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98화 (19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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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시련의 방에 들어섰다.

    그 순간 사계절의 개성이 날 맞이했다. 작열하는 햇빛과 휘몰아치는 바람이 우화 속 한 이야기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촉촉한 봄비와 따가운 눈발이 사방에서 날 휘감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오래전 장난감 카메라처럼 눈앞의 전경이 변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익숙한 4계절뿐만 아니라 건기와 우기, 백야와 극야까지. 지구상 존재하는 자연 현상은 이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때마침 참았던 숨을 몰아쉬려고 할 때 들이 닥친 태풍에 사례가 들린 나는 갈고리처럼 허리를 숙이곤 폐병 환자처럼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컥, 큭! 어우. 뭐야, 이게."

    기침 때문에 생긴 가래를 바닥에 뱉은 나는 순간 화를 내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뭐야?"

    사막의 고운 모래, 강가의 거칠 자갈밭. 심지어 기암괴석 같은 딱딱한 암반 지대가 뒤섞인 이상한 바닥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변화무쌍한 계절의 변화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변화가 수그러들었다.

    처음에는 맹렬하게 불어오던 바람과 살결이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이 사라지더니 이내 살을 에는 추위가 사라졌다. 심지어 선선한 바람도 사라지며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우주처럼.

    빛조차 없는 공간은 당연히 어둠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새까만 공간에서 미아가 된 것 같은 그때였다.

    화락!

    저 멀리 횃불이 보였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열 둘.

    순식간에 열두 개로 늘어난 횃불이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게 보였다. 어둠 속에 붉은 불덩이가 다가오는 모습은 괴기스러움을 넘어 두려울 정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을 하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어 시뻘겋게 변한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 내 얼굴은 터지지 않았다.

    "후우……."

    열 두 횃불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순간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불이 있다면 공기도 있다는 것을.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숨을 참아야했다.

    이번에는 내 자의가 아니었다.

    "도전자를 환영합니다. 저희는 그 분을 보필하는 열 두 하녀들입니다. 1월의 메흐라고 합니다."

    "2월의 지드."

    "3월의 큐엘이에요!"

    "4월의 큐네입니다."

    "5월의 젤이랍니다!"

    새하얀 눈으로 된 머릿결을 가진 메흐를 시작으로 열두 하녀가 돌아가며 자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2월의 지드까지는 눈과 얼음으로 된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지만, 3월부터는 달랐다.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세 하녀들은 옥빛의 새싹이 갈색 머릿결에 피어난 모습이었다.

    6월의 마흐, 7월의 카흐, 8월의 파에는 여름을.

    9월의 니르, 10월의 브큐, 11월의 툼은 가을을.

    마지막으로 12월의 비크는 겨울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갈색 머릿결에 풀잎을 꽂은 봄의 처녀들을 다음으로 소개한 여름의 처녀들은 정렬의 붉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적발의 미녀들은 갖가지 나무 장식으로 자신들을 표현했고, 여름을 상징해서 그런지 자신만만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눈에 띠었다.

    가을의 처녀들은 황금빛 들녘을 상징하는 듯 모두 금발이었고, 머릿결 사이에는 간간히 낟알이 영근 다양한 곡식의 잎사귀가 꽂혀 있었다.

    모두가 계절을 상징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때, 유일하게 계절 이상을 상징하고 있는 이가 남았다.

    바로 12월의 비크였다. 그녀는 흑단 같은 머릿결을 엉덩이까지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계절이 지나면 지날수록 머릿결의 길이가 길어지는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가 심했다. 단적으로 머릿결이 겨우 어깨를 지난 11월의 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비크의 눈빛이 날 놀라게 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보이는 건 오직 하나, 공허였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함을 뿌리는 비크의 눈빛에 그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는 건 그리 어려지 않았다.

    죽음.

    새하얀 메흐와 대조되는 새까만 비크의 눈동자는 다름 아닌 죽음을 의미하는 게 확실했다.

