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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브레이커-73화 (74/232)
  • 073화

    중요한 임무를 맡겨서 보낸 부하가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직접 찾으러 올 것이다.

    ‘슬슬 오나.’

    저들이 어리숙한 동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비행기의 구조를 익히고 방패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다녔다.

    승무원들이 기내식과 음료 등을 옮기는 커다란 수레.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이걸 방패로 세우면 정면에서 쏘아진 총알을 막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하나 더.

    “몰랑몰랑?”

    “쉿.”

    “몰랑~”

    가방에 넣어서 기내까지 데려온 친구를 머리 위에 가발처럼 올렸다.

    이 외계생명체가 화살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을 보았으니까. 총알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두 번째 감시자는...

    “나랑 속도를 맞춰.”

    “너나 빨리 가지 마.”

    비행기 좌석 사이의 통로 좌우에 한 명씩, 두 남자가 승객들을 경계하며 오고 있었다.

    조심성이 많은 걸까? 아니면 깔보는 걸까?

    이번에도 총은 없었다. 인원이 둘로 늘긴 했지만.

    ‘아쉽네.’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총만 확보하면 훨씬 수월할 텐데.

    이번에는 2명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실패하면?

    수면제에 취해 무방비해진 승객들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는 총격전이 벌어지리라!

    “......”

    좌석 사이의 두 통로가 ‘H’ 모양으로 이어진 사각지대에서 숨어서 놈들이 오길 기다렸다.

    스으-

    점점 가까워지는 그림자가 보인다.

    ‘좌측? 우측?’

    둘 중에 더 빨리 오는 곳을 공격해야 한다.

    “엌-?!”

    찌지직-!

    전기충격기로 기습해서 한 명을 기절시킨 후에,

    “너는- 웁?!”

    “몰랑!”

    내가 던진 슬라임이 입에 달라붙어서 말을 할 수 없게 된 남자.

    당황한 그는 전기충격기를 써보지도 못하고-

    우득!

    내 발차기에 목젖을 맞고 벽에 충돌했다.

    “.......”

    이번에도 즉사(卽死).

    목뼈가 부러졌다.

    “흠... 고무신 관장님의 발 냄새를 너무 맡았나?”

    고무신 관장님께 맞으면서 배운 태권도는 대단히 실용적이었다.

    여기에 나의 힘까지!

    피하거나 막지 못하고 급소를 허용하면 100% 죽음이다.

    “너만 살면 불공평하겠지?”

    “......”

    우득!

    나는 전기충격기에 기절한 남자의 목도 부러트렸다.

    산적, 도적, 해적...

    로맨스 판타지 소설 <백작가의 막내딸이 되었다.>의 세계에서 지겹도록 마주친 습격자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단 한 번도 용서하거나 살려두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비상상황이기에 더욱.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파악한 비행기 납치범의 숫자는 총 5명. 그중에 3명을 처리했고 대장과 부하 1명만 남았다.

    하지만 그들이 총을 소지하고 있는 이상, 마지막까지 ‘허망한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라.

    한 방.

    총알이 단 한 발만 내 몸에 맞아도 패배하는 싸움이다.

    “강문수! 그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당장 모습을 드러내고 항복해라!”

    “......”

    비행기 납치범들이 내 좌석과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의미는?

    ‘또 남해수의 짓이군.’

    사고가 터졌을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사과하고 하루 만에 또 시도할 줄은 몰랐다.

    딸의 이름을 아는 ‘강문수’에 대해 안 궁금한 건가?

    내가 너무 안일했다.

    “나오지 않으면 승객을 한 명씩 죽이겠다!”

    “......”

    “내가 못 할 것 같아? 한 번 보여줘?!”

    “......”

    상대해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항복할 생각도 없고, 대답해봐야 내 위치만 들통날 테니까.

    남은 표적은 둘.

    수면제가 풀린 승객이 합류해서 힘을 보태면 좋겠지만,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총알 방패로 쓸 기내식 수레를 끌고 일등석이랑 이어진 조리실 앞에 대기했다.

    인질극?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전쟁을 몸소 경험한 나를 자극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그 대신,

    “황해수가 시켰나?”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활성화한 후에 질문했다.

    “...항복이나 해라.”

    “서로가 원하는 대답은 못 들을 것 같네.”

    “내가 셋을 셀 때까지-”

    드르륵.

    경고를 무시하고 기내식 수레를 전진시켰다.

    ‘안 쏘네?’

    결국은 허세였던 걸까. 부하들에게는 탈취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못 가져가게 하더니, 막상 진짜 써야 할 때까지 썩히고 있었다.

    “안 쏴?”

    “젠장!”

    이대로면 정말 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걸까.

