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림 브레이커-203화 (204/232)
  • 203화

    [11장-6절] 무겁다

    올림픽 배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마무리했다.

    그 배구 감독은?

    덕분에 오늘의 내가 강해질 수 있었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강문수 선수! 달립니다!)

    (빨라요! 빠른 게 당연합니다! 상대는 스케이트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금메달 킬러니까요!)

    (잡을 수가 없습니다!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후보선수까지 포함해서 11명으로 구성되는 올림픽 하키 종목은 2가지다.

    아이스하키, 필드하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 빙판과 땅 위에서 하는 하키다. 그리고 나는 둘 다 참전하고 있다.

    “허억?!”

    “우아앗?!”

    퍽! 퍼억! 퍼벅!

    신성로마제국처럼 체격 좋은 민족이 많은 서구권이 유리한 올림픽 하키.

    하지만 나는 불도저처럼 5명의 방해를 뚫고 골키퍼를 향해 진격! 골대의 그물을 찢어버릴 기세로 스윙을 날렸다.

    ‘사랑의 힘...!’

    파앙-!

    눈으로 보고 막기를 포기한 골키퍼가 온몸을 던져서 골대를 가렸지만, 무리하게 막다가 혼절한 주전 골키퍼보다는 실력이 떨어졌다.

    “어, 어엇?! 아...?”

    온몸을 불사르는 선수들의 정신은 높이 사지만, 내가 송선영에게 받은 사랑의 힘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골~!)

    (아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강문수 선수! 자비 없이 빙판을 지배합니다!)

    (믿기지 않아요! 어제까지 배구를 하던 사람의 체력이 맞습니까?!)

    물론이다.

    나는 앞으로도 강한 모습을 송선영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체력 좋은 남자라고!

    여자친구가 단순히 ‘같은 꿈’을 공유한 것 때문에 나에게 집착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된 이상, 최대한 나의 매력을 돋보이게 할 것이다.

    공작새의 꼬리털, 사자의 갈퀴, 사슴과 소의 뿔, 닭의 볏, 사슴벌레의 턱...

    동물들도 암컷에게 구애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잖은가?

    나는 그게 체력이다.

    (배구만이 아닙니다! 이미 5종목을 휩쓸었어요!)

    (하키까지 합치면 올림픽 금메달의 절반을 가져간 셈인데요.)

    (배구가 살짝 아쉽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나머지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기에 강문수 선수의 피메달을 향한 여정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피메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메달.

    나도 궁금했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강문수 선수는 하계 올림픽에서 지금처럼 열성적으로 임하지 않았으니까요.)

    (육상, 수영, 태권도. 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서 총 3점이군요?)

    (네. 반면에 피메달을 노리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야구, 수구, 축구, 농구에서 1점씩 따고, 전공에서 1점. 최소 5점씩 가져갑니다.)

    선수 교체가 가능한 종목은 전부 업혀 간다고 보면 된다.

    다만,

    (남성은 경쟁자가 없습니다. 강문수 선수가 배구에서 1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나머지 종목에서 휩쓸면서 이미 역전했습니다.)

    뭐든 상대적이니까. 내가 금메달을 따면 다른 사람이 금메달을 못 따는 이치!

    문제라면?

    내가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여성 쪽이다.

    (멜랑시아 선수가 현재까지 10점으로 압도적인 선두입니다. 테니스 선수인 그녀는 전공에 더해 배드민턴, 탁구 복식까지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녀는 라켓을 사용하는 종목에 전부 강한 것 같아요.)

    내가 설렁설렁할 수 없는 이유가 해설진들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멜랑시아 선수.

    올해 피메달의 강력한 후보다.

    골프, 야구, 수구, 축구, 농구,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하계 올림픽에서만 8점을 땄고, 동계 올림픽에서도 스케이트 릴레이, 비치발리볼에서 금메달로 2점을 추가했다.

    ‘진짜 괴물이야.’

    나는 적성 덕분에 발전의 한계선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이쪽은 평범한 테니스 선수다.