    말없이 열두 사제들을 살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고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짤막하고 무성의한 소개였지만 하녀들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 소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나도 큰 기대를 하고 소개를 한 게 아니기에 상관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인사가 끝나자 하녀들의 대표로 보이는 1월의 메흐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와 내 앞에 섰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내 눈을 어지럽혔다. 핏줄까지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는 확실히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 분께서 저희들을 보냈어요. 그대를 시험하라는 명과 함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시험에 대해 묻지 않았다. 어차피 보스의 규칙 속에 들어와 있는 이상 치러야 할 시험의 방식은 하나 밖에 없었다.

    성투.

    이어진 메흐가 내 생각이 맞았음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모두 그 분께 한 가지씩 재주를 배웠어요. 그분이 가지고 계신 재주지요. 그리고 그 재주로 당신을 시험할 거예요. 만약 당신이 우리 모두를 이겨낸다면. 그렇다면 그분께 다가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의미니까요."

    "시작합시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나요? 시간은 많아요. 아니, 무한해요. 굳이 넘치는 시간을 아낄 필요는 없어요."

    날 배려하는 메흐의 부드러운 조언에 고개를 저었다. 이것만큼은 내 생각과 달랐다. 나는 시간이 무한하다고 해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마저 무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존재하는 동안에만 시간이 함께할 뿐이니까.

    거창한 철학적 의미를 떠벌리는 대신 나는 담담히 내 의견을 피력하는 걸 택했다.

    "의미 없습니다. 그것보다……. 한 사람씩 상대하는 겁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건방지군."

    "인간이 그렇지 뭐."

    "저 무모한 인간을 혼내 주고 싶으니까. 껍질은 남겨 둬, 메흐."

    육칠팔 자매가 정렬적인 붉은 머릿결을 손으로 탁 쳐서 넘기며 한 마디씩 던졌다. 반면 삼사오 자매들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가을 하녀들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성격 한 번 뚜렷하네.

    여전히 얼음장 같은 비크를 흘끗 보며 12하녀들의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물론 성격이 곧 능력이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가능성이 높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날린 도발에 메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입고 있던 목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긴 치마의 단추를 풀었다. 두 번째 단추를 지나 세 번째 단추를 풀자, 새하얀 어깨가 드러나며 빛이 터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윽고 그녀의 긴 치마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르륵. 툭. 투두둑.

    옷을 벗은 건 메흐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단추를 풀자, 다른 하녀들도 단추를 풀었다. 그러더니 나와 메흐를 둘러쌌다.

    열 셋의 나신이 한 자리에 모여 기묘한 형상을 그렸다.

    열한 개의 기둥, 두 개의 제단.

    정 11각형의 형태로 자리를 잡은 하녀들 몸 주위로 은은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그렇게 피어난 아지랑이는 모두 그녀들의 눈빛을 닮아 있었다. 천연의 아지랑이는 이내 내 맞은편에 서 있는 메흐의 정수리로 떨어졌고, 새하얀 그녀의 눈빛이 이내 세상의 모든 빛을 담기 시작했다.

    영험한 장면에도 나라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마법진도 아니고."

    딱 봐도 열 한 명의 하녀들이 메흐에게 힘을 전해주고, 그녀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게 보였다. 순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 내 상황을 시련이라 부르는 이상 공평함을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처음부터 열두 명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까지 한 터라 나는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한 방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나는 즉사 면역이니까.

    잘하면 이번에도 아낄 수 있겠네.

    서서히 힘을 갈무리하며 공격을 준비하는 메흐를 보며 신성한 광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아와 싸울 때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4시간의 제한이 있는 이상 마지막 시련을 위해 남겨두는 게 맞지 싶었다.

    이러한 자신만만한 생각을 짐작도 못하고 있는 메흐가 드디어 힘을 완전히 갈무리하고 내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내 왼쪽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바닥이 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부유감이 내 정신까지 몽롱하게 만든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내 허리춤 위에는…….

