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89화 (189/200)

<-- A Year of Revolu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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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할 수 없는 30대가 되어서 그럴까.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세상에서 가장 음탕하게 놀며 한 해를 마무리한 나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었다. 다만 새해 다짐을 하기도 전에 내 처지를 자각하는 게 우선이었다. 바로 정식 영주가 된 이후로 매달 치르게 된 영지 쟁탈전을 말이다.

결국 9회차 자유 임무를 우승하는데 실패했다는 아쉬움과 스스로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었다. 24시간의 준비 시간동안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새해 첫 날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급히 준비한 영지 쟁탈전은 의외로 손쉽게 끝났다.

"덕분에 이름 없는 공주가 왕족 중의 왕족이라는 걸 깨달았지."

왕족 몽마.

분명 최상위 몽마를 칭하는 말이지만, 그들 사이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었다. 그 중 이름 없는 공주. 이제는 낙랑이라 부르는 녀석은 강자에 속했다. 남궁 1층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몽마 부대를 이끌고 나타난 뱀의 비늘을 한 몽마는 남성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행으로 작용했다.

딱히 강화나 성장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낙랑은 대왕 사림 구렁이를 3회전 만에 끝장내 버렸다. 물론 서로 상성이 갈려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낙랑이 강력한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물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물량 공세는 꽤 난감했으니까."

평민 몽마의 능력밖에 안 되는 병사들이었지만, 일단 숫자가 많으니 날 적잖이 곤란하게 만들었다. 내가 병력을 확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 남궁의 1층부터 3층까지 지형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1층에는 미로를, 2층에는 방벽을, 3층에는…….

"망루가 최고였지."

사실 망루라기보다는 높은 벽으로 둘러싼 좁고 막다른 길이라는 말과 비슷했다. 물론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올라가기는 해야 했지만.

어쨌든 이 망루 덕분에 낙랑은 적들과 싸울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1:1로 겨루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안정성이 한층 더 높아졌고,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도 매달 벌어진 영지전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으니까.

그렇게 차곡차곡 왕족 몽마의 상징을 거두어 들였고, 중간 중간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순항하는 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권태로웠으니까."

적이 없다는 게 이렇게 지루할 줄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자꾸 딴 길로 빠지게 됐다. 작년 말 벌였던 그 일과 비슷한 제안이 유럽과 북미에서 날아들었던 것이다.

짐작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다만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놀랐다. 유럽 포르노 회사들의 후원을 받은 NPO BOSS는 본격적으로 성투난무 축제를 벌였고, 그때 제안을 받으며 누가 9회차 자유 임무에서 우승했는지 알 수 있었다.

"큭! 포르노 배우라니. 여배우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라지만, 진짜 놀랐지."

스탯 포인트는 꽤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보다 할 게 없다는 심심한 게 더 컸지만.

그렇게 유럽에서 한 바탕 난리를 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LA로 떠나야 했다. 비슷한 제안이 또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미 사생활은 JAV GROP에서 내가 보낸 영상을 발매하는 순간 포기한지 오래였다. 워낙 대중의 관심이 커서 그랬는지 각종 명목으로 3차례나 추가 발매한 덕분에 수익은 쏠쏠했다. 기존에 내가 보유한 재산이 두 배 넘게 늘어났으니까.

뜻밖의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덕분에 나는 기존의 수입 내에서 하던 기부 규모를 늘릴 수가 있었다.

"그게 또 기사로 나가서 기부 천사라고 헛소리를 들어야했지만."

나는 스타였다.

그것도 그냥 스타가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전 세계에서 좀 이름 좀 알린다는 여자들이 가장 자고 싶어 하는 스타가 말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기부 기사가 나간 뒤로 한 동안 정액도 기부해 달라고 난리였지만.

미호 덕분에 일을 치른 뒤로 섹스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냈던 나는 꽤 문란한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실패했다. 사정을 말이다.

"에효……. 됐어. 언젠가는 쌀 수 있겠지. 이제 겨우 반년인데, 뭐?"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아무래도 평소 함께 지내는 미야프를 삼촌댁에 맡기고 와서 그런 것 같았다.

지금 쯤 숙모 허리 휘게 하고 있겠지.

여전히 식성이 좋은 미야프는 손톱만큼도 자라지 않았다. 여전히 네댓 살 같았고, 또한 치명적인 귀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삼촌네 식구들이 홀리는 게 당연했다.

가볍게 맥주 팩 하나를 들고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은 나는 얼른 다시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너무 더웠다. 이제 겨우 6월인데 세상 날씨는 갈수록 이상해졌다.

