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삐리 아빠-- >
지용준을 한 번 혼내준다는 것이 그냥 이틀이 흐르고 말았다. 내가 바쁘기도 했지만 내 무의식이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지도 몰랐다. 즉 미정이 그런 일을 핑계로 내 집에 와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미정을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
"네, 집에서 먹고 왔어요. 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집은 뭐 하지? 농사짓나?"
"아버지가 5급 공무원이세요. 논 몇 마지기와 밭 몇 백 평의 농사를 엄마가 짓지만, 항상 쪼들려요. 셋 학교 가르치려면."
"아버님의 연세가 계실 텐데, 아직도 5급이라니 이해가 안 되는데?"
나의 날카로운 추궁에 미정이 창피한지 머뭇머뭇 하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정식이 아니고 별정직이라, 매해 계약 연장근무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우리 동네만 해도 그런 사람이 하나 있어, 미정의 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다.
참, 위의 대화가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지금 5급 공무원이면 사무관으로 고위직 공무원에 속한다. 그렇지만 당시는 5급이 최하고, 그 후 1981년이 되어서야 9급까지 세분화된 공무원 직위가 생긴다. 그러니 위의 대화는 현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이다. 아무튼 나는 미정에게 나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 부모는 촌에서 농사를 지으셔. 별로 재산도 없지. 그래서 내가 돈에 대해서는 맺힌 것이 많다. 아무튼 너 내가 만약 약혼하자고 하면 어떻게 생각해?"
"저야 백 번 환영이지요. 헙.........!"
내 물음이 끝나자마자 얼결에 답해놓고는, 미정은 얼른 입을 자신의 손으로 틀어 막아버렸다.
"제가 여자 치고는 너무 가벼웠나요?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다른 사람에게 까지 이런 것은 아니 예요. 솔직히 다른 사람한테는 제가 얼마나 차고 냉정하게 구는지 아세요?"
"안다. 알아, 이놈아! 누가 뭐래?"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얘기죠."
"나는 그렇게 솔직한 네 성품이 좋다. 괜히 내숭떠는 것보다는."
"쳇!"
뾰루퉁 해서 쳇쳇 거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나 비웃는 거예요?"
"아니, 네 마음을 확인하니 나도 기뻐서."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런데, 미정아!"
"말씀해 보세요."
내 표정이 굳어져가자 덩달아 미정도 안색을 굳히며 물었다.
"나를 너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니?"
"말도 안 돼요. 어찌 저만큼 대정 씨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 수가 있어요."
"그 여자도 나 없이는 죽고 못 산다는데?"
"쳇, 대정 씨가 잘났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답을 안 했다. 너!"
"그래도 안 돼요."
"자살 소동을 벌일 정도인데도."
"에이 참, 그 여자도 나만큼이나 불쌍한 인생이네. 한 사람에게 목을 매다니. 딱 그 여자 하나만 수용할게요."
"하하하........!"
"왜 웃으세요?"
"대청을 빌려주면 안방까지 빼앗긴다는 것을 너는 모르냐? 둘을 허용하면 셋은 자동이야."
"말도 안 돼요. 그러면 나 그 여자도 허용 안 해요."
"이미 쏘아 놓은 화살이 십리는 달아났고, 엎질러진 물은 이미 땅속으로 다 스며들었다."
"그곳에 샘이라도 팔래요."
"모래밭이라 순식간에 스며들고 없어."
"에잉........!"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그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
이는 내 심보가 도둑놈 심보인지어서도 모르겠다. 내 예 속의 여인은 명희를 상정하고 한 말이었다. 만약에 내가 미정과 결혼을 한다면 명희를 데리고 살아도 포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더 예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리 와. 한 번 안아 보자!"
나의 말에 복사꽃처럼 발그레 하게 얼굴을 붉히면서도 주춤주춤 다가와 내게 안기는
미정이었다. 내가 미정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나는 네 용모도 아름답지만 네 심성이 고와 더 끌린다."
"에힝.........!"
부끄럽다는 듯 희한한 콧소리를 뱉는 미정이었다.
"오늘도 여기서 자고 가라."
"정말이 예요?"
내 표정을 살펴 진의를 가리가 위해, 내 품을 벗어난 미정의 표정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가서 남 떡치는 것 구경이라도 할래? 아니면 그 망할 놈의 새끼가 집적대는 수모를 당할래?"
"그럴 수 없죠.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잘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불로 중간을 가로막기 없기다."
