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림 브레이커-224화 (225/232)

224화

[13장-1절] 내가 네 아빠다!

(수고했어요.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로리쿤 씨가 제국을 사랑하는 성실한 시민으로 돌아왔네요.)

누군가에게 결과를 보고받은 황녀가 통화로 나의 성과를 인정했다.

“뭐...”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혼녀를 놔두고 바람 피다가 걸려서 감옥 가고, 악마의 위협에 이어 시련의 아픔...

지미 로리쿤의 정신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도 딱히 이상하지 않다.

(그쪽은 어떤가요?)

“그쪽?”

(...아이의 성별을 묻는 겁니다. 제국의 정보망이나 10세에게 물어봐도 됐었지만, 당사자에게 듣고 싶네요.)

“아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딸이길 원했지만, 나를 닮지 않았다면 다리 길고 잘생긴 사내대장부가 될 것이다!

(그쪽도 아들이군요.)

“최근에 누가 출산했습니까?”

(...말이 헛나왔네요.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대화하기 꺼림칙한 여자지만, 이런 기도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리고 당신이 말했던 악마 아싸.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강문수 씨는 아내의 출산에만 전념하세요.)

“제가 시작한 일, 마무리도 제가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출산에만 전념하세요. 그녀 혼자서 낳게 할 셈인가요?)

“......”

아이는 원래 여자 혼자서 낳습니다만?

그런 2차원적인 반박을 했다가는 황녀가 나를 또 쓰레기랑 동급인 한심한 인간으로 보겠지.

출산예정일까지 앞으로 3일.

이 시기에 또 꿈속에 들어가는 건 정말 무책임한 짓이긴 했다.

(아셨나요?)

“...알겠습니다.”

출산이 끝난 뒤에 내가 처리하면 안 되냐는 말은 아껴뒀다.

* * *

“응애애애~!”

아껴두길 정말 잘했다!

강문수 2세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종일 우네!”

기저귀도 갈았다. 밥도 먹였다. 그런데 뭐가 저리 불만스럽게 우는 걸까?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너를 닮아서 그런가?”

“말도 안 돼! 나는 엄청나게 얌전한 아기였어!”

“어머니의 말씀이랑 다른데.”

“큭! 아무튼 아니야!”

웬만한 문제는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청소, 빨래, 설거지, 요리...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것만큼은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었다. 부부가 맞벌이라서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잖은가?

...내가 백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는 육아휴직 중이다.

‘와! 황녀에게 고집부리지 않아서 진짜 다행이네!’

내가 최근에 했던 결정 중에서 가장 현명했다고 자찬한다.

“응애~!”

“아빠에게 말해봐. 뭐가 불만-”

“응애애애애~!”

“...아빠가 불만이구나.”

이것이 업보란 걸까? 내가 아버지를 싫어했듯이, 내 아들도 아빠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강문수 씨.”

“안 보이세요? 지금은 바빠서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이젠 수행원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집까지 찾아왔습니다.”

“음?”

“저희가 대신 거절 의사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문수 씨랑 꼭 만나고 싶다면서 무작정 밀어붙였습니다.”

“흠...”

“무시해도 되지만, 기자들이 또 추측성 기사를 쓸 가능성이...”

“가보죠.”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살 때만 해도 ‘기자’라는 직업을 매우 높게 평가했었다.

권력과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감과 직업정신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그러나 지금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적성 1위였던 ‘가짜 무당’을 가볍게 밀어내고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무고죄가 너무 약해...”

내 아들을 ‘딸’로 둔갑시킨 기사를 발견했을 때는 진짜 소름 돋았다.

이게 실화냐?

놀랍게도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드님이 태어난 날, 주식시장이 요동쳤으니까요. 투자자들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기자들을 고용해서 꼼수를 부린 겁니다.”

“...그 설명만 3번째 듣습니다.”

“무고죄가 강화되면 고발을 유도하는 신종 범죄가 등장하고, 패소(敗訴)가 무서워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고발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겁니다.”

“잘 아시네요.”

“제 적성이 변호사입니다.”

“헤에~”

이렇게 가까이서 자주 봤음에도 여태 모르고 있었다.

“기사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강문수 씨를 욕하는 글이 갯벌의 조개만큼 많습니다.”

“그래요?”

“강문수 씨의 금메달을 예상하지 못한 도박꾼과 관계자들이 열심히 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하!”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을 잃었다면 그럴 수 있지!

매우 유감이다.

“안녕하세요? 제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길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보기가 불편하네요.”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사람은 50세가 넘는 중년인이었다.

복장은 성인 남성이라면 대부분 집에 한 벌쯤 있는 검은색 정장.

하지만 나를 찾아오는 인간 중에 평범한 경우는 ‘라누벨 환자’ 빼고는 여태 없었다.

“올림픽만은 제발 나가지 말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넙죽!

남자가 대뜸 머리를 숙이며 애원했다.

“저기요?”

“제 아들이 올림픽만 바라보며 죽도록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의욕을 잃고 술만...”

남자가 암기한 것처럼 사연을 빠르게 읊기 시작했다.

“응애애애~!”

“아이가 울어서 이만.”

나는 사연을 끝까지 듣지 않고 몸을 돌렸다.

“네 아들만 아들이냐~!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이거 놔!”

