭇별들 가운데 창백한 안색의 편월 하나가 외롭게 떠 있었다.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몇 모금 더 빤 나는 발로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서는 미정이 여전히 무슨 반찬인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기웃거리며 내가 물었다.
"뭐해?"
"보면 몰라요!"
어쩐지 미정의 말이 차갑고 퉁명스럽게 들렸다.
"왜 그래?"
"쳇.........!"
대답이 없는 미정이었다.
"들었어?"
"못 들었네요."
혀를 길게 내밀어 내 얼굴에 닿을 듯 들이대며 약을 올리는 미정이었다.
"들었구나. 들은 그대로야. 나는 자기 외에 더 생각이 없다고."
"어떻게 믿어요."
"아들! 안 들어오고 뭐 하니?"
"네, 어머님! 곧 들어가요."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은 엉뚱하게 미정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찬이 너무 없네!"
어머니가 들으라는 듯 비교적 큰소리로 말하는 미정이었다.
"그렇게 없어?"
"시장도 안 봐왔고, 둘이 먹을 거라고 대충........"
"어머니 그런 거, 별로 안 따지시셔."
"자기 생각만 하나요? 내놓는 내 얼굴은 뭐가 되고요?"
"그럼, 뭐라도 사올까?"
"빨리요."
미정의 대답에 나는 씨익 웃으며 다시 부엌을 나왔다.
나는 빠르게 걸었다. 나온 순간 이미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정육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촌에서는 명절 때나 남의 잔치 때 아니면, 일 년 내내 고기 한 점 먹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다행히 정육점은 멀지 않았다. 붉으죽죽 빛나는 푸줏간을 들어선 내가 서둘렀다.
"돼지고기 두 근만 주세요."
삼겹살집과 겸하고 있는 집이라 홀에 있던 아주머니가 뛰어오셨다.
"뭘로 줄까요? 학생!"
"삼겹살로 두 근만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요. 학생."
"네!"
배고픈 나로서는 불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더욱 진하게 맡아졌다. 술 생각도 났다. 대개의 경우 다 그렇겠지만, 배가 고프면 술 생각도 잘 안 나는데 배가 고프면 유독 술 생각까지 났다.
"아줌마!"
"왜?"
내가 아줌마라 부르자 기분 나쁜지 주인여자의 대답도 퉁명스러워졌다.
'당연한 호칭인데?'
고개를 갸웃하며 나는 다시 한 번 아줌마를 불렀다.
"사모님!"
"왜요? 학생~!"
대답하는 목소리가 간드러졌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고기 좀 구워 가면 안 될까요?"
"어디 가나 똑같은 연탄불인데.........?"
"뭔 요리를 하고 있어서요. 손님이 오셨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든지.........."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아니, 됐어요."
"왜.........?"
풍로 불에 구울 생각으로 나는 생각을 수정했다.
"파절이도 파나요?"
"그럼, 시오야끼집에 파절이가 없으면 되나? 전에는 많이 사는 사람들한테는 공짜로 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학생도 알다시피 겨울철이라, 파가 여간 비싸?
"썰어놓은 건가요?"
"가서 무치기만 하면 돼."
"같이 주세요."
"얼마나?"
"그것 먹을 정도만 주시면 되죠."
"알았어요, 학생!"
파절이까지 사가자 아줌마의 목소리가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잔돈을 거슬러 받고 바로 옆의 가게에서 소주까지 두 병 산 나는, 빠르게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밥은 다 됐지?"
"네."
"다른 반찬은?"
"다 됐어요."
"그럼, 상 차려."
"사온 반찬은 요?"
"삼겹살인데 안에서 구워먹자."
"아이고, 온 방에 기름 냄새 벨 텐데........."
"괜찮아!"
나는 말을 하며 벌써 곤로를 번쩍 들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제가 구워서 들어갈게요."
미정이 따라오며 말했다.
"아, 괜찮아. 환기시키면 되지."
"감기 걸려요."
"엉?"
미정과 태아를 생각하니 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아! 그 생각을 못했네!"
나는 다시 곤로를 부엌에 내려놓았다.
"제가 구워서 들어갈 테니, 어서 들어가세요."
"아들, 왜 안 들어 와!"
평소에도 어머니는 남자가 부엌에 어리대는 것을 질색하셨으므로 나를 부르시는 모양이었다.
"험, 험..........!"
어머니의 속내를 들여다 본 내가 미정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귀에다 대고 귓속말을 했다.
"남자가 부엌에서 어리대면 불알 떨어진다고 그러시는 거야."
발그레 하게 볼을 붉힌 미정이 말했다.
"우리 엄마도 똑같으세요."
"이해하지?"
"왜 안 들어와?"
목소리 톤이 한결 높아졌다. 나는 미정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배 안 고프세요?"
"고구마 몇 개 집어먹었다."
"그러시면 저녁 맛없어요."
"지금이 아니라, 아까."
"언제요? 본 적이 없는데?"
"부엌에서."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짓말이셨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란한 저녁상이 방문 앞에 나타났다.
"네가 받아라! 어서!"
"거, 나보다 더 아끼시네!"
