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림 브레이커-71화 (72/232)

071화

“강문수, 박한희 선수. 지금은 공무 중입니다!”

“카메라를 당장 끄십시오!”

객실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당황했다.

나는 시치미 뚝 때고,

“얼굴이나 명찰을 보여주세요. 여러분이 방역 수칙을 어겨서 제가 감염되면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

“강문수 선수...!”

“당장 촬영을 멈추세요!”

그들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정말 이상하군요. 제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뭔가요?”

“신고를 받았습니다.”

“누구에게요?”

“그건 신원보호를 위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무슨 신고인데요?”

“강문수 선수의 호텔 객실 창문이 깨졌다는 제보였습니다.”

경찰의 그 허술한 설명을 듣자마자 웃음이 빵 터졌다.

“하하! 지상에서 저 구멍을 본 사람이 있다고요?”

“뭐가 우습습니까?”

“밖에 나가서 직접 보시죠. 노천탕이 있는 실외정원과 테라스에 가려져서 안 보일 겁니다. 구름 위에서 보지 않는 한.”

“......”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경찰의 표정이 굳었다.

“한희야. 동영상은?”

“녹화 중이야.”

“지금 한 번 저장해서 가능한 모든 연락처에 전송해. 걱정하지 마. 책임은 내가 질게.”

“아, 알겠어!”

상황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판단한 경찰들이 움직였다.

‘바로 본색을 드러내네!’

그들은 제보를 받았다는 사건 현장보다 박한희의 스마트폰을 훨씬 신경 쓰고 있었다.

찰칵.

허리에 찬 권총을 우리에게 겨누며 경고했다.

“당장 멈추십시오.”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세요.”

죽음의 위협을 느낀 박한희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무, 문수야...”

“저들이 시키는 대로 해.”

“알겠어...”

탁.

그녀는 스마트폰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놨다.

“이제 양팔을 머리 위로 들고 벽으로 이동- 악?!”

퍽!

경찰의 시선이 박한희의 스마트폰으로 향하자마자 반격했다.

발차기로 그녀에게 총구를 겨눈 권총부터 쳐내고,

“큭!”

탕!

망설임 없이 내 심장을 노리며 발포된 실탄을 피했다.

‘아프네!’

하지만 거리가 워낙 가까웠던 탓에 완벽히 피할 순 없었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고.

“컥?!”

내 올려차기에 턱주가리를 맞은 경찰의 고개가 위로 젖혀지면서 한 방에 기절.

힘이 풀린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권총을 허공에서 낚아챘다.

“정지. 동작 그만.”

“......”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우려던 경찰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가서 총을 주워.”

“문수야! 옆구리에서 피가 엄청나게 나고 있어!”

“나는 괜찮으니 어서.”

“으, 응...”

박한희가 잽싸게 달려가서 바닥에 떨어진 총을-

탕!

“아악?!”

그녀를 인질로 삼으려는 경찰이 움직이자마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다리가 꿰뚫린 경찰의 비명.

나는 재장전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못 쏠 줄 알았어?”

“큭! 경찰을 쏘다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냐...!”

“당연하지.”

“동영상을 믿는다면 포기해! 중간에 끊긴 걸 잊었나? 너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죄로 기소될 거다!”

“누가 끊겼대?”

“스마트폰이 저기에...”

박한희가 바닥에 내려놓은 스마트폰을 쳐다본 경찰.

그는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말끝을 흐렸다.

“여기서 문제. 강문수의 스마트폰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휙!

눈썰미가 좋은 걸까, 넓은 객실을 두리번거리던 경찰은 금방 내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에 세워진 구시대 스마트폰을.

그리고 절망했다.

(강문수 선수! 총에 맞은 허리는 괜찮은 건가요?!)

“네. 살짝 스쳤을 뿐입니다. 영상통화 중에 이런 끔찍한 짓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위험했던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시작하자.

* * *

대한민국 정부의 모든 부처 인사가 한마음으로 나의 죽음을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국민을 위해, 국민에게...!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국민을 들먹이는 구시대 정치인들.

평상시에는 무능해 보이고 실제로도 무능하지만, 그들은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경쟁자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특징이 있다.

「여당의 음해입니다!」

「비열한 야당의 음모다!」

「이건 게이트다!」

「녹취록을 확보했다!」

“참 신기해.”