    "준비 됐나요, 도전자님?"

    팔짱을 낀 팔로 자신의 가슴을 도드라지게 만든 메흐가 시원한 미소를 뿌리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시작하라는 눈빛으로 답했다.

    메흐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풀더니 이내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는 내 전기톱을 깔고 앉았다. 자신의 둔덕으로.

    자연스레 내 하물이 메흐의 둔덕에 끼여 아랫배에 붙어 버렸다.

    음란하기 그지없는 살덩이로 내 하물을 감싼 메흐의 눈빛이 이내 차갑게 변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고운 손가락으로 내 젖꼭지를 희롱하며 동시에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살과 살이 문질러지며 질퍽한 소리가 터졌다.

    찔걱, 뿌직, 찔걱, 뿌직.

    "흠, 으흠……."

    박자감 하나는 예술이네.

    예상과 다른 메흐의 움직임이었다. 고통은 전혀 없었다. 오직 쾌락뿐이었다. 그녀의 둔덕이 내 하물을 위 아래로 쓸어내릴 때마다 끈적끈적한 음액이 덧칠해지며 하얗게 변했다. 거기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같은 그녀의 손길이 닿은 꼭지에 일어난 쾌감이 더해지니 온 몸이 나른했다.

    오래 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막 드는 순간.

    내 흐리멍덩해지던 눈빛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메흐의 속셈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단순한 흥분도를 넘어 분위기로 날 굴복시키려고 한 것이 틀림없었다.

    "으흠!"

    뒤늦게 내 변화를 눈치 챈 메흐의 눈두덩이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끈적끈적하게 허리를 흔들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더 큰 흥분을 내게 선사했다.

    반대로 나는 더욱 더 긴장하며 생소한 공격 방식을 분석하려고 애썼다.

    서로 상반된 싸움을 하고 있는 그때였다.

    메흐가 돌연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작을 알리는 겨울의 절정. 그 매정한 시기에 씨앗을 잉태하기 위한 희생으로 가득한 존재들이어. 나도 그 뜻을 받을 지어니! 후일 이곳에 강림하시어 잠들어 있는 씨앗을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아아악……! 씨앙!"

    이 정신 나간 년이?

    색기를 풀풀 날리는 요분질과 달리 메흐의 목소리는 성스러웠다. 고귀한 염원이 끝날 때 내 야들야들한 젖꼭지를 거칠게 비튼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난데없이 깨진 얼음 조각 같은 메흐의 손놀림에 가슴에 용암 두 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화끈했다.

    "와, 히발. 뜯겨나가는 줄 알았네."

    가까스로 이성을 부여잡았지만,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크게 부푼 젖꼭지가 너무 아파 눈물을 찔끔한 나는 양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럼에도 내 연약한 아이들을 다독일 수가 없었다. 바람에 쓸려도 아플 지경이나 차마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손을 두꺼비 집처럼 오므린 채 상처 입은 아이를 거친 세상에서 격리해 놓는 걸로 타협을 봤다.

    덕분에 이상한 모습이 됐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뒤늦게 열이 뻗히며 눈빛이 연쇄살인범의 흉기처럼 변했다. 도로 위의 그 흉기처럼 말이다.

    "……뭐야?"

    공격을 끝내고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메흐를 보던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 개운했기 때문이다.

    이거 설마?

    흠칫한 나는 제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육망성. 아니, 11망성의 중심이 된 하녀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내 생각이 맞았다. 방금 공격은 공격이 아니었다.

    흔히 디버프라 말하는 기술이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가슴이 막 뛰며 신경 세포가 더욱 더 예민해진 것 같았다. 모든 감각이 살아 날뛰는 지금 나는 아무리 약한 공격을 받더라도 크게 타격을 받을 게 분명했다.

    물론 단순히 의심하는 선에서 섣불리 확신한 건 아니었다.

    [첫 번째 하녀에게 '최면 음진'에 당했습니다.]

    [방어력이 100% 감소합니다.]

