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87화 (18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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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외로 분위기가 과열되자 잠시 놀랐던 미호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두 팔을 활짝 펼쳐 올렸다.

    "휘유! 역시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한 마디였습니다. 자, 그럼 본 게임으로 넘어 갈까요?"

    "예! 예!"

    "얼른 시작해라! 얼른!"

    "시작해! 시작해!"

    미호는 아예 활활 타들어가라고 불을 지폈다. 그녀의 과감한 결정에 다들 의욕이 충만했다. 물론 나는 빼고.

    얼른 끝내야지. 대충 100분이면 되려나?

    한 사람 당 1분.

    그 이상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았다.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도전자들을 받을 때 그들의 정보가 랭킹에 있나 확인을 해본 탓이다.

    타란툴라가 여전히 2위고. 44렙이었지, 아마?

    여전히 2위권의 추격은 느려 터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계약 상 100명을 상대한다고 했지, 100분을 넘긴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스멀스멀 똘기를 피워 올릴 때였다.

    "고영 씨? 바로 시작해도 되겠죠?"

    "아, 물론입니다. 음……. 잘 부탁합니다."

    순간 무슨 말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렇게나 내뱉고 말았다.

    엉뚱한 내 말에 미호가 아이처럼 웃더니 이내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염려 마세요. 아주 화끈하게 진행할 테니까요. 아, 그리고 100인 조수 뒤에 이벤트가 있는 거 아시죠? 그냥 나가시면 안 돼요."

    "……그거 꼭 해야 합니까?"

    "에이, 너무 뒤로 빼지 마세요. 그냥 팬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심드렁한 내 표정에 미호가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했지만, 썩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내 상식과는 좀 괴리가 심했으니까.

    세상에 팬 서비스로 섹스를…….

    하는 데가 있구나.

    그러고 보니 일본 AV 배우들이 이것과 비슷한 팬서비스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을 촬영하여 정식 발매까지 하는 게 그들이었다. 하여튼 대단한 족속들임에는 틀림없었다.

    잠시 흐름이 끊긴 탓일까.

    잔뜩 흥분했던 관객들이 돌연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미호가 아차 싶은 얼굴로 빠르게 말하며 배우 측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머! 다들 너무 기다렸나 봐요. 얼른 시작할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채 준비를 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이미 단체 결투를 위해 초대했을 때부터 전기톱은 자신감으로 충만한 상태였으니까.

    그나저나 맨바닥에서 하는 게 좀 그러네. 아무리 잘 보이는 게 중요해도 그렇지.

    예전 NPO BOSS에서 치룬 일전과 비슷하다면 비슷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침대가 아니라 링에서 싸운다는 점이었다. 내가 은근히 침대라도 하나 놓자고 피력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들은 링을 고집했다. 그게 더 원색적이고 야하다나?

    불만도 잠시 나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벌써 첫 번째 도전자인 준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유롭다 못해 권태로움이 묻어날 정도로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피식.

    간혹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찍어 먹어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그런 부류. 준코의 경우 그동안 경험으로 인해 이러는 것일 테지만, 그런다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어느덧 나신의 준코가 내 앞에 선 채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슬쩍 준코의 알몸을 살펴보았다. 적당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나이 때문에 살짝 쳐진 듯 싶었지만, 그것은 그대로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 게다가 딱히 제모한 것 같지 않은데 가지런하게 수풀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음모가 참 야릇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살피는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준코의 눈을 보며 물었다.

    "어떤 자세로 할래요?"

    "누워요, 당장!"

    부드럽게 물은 내 목소리와 달리 준코의 목소리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배우라서 그런가? 그녀는 단숨에 여왕님으로 변해 날 압박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다고 압박감을 느낄 내가 아니라는 걸 모른 채.

    그래도 겉으로 보이기에는 준코의 모습이 꽤 한가락 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미호가 관객들을 보며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이야! 선봉으로 나선 준코! 역시 강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에서 온갖 시달림을 당하던 주인공은 더 이상 없어요! 여왕님이에요! 여왕님!"

    팔짱을 끼며 반개한 눈으로 내게 명령하는 준코를 당장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게는 한 가지 페널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선공을 양보한다고 해서는.

    뒤늦게 불만이 튀어 나왔지만, 그렇다고 계약을 파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돈이 많다고는 하나 엄청난 위약금을 물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정산금도 꽤 쏠쏠 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준코의 명령대로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그러자 준코가 대뜸 내 전기톱을 발로 밟았다. 다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전기톱의 스펙이었다.

