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urney -->
***
여신을 정복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보스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다시 살아난 보스는 전투가 끝났음을 알고 쌍둥이들을 알아서 돌려보냈다. 패자인 디테는 1회전 절정 판정을 받았는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배불러 보이는 미소를 보니 나름대로 만족한 것 같았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만 남은 그때였다.
스르륵…….
촛불에 밀려 이리저리 출렁이던 그림자가 기지개를 폈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경계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디테의 미혹에 걸린 것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긴장감은 빠르게 치솟으며 날 움츠리게 만들었다.
점점 사람의 형상을 갖추는 그림자가 넝마를 걸친 음침한 사내의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
숨도 쉬지 않고 긴장하고 있던 내 몸이 풀어졌다.
"마지막 시련을 이겨낸 것을 축하합니다."
지랄하네.
나는 바보가 아니다. 게임 개발자가 이렇게 유저들에게 끼어드는 건 정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무슨 꿍꿍이가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틀을 파괴한 게 틀림없었다.
여전히 남은 내 경계심을 느꼈는지 개발자는 더욱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런. 너무 경계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나타난 이유는 다름 아니라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왔을 뿐이니까요. 박고영 씨. 당신 덕분에 족쇄를 풀었거든요."
말끝마다 재수 없는 웃음을 훌훌 날리는 로키였지만, 목소리 하나는 진실 되게 들렸다.
끄덕.
단 한 번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를 푸는 의사를 보인 나는 애써 담담히 물었다.
"이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다른 이유가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에는.
로키도 쓸데없는 부연설명을 더 할 생각이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여전히 긴장하시는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주어진 삶을 즐기는 쪽으로."
나름의 조언을 끝낸 로키는 나타났을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 혹시나 싶어 촛대를 들어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로 가보았다. 확실히 간 것 같았다. 그림자는 말 그대로 그림자일 뿐이었다.
"휴……. 식겁했네. 또 싸울 줄 알았는데."
괜한 오해였음을 깨달은 나는 부끄럽기보다는 안심이 됐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내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근데 언제 보내주는 거지? 아니. 그건 그렇고. 선택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때 되면 가겠지라는 생각을 했기에 돌아가는 것에 의문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로키가 남기고 간 선택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거기에 삶을 즐기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이 존재들은 말 하나에 의지를 담을 수 있으니까.
완전히 실신하여 널브러진 디테의 옆에 앉은 채 곰곰이 고민하는 그때였다.
다시 살아난 보스가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최종 임무 '여신의 초대'를 완료합니다.]
[시련 보상 '인과의 물레'를 획득합니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일단 확인부터 해야지."
꽤 싱거운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격의 물레라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으니까.
금세 내 눈앞에 반짝이는 빛의 창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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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의 물레]
+ 마지막 시련을 통과한 자에게 주는 성물.
+ 전승과 군림을 위한 매개체.
+ 전승 선택 시 새로운 삶을 살 기회 획득.
+ 군림 선택 시 세상을 지배 할 권한 획득.
+ 사용 시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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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과 군림.
두 가지 선택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하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을 거스르는 기회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삶을 넘어 세상에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두 가지 선택 모두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껏 가져보지 못한 보물이 내 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마음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었다. 다만 그 선택을 하면 잃어버리는 게 너무 많았다.
친구, 동료, 가족.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많은 게 달라졌다. 가족의 소중함은 더해졌고, 친구와 동료의 인연은 즐거웠다. 이 모두 소중한 것임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새로운 삶을 산다면. 그러면, 악몽을 지울 수 있을 테니까."
성투의 정점에 올랐음에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한 이유, 그것은 바로 이제는 기억도 흐릿한 부모님의 상실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참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해 보이는 건 내가 나이를 먹으며 참을성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이상도 아니었고,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마음 깊숙한 곳에 난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내가 신성한 힘을 빌려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텅 빈 마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권력, 여자, 마약.
그것이 무엇이 되더라도.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한다고 해도 내 결심은 변할 수 없었다. 욕심을 부리는 건 인간이라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족쇄니까.
"평범하게 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 놓아주고 싶었다.
나는 너무 지쳤다.
아무런 말없이 인과의 물레를 사용했다.
[전승 하시겠습니까?]
"그래."
길게 갈라진 목소리로 답하는 순간.
내 눈앞에 그동안 만났던 인연이 스치고 지나갔다.
수많은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 끝에는 살아오면 꼭 한 번쯤은 만나고 싶었던 얼굴이 있었다.
"엄마. 아빠."
한 번도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는 간절한 바람이 흘러 나왔다.
한없이 그리운 당신을 부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떠나보낼 시간이다.
"안녕히……."
나도, 당신도, 서로를.
이제는 놓아 줄 때다.
그 순간 무저갱 같은 어둠이 날 집어 삼켰다.
***
어둡다.
답답하다.