    [항마력이 125% 감소합니다.]

    내게는 우주 최강의 내비게이션이 있었다. 보스라는 이름의 내비게이션은 내가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주었다. 덕분에 내 방어력이 0이 됐다는 것과 항마력이 -640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오, 진짜 별 걸 다 쓰네.

    저주도 이런 저주가 없었다. 짜증이 났지만, 그걸 표출하지는 않았다. 아직 전투 중이었기에.

    "후……."

    길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독인 나는 씽긋 웃었다. 아직 내 눈앞에 메흐가 서 있었다. 그녀는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들. 그러니까 내 고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 과유불급이라고."

    이미 제 할일을 끝낸 메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나는 묵묵히 말을 이으며 메흐의 어깨를 잡아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게 만들었다.

    "더 강한 제약을 주려고 모인 건 알겠는데."

    그게 실수였다.

    내 하물에 볼이 찔린 메흐뿐만 아니라 진을 유지하고 있는 열 한 명의 하녀들은 모두 범위 안에 있었다.

    절정 투하의 폭발 범위 안에.

    나는 메흐의 손목 모두를 낚아 채 들어 올렸다. 순간 그녀가 벌을 서는 모습처럼 변했다. 알몸의 미녀가 내 앞에. 아니, 내 하물 앞에 알몸으로 꿇어 앉아 양손을 결박당해 있는 상황은 꽤 자극적이었다.

    "멋지네. 잘 어울려."

    솔직한 감상을 터트린 그때.

    전기톱이 맹렬한 기세를 뿌리며 메흐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갔다.

    푸우욱!

    "그래도 두 번은 없어!"

    "……읍!"

    절대 삽입술이 10성이 되며 나는 더 이상 구강 공격이나 항문 공격 기술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바로 마음먹으면 언제든 삽입 부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메흐의 입을 전기톱으로 마음껏 공격할 수 있었다.

    마의 10성을 넘은 기술은 강화라는 말보다 진화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비록 범용이나 전용 기술의 경우는 강화에 그쳤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더욱 날 흡족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백수 투하였다. 이 기술은 10성이 되며 즉시 발동 기술로 변했다. 더 이상 나는 백수 투하를 사용하고 허무하게 공격권을 헌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효과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졌다.

    꿀럭, 꿀럭!

    "큽! 큽! 으흡! 읍!"

    "숨 막히겠지만, 조금만 참아."

    이제 끝내 줄 테니까.

    입만은 물론이고 목구멍. 심지어 위까지 가득 찬 메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얼굴이 많이 망가졌을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들어 올리고 있던 한 손을 풀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박아 버렸다.

    더욱 깊숙하게.

    퍼억! 처억! 척! 처억! 퍽!

    백수와 전기톱이 마구잡이로 뒤섞이며 음탕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메흐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반면 진을 치고 있던 하녀들은 얼굴을 굳혔다.

    그것도 잠시였다.

    공격을 마무리 지으며 내가 엉망이 된 메흐의 입에서 전기톱을 빼내는 순간이었다.

    쿵, 콰르르르……!

    절정의 파도가 열두 하녀를 덮쳤다.

    앞선 내 도발에 모두가 분노를 드러낸 결과가 나타났다.

    "강아지풀 백만 개 같아……하악! 학!"

    "어헉! 버, 범람. 범람해 버려어엇!"

    "아아아아……! 식었어. 내 낟알이 익어 버렸……. 어!"

    "가, 강해! 비, 빙산에. 꽂힌 거 같아! 아악! 안 돼! 아직. 아직 안 돼. 돼에에엑……!"

    절정에 오른 하녀들의 아리아가 이어졌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자리에 주저앉은 모습이었고, 얼굴은 환희로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공허 밖에 볼 수 없었던 비크마저도 눈이 풀려 허우적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사정을 했는지 내 발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나는 질척거리는 발을 들어 털고 조심스럽게 그나마 마른 땅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수 났네, 홍수 났어."

    무너진 보는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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