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화 (25/322)

<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고 있었다. 12월 26일부터 신문 구독료가 계속해서 오른 다른 사고(社告)가 전면에 작은 크기로 매일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에 450원 하던 구독료가 600원으로 인상된다고 독자들에게 매일 알리고 있었다. 담합을 했는지 전 신문이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내 신문 가치가 오르는 것 아닌가. 다행히 광고에는 얼마에 팔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만나서 협의하자는 내용으로 나갔기 때문에 광고를 정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 손익을 계산해 보았다. 현재 서청주 지국은 신문이 2,300부에서 2,000부 약간 안 되게 줄었다. 그곳도 이제 판촉전이 치열해져 같이 판촉 경쟁을 하게 되니, 제일 많이 나가는 우리 신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끊어져 계속 하향 추세였다.

아무튼 2,000부가 나간다고 보고, 이제 월 600원의 구독료를 받게 되면 총 수금액이 1,200,000원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100% 수금을 전제로 한 금액이고, 우리가 실제 수금하는 금액은 95%인 1,140,000원 정도로 추정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 현재 내가 내는 지대가 조금은 올라서, 500부 값에 대한 1/3로 75,000원 인데, 구독료가 오르면 3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지대도 오른다고 보아야 했다. 150원 인상분의 1/3인 50원을 500부로 곱하면 25,000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예상지대가 100,000인 셈이다. 그리고 이제 인건비인데 3명의 총무가 월 3만원씩 90,000원, 경리 25,000원, 배달료가 평균 200부 기준 월 6,000원씩 7명분 42,000원이 지출되고 있다. 2,000부 배달 중 총무들이 600부를 배달하므로, 그들은 별도의 배달비가 지급되지 않아,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여타 사무실 경비로 사글세, 전화비, 전기료, 연료비, 기타 잡비 등해서 30,000원이면 뒤집어쓴다. 그런 계산으로 총 지출 내역을 뽑아보면 287,000원이다. 여기에 회식도 좀 시켜주고 해서 넉넉잡아 300,000원 지출을 잡아도 한 달에 내 앞으로 떨어지는 돈이 840,000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서 이 계산의 오류는 서비스 기간은 신문 대를 못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보면 1/3인 예정 유가일 뿐, 실제 수금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만 우리 지국은 예외로 현재 1/4정도만이 서비스 기간이었다. 초창기에 판매한 것이 많고, 그 후로가 적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부분을 수익금에서 제외하면 실제 수금액이 855,000 정도고, 여기서 다시 총 지출액 300,000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내가 한 달에 버는 돈은 555,000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월 500,000원 정도였다. 월 평균 55,000원 정도는 로비비로 빠져나간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주 기자에게 준 돈이 있어서 지금 현재 내 통장에 예치되어 있는 돈은 3,200,000원 뿐이었다. 아무튼 나는 월 500,000원이 남는다고 보고, 이를 6개월 정도는 충분히 남겨 먹을 수 있다고 보면, 3,000,000원의 예상 수익이 산출된다. 이것을 지금 내가 지금 내놓았으니까, 그 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6개월 후에도 자신이 꾸준히 노력만 하면 이 정도를 벌수도 있고, 잘못 경영하면 1년 후부터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요는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권리금으로 3백만 원을 받을 요량으로, 깎일 것을 감안해 3백50만 원을 책정해 놓았다. 그럴 찰나에 나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아니 매수 의사를 가진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그 날이 올 해도 하루 밖에 남지 않은 12월 30일 이었다. 이날 뜻밖의 인물이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전 서부 지국장 정강용이 그 사람이었다. 내게 제대로 인수인계를 안 해주고 수금을 해먹다 들켜서, 나에게 곤욕을 치른 사람이었다. 어떻게 되었든 나를 찾아온 손님이니, 악연으로 얽혔던, 선연으로 얽혔든 나는 일단 지사장실로 안내를 해 자리를 잡았다.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찾아왔습니까?"

"새로 인수한 지사는 잘 되나?"

"힘듭니다. 판촉 전쟁이 만만치 않군요."

"그럴 거야.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전쟁이 되었어."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타 신문의 소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먼 친척 되는 분이 신문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광고를 보신 건가요?"

"음. 말단 공무원으로 계시다가 올해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다, 벌써부터 집에 들어앉아 놀기도 그렇다고, 나를 찾아와서 상의를 하길래........ 얼마에 넘기려고?"

"내년 1월1일부터 신문 값 오르는 것은 아시죠?"

"당연히 알지. 그래서 권리금을 얼마나 받으려고?"