"헤헤헤........! 여자의 경계심으로 이해해 주세요."
"암, 이해하니까 이렇게 안고 있지. 오늘은 그냥 이렇게 안고 자던지, 손만 잡고 자자."
"그래요. 그건 나도 얼마든지 환영해요."
여자를 처음 여관에 데리고 갈 때 손만 잡고 자겠다는 맹세와 비슷한 말이 내 입에서 뱉어지자,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일찍 자자."
"공부 안 해요?"
"매일 하는 공부인데 오늘 하루 빠진다고 어디 덧나니?"
"그렇긴 하지만........."
막상 내가 자자고 하니 무언가 두려운 마음이 드는가보다.
"내가 불 끌게"
"네!"
"더운데 우리 겉옷은 벗고 잘까?"
"아, 안돼요."
"마음대로 해라. 이 오빠는 벗고 잘런다."
"........."
그 사이 불이 꺼져 나는 미정의 대답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나는 더듬거려 아랫목으로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딱딱하면서도 물컹한 것을 만지고 말았다.
"왜 이래요?"
미정의 외마디 비명이었다.
"아, 실례. 오빠가 어딜 만진 건데?"
분명히 불을 켜고 보았으면 미정의 붉어진 얼굴을 볼 수 있겠으나, 대답조차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좀 더 신경을 써서 자릴 찾아 아랫목에 누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갔다. 별 저항 없이 힘없이 딸려오는 그녀였다. 이것이 학습효과(?)인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이렇게 잔 기억이 있어, 여기까지는 자동으로 허용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나는 말없이 미정을 안고 누워만 있었다. 조금 있으니 쌕쌕 그녀의 숨소리가 엄청 급박했다. 그녀의 심장 또한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 심장도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나는 그녀를 조금 품에서 떼어내 팔베개를 해주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나는 살며시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녀의 입술을 찾아 덮쳤다.
"음..........!"
비로소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반응을 보이는 그녀였다. 나는 찍어 누르듯 덮고 있던 입술을 떼어, 가볍게,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터치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물어 당기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내 혀가 그녀의 벌어진 입안을 파고들었다.
"음.........!"
조금 강한 비음과 함께 침을 꼴깍 삼키며 강력하게 나를 끌어안는 그녀였다. 나는 그 안에서 강하게 빨고 휘젓고 희롱하며 주로 힘 위주의 키스를 했다. 기교가 너무 현란해도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해, 힘 위주의 진행을 한 것이다. 물론 미정이 지금은 정신이 없어 모르겠지만, 첫 키스의 강렬함 때문에 나중에는 모두 기억할 테니까 말이다.
"음........ 음........."
나의 강력한 대시에 그녀는 더욱 흥분이 되는지 포옹한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나에게 매달려 왔다. 어느 순간 내 손이 그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안 돼요!"
내 손을 탁 쳐내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그녀였다. 그 순간에도 나의 강력한 키스는 계속 되고 있었다.
"학........ 학.........!"
미정은 연신 단내를 풍기며 거친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볼과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내 품으로 끌어들여 한동안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자, 또 그녀의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갈등했다. 오늘 미정을 정복하느냐, 마느냐로. 막말로 힘으로 밀어붙이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잠시 갈등하던 나는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오빠가 안아주니까 좋지?"
"쳇!"
어디선가 스며드는 불빛으로 나는 볼 수 있었다. 미정의 안도와 실망이 교차되는 표정을.
다음날 나는 미리 연락을 해서 학교가 파하고 난 후 주재후 기자를 만났다. 당연히 신문 판촉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나는 또 경비로 삼십만 원을 찔러주고, 남들 즉 교대 옆으로 이주한 법원과 검찰 청사에 그를 투입했다. 그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법원장을 비롯해 지청장을 포함한 각 과에 신문을 한 부씩 넣도록 해주었다. 어느 부서는 세 부가 들어가는 곳도 있었다. 총 52부를 판촉해 왔지만, 돈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그는 다른 관공서도 돌아다니며 100부를 채워주었다. 부근 일대의 교대, 청주남중, 새롭게 학교가 생긴 충북고등학교, 남성국교, 심지어 석교 파출소 등까지 돌아다니며 부수를 늘려주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찔러준 돈에 비하며 판촉 부수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아무튼 이것은 추후의 결과고 나는 그날 주재후 기자를 만나 술 한 잔을 하다 보니, 지국은 돌아보지도 못하고 귀가를 했다. 예의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거나한 술기운으로 자못 기분이 좋아 건들거리며 집으로 들어서는데, 예상외의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재미 들렸냐?"