정치인의 범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대에서는 보기 드문 엽기적인 광경이었다.

그들의 이런 한심한 모습이 답답했던 걸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자발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제보하는 국민까지!

「헬리콥터를 확대해서 찍은...」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총기로 무장한 사람을 본...」

「거동이 수상한 남자를 신고...」

이 또한, 정부가 알아서 잘하는 현대에선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정말 놀라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그 모든 과정을 느긋하게 지켜봤다.

경호?

이쪽도 한바탕 뒤집혔다. 뇌물 의혹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옷을 벗는 인물이 수두룩!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한 경영인이 엮여 있었다.

“저 남자야!”

가족이 없는 나를 보살펴준다는 명분으로 병실에 살다시피 하는 ‘여자친구’ 박한희.

그녀는 사과를 깎으며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입시학원?”

“맞아! 틀림없어!”

입시학원에서 박한희에게 달리기는 그만두고 노래나 부르라고 충고했다가 시원하게 차인 남자.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곱게 자란 재벌 2세 같은 외모였다.

“찾은 것 같네.”

“선수촌 아파트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범인도 저 남자가 틀림없어. 체구가 비슷하잖아.”

“그러게.”

호리호리한 꽃미남 같은 외모.

뒤에서 보면 여자로 착각되는 최강훈이랑 비슷했다.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수영의 황제 남해수는 당장 자연의 품에 안겨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에도 불구하고, 넓은 어깨와 남자다운 팔다리를 가졌으니까.

전성기에는 운동선수에 걸맞은 건장한 육체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이건...

「황해수 회장은 기자회견을...」

「법원은 황해수 회장을 소환...」

「황해수 회장의 출석 여부...」

황해수.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의 회장.

젊은 나이에 놀라운 투자 수완으로 단시간에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낸 실력자로 평가되고 있었다.

“과연...”

곧 다가올 대한민국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대기업 회장이 된 그는 돈 먹는 하마인 방위산업체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 안일했네.’

그의 적성은 운동선수니까. 정치나 경영에 어울리지 않는다.

김은정이 증명하지 않았던가?

꿈속에서 고귀한 백작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하는 짓은 현실이랑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망했고!

김은정은 ‘안질리나 치맥’이 될 수 없었다.

「황해수 회장의 투기 의혹.」

「중소기업 사냥꾼 황해수.」

「국방부는 황해수 회장 소유?」

「황해수 회장의 여자들.」

다른 인간의 탈을 쓴 남해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능력이 아닌 미래의 정보 독점!

하지만 제삼자의 눈에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정보를 미리 받아서 투자한 것처럼 보인다.

「황해수 회장은 어디서 정보를?」

「부지 선점으로 100배 차익.」

「황해수 회장. 우연이라고 해명...」

「우연이 193건? 말이 안 돼.」

그와 한통속이거나 약점 잡힌 자들이 목숨 걸고 수호하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이유는?

남해수가 쌓은 부의 99%가 생산성 없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그래서 국가발전에 도움은 전혀 안 되고, 무지(無知)한 서민들의 피눈물만 쥐어짜고 있었다.

즉, 평판이 최악!

그리고 구시대 정치인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해수 규탄 성명 발표!」

「국민을 우롱하는 황해수!」

「황해수는 심판받을 것!」

“화력이 엄청나네.”

떵떵거리던 대기업 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기까지 고작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원동력에는?

나도 크게 한몫했다.

“강문수 선수. 인터뷰를 진행해도 될까요?”

“네.”

“다친 몸은 좀 어떻습니까?”

“많이 좋아졌습니다.”

언론사는 피를 흘리지 않는 최강의 군대다.

“황해수 회장의 사주를 받은 경찰들에게 습격받으셨는데요. 회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악입니다. 아무런 원한도 없는 저를 살해하려고 했으니까요.”

“짚이는 바가 없습니까?”

“전혀. 제가 사업을 하나요? 정치를 하나요? 투자를 하나요? 일개 운동선수일 뿐입니다.”

나는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당당히 발언했다.

‘남해수. 보고 있냐?’

내 목숨을 노린 대가로 최악의 꿈을 선물해주겠다.