"홀몸도 아닌데, 그러다가 허리라도 다치면 큰일 난다."
"며느리 내가 아껴야지 그럼, 누가 아끼냐?"
"고마워요. 어머님!"
눈물이 흔한 미정은 벌써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냥 넉넉한 미소만 머금고 있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가! 이 시애미가 갑자기 나타나서 추운 날 네가 고생이 많다."
"아니 예요. 어머님! 저는 오늘 무척 반가웠어요."
"처음 보는 시애미가 뭐가 그렇게 반가울 게 있누?"
"어머님께 인정 못 받을까봐 그간 많이 걱정했거든요."
"나 아직 인정 안 했다!"
"네?"
"하하하..........!"
"호호호..........!"
어머니의 웃음에 한 박자 늦게 빙그레 미소를 짓는 미정이었다.
"식기 전에 어여 들자."
"네, 어머님!"
"뭘 이렇게 많이 차렸누?"
"별로 차린 것 없어요, 어머님!"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고부간의 대화였다. 구운 삼겹살, 파절이, 양념된장, 배추국, 계란찜, 속리산에서 산 묵나물무침, 두부조림, 콩나물무침, 장아찌, 김치, 깍두기 등 집에 있는 반찬이란 반찬은 다 꺼내놓은 상차림이었다. 나는 그제야 소주가 빠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부엌으로 갔다. 그간 미정이 사와서 소주잔도 있었다. 나는 장모가 사준 찬장에서 소주잔 세 개를 꺼내들고 방안으로 향했
다. 그러고 보면 곳곳에 장모가 사준 살림이 꽤 됐다.
"갑자기 국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아이고, 이만 하면 됐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추운데 수고했다. 아가! 걱정 말고 어여 먹자!"
"네, 어머님!"
"한 잔 받으세요. 어머니!"
"내 술 질색하는 것을 알면서."
"그럼, 저 혼자 마실게요."
보아하니 미정이도 시어머니 앞이라 안 마실 것 같다.
"먹든지 말든지."
할아버지의 1년 365일 술시중에 덴 어머니의 퉁명스러운 반응이셨다. 이렇게 요란스러운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커피를 한 잔씩 앞에다 놓고 티타임을 가졌다.
"이렇게 쓴 것을 도시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 마시는지 몰라?"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난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어머니 것은 설탕 더 타드려."
"너무 단 것은 몸에 해롭다고.........."
내 말에 미정이 주저주저 대답했다.
"됐다. 나는 그만 마실런다."
"죄송해요. 어머님! 마침 사다 놓은 차가 커피밖에 없어서........."
"우리는 생전 이런 것 모르고 지냈다. 숭늉 한 그릇이면 끝이지."
"세대 차이예요, 세대차이. 어머니"
"세대 차이? 거 듣는 사람 되게 기분 나쁘네!"
"하하하.........!"
요새 자주 나오는 코미디언 누구를 흉내 내며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미정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어머니도 저럴 때가 다 있구나, 생각하니 새삼 어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정일이 4월 달이라고?"
"네, 어머님!"
"산간은 내가 하마."
"아니 예요. 어머님! 친정어머니가 오시기로 했어요. 어머님!"
깜짝 놀라 손까지 저으며 어머니를 만류하는 미정의 속내는 무엇일까?
"산부인과에 가서 낳을 거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아요."
"왜? 나는 집에서만 낳아도 순풍순풍 잘만 낳았다만 굳이 돈 들여서........."
"시대가 어느 때인데, 어머니는 그런 고려장 때 얘기를 하세요."
"그러니..........?"
고개를 갸웃하시는 어머니셨다.
사실 이 당시에도 대부분의 여자들이 집에서 분만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괜히 질마저 작은 미정이 집에서 낳다가 일이라도 당할까봐, 아예 말이 나온 김에 못을 박아놓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내 강력한 주장에 미정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환해졌다.
"기왕이면 아들이면 좋으련만........."
어머니의 말에 미정의 안색이 굳어졌다.
"저는 딸이 더 좋아요!"
"이놈이, 네가 삼대독자야!"
화를 벌컥 내시는 어머니 때문에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이것은 아무리 내가 뭐라 해도 어머니가 결코 양보하시지 않을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집안은 뭐 하시고? 내수라면 농사짓나?"
"아버지가 말단공무원이시고, 어머니가 집에서 작게 농사를 지으세요."
"공무원을 할 정도면 제법 배운 집안이군!"
어머니의 말에 미소만 짓고 긍정도 부정도 않는 미정이었다.
"몇 남매 인고?"
"2남 2녀 예요. 제 위로 언니가 하나 있는데 벌써 시집갔어요. 밑으로는 다 남동생이고요."
"우리 집하고 똑같다마는, 아들이 하나 더 있구나!"
그렇게 말씀하시며 숨기지 못하고 부러운 표정을 짓는 어머니셨다. 아들 하나 더 나으라고 시어머니한테 얼마나 시달림을 당했던지, 어머니의 표정에 이내 그늘이 졌다. 이내 표정을 회복하신 어머니가 기운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언니는 시집을 빨리도 갔네. 바로 위의 언니라면 몇 살 차이 안 날 텐데?"