“길거리에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나머지는 경찰서에서 말씀하시지요.”

“이거 놔~!”

그 남자는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들에게 붙들려서 질질 끌려갔다.

“울지 마.”

“강문수 씨, 괜찮으십니까?”

“아뇨. 애가 더 우네요.”

“아무렇지 않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남의 사정을 무시하고 자기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아들이 태어나면 또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세계인이 시청하는 피메달 시상식에서 약속했다.

그런데 자기 아들을 위해 그 약속을 깨라고?

진짜 이기적이다.

“아들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음?”

이건 또 무슨 소리?

“조금 전에 만난 남자, 예전에 강문수 씨를 협박했던 자들의 배후로 의심되는 후보 중 하나입니다.”

“으음?!”

그 문제는 내가 금메달을 싹쓸이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하지 않았나?

수행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문제는 틀림없이 해결됐습니다. 공식적인 문서상으로는 그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요?”

“조금 전에 해결됐습니다.”

“자백하지 않았는데요?”

“범죄의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는 만큼 과학수사도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범인의 심리를 계산해서 예측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아...”

공상과학이 현실로?

악마를 예측 사격으로 잡은 인조전사들이 떠올랐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기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가 강문수 씨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무죄와 유죄가 갈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게 돼요?”

“됩니다. 처음에는 정신병자로 위장해서 형벌을 깎는 자들을 색출하는 용도였지만, 지금은 이 기술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네요...”

인공지능이 나의 미래를 계산해서 맞출 수 있다니?

소름 돋았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닙니다. 조금 전에도 인공지능은 용의자가 할 말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어디까지 통계학적으로 확률이 높다는 수준이죠.”

“아아.”

그건 다행이네!

“이것도 설명하려면 그 알고리즘이 굉장히 복잡한데... 그가 진짜 범인이란 증거는 똑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수단은 달랐지만, 강문수 씨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

목숨이 걸린 올림픽 기사도에서 고의로 패배하라는 미친 요구를 했었지!

듣고 보니 유사했다.

“강문수 씨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미래에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투자했다는 점도 정황상 같습니다.”

“대체 왜...”

그 남자가 진짜 범인이라면 내 손으로 직접 찢어 죽이고 싶지만, 그거랑 별개로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너무 미련하잖아?

그런 머리로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협박에 굴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사람을 잘못 봤다.

조금 전에도.

‘내가 누군지 진짜 모르네.’

꿈속이었고 명분 없는 전쟁은 아니었지만, 내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였다.

그런 내가 금메달을 양보?

강문수란 인간을 정말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착각이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세요.”

“물론입니다.”

“응애애~!”

“대체 왜 우는 거니...? 아빠에게 말 좀 해봐.”

“응애애애애~!”

“.....음?”

위이잉-

호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또?’

아이 돌보는 데 방해돼서 스마트폰을 하나 더 장만했다.

기존 스마트폰은 업무용.

그리고 이건 일상용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만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내가 진짜 아끼는 동생인 최강훈도 이건 모른다.

그만큼 아는 사람이 극소수인데...

“여보세요.”

(또 전화해서 유감입니다.)

“아, 네.”

저도 잘나신 황녀님이랑 또 통화해서 매우 유감입니다.

(조금 전에 아싸가 꿈속에서 마지막 환자까지 죽였습니다.)

“아...”

진짜로 미친 악마 새끼네! 자기가 사는 세계까지 파괴하다니!

(하지만 끝난 건 아닙니다. 영혼이 존재하는 한, 종말은 오지 않습니다.)

“...쉽게 설명해주세요.”

이 여자는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는 것 같다.

(쉽게 설명했는데요.)

“그러면 더 쉽게 부탁합니다!”

(하아... 비슷한 예를 들어볼게요. 재건축 사업은 아시죠?)

“네. 압니다. 제가 가난했을 때부터 부동산에는 관심이 좀 있었거든요.”

관심 없었지만, 내가 살던 상가 건물의 부동산 아주머니가 수다쟁이, 참견쟁이라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재건축하려면 기존의 건물을 허물어야 해요. 하지만 재건축에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안 나가고 버티면 공사가 지연됩니다.)

“아아, 말뚝이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입니다. 검귀가 한 마리라도 남아있는 한, 세계가 무조건 하나 이상은 존재합니다.)

“녀석이 전부 파괴했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환자가 생기겠죠. 그분의 의지랑 상관없이.)

“아!”

이게 그렇게 되는군?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그 악마가 작정하고 환자를 죽이면, 우리는 접근조차 하기 힘들어집니다. 유일한 통로인 환자가 잠들자마자 죽어버리니까요.)

“......”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입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심장마비처럼 갑자기 쓰러지면서 죽고 있어요. 모르고 보면 급성 심장마비지만, 이건 연쇄살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사태가 정말 심각했다. 평화롭게 아이를 돌보기 힘들 만큼.

(대기하세요.)

“대기요? 급하다면서요?”

(설명이 부족했네요. 환자가 될 것 같은 사람 옆에서 대기하세요.)

“아!”

(이해하셨나요?)

“네. 대기하다가 환자가 잠들면 아싸가 죽이기 전에 먼저 찾아서 보호하라는 얘기잖아요.”

(정확합니다. 후보는...)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매우 유력한 후보가 있거든요.”

집 앞에서 조금 전에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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