    그러나 일반적인 선수들이랑 다르다고 할까. 육상과 수영에서 동메달을 딴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덤으로 그녀의 국가까지. 그녀 때문에 금메달을 놓칠 수 있음에도 과감히 팀전에 전부 넣는 배짱에 감탄했다.

    감독을 관리 못 해서 똥을 큼직하게 싸버린 내 나라보다 훨씬 낫잖아?

    지금도 뉴스가 시끌시끌하고, 대통령, 장관, 배구 협회장 할 것 없이 고개 숙이고 사과하기 바쁘다.

    “강문수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수고했죠.”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부에서 얼마나 쪼아댔는지 모르겠지만, 신병처럼 바짝 긴장한 하키 감독은 지극히 공손했다.

    국가대표 감독은 ‘우수한 감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맡는 것이 관례. 성적이 좋으면 쭉 맡긴 하는데, 금메달을 놓치면 책임지고 후임에게 넘기고 은퇴하는 방식이다.

    ‘이 감독은 2년 벌었네.’

    온전히 내가 활약한 덕분이긴 해도 금메달을 딴 건 맞으니까.

    “강문수 선수. 혹시, 2년 뒤에도 올림픽에 참가하실 겁니까?”

    “흠. 제가 아직 어려서 2년 뒤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아. 네. 천천히 생각하십시오!”

    하키 감독의 꿍꿍이가 훤히 보여서 실소가 나올 뻔했지만, 자기 밥그릇을 지키고 짚은 마음은 누구나 같기에 실소 대신 미소로 회답했다.

    “감독님. 필드하키도 잘 부탁합니다.”

    “하하! 강문수 선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든든합니다!”

    지금쯤 살아도 산 기분이 아닐 터인 배구 감독에게 내가 배운 게 있다면?

    공적은 나누는 것이다.

    설사, 내가 다 했어도 주위에 나누어줘야 뒤탈이 없다는 사회의 불합리한 이치를 배웠다.

    (하키가 끝났습니다.)

    (아이스하키와 필드하키의 금메달이 같았던 적이 드문데, 올해는 강문수 선수가 그걸 해냈습니다.)

    (강문수 선수가 나가면 금메달. 이러다가 공식이 될 것 같아요.)

    (다음 종목은 뭡니까?)

    (승마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 * *

    성깔이 고약해서 길들이지 못하는 야생마를 활용한다는 획기적인 계획!

    방법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히이이잉~!?”

    “뭔가... 못 달리네요.”

    마구간에 가만히 놔두면 1위도 할 만큼 빠르고 체력도 좋은데, 이 야생마는 나만 태우면 빌빌거리고 있었다.

    “아들...”

    야생마에게 최면술을 걸어서 순한 양처럼 바꾼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몸무게를 생각하세요.”

    “제 몸무게가... 음? 잠깐...”

    평소에 몸무게를 잴 일이 없어서 신경 쓰지 않지만, 침대 위에서 송선영이 바위 같다고 핀잔줄 정도로 나는 매우 무거운 편에 속했다.

    그래서 재봤더니...

    ‘164kg...?’

    침대 위에서 송선영이 핀잔주고, 멀쩡한 말이 빌빌거린 이유가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이 절반쯤이 딱 적당한 몸무게. 그러나 근섬유가 초고밀도로 들어찬 이 몸뚱이는 달랐다.

    “아들, 꿈속이랑 달라요.”

    “그건 이상한데요. 분명히 저는 모든 걸 똑같이 설정했는데...”

    “꿈속에선 가벼운 몸으로도 괴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아!”

    판타지 소설, 만화랑 똑같다. 가녀린 여인이 우락부락한 남자들을 한 손으로 제압하니까!

    그러나 현실은?

    힘은 근육에서 나온다. 근육은 부피가 존재해서 감출 수 없고, 지방보다 훨씬 무겁다.

    ‘능력만 같다는 소리군...’

    그 능력을 발휘하는 몸뚱이는 전혀 다르다.

    인위적으로 외견을 안 바꾸면?

    근육이 압축돼서 몸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내 수영 속도도 현실보다 꿈속이 압도적으로 빨랐던 것 같다. 가벼우니까!