“그전에도 죽을 뻔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조폭들을 실은 차량을 동원하고, 헬리콥터에 탄 저격수를 고용하기도 했죠.”

“혼자서 어떻게 그 많은 조폭을 상대하셨습니까?”

“운동선수니까요.”

“예?”

“...좀 더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태권도의 자존심인 고무신 관장님께 지도를 받았습니다.”

“아! 고무신 관장님께...!”

“오만했던 저에게 겸손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칼이 없어서 발렌타인에게 배운 검술을 쓸 수 없을 때, 태권도는 매우 큰 도움이 됐으니까.

내가 고무신 관장님의 지독한 발 냄새를 버티며, 꿋꿋하게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문수 선수.”

“네.”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인터뷰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사전에 약속된 질문.

나는 미리 준비한 답을 했다.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할 만큼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남해수를 겨냥한 한마디.

예민한 주제였기에 기자가 다음 질문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선수의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 여러분께도 한마디 해주시지요.”

“문제없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감사합니다.”

짝짝!

짝짝짝!

마지막의 내 구호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방송촬영을 지켜보던 기자와 병원 관계자들이 마치 짠 것처럼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순조롭네.’

다른 인간의 탈을 쓴 남해수를 발견한 이상, 그를 사칭해서 도발한다는 전략이 불필요해졌다.

「실체가 드러난 황해수 게이트!」

「강문수 선수에게 무슨 원한?」

「부실한 경호는 누구 탓?」

「국가적 망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올림픽으로 내 인기와 몸값이 높아질수록 ‘황해수’의 평판은 끝없이 떨어질 터.

기존의 계획대로 올림픽에 참가해서 금메달을 싹쓸이할 필요성이 다시 생겼다.

그렇게 생방송이 끝나고...

“강문수 선수. 불편한 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억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다소 풀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 명함입니다.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지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든든하네요.”

대세를 읽은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내 병문안을 찾아왔다.

병원 환자를 만나는 시간과 인원수를 제한하는 방역 지침이 없었다면 훨씬 많았으리라.

‘덕분에 살았네.’

늘 귀찮기만 하던 방역 지침이 오늘따라 무척 고마웠다.

* * *

세상의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풀린다면 얼마나 편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황해수입니다.”

“허...”

측근들에게 죄를 전부 떠넘기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해수.

그가 사과하고 싶다는 명목으로 나를 찾아왔다.

‘이게 말이 돼?’

상식을 초월한 구시대의 재판과 판결에 깜짝 놀랐다.

황해수의 측근A가 강문수를 죽이려 했다.

황해수의 측근B가 강문수를 죽이려 했다.

황해수의 측근C가 강문수를 죽이려 했다.

황해수의...

누가 보더라도 ‘황해수’의 지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측근들이 독단적인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재판이 흐지부지 종료.

진범(眞犯)은 벌금과 근신, 사실상 무혐의로 풀려났다.

“힘든 일을 겪게 해서 대단히 미안합니다, 강문수 선수.”

다른 인간의 탈을 쓴 남해수가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로 내게 사과했다.

“좋은 부하들을 두셨네요.”

“시킨 일도 똑바로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부하들입니다.”

“그래도 충성심은 대단하던데요?”

무기징역이 확실했던 그를 대신해서 감옥에 들어갔다.

“노후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회사라서 그렇습니다.”

“멋진 회사네요.”

“감사합니다.”

남해수는 내 옆에 붙어있는 박한희를 계속 곁눈질했다.

신경 쓰이는 걸까?

그렇다면 더욱 신경 쓰이게 해주는 게 도리.

“남수희 양이 떠오르시나요?”

“뭣...!”

젊은 시절의 박한희를 닮은 친딸의 이름을 들은 남해수.

동요를 감추지 못한 그가 눈을 부릅떴다.

“아니면 말고요.”

“넌 누구야...!?”

덥석!

내 어깨를 양손으로 움켜쥔 남해수가 고압적으로 외쳤다.

“황해수 씨.”

“떨어지십시오.”

내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어떻게 수희를 알지?!”

그러나 이미 이성을 상실한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질문은 하나씩-”

“누구냐고...!”

“강문수입니다. 무당이죠.”

구시대 올림픽을 체험해보지 못해서 살짝 아쉽지만...

재미없는 이 이야기를 이만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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