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
김만덕 국장과 헤어지고 나는 술이 취했어도 시내 상점에 들려 미정에게 줄 몇 가지 선물을 샀다. 그리고 이내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자 미정의 단골 메뉴가 나왔다.
"아휴, 술내! 어서 씻고 주무세요. 저녁은 요?"
"먹고 왔지."
"오늘은 웬일이세요? 저녁을 다 드시고 오시고."
"자기는 저녁 먹었어?"
"아니요. 자기와 함께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럼, 같이 먹자. 사실은 나도 안 먹었는데, 자기가 상 차리는 것 귀찮을 것 같아, 먹고 왔다고 했거든."
"잠시만 기다리세요. 국 좀 덥혀올 게요."
"무슨 국인데?"
"콩나물 국. 자기 늦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술 드시고 올 것 같아........."
"알았어, 알았어. 얼른 덥혀와."
"네!"
조신하게 대답하고 부엌으로 향하는 미정이었다. 곧 미정이 냄비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밥상을 차렸다. 밥상에 앉은 내가 우선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내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나만 주시하고 있던 미정이 물었다.
"왜요?"
"짜."
"어디?"
자신도 한 숟가락 떠먹어보더니 냅다 비명을 질렀다.
"우악........! 소태다, 소태. 짠 정도가 아니라, 쓰잖아요."
"애초부터 너무 짜게 끓인 것 아니야?"
"거기에 자기 기다리느라고 몇 번을 덥혔더니, 더 하네요."
"물 더 붜서. 간을 조절하자고."
"알았어요."
일어나는 미정을 주저앉힌 내가 말했다.
"내가 해 올게."
"못 믿어 워서요?"
"아니야. 자꾸 몸은 무거워지는데 당신 힘든 것 같아서."
"아휴, 우리 신랑 예뻐라."
미정의 그 말에 내가 눈을 째리며 말했다.
"뭐? 예뻐?"
"사실이 그렇잖아요. 누가 봐도 곱상하게 생겼잖아요."
"뭐~! 곱상.........?"
"아니 아름다워요."
"나 안한다."
"그럼, 제가 하지요."
"됐다, 됐어!"
나는 냄비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며 궁시렁거렸다.
"남자가 좀 남자답게 생겨야지 말이야.........."
나는 물을 더 붓고 몇 번씩 간을 보며, 국을 다시 끓였다. 비로소 먹을 만 했다. 나는 냄비를 들고 들어와 아예 미정이 것 까지 국을 퍼주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 하세요."
먹여주겠다는 말이다. 내가 빙긋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두부조림을 얹은 밥숟가락이 내 입으로 쏙 들어왔다. 나도 같은 방법으로 미정을 먹여주었다.
"라디오 좀 틀어봐."
"왜요?"
"내일 날씨 듣게."
"네!"
신문에서 기상은 필수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 재산 목록 제1호가 뉴스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결론은 내일 날씨 쾌청, 포근 그리고 아침부터 영상이라는 일기예보였다. 이 뉴스를 듣고 내가 말했다.
"우리 내일 놀러 갈까? 지난번 약속도 있으니."
"아이, 좋아라. 어디로요?"
"내일 아침에 눈 떠서 정하기."
"알았어요.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가요."
"우리 마누라의 매력은 그 점이야. 상대를 배려하고 먼저 챙기는 것."
"쳇, 남들이 그러는데, 애 낳으면 애 밖에 몰라진다는 데요."
"그러면 안 되지. 엄연히 자기는 내 것인데, 자식이 남의 마누라 빼앗아 가면 안 되지.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미안하지만 나도 벌써부터 그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안 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세요."
"그렇게 되면 절대 안 되니까, 그렇지."
"자기도 많이 챙겨줄 테니까, 지레 짐작으로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려면 그래야지."
"식사 다 한 거야."
"네."
"더 먹지 않고?"
"배가 점점 불러와서인지 점점 양이 주네요."
"그러면 안 되지. 둘이 먹는 건데 더 먹어야지."