"그런 편이예요. 집에 있어봐야 근심거리라고 얼른 치우신다고,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자 서둘러 시집보내셨어요."
"형부는 뭐 하는 사람인데?"
나도 지금까지 묻지 못했던 말이었다.
"우체국 공무원 이예요."
"배달원?"
"네!"
"언니랑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눈이 맞아........."
"그럼, 언니도 우체국에 근무했었어?"
"네, 다행이 시험 봐서 됐어요. 나보다 공부를 못했는데.........."
"참, 우리 아기 학교는 어찌 됐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어머니가 미정의 대답에 급히 물으셨다.
"청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에 이 사람을 만나........"
그렇게 대답하는 미정의 표정에는 약간의 서운함, 원망, 부러움 등이 순식간에 교차해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표정에 어머니가 화제를 전환하려 함인지 급히 물으셨다.
"우리 아기, 청 여고면 공부를 잘 했겠는데?"
"그럭저럭요."
미정의 대답에 내가 보충설명을 했다.
"항상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었대요."
"우리 아기, 똑똑하구먼. 머리도 좋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마는,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게 해서 내가 다 미한하다."
"아니 예요. 어머니 제가 원해서 이렇게 된 건데요, 뭐! 그리고........."
뒷이야기가 뻔한지라 내가 눈짓으로 말려도 미정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저, 검정고시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 붙으면 저이가 대학을 보내준다고 해서."
미정의 말에 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살림이나 잘 할 것이지, 또 무슨 대학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이셨다.
"요즈음은 남자나 여자나 배워야 하는 시대이니 어머니가 이해하세요."
어머니의 표정과 내 말에 비로소
'아차!'
하는 미정의 표정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표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저, 요새 제법 벌거든요. 경순이 중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일 부려먹을 생각마시고 청주로 진학시키세요. 걔뿐이 아니 예요. 동생들은 제가 책임지고 대학까지 다 가르칠 테니, 어머니는 이제 걱정 않으셔도 돼요."
"말만이라도 고맙다. 부모가 능력이 안돼서 못 가르치지, 집에서 일 부려먹고 싶은 부모가 몇이나 있겠누? 그런데 네가 그럴 형편이 되냐?"
"어머니한테는 끝까지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이제 말씀 드려야겠네요. 저 요즘 신문 사업해서 600만 원 벌었어요."
"뭐?"
어머니만 놀라는 것이 아니었다. 미정이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말이 정말이냐?"
"네."
"그럼, 쌀이 몇 가마냐?"
"대충 잡아도 얼추 60가마 정도 안 될까요?"
"논을 사도 몇 십 마지기를 사겠다."
"서울 가서도 웬만한 집은 다 살 수 있는 금액 이예요."
"아무리 서울 집값이 비싸다 하더라도, 하긴 그럴게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 돈이 이번에 전부 판촉용 자전거를 사는데 들어갈 돈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 돈은 그것을 밑천으로 또 벌면 되니까.
"제 말대로 할 거죠? 어머니!"
"네가 능력만 된다면 왜 내가 마다하겠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표정은 뿌듯해 보이셨다. 어떻게 보면 며느리 앞에서 득의양양한 표정이기도 했다. 마치
'내 아들이 이렇게 잘 난 아들이다. 그러니 우리 아들을 만난 너는 복 받은 줄 알아라!'
하는 내심으로 말이다. 한편 미정의 표정은 내 말에 자신의 동생들을 생각하는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시간이 몇 시나 됐냐? 나 막차 끊어지기 전에 가야 되는데........?"
"오늘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겨울철이라 가셔도 별로 일도 없잖아요?"
"왜? 내가 할 일이 없어. 얼마나 내 일이 많은데. 얘들 밥도 해주어야 하고........"
"됐어요. 어머니! 오늘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무시고 가야돼요."
"어머니 꼭 그렇게 하세요. 저 오늘 밤 어머님 곁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면서, 같이 자고 싶어요. 네? 어머님!"
며느리의 말에 비로소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시며 허락하셨다.
"나는 느덜이 불편할까봐 그랬다마는 우리 며늘아기까지 저렇게 말하니, 모처럼만에 아들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
"잘 생각하셨어요. 어머님!"
나보다 한 템포 빨리 대답하는 미정이었다.
"노곤하시면 이불 펴드릴까요? 어머님!"
"그래, 그래!"
미정의 말에 어머니가 허리를 쭉 펴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내게 한 마디 하셨다.
"이불은 네 놈이 펴!"
"네, 어머니!"
나는 엷게 웃으며 윗목의 이불을 가져다 제일 아랫목에 자리를 보았다. 비로소 찻상을 들고 일어나는 미정이었다.
이불을 다 핀 내가 미정을 따라 나가며 말했다.
"어머니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 참, 어머니 화장실은 밖에 있어요."
"요강은 없냐?"
"부엌에 있기는 하지만........."
"알았다."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부엌으로 가서 미정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기 동생들도 내가 다 대학까지 가르칠 테니 그런 줄 알고 있어!"
"여보!"
내 말에 폴짝 뛰어올라 갑자기 내 입술에 뽀뽀를 하는 미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