    “아들? 더는 무리하지 마요. 물리적으로 힘들어요.”

    “뭐... 그렇겠죠.”

    내 근육은 이미 한계! 평소에는 옷으로 가리고 있지만, 벗으면 나조차 흉악하다고 생각될 만큼 오밀조밀하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이때는 고릴라처럼 우락부락한 몸이 되어야 한다. 외형마저 인간이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영역인 셈.

    “히이잉~!”

    “......”

    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경마 선수들은 말을 조종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무게만 보유한 사람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기사도에선 쓸모 있을 겁니다.”

    “아아, 확실히...”

    기사도에서 쓰는 말은 전혀 다른 품종이지만, 내 몸무게가 심각한 변수로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그쪽 선수들은 대체로 무거우니까. 여기에 두꺼운 갑주까지.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소재로 갑옷을 만들면 그럭저럭 될 것이다.

    “히이잉~!”

    “잘 부탁한다.”

    “히이잉...”

    “......”

    진짜 걱정되네!

    * * *

    동계 올림픽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서 가장 열심히 준비했지만, 성적은 노력이랑 비례하지 않았다.

    경마는 실패!

    본선도 아닌 예선전에서 떨어지는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야생마를 길들인다는 놀라운 전략을 세웠던 강문수 선수였는데요.)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아직 그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건 썰매견이 맞나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시베리아의 회색 늑대라고 합니다.)

    (덩치부터 무시무시합니다.)

    (늑대니까요.)

    (......)

    (......)

    (늑대가 썰매를 끈다는 건데, 규칙에 문제없는 겁니까?)

    (썰매견의 기준이 모호해서... 개와 늑대의 조상은 같기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썰매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늑대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어떤 경기를...)

    고배를 마신 승마에 이은 눈썰매!

    길들인 건 어머니지만, 이 녀석들이 길을 이탈하지 않도록 조종하는 사람은 나였기에 특강을 받고 있었다.

    “늑대는 우두머리를 따라요.”

    “그건 압니다.”

    “이 녀석이 우두머리예요. 엄마는 강돌이라고 불러요.”

    “크르르르...”

    “어머! 강돌이도 아들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아, 네.”

    말은 안 통하지만,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을 매우 싫어한다는 건 알겠다.

    “강돌아.”

    “그르르르...”

    “이기면 이름을 바꿔줄게.”

    “그르?”

    “우승하면 이름도 바꿔주고 눈썰매로 번 수익은 너를 위해 써줄게. 죽을 때까지 굶을 일은 없을 거야.”

    고도비만으로 요절할 순 있어도!

    “아우우~!”

    “좋아.”

    늑대의 지능이 높긴 해도 인간보다 뛰어나진 않아서 최면술에 성공했다.

    이 녀석들이 내 몸무게를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강문수 선수! 아슬아슬하게 선두!)

    (다른 썰매들이 그의 앞으로 치고 나가질 못합니다!)

    (썰매견들이 겁먹어서 앞서가질 못하고 있어요!)

    (벌써 서열 정리가 됐습니다!)

    “아우우우~!”

    “왈왈!”

    “월월월!”

    내 앞으로 가면 물어 죽이겠다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강돌이와 형제들.

    훈련받은 썰매견들도 유전자에 박힌 본능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강문수 선수가 또 해냈습니다!)

    (늑대는 반칙이란 항의가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늑대도 개과라는 이유입니다.)

    현역 썰매견 중에 늑대랑 교배시켜서 태어난 녀석도 있으니까. 늑대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못 받았다.

    그 논리면, 사람도 인종을 차별해야 하니까. 백인 올림픽, 흑인 올림픽, 황인 올림픽, 혼혈 올림픽...

    공정하게 다 나눠야 한다.

    “수고했어.”

    짤랑!

    나는 강돌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헤헥!”

    얼른 이름을 바꿔 달라는 눈빛.

    나는 10초나 고민해서 지은 이름을 강돌이에게 제안했다.

    “바람돌이, 어때?

    “크아앙...!”

    “야! 싫으면 말로 해! 아! 이것도 말인가?!”

    바로 제압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늑대에게 물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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