결국 거실 소파에 자리 잡은 나는 오랜만에 내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그 시작은 반년동안 은화와 동화를 쏟아 부어 간신히 20단계가 된 늑대의 전혼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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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늑대의 영혼]

+ 등급 : 귀족 1단계

+ 성장 : 20,595/50,000

+ 치명 증폭 20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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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 단계 올렸을 뿐이지만, 괜히 뿌듯했다. 아무래도 딱 떨어지는 200이라는 숫자 때문인 듯 싶었다. 그동안 꾸준함을 인정받은 것 같기도 했고.

전혼 다음은 기술창이었다. 새로운 기술은 없었다. 기존의 기술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더 이상 불필요하게 기술을 배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숙련도 올리려고 쌔가 빠졌지."

지난 여섯 번의 자유 임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괜찮은 보상이 반숙의 달걀이었고, 대부분 레벨 업 보상이나 숙련도 상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의욕이 없었던 나는 몇 번 우승을 놓치기까지 했다. 물론 꼭 필요한 보상이 걸리면 나름 열심히 해서 큰 손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지만.

"아무튼 속옷 도둑 빼면 다 10성이 됐으니까. 슬슬 다른 기술을 배워 볼까?"

쓰지도 않는 속옷 도둑만 5성이고 나머지는 다 10성이었다. 특히 분신 삽입술도 10성이 되었고, 그 결과 3마리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게 변했다. 그게 막 오늘 아침 일이었다. 덕분에 오늘 사냥 계획을 무르고 집에 온 것이었다.

만렙이 된 분신 삽입술의 정보를 읽어 내린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짓다 말고 다른 창으로 넘어갔다.

바로 상징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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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 여왕의 상징.

+ 대왕 사해 오징어의 상징.

+ 대왕 사림 구렁이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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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상징이 추가되며 11개의 제단에는 모두 왕족 상징이 올라가 있었다. 새로 장착한 상징은 기본적으로 타격력을 올려주었고, 추가로 대상의 방어력을 깎거나 특정 종족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옵션이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과부 제조기.

처음 얻었던 왕족 상징이 문제가 됐다. 치명도를 40이나 올려주는 남들이 보면 기겁할 상징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효능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반년동안 능력치 구매에 혈안이 된 덕분에 근력을 150까지 올려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차라리 이걸 빼고 다른 걸 넣는 게 낫지 싶은데. 남은 스탯을 다 행운에 밀어 넣고. 그럼 그게 더 이득이니까."

근력 150을 찍고도 아직 20개의 스탯이 남아 있었다. 이걸 행운에 넣어 스탯으로 치명도를 높이면 과부 제조기가 있는 자리에 타격력을 올려주는 상징을 넣을 수가 있었다.

특히 용병 여왕의 상징 같은 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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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여왕의 상징]

+ 전장에서 태어난 거친 여왕의 초심.

+ 타격력 1,00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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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지 쟁탈전에서 용병 여왕과 싸울 때를 떠올린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근래에 보기 어려웠을 정도의 난적이었기 때문이다. 내 도플갱어 같았던 그녀는 엄청난 방어력으로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의외로 낮은 생명력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그래봤자 짝퉁 이미지가 강했지만."

물론 상대적이었다. 분명 영지 쟁탈전에 나타난 왕족 몽마 중 가장 강력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봤자 4회전을 버틴 게 고작이었다. 그래도 1회전을 넘기 어려운 이전 도전자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강력하기는 했다.

소회도 잠시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것보다 자꾸 쌓이는 상징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데. 이거 은근히 골치 아프네."

왕족 몽마 중에는 용병 여왕처럼 호전적이고 사나운 물리 계열도 있었지만, 반대로 침착하고 조용한 마법 계열도 존재했다. 그러한 마법 계열 왕족 몽마의 도전이 3번 있었고, 자연스레 쓸데없는 상징이 3개가 늘어난 상태였다.

이전에 인어 여왕을 사냥하며 얻은 상징까지 해서 총 4개의 상징이 지금…….

"계륵도 아니지. 이거 팔수도 없고. 미치겠네."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이 애물단지를 팔자니 상위 랭커들의 상황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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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 Awesome Banana - Lv. 50

+ 2위 : Tarantula - Lv. 49

+ 3위 : Bloody Hell - Lv. 49

+ 4위 : R.I.P - Lv. 49

+ 5위 : Norma - Lv.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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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공식 랭킹은 저번 달과 차이가 없었다. 초기 주목을 받았던 이들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는 타란툴라뿐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랭킹 2위는 여전히 많은 의문에 싸여 있었다.