누구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건만 나는 무심코 툭 던지고 말았다. 맹금자와 함께 서 있던 미정이 초조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게 아니고, 오늘은 어제 그 새끼가 우리 집에 서 있었어요. 무서워서 둘이 여기까지 왔는데, 마침 집주인 아저씨가 계셔서 물러갔어요."
"그 새끼가 누군데?"
"어제 그 치로. 처음 보는 놈 이예요."
"됐다. 나 따라와."
그런 놈들이 노는 곳은 일정한 장소가 있었다. 어제 미정이가 녀석을 분식집에서 보았다니 이 시간에도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는 두 여자를 이끌고 예의 그 분식집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정의 손가락질 끝에 녀석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미정의 말대로 처음 보는 놈이었다. 한마디로 등치가 좋았다. 180cm 정도 되는 큰 키에 제법 살도 실하게 붙어 있어, 웬만한 사람은 등치만 보고도 주눅 들기 십상인 신체 조건이었다. 내 키가 175cm로 당시 시대로서는 장신에 속했는데, 나보다도 5cm 정도는 더 커 보이니, 그 옆에 있는 제법 키가 큰 남희태가 왜소해 보일 정도였다.
"어, 어쩐 일이냐?"
역시 혼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남희태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아는 체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녀석도 그제야 내게 시선을 주며 의아한 표정이었다. 이내 문가에 서 있는 미정을 보고는 무엇을 깨달았는지,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는 그 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녀석이 아니라 남희태 앞으로 걸어가, 대뜸 말도 없이 녀석의 귀쌈을 한 대 후려 갈겼다. 팍!
"억! 왜 때려!"
"너 인마, 어제 미정이가 이 새끼한테 봉변당하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데 왜 이 새끼를 그냥 놔뒀어."
"말렸잖아."
"말려서만 될 일이야, 마! 오지게 깨놔야지."
"미안하다. 거기 까지는 생각 못했다."
"됐다."
나는 남희태를 한 번 더 째려봐주고는 몸을 돌렸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뭐야, 이거!"
"이거!"
내 스트레이트가 빠르고 강력하게 벌떡 일어서는 녀석의 안면으로 파고들었다.
"컥!"
얼마나 강력한 펀치인지 녀석의 얼굴이 확 재쳐졌다. 무릎으로 차올렸다.
"컥!"
녀석의 허리가 반으로 접히며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거리를 두고 떨어지며 이제는 손바닥으로 녀석의 보라지를 이쪽저쪽 사정없이 갈겼다.
"큭.........!"
입술이 터져 피가 철철 흐르며 금방 새빨개진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더 이상 팼다가는 일 저지를 것 같아 손을 떼고 내가 물었다.
"너 처음 보는 놈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이야?"
"내덕동!"
"마, 남의 동네에 왔으면 신고식은 못할망정, 남의 애인이나 넘봐?"
"잘못했다. 모르고 그런 거다!"
"거다.........?"
"아, 아니, 잘못했습니다."
"진즉 그렇게 나올 것이지. 너 미정이한테 무릎 꿇고 빌어. 다시는 안 쫓아다니겠다고."
"그것만은........."
"아직 맛을 덜 봤군."
"하, 하겠습니다."
내가 손을 탁탁 털며 달려들자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미정에게 향하는 놈이었다. 역시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쫓아다니겠습니다."
미정이 덜덜 떨며 말했다.
"알았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고맙습니다. 용서해주셔서."
"이리 왓, 마!"
"네!"
"이름이 뭐냐?"
"강 두물(姜 斗物)입니다."
"거 녀석, 이름 한 번 희한하네. 학교는?"
"농고 3학년입니다."
"농고면 내덕동에서 더 가까운데 왜 이곳으로 왔어?"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가 망해서 이 동네로 이사 왔습니다."
"알았다. 앞으로 행실 조심하고. 저 희태랑도 같이 인사 나누어라."
"네!"
"희태야!"
내가 부르자 희태도 다가와 둘이 악수를 나누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인사가 끝나자 내가 두물에게 물었다.
"우린 친구지?"
"네!"
"내가 고2인데도?"
"네.........?"
벙 찌는 그의 표정이 과히 볼만 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두물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두 여자를 데리고 터벅터벅 내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해서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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