고통스럽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을 표류하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눈을 빼앗긴 건 너무 답답했다. 게다가 자꾸 날 압박하는 파도에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한껏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작은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망망대해에 몸뚱아리만 남은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파도가 날 미는 대로 이리저리 떠다녀야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고통 속에 나는 이라도 악 물려고 했지만 그것 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나는 그저 고통을 인내하며 파도에 몸을 맡겼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암초에 걸렸을 때 손이라도 뻗어 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다행인지, 아니면 내 몸이 마비된 것인지.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이제 폭풍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 그때였다.
파하핫……!
어둠이 사라졌다.
갑자기 떠 오른 태양에 내 눈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숨을 쉴 수 없었다. 심지어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날 허공에 띄웠음에도.
숨?
부지불식간에 허공에 떠오른 순간 의문이 들었다. 숨을 어떻게 쉬는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표류하면서 숨을 쉰 기적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대체 여긴 어딘지.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생각?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이란 걸 한 게 언제부터였나 싶었다.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물며 점점 이어질 때였다.
찰싹!
엉덩이를 인두로 지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공기가 폐부로 들어왔다. 물에 젖어 찌그러진 폐부가 단숨에 펴지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본능적으로 목에 힘을 주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앙……!"
애기 울음소리? 아니, 이게 왜 내 입에서 나오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혼란은 점점 더 커질 뿐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더 소리를 질러 봐도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목이 아파 소리를 지르는 것도 힘든 그때였다.
"어이구, 우렁차네. 축하해요. 아드님이세요."
"아아……. 내 아이. 우리 아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와 나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중 남자의 목소리는 기쁨을 넘어 환희에 잠겨 있었다. 다만 어디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익숙한데, 묘하게 어색하네.
얼굴이라도 보면 기억이 날까 싶어 눈을 뜨려고 애썼다. 기어코 눈을 떴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뿌연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억지로 몸을 버둥거리며 일으키려고 할 때였다.
와락.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까 악다구니를 쓸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내가 막 태어난 아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인이 아니라면 날 이렇게 품에 안을 수 없을 테니까.
흠칫 놀란 내 볼에 두툼하지만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설마…….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 고둥을 들으며 눈을 떠 보았다. 한결 눈앞이 뚜렷했다. 내 코앞에 있는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나는 날 안고 있는 거인. 아니, 남자와 두 눈이 마주쳤다.
"반갑구나! 널 만나서……. 부족한 내게 와줘서."
잔뜩 울먹이며 간신히 인사를 해오는 남자.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내 아버지였다.
채 서른이 되지 않은 아버지가 날 보며 울고 있었다.
***
막 다섯 살이 된 아이가 유치원 놀이터에 앉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에효."
주변의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 선생님의 보살핌 아래에서 놀이터 곳곳을 쏘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여느 아이들과 달리 유독 이 아이만 홀로 떨어져 벤치 위에 앉아 있는 게 이상해 보였다.
보통 이 나이 때의 아이라면 그냥 생각 없이 사고를 치는 게 일상이었다. 게다가 신생아 때보다 호기심이 줄어들기는 해도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을 보일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가만히 앉아 위험천만하게 뛰어 노는 아이들보다 더 선생님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걱정스런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던 유치원 선생이 이내 아이의 곁에 앉으며 자상하게 물었다.
"무슨 걱정 있어요? 혹시 집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야 해요. 알았죠?"
'네. 집안에 우환이 있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그나저나 미주. 쟤 또 저러다 팔 부러지겠는데요?"
"어? 어어. 어맛! 미주야! 위험해!"
유치원 선생의 시선이 아이의 통통한 손가락을 따라가기 무섭게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미끄럼틀 위에서 한 여자 아이가 아슬아슬 하게 매달려 있는 탓이었다. 다행히 재빨리 여자 아이를 잡은 덕분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가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에효. 전승이 이런 거라면. 그냥 갑질이나 하면서 살 걸. 미치겠네, 진짜. 아오. 어떡하지?"
전승.
올망졸망한 눈빛이 인상적인 이 아이가 바로 박고영이었다. 그가 전승을 통해 회귀를 한 지도 벌써 오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가정은 화목했고, 그는 그저 행복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가지 변화가 박고영에게 찾아오며 단란한 행복이 다른 의미의 단란함으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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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정의 입술을 훔쳐라!]
+ 임무 현황 : 0/1
+ 기본 보상 : 10 경험
+ 일일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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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참이지만 꽤 익숙한 구성을 보이는 하나의 창.
다름 아닌 보스의 일일 임무창이었다.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온 박고영으로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나 싶었다. 아니, 특별해질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시작이 5살이라는 게 문제였다.
'다섯 살이다. 다섯 살. 벌써부터 이러면, 내가 뭐가 되겠냐고!'
성투 영재.
지금 박고영에게 주어진 재능이었다. 결코 달갑지는 않지만 말이다.
연거푸 한숨을 쉰 박고영이 이내 눈을 떴다. 그의 눈빛에 언뜻 결연한 빛이 보였다. 아무래도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박고영이 미끄럼들 지박령이 된 유치원 선생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시선이 박아정의 나름 탱탱한 엉덩이에 꽂힌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의 눈빛이 서른두 살 때의 박고영이 보이던 눈빛과 비슷해 보였다.