"3백5십만 원입니다."

"무슨 권리금이 그렇게 많아?"

정말 깜짝 놀라는 정 소장이었다. 자신은 나에게 팔 때 얼마에 내놓았던가? 고작 2십만 원이었다. 물론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제 신문이 얼마나 나가는지 아십니까?"

"대충 얘기는 들었네."

"월 2천부입니다."

"정말이야?"

"일일이 독자명단과 대조하며 확인시켜 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부수를 속이거나 하는 치졸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약간 얼굴색이 변하는 정 소장이었다. 자신이 나에게 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말이 되는데?"

"현 유가도 500부 밖에 먹지 않았으니, 지금 현재는 땅 짚고 헤엄치고 있는 격이죠."

"알만하네. 정말 대단하군!"

"이 정도 되면 그만큼 받을 만하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좀 깎아주면 안 되겠나? 모든 흥정은 에누리하는 재미로 하는 것인데 말이야."

"그럼, 국장님이 다시 서청주 소장으로 가시는 겁니까?"

전 국장이었으니, 예우 차원에서 그렇게 호칭한 것이다.

"노인네가 공직에만 계셨으니, 신문에 신자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니 내가 도와줘야지, 어쩌겠나."

"국장님의 면을 보아 십만 원 깎아드리죠."

"더는 안 되겠나?"

"일단 모시고 오세요. 본인 의사도 들어봐야 하니까요."

"내 그 어른 찾아뵙고 바로 전화함세."

"알겠습니다."

"바빠서. 그럼, 이만.........."

"아니,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셔야지........."

"아냐. 매일 먹는 게 커피인데, 뭘."

"알겠습니다. 되는 대로 연락주세요."

"오케이!"

그 길로 정 소장은 총총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후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 소장에게서 전화가 오고, 또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 소장이 초로의 신사를 모시고 왔다. 나는 그 분과 흥정 끝에, 내 예상보다 20만 원이 더 많은320만 원의 권리금을 받고, 서청주 지국의 운영권을 넘겼다. 이는 그 분이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시를 밝혔고, 나는 완강히 버틴 덕분이었다. 바로 그 이튿날 즉 12월 31일 날 잔금까지 건네받자, 나는 담당인 박 부장을 찾아가 연말에 회식이라도 하라며, 2십만 원을 찔러주었다. 물론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였다. 원칙적으로는 신문사에서는 권리금이 인정이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일종의 뇌물이었다. 그 덕분에 담당과 새로운 인수자 간에도 계약이 잘 체결되었다. 그런고로 나는 서청주 지국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1975년 1월 2일 저녁.

신정이라 3일까지는 신문이 없는 날이었다. 정부에서는 3일 간을 신정연휴로 지정하고 소위 양력설을 세라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음력설을 세는 세태였다. 아무튼 신문도 발행이 되지 않고 해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임 서청주 지국장을 내 지사 사무실로 초대를 했다. 둘이 커피 한 잔씩을 놓고 마주앉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리자, 초로의 신사 김 만덕은 손까지 저으며 사양을 했다.

"무슨 소릴. 나이는 어리나 신문에서는 대선배 아니오. 배울 점이 많아 아무래도 한 번 찾아뵈려 했소. 이렇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고맙소."

"신문은 처음이시죠?"

"당연하지요. 오로지 공무원으로 한 세상을 보냈소. 신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읽은 것 밖에 없으니, 경영에 대해서는 완전 깜깜이지요."

내 나이가 아들 벌 밖에 안 돼도, 배운 사람답게 시종 존댓말을 쓰는 김 국장이었다.

"그래서 제가 모셨습니다. 더 깊은 얘기는 자리를 옮겨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혹시 삼겹살에 소주 좋아하십니까?"

"물론이오. 없어서 못 먹지요."

"하하하........!"

나의 그의 솔직한 말에 기분이 좋아 쾌활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따라 일어났다.

"오늘은 제가 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나. 조언을 받는 내가 사야 마땅하지. 내가 살 테니, 좋은 이야기나 들려주시오."

"제가 초대를 했는데요?"

"그게 뭔 상관인가? 돈이야 누가 내던 일단 가봅시다."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만덕과 나는 우리의 단골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여름에 주 기자와 박 부장과 함께 먹던 곳이다. 아주머니가 오늘도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지사장님!"

장사는 이렇게 붙임성이 있어야 한다. 어린 나에게도 깍듯하게 호칭하며 따뜻이 맞으니,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홀에는 한 탁자의 손님 밖에 없었다.

"빈 방 있지요?"