반면 새로이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이들은 꽤 유명했다.

영국의 명망 있는 귀족 가문 출신 모델 블러디 헬, 미국의 유명한 사고뭉치 여배우인 롤러코스터 인 푸씨. 이 둘은 얼마나 서로 앙숙인지 그녀들의 SNS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의 좋은 월급 공급원인 그녀들의 SNS에는 서로를 향한 온갖 욕설이 가득했다.

"두 미친년 덕분에 노마가 좀 묻힌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아니, 꼭 그런 것도 아니지. 평범한 웨이트리스는 아니니까."

프랑스의 노마는 특이하게 미국의 먼로 빠순이었다. 그것은 먼로의 본명을 닉네임으로 삼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먼로 코스프레로 꽤 유명한 인터넷 스타이기도 했다.

사실 쌍욕을 별명으로 삼은 여자나, 골 때리는 약어를 별명으로 삼은 여자나. 이 둘이 워낙 대중의 주목을 끌다보니 노마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당연했다. 그나마 뜨기 전에 코스프레로 알려져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전히 존재감이 없었을 게 분명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문제는 조만간 레이드를 하려고 한다는 건데……."

블러디 헬은 블러디 헬 대로. 레스트는 레스트 대로.

두 여자 모두 자신의 별명을 이름으로 딴 길드의 수장이었다.

보스는 내게도 그랬듯이 기본 조건을 만족하는 참가자가 나올 때마다 왕족 몽마를 생성했다. 다만 나 혼자 조건을 만족했을 때 동시에 3마리를 내보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 마리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한 마리가 나타난 위치였다.

중동.

과거 서쪽과 동쪽을 잇는 곳 중 하나였던 지역에 왕족 몽마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보스가 지구에 뿌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광기로 물든 전쟁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여전히 그곳은 총알이 빗발치며 정의가 무너진 곳이었다.

어쨌든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행을 금지한. 아니, 정상적인 사고를 한 다면 갈 리가 없는 지역이었다.

"……원래 나타나면 스틸을 좀 하려고 했는데. 다 망했지. 그 막나가는 놈들이 그렇게 또라이일 줄은……."

물론 랭커들은 신변의 위협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몽마가 나타난 지역을 지배하는 무리들의 입장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협상 도구는 물론이고 협박 도구로 왕족 몽마를 사용해 버렸다.

그들은 마치 왕족 몽마가 인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막대한 돈을 요구했다. 아무리 랭커라지만 그만한 재력이 있을 리가 없는 두 여자는 고개를 저었고, 테러 집단과 거래는 없다는 게 그들을 상대하는 정부들의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들이 박을 수도 없었다.

두 여자가 위험해서?

아니었다.

미친놈들답게 그들은 왕족 몽마와 전투를 치르는 게 목격만 되도 무자비한 살상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게 단순한 엄포가 아닌 것이 이미 그들은 그 전에도 민간인을 학살한 전례가 있었다.

"그냥 그림의 떡이 됐지. 괜히 떡치러 갔다가 엄한 목숨이 스러지니까. 다행히 그 정도로 똘기 충만한 건 아니니까."

아무리 두 여자가 나름 똘기로 유명하다고는 해도 엄한 목숨을 무시할 정도까지로 막나가는 건 아니었다. 아니, 막나갈 수가 없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화두를 손에서 놓지 않았기에.

결국 49단계의 음격을 달성한 인원이 벌써 수십 명이 되었는데도 아직 전직하는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게 됐다.

뜻하지 않게 내가 욕을 먹기는 했지만.

"근데 왜 나한테 지랄인지. 내가 막은 것도 아닌데. 그리고 독점이라니? 독점할 게 뭐있다고!"

물론 일부의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편하진 않았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에이, 점검이나 마저 하자.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이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보스 앱을 구동할 정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장비창을 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는 지난 반년동안 열심히 빨빨 거린 성과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바로 신의 허리띠. 그리고 또 하나의 신성 무구. 신의 쇠장갑이 장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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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쇠장갑]

+ 조각난 신성이 봉인된 무구.

+ 활력 5,000 상승.

+ 타격력 1,500 상승.

+ 치명 증폭 75% 상승.

+ 치명 저항 25% 상승.

+ 적의 방어력 2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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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두 번째 신성 무구를 만들어냈다.

더욱 날 기쁘게 한 것은 공격 일변도인 신의 쇠장갑이 무기라는 점이었다.

무기 연구.

장착한 무기의 성능을 무려 50%나 상승시켜주는 기술은 신성 무구에도 적용됐다.

내가 일부 여론에 억울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클래스가 달랐다.

클래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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