    다 죽고 하나 남은 납치범 부하가 내게 총구를 겨냥했다.

    찰칵.

    “죽어라!”

    “안 돼...!”

    화들짝 놀란 대장이 방아쇠를 당기는 부하에게 외쳤다.

    탕!

    총알은 내가 밀고 있는 기내식 수레를 뚫지 못하고 막혔다.

    “방해하지-”

    “죽이면 안 돼!”

    “내가 죽게 생겼는데 무슨...!”

    “거역하면 어차피 죽어!”

    내 목숨을 놓고, 대장과 부하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거리를 완전히 좁혔다.

    ‘어이가 없네.’

    저들은 총만 있으면 누구든지 죽일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총이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나도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을 몸소 경험한 몸.

    평범한 운동선수가 아니다.

    “피해!”

    대장은 통로를 질주하는 기내식 수레를 피해서 옆의 좌석으로 몸을 날렸지만, 부하는 맞부딪혔다.

    “이까짓- 아악~?!”

    콰당!

    그리고 바로 고꾸라졌다.

    ‘바보네.’

    총만 믿고 까부는 납치범이 운동선수를 힘으로 이기려 하다니?

    총을 자신의 힘으로 착각하면서 판단력을 잃은 모양이다.

    그런 바보는 재쳐두고,

    “안녕?”

    “애송이가...!”

    지지직!

    전기충격기를 양손에 하나씩 쥔 대장이 내게 돌진했다.

    민첩하면서도 절제된 움직임.

    제대로 훈련받은 듯했지만,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발렌타인이랑 비교하면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다만...’

    기내식 수레랑 충돌해서 쓰러진 부하가 신경 쓰였다. 넘어지면서도 총을 놓지 않았으니까.

    “죽어...!”

    대장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내게는 부하 쪽이 훨씬 위협적이었다.

    “가랏!”

    “몰랑!”

    몰랑한 외계생명체를 던졌다.

    탕!

    발포된 총알은 총구에 달라붙는 슬라임의 몸을 뚫지 못했다.

    “이, 이건 뭐야...?!”

    “몰랑몰랑~”

    부하의 총이 무력해진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며, 나도 똑같이 전기충격기로 대장을 위협했다.

    서로 한 방.

    죽진 않지만, 전기충격기에 스치기만 해도 패배 확정이다.

    “내 부하들을 어떻게 했지?”

    “전부 죽였지.”

    “죽였다고?”

    “그래.”

    “...살인을 저질렀다. 그게 그리 담담히 할 말인가?”

    “내가 살기 위해 죽였다. 그게 그리 이상한 말인가?”

    나는 비슷하게 되물었다.

    휙~

    휘익~

    비행기 통로 좌우의 좌석 때문에 회피가 서로 힘든 상태.

    처음에 자신했던 나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앞뒤로 거리를 재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펜싱하는 기분인걸?’

    먼저 유효한 타격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펜싱 경기.

    전기충격기도 상대의 몸에 먼저 전류를 흘러넣는 쪽이 이긴다.

    “비행기를 점거한 목적이 뭐냐?”

    “어떻게 깨어났지?”

    “내가 먼저 질문했는데.”

    “편히 죽을 생각은 버려라.”

    “대화가 안 되네!”

    허둥대는 부하가 지원을 올 때까지 무리하지 않는 대장.

    당해버리면 다음 기회가 없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나.

    긴장이 흐르는 대치가 계속됐다.

    그때,

    “아악?!”

    자신의 총을 포기하고 동료의 총으로 향하던 부하가 비명을 질렀다.

    우당탕!

    총의 위협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던 승무원들이 용기를 내어 한꺼번에 달려든 탓이었다.

    “눌러...!”

    “붙잡아요!”

    총이 없는 그는 승무원들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고-

    “이제 어쩔래?”

    “젠장!”

    부하가 당했음을 직감한 대장은 전기충격기를 버리고 어깨에 멘 총으로 손을 옮겼다.

    팟.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지직-

    대장이 팔에 토시처럼 착용한 보호구에 내 전기충격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는 반격 대신 한 걸음 물러서는 걸 선택했다. 총을 쥘 시간을 벌기 위해.

    ‘그렇다면...!’

    나는 늦으면 죽을 각오로 발차기를 날렸다.

    퍽!

    “악?!”

    전기충격기를 버리지 않았다면 시도할 엄두를 못 냈으리라.

    하지만 대장은 버렸고, 나는 그 보답으로 그의 턱주가리를 시원하게 후려쳐줬다!

    ‘아프겠지.’

    고무신 관장님이 살기가 짙다고 지적할 정도로, ‘상대를 죽일 각오’로 힘을 준 발차기니까.