    전기톱은 켄타우로스의 후예 같은 형님들의 물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시아권에서는 고개를 세울 정도는 됐다. 게다가 유독 두꺼운 귀두와 핏줄이 웬만한 딜도 저리가라였다. 거기에 준코의 발은 고대 중국에서 좋아했을 것처럼 좀 작은 편이었다.

    미끌! 퉁!

    "어어?"

    자못 당당하게 내 전기톱을 밟으며 기습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기습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의 작은 발은 전기톱을 감당할 수 없었고, 분기탱천한 전기톱이 그녀의 발을 미끄러지며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이런 모습은 남궁의 기본 기능 중 하나인 시야 확보 덕분에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당연히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간간히 터지고 있던 아유가 완전히 사라질 만큼 우레와 같은 함성이었다.

    "스, 스고이!"

    풉!

    아씨. 터질 뻔 했네.

    난데없는 미호의 감탄사에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실제로 관객들 중 일부가 미호의 찬사에 폭소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래가 걸리는 정도에서 마무리했지만 꽤 위험한 순간이었다.

    물론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엄청납니다! 정말 엄청나요! 전 수많은 남자들을. 그것도 소위 대물이라는 남자들을 상대해 봤지만……. 이렇게 엄청난 물건은 처음입니다. 정말 핸드백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아, 부럽습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나 꼴렸나 봐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미호의 찰진 멘트 덕분에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언뜻 여성 관객들이 달뜬 신음을 흘리는 게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놀라기는 준코도 마찬가지였다. 열도에서 알아주는 섹스 심벌인 그녀였다. 그런 그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 듯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 농염함이 터질 듯한 나이가 준코의 흐트러진 정신을 빠르게 붙잡아 주었다.

    "건방지게! 고작 자지 따위가!"

    얼씨구?

    참신한 색소리를 내뱉으며 준코가 분노의 발길질을 시전 했다. 이건 숫제 비비는 게 아니라 짓밟는 거였다. 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았던 여자의 발바닥이 이렇게 매섭게 변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다만 그뿐이었다.

    견딜만하네. 방어력 덕분이기는 하겠지만.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분노한 준코가 마구잡이로 전기톱을 밟았지만, 녀석은 500원짜리 두더지 같았다. 맞아도 맞아도 끝까지 고개를 치켜세웠다.

    더욱 약이 오른 준코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거리에서 싸우는 중국 처녀처럼 발길질을 해댔지만…….

    "헉! 헉헉. 이익!"

    괜히 자기 성질만 긁었을 뿐이었다.

    결국 허무하게 준코의 공격이 끝났고, 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대역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준코'에게 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내가 들은 안내와 반대되는 안내를 들었을 준코가 조금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마음이 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더 눈앞의 여자를 괴롭히고 싶었다. 아,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일어섭니다! 공격이 끝났어요! 준코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나 버렸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이제 어썸 바나나의 차례에요! 지금까지 누구도 한 방을 버티지 못했던! 그 무자비한 폭군이 절망한 준코를 짓밟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위기에요!"

    조금은 호들갑스런 미호의 멘트를 한 귀로 흘리며 일어선 나는 여전히 좌절 중인 준코의 뒤로 걸어갔다. 그리곤 그대로 준코의 등을 밟아 버렸다.

    "아아! 준코 의욕을 잃었습니다! 발길질에 무너졌음에도 반응이 없어요!"

    준코는 무너진 게 아니라 스스로 엎드린 것 같았다. 그녀는 두 팔을 겹치더니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링 위에 엎드린 그녀의 뒤태가 고스란히 내 눈에 들어왔다.

    의외로 힙은 탄력 있네?

    나이로 인해 군살이 살짝 보였지만 그래도 멋진 몸매였다.

    준코의 뒤태를 잠시 감상하던 나는 그녀의 엉덩이 아래쪽에 쪼그려 앉았다. 전기톱이 살짝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자, 준코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체념은 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준코! 그래도 버텨야 합니다! 선봉이 이대로 무너지면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기세! 기세를 잡아야 합니다!"

    미호가 어떻게든 긴장감을 조성하려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나는 반쯤 포기하고 있는 준코의 엉덩이 사이로 전기톱을 밀어 넣은 상태였다. 미끌거리는 감촉에 이어 예상외로 큰 압박감이 느껴졌다. 확실히 속살의 조임이 대단한 그녀였다.

    몸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오는 거부감에 준코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예상보다 더 큰 조임에 나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음."

    "그래요! 어썸 바나나도 남자입니다! 남자들이 섹스 배틀에 불리한 건 당연해요! 그들은 공격할 때도 흥분도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100인 조수는 장기전입니다! 다음 선수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준코……. 아아!"