"오늘은 이상하게 징그러워서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미꾸라지 매운탕이 다 먹고 싶더라고요."
"아들 낳고 싶은 욕구에 그런 생각이 든 것 아니야?"
"몰라요."
"그럼, 내일 놀러가지 말고, 어디 촌으로 미꾸라지나 잡으러 갈까?"
"안 돼요. 그냥 놀러가요."
"알았어, 알았어. 상은 내일 치우고 그만 자자고."
"안 돼요. 오늘 일은 오늘 해야 돼요. 나 양치까지 하고 올게요. 그동안 자기는 이불이
나 펴 놓으세요."
"알았어."
나는 떫은 음성으로 말하고, 그냥 윗목에 개어진 이불을 가져다가 아랫목에 깔았다. 날이 새니 1월 3일이다.
오늘이 신정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 날씨가 포근할 것이라는 예보대로 오늘은 아침부터 모처럼 영상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약속대로 오늘 미정과 함께 놀러가기로 했다. 함께 놀러간다는 기쁨에 들떠서 미정은 아침부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방청소를 하고 있었다. 먼지 털이개로 털더니 방을 쓸고, 이제는 걸레로 방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작이 아주 섹시했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는 모습이 후위 자세를 연상시켜, 나도 모르게 가운데 다리가 급팽창을 했다.
"오늘 놀러가지 말고 집에서 뒹굴거리자."
"왜요?"
영문을 모르는 미정이 고개만 돌린 채 물었다.
"당신 그 자세가 너무 섹시해. 한 번 하고 싶어."
"뭐예요?"
걸레를 집어던질 자세다.
"그 자세는 지금 뭐야?"
"나가세요."
덕분에 나는 추운데 밖으로 쫓겨났다. 아무리 영상의 날씨라도 겨울이 안 춥겠는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오니 미정은 아직도 청소 중이었다. 그런 미정을 보고 내가 한마디 했다.
"청소 그만 하면 안 되나?"
"실내가 청결해야 태아의 건강에도 좋지요."
말이 되는지 몰라도, 요즈음은 모든 것을 태아에게 갖다 연관을 시키는 미정이었다.
"얼른 끝내......... 남 꼴리게 하지 말고."
"저 이가 정말.........!"
눈을 흘기는 미정이었다. 나는 급히 말을 돌렸다.
"준비는 다 된 거야?"
"김밥만 싸면 돼요."
"김밥은 무슨, 가서 사 먹지. 대충하고 얼른 옷 입고 출발하자고."
"하여간 성격도 급하셔. 나 세면하고 크림이라도 바르려면 아직 멀었거든요."
"알았어, 알았어. 빨리 빨리 하라고."
"네!"
신이 난 미정이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뭐 할 것 없나 방안을 두리번거리다가 특별히 할 것도 없어 미리 옷이나 갈아입기로 했다.
옷이라야 특별할 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팬티 차림으로 있다가 그 위에 단벌 바지인 고리땡 바지를 입고, 목 티셔츠에 검정 외투를 걸치면 끝이었다. 거기에 갈색 목도리를 두르니 완전무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 또래의 남학생들은 왜 이렇게 내복 입는 것을 극구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낭심이 차면 찰수록 정자가 많이 생긴다는 과학적 근거와, 남자다움을 뽐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 어찌되었든 미정이 세면을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크림을 바르더니 내 눈치를 보았다.
"왜 옷 갈아입으려고?"
"눈 감아요. 아니면 돌아서던지요."
"지금 내외하자는 거야? 어제 밤은 나를 끌어안고 미치겠다고 보채더니."
"저이가 정말, 오늘은 아침밥을 잘 못 먹었나........?"
"험, 험........! 내 돌아서 있을 게, 얼른 갈아입어."
"돌아서면 안 돼요."
"알았어, 알았어."
내 말을 믿고 신속하게 치마를 벗더니 내가 사준 삼각팬티 차림에 바지로 갈아입으려는 미정이었다.