"네! 이리로 오세요."

주인아주머니가 각각 칸막이된 방 중에서 제일 첫 방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우리에게 방석을 내준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얼로 드시겠어요?"

"삼겹살 삼인 분에 소주 한 병 주세요."

"네, 바로 올릴게요."

아주머니가 나가자 우리는 방석을 깔고 마주보고 앉았다. 잠시 정적이 공간을 지배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위에 친인척이나 동창들 많으시죠?"

"그렇소. 내 그것을 믿고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소."

"그들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무슨 소릴. 아! 동창이, 사돈이, 신문 한 부 봐달라는데, 안 봐준단 말이오?"

"제 말뜻은 그게 아닙니다. 전부 동원해도 백 집 넘기가 바쁠 것입니다."

"하긴 그렇소."

"또 하나. 혹시 신문 운영을 아침에 출근해, 낮에는 회전의자 빙빙 돌리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직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렇게 하면 되지 뭘, 달리 할 일이 있소?"

내가 손까지 내저으며 강조를 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제대로 지국을 운영하려면 신문이 오기 전에 출근해서 밤새 신문 돌리는 상황을 전부 지켜보아야 합니다. 오늘 결근한 사람은 없는지, 대충 돌리고 일찍 돌아오는 사람은 없는지? 신문에 광고지는 제대로 끼워 넣었는지?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나중에 겪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장이 밤에 안 나오면 엉터리 배달이 되어, 신문 끊어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어허.........!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료."

"또 신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내가 전 독자를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꼼짝을 못합니다. 막말로 누가 빠지면 내가 대신 돌리면 됩니다. 그래야만 그들의 횡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흐흠........! 그도 그렀네요."

"또 자꾸 독촉을 해, 판촉을 늘리고, 알뜰히 수금을 해야 합니다."

"알겠소."

"이렇게 하자면 하루에 최소 14시간 이상은 신문사에서 살아야 됩니다. 그래야만 돈을 좀 만질 수 있지. 이것에서 벗어나면 순식간에 돈 날리는 줄만 아십시오."

"진즉에 얘기해주지 그랬소. 그럼, 아예 신문 사업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텐데."

"그럼, 저 광고비만 날립니다."

"하하하.........! 그렇게 되나?"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 하면, 신문 사업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그냥 국장 타이틀이나 차지하고 회전의자나 빙빙 돌리고 앉아있다가는, 1년 안에 망가져서 빚 저야 됩니다. 투자하신 돈이 결국 노후자금이실 텐데, 노년에 빚더미에 올라앉아 보십시오. 참으로 그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고맙소. 정말 고맙소. 강용이 이놈도 그런 충고는 안 합디다."

"어느 부하 직원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나의 부지런함만 믿어야 살아남지, 아니면 순식간에 거덜 나고 맙니다."

"지사장님의 충고를 들으니 새 정신이 번쩍 나오. 아무튼 고맙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술값은 내가 계산하리다."

"그러 시던지요. 제가 다음에 또 한 번 모시면 되니까요."

이때 아주머니가 때를 맞추어 고기 일체와 소주를, 일하는 아주머니와 함께 들고 왔으므로 우리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 이어 나는 술을 들기 전에 마무리 발언을 했다.

"제가 오늘 이렇게 모신 것은 한 마디로, 제 후임자가 권리금 다 날리고, 빚까지 지고 그만 두었다는 소리 정말 듣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시면 살아남고, 아니면 빚더미에 올라앉는 다는 것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오늘 지사장님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안 듣고 엄벙덤벙 세월만 죽였다면, 틀림없이 지사장이 말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오. 진심으로 충고 고맙소. 새겨서 최소한 밥은 먹

고 살도록 하겠소."

"아, 이제야 생각이 나는데, 또 하나 로비도 중요합니다."

"본사에서 충북에 얼마라는 지대를 담당에게 책정해줍니다. 그 다음부터는 담당 재량입니다. 밉보이는 놈은 지대 팍팍 먹이고, 잘 보이는 사람은 전혀 안 먹이기도 합니다. 담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충북 전체에서 일정액만 올려 보내면 되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죠."

"역으로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담당에게 잘 보여 나만 지대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내가 먹을 지대가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든 말든. 솔직히 그건 알바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담당과도 척을 져서는 곤란합니다."

"정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충고 고맙소.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 한 번 합시다."

"네, 국장님의 무한한 확장을 빌겠습니다!"

"동감이오!"

"건배!"

"건배!"

우리 둘은 의기투합하여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를 행복하게 합니다!

^^

^^============================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를 행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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