    포기하지 않고 분위기를 띄우려던 미호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뿌리 끝까지 밀어 넣자 작살에 꽂힌 물고기처럼 상체를 들어 올리고 펄떡이는 준코의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준코는 이미 두 눈동자가 풀린 상태였다.

    대번에 준코가 절정에 올랐다는 걸 깨달은 미호가 털썩 주저앉으며 틀렸다는 듯이 말했다.

    "끝났습니다. 이미 끝났습니다. 아직 어썸 바나나의 공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니, 그저 가벼운 시작일 뿐인데. 준코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끝났어요. 완전이 맛이 간 얼굴이에요! 대단합니다. 정말 강력합니다. 어썸 바나나!"

    미호의 해설대로 준코는 첫타에 이미 눈이 풀린 상태였다. 그녀는 속살 곳곳을 긁는 전기톱의 위용에 지금껏 느끼지 못한 쾌감을 느꼈다. 그렇게 전의를 상실한 그녀였지만…….

    이제 시작이지!

    전기톱의 악랄함은 삽입 때 드러나지 않았다. 그것은 두 번째 삽입을 위해 잠시 물러설 때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내가 다음타를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며 전기톱을 빼내자, 자연스레 거대한 귀두가 준코의 속살을 더욱 거칠게 긁어 버렸다.

    "아학!"

    부르르!

    단발마를 터트린 준코가 온몸을 잘게 떨었다. 마치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것 같았다.

    불행히도 나는 자비가 없었다. 아예 쉴 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고, 그것은 곧 거친 박음질로 이어졌다.

    철썩……!

    "억! 어헉! 컥!"

    엉덩이가 터질듯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때마다 준코의 입이 더욱 벌어지더니 침이 줄줄 흘러 내렸다.

    "끄르르……."

    결국 거침없는 연속 박음질에 준코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얼굴을 찧었다.

    고작 다섯 번째 삽입이 끝났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끝났습니다! 끝났어요! 완전이 맛이 간 준코! 아아……. 그런데 왜 부럽죠? 미치겠습니다! 정말 미치겠어요! 저 끝내주는 자지를 한 번 맛보고 싶어 미치겠어요!"

    미호의 해설이 화룡정점을 찍으며 광기로 물든 함성이 내 몸을 때렸다.

    나는 끝까지 공격을 끝내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액으로 점철된 전기톱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더욱 더 함성이 커졌지만, 내 귀에는 오직 한 가지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보스의 목소리였다.

    182,319.

    9번의 공격으로 나온 데미지가 아니었다.

    고작 한 번.

    한 방의 데미지가 무려 18만이나 됐다. 심지어 최고 데미지는 20만에 근접했을 정도였다. 방어력은 높은 것 같았지만, 치명 감소가 없는 탓이었다.

    전부터 느꼈지만…….

    "나 진짜 이대로 괜찮을까?"

    살짝 걱정이 들었다.

    강해도 너무 강한 내가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걱정도 잠시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미호가 내 맞은 편에 서서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어썸 바나나! 첫 경기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싱겁습니다. 이거 100분도 안 걸리겠는데요?"

    "역시 오만합니다! 이 얼마나 멋집니까! 좋습니다! 바로 2차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오만한 어썸 바나나의 얼굴에 균열을 만들 도전자가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미호는 포장 실력 하나만큼은 타고난 것 같았다.

    얼른 2차전을 치르고 싶은 마음과 달리 경기는 바로 이어질 수 없었다. 그 전에 실신한 준코를 치워야했다. 사람에게 치운다는 말이 좀 어울리지 않기는 했지만, 무대 구석으로 옮겨진 모습을 보면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더 심한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아예 장대에 매달라 놓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꽤 멋진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사이 두 번째 도전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운동선수의 선봉이었다. 수영 선수 답에 어깨가 쩍 벌어진 게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그럼 2차전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미호의 멘트가 있고 정확히 1분 뒤.

    두 번째 실신자가 나왔다.

    이번에도 한 방에 무너진 상대는 빠르게 구석으로 옮겨졌고, 다음으로 가수 측의 선봉이 나왔다. 물론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정확히 100번째 도전자를 상대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건 괴물입니다. 괴물! 사람이 아니에요! 미쳤어요! 미치겠어요! 아흑! 나 어떡해요! 못 참겠어요!"

    양민 학살.

    100명의 양민이 폭군에게 학살당하는데 걸린 시간은 10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더 이상 환호성은 없었다.

    경악어린 눈빛과 무거운 침묵이 아레나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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