이때 이미 나는 뒤돌아서서 미정의 모습을 다 보고 있는 순간이었다. 살그머니 다가간 내가 미정이의 히프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렇게 입으니 정말 예쁘네!"
"어머, 깜짝이야. 손 치워요."
이렇게 우리는 투닥거리며 옷을 갈아입는데 근 십 분을 소요했다. 마지막으로 검정 외투로 갈아입은 미정을 보니 뭔가 추워보였다. 그제야 어제 사다 놓은 선물이 생각났다. 나는 급히 책상서랍을 뒤져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꺼냈다.
"짜잔~! 써봐!"
내가 미정에게 내민 것은 하얀 털모자였다. 그리고 이어 하얀 털목도리 또한 손에 들고 말했다.
"와~! 우리 미정이 정말 예쁘네! 천사가 하강한 것 같아!"
"정말요?"
나의 칭찬에 화사한 웃음을 짓는 미정의 모습은 정말 온갖 꽃이 만개한 듯 아름다웠
다.
"이리 와봐! 내가 목도리 둘러 줄게."
"고마워요, 여보!"
가까이 다가온 미정에 내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쪽! 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미정의 목을 감싸안고 열렬한 키스를 진행했다.
"음......... 음..........!"
미정의 신음소리에 또 한 번 가운데 다리가 급팽창을 했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나는 살며시 침이 범벅된 입술을 떼어내, 나의 입언저리에서 찰랑이는 미정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이마에 정성들여 뽀뽀를 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미정의 입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얀 목도리까지 두르고 나니 검정 코트와 대비되어 천상에서 하강한 여신이 따로 없는 미정의 미모였다.
"정말, 우리 미정이 아름답다!"
"고마워요!"
나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살짝 홍조를 띤 미정이 급히 자신만의 경대를 뒤졌다. 장모님이 사주고 가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정은 보라색 털실로 뜬 털장갑을 꺼내 놓았다.
"껴 보세요."
"자기가 뜬 거야?"
"네, 혼자 집에 있자니 심심해서 자기 것, 떠 봤어요."
"그런데, 보라색이라........?"
"남자가 껴도 괜찮은 색상 이예요. 그렇다고 검은 색은 너무 칙칙하잖아요."
"알았다, 알았어. 미정이가 손수 떠준 것인데, 아무 색상이면 어때, 감사히 껴야지."
"고마워요."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살짝 내 입술에 키스를 하는 미정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서로 선물을 교환하니 이런 얘기가 떠오르네."
"무슨 얘기인데요?"
미정이 방긋 웃으며 물었다.
"옛날에 어느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남편의 귀한 손님이 찾아온 거야. 그런데 대접할 것은 없고 가진 돈도 없었지. 생각다 못해 아내는 자신이 결혼 때 받은 귀한 가락지를 팔아, 술을 사왔지. 아니 사오는 도중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그 어렵게 사온 술을 엎지르고 만 거야. 따라서 아내가 대성통곡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니, 내 상상력도 이만하면 쓸만하지?"
"호호호........! 당신이 주먹만 센 줄 알았더니 그런 면도 있었네요. 오늘 새삼 자기를 다시 봤어요."
"험, 험..........! 내가 얼마나 멋진 놈인데, 잘 봐두라고. 험, 험.........!"
"그만 하시고, 어서 가야지요."
"그럼, 준비 다 됐지? 나가자고."
"네!"
나는 내 손을 잡아오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어제 금방에서 산, 한 돈짜리 금반지를 슬며시 손에 쥐어주었다.
"어머, 언제 이런 걸 다.........!"
감격해서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울먹이는 미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언젠가 자기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고 줄라고 그랬는데, 내 마음이 조급해서 그만......."
"괜찮아요. 제가 자기 마음 알면 됐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해요."
"그렇지?"
"네!"
해맑게 웃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미정이 나는,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고맙습니다!
^^4종셋트는 작가를 더욱 피곤하게 합니다!
^^ 잠을 못 자게 하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즐거운 주말 되시고, 늘 행복하시고, 건강한 날들 되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