    멀쩡하면 섭섭하다.

    털썩!

    “휴우~!”

    마음 같아서는 깔끔히 죽이고 싶지만, 두 흉악범은 살아서 증인이 되어줘야 한다.

    배후가 누구인지를!

    ‘굳이 안 들어봐도 뻔하지만.’

    남해수.

    나를 죽이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정말로 내 목숨을 노렸다면, 모든 승객이 잠들었을 때를 노려서 비행기 밖으로 나를 던졌으리라.

    “강문수 선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대장까지 포박한 승무원들이 안도의 기쁨을 나눴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 비행기의 기장을 잡지 못하면 남해수의 부하들이 바글바글한 장소에 착륙할 테니까. 당장 조종실로 가서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찰칵.

    “꼼짝하지 마십시오.”

    “......”

    나는 등에 맞닿은 총구를 느끼며 제자리에 멈췄다.

    ‘이건 무슨 상황?’

    나만 당황한 게 아니었다.

    찰칵.

    “히익?!”

    “무, 무슨?!”

    납치범들에게 빼앗은 총으로 무장한 일부 승무원들이 주위의 동료에게 총을 겨눴다.

    이중함정!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만 배신했다고 착각한 나의 안일한 판단이 불러온 패착이었다.

    ‘바보 같은... 수면제가 들어간 기내식을 나눠준 건 이들인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비행기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내가 깨어나자마자 들켰으리라.

    하지만 저들은 몰랐다.

    즉,

    “처음부터 공범이었군.”

    승무원들이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랐던 것도 불순분자들이 선동한 탓이리라.

    내 등에 총구를 찌른 승무원이 대답했다.

    “당신이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갔을 텐데.”

    “허! 그게 내 잘못이라고?”

    “통탄할 일이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도망쳐야 한다니.”

    “농담이지?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인간이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납치해?”

    “강문수, 당신 때문이다.”

    “내가 왜?”

    내게 잘못을 돌리는 승무원의 발언이 이해되질 않았다.

    “...알 필요 없다.”

    “그래?”

    나는 총을 무시하고 움직였다.

    “헛?!”

    하지만 움직이면 쏜다고 내게 경고했던 승무원은 머뭇거리다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짧은 망설임.

    반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탁, 덥석.

    몸을 180도 회전하면서 그의 품으로 파고든 후, 자연스럽게 목을 움켜쥐었다.

    “사람을 죽여본 적 없지?”

    “커억...!”

    “당신은 승무원이니까. 대한민국 항공사는 살인자를 채용해서 비싼 비행기를 맡길 만큼 인재가 부족하진 않을 테니.”

    “큭!”

    “움직이지 마. 내가 사람을 못 죽이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

    찰칵.

    생포한 승무원을 방패처럼 앞에 세운 후, 나도 저들을 향해 방글 탈취한 총을 겨눴다.

    “총을 내려놓고 손을 들어.”

    “......”

    “......”

    탕!

    생각할 시간을 주기 싫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쏘았다.

    “꺅?!”

    “허억?!”

    총성과 새빨간 피에 놀란 승무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엎드렸다.

    털썩.

    그리고 죽음.

    내가 정말로 쏠 줄 몰랐던 불순분자들은 동료의 허무한 최후에 벌벌 떨면서 외쳤다.

    “미, 미쳤나?!”

    “그전에 이미 셋을 죽였어. 여기에 하나가 추가됐을 뿐이지.”

    “......”

    “항복해. 아니면 죽던가.”

    “히익?! 자, 잠깐! 우리를 안 죽인다고 약속해라!”

    “약속할게.”

    툭, 툭, 툭.

    총을 바닥에 내려놓은 불순분자들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자, 그러면... 어?”

    휘청-

    비행기의 고도가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설마...!’

    구름밖에 안 보여서 쭉 무시하고 있었던 창문을 보았다.

    육지.

    야자수로 빽빽한 밀림과 모래사장이 보였다.

    “여긴 어디야?”

    “하핫! 이미 늦었군!”

    내 질문에 불순분자가 웃었다.

    “환장하겠네!”

    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인 우리의 목적지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이대로 공항에 착륙하면 붙잡히는 건 확정!

    그런 사양하겠다.

    “여러분. 남해- 황해수의 목적은 저입니다. 저만 빠지면 해코지당하지 않을 거예요.”

    “강문수 선수. 갑자기 빠진다는 건 대체...?”

    이해하지 못한 승무원의 질문.

    나는 좌석 밑에서 구명조끼를 꺼내 입으며 답했다.

    찰칵.

    “말 그대로입니다. 낙하산은 어디에 있나요?”

    국가대표 수영선수의 스카이다이빙 시범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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