슬금, 슬금.
소리 없이 박아정의 바로 뒤에 선 박고영이 이내 마음을 굳혔다.
'그냥 애들 장난이라 해줘요. 정말 미안해요, 박 쌤.'
말없이 용서를 구한 박고영이 이내 제 자리에 풀썩 넘어지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아악!"
"어머! 고영아!"
아무것도 모르는 박아정이 또 다시 대경실색하며 몸을 돌리며 무릎을 굽혔다. 박고영이 다쳤다는 생각에 놀란 그녀가 얼른 머리를 숙인 건 당연했다. 박아정의 시선이 닿은 곳은 하필이면 박고영이 잡고 있는 발목이었다.
'좋아. 이 타이밍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박고영은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을 하며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박아정은 박고영의 의중을 꿈에도 모른 채 완전히 무릎을 꿇고 녀석을 부축해 주었다.
박고영을 제대로 부축한 박아정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박고영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엎어지는 것처럼 쓰러졌다.
박아정이 쓰러지는 박고영을 잡으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박고영이 박아정의 목을 양팔로 감았다. 자연스레 박고영이 박아정에게 매달린 자세가 되었다. 아무리 여자라도 성인인 여자가 어린 아이의 힘을 못 버틸 리가 없었다.
문제는 버텼다는 거지만.
결국 박고영의 입술이 몸을 숙이고 있는 박아정의 입술에 살짝 닿아 버렸다.
"조심……. 읍!"
달콤한 소리 따위는 없었다. 사실 닿았다는 것보다 문질러졌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이건 입맞춤이라기보다는 입술 박치기에 가까웠으니까.
사고라 여긴 박아정은 그 와중에도 박고영의 몸을 살피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니? 아니다. 얼른 보건실부터 가자. 아프진 않니? 아프면 말해야 돼. 참지 말고. 알았지?"
이렇게 착한 선생을 앞에 두고 박고영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일일 임무 '박아정의 입술을 훔쳐라!'를 완료합니다.]
[기본 보상 '10 경험'을 획득합니다.]
[연계 임무 '박아정의 가슴을 훔쳐라!'를 생성합니다.]
5년 만에 들은 보스의 목소리에 박고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젠장! 안 돼! 이건 악마의 유혹이야!'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보스였고, 박고영은 이러다 쇠고랑을 찰까 걱정이 들었다.
"고영이 많이 아프니? 안되겠다. 선생님이랑 병원에 가자. 이 선생님! 이 선생님!"
아이들을 대신 보살필 동료 교사를 외치는 박아정은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한 것 같았다.
한편 박고영은 눈앞이 깜깜했다.
'전승. 괜히 했나?'
늦어도 한참 늦은 후회가 처음으로 들었다.
벌써부터 앞날이 걱정됐다.
========== 작품 후기 ==========
다섯 번 째 글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사실 처음 이번 글을 구상했을 때는 전반전(4권, 100화), 후반전(4권, 100화), 연장전(2권, 50화)으로 잡았습니다.
전반전에서 박고영의 탈출기를.
후반전에서 박고영의 정복기를.
연장전에서 박고영의 새로운 이야기를.
이렇게 적으려고 했지만, 연장전을 쓸 시간이 없네요.
아쉽게도 10권을 계획했지만 8권으로 끝내야했습니다.
그래도 조기 종결까지는 아니니... ( _ _)
연장전이라고 해봐야 새로 태어난 고영이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일상물이니까요.
뭐, 유아기 때 [짝궁 꼬시기], [초급 어장 관리] 등의 자유 임무가 떨어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 아빠! 외동은 싫어요!], [색스 신동의 재림], [어리다고 무시하지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동정의 추억], [문란한 질풍노도], [선생님, 나 맘에 들죠?], [까치머리의 로망].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여신 교생을 함락하라], [아이돌 데뷔 축하 선물은?], [선생님이 다 매력적이야.]
이런 식의 학창 시절을 그리는 게 전부입니다.
물론 대학 시절의 [교수, 그 치명적인 매력], 군대 시절의 [사단장의 아내를 유혹하라], 직장 시절의 [바이어 접대] 등의 골 때리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본래 고영만 보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생활을 그리려고 했는데...
사실 지쳤어요 ㅠㅠ....
1인칭이야 처음부터 어렵다고 여겼지만, 그래도 꼼수도 쓰고. 거기에 마음껏 접두사를 남발하며 편히 써서 그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 쓸수록 제 머릿속에 음란 마귀가 씌여서....
심지어 제 소중한 취미를 적발당하며 난감한 상황까지 직면했습니다....-_-.
그래서 아쉽지만 외전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삭제했습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제 글이 서로 대화를 한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한 고자의 이야기를 즐겨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결코 연장전의 이야기가 아청아청해서 쓰지 않기로 한 건 아닙니다.
진짜에요. 진짜....일 걸요?
페도필리아, 하이디, 앨리스, 로리타.
이 무시무시한 네 가지 단어를 숙지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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