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84화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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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한 발 시원하게 쌀래? 그 대신 뼈가 좀 삭을 순 있어.

대답은 바로 나왔다.

싫어!

건강 염려증 환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몸은 소중했다. 게다가 철없는 스무 살도 아니었다. 30대가 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괜한 오기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말이 100명이지, 이건 아니었다.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기는 하다만. 그래도 난 남자잖아?"

예전에 옥스퍼드 법대생이었던 그레이스 퀘크가 10시간동안 251명의 남자들과 섹스 마라톤을 하며 촬영한 걸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된 적이 있기는 했다. 다만 그녀는 여자였고, 나는 남자였다. 남녀 간의 육체적 차이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수백의 사람들과 연이어 성관계를 하면 여자의 경우 질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곧 상처가 나는 순간부터 더 이상 섹스가 아니라 폭력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볼 때 그녀는 섹스가 아닌 폭행을 촬영해서 극장에 걸었을 뿐이었다.

남자인 나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지루라지만 몇 시간 동안 발기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순환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의미 없는 공명심과 관심을 받기 위해 내 건강을 해칠 생각은 없었다.

이러한 내 결심은 분명 굳건했다.

눈앞에 육감적인 여자 두 명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부탁드려요, 어썸 바나나 상."

"호칭은 한 가지로 통일 합시다. 박고영 씨라고 하든지. 아니면 어썸 바나나라고 하든지. 아, 족보도 없는 이상한 호칭은 쓰지 말고요."

석고대죄를 코스프레한 덕분에 내 거실 소파에 앉을 수 있었던 여자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못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갑질의 마음을 버렸다.

내 행동에 괜히 놀란 여자가 움찔하는 모습에 더더욱 마음을 바로잡은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정식으로 소개를 했다.

"솔직히 반갑지는 않습니다. 또 다시 기자들이 몰려와 우리 집을 둘러싸는 게 아닌가 싶어서 들인 거니까요. 박고영입니다."

"JAV GROP의 섭외 팀장 마리코 유코입니다. 이쪽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배우 히나 치요 씨입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유코가 공손하게 양손으로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자신과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젊은 여자를 소개했다. 유코와 달리 치요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쓸데없이 섭외 팀장이 색기 넘친다는 생각을 숨기며 유코가 내민 명함을 받으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물론 살짝 모른척하며 상대의 반응을 보는 걸 잊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일본 언론들이 자극적으로 내뱉은 기사의 내용이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나는 남들 앞에서 원숭이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내 삶이 좀 넉넉합니다."

"오해십니다! 저희는 박고영 씨가 박람회에 와서 무얼 하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펄쩍 뛰며 놀라는 유코의 모습이 거짓 같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의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 앉은 싱싱한 AV 배우보다 더 큰 가슴이 너무 매력적으로 출렁거린 탓이었다.

괜히 머쓱해진 나는 또박또박 내 생각을 전했다. 그러지 않으면 실수할 것 같았기에 자연스레 말이 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포르노에 출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호하기 그지없는 내 말에 유코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내가 꽤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가슴으로 섭외 팀장자리를 따낸 게 아니라는 듯 그녀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니, 단순히 말만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이내 절을 하듯 내게 머리를 숙였다.

쿵!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가 너무 욕심이 앞서서 일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받은 피해를 꼭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미야프의 뜀뛰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큰 소리가 났다. 아무리 푹신한 거실 바닥이라고는 해도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과격한 방식으로 사과를 하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생소하다 못해 경악스런 유코의 사과 방식에 순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뭐지? 이 여자는.

내 정신이 잠시 가출한 사이 유코의 옆에 앉아 있던 치요가 그녀의 옆으로 얼른 자리를 옮기더니 똑같이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두 여자가 내가 절을 하듯 머리를 숙이는 모습에 더욱 당황한 건 당연했다.

다행히 남자의 본능 덕분에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짧은 원피스를 입은 치요의 적나라한 뒤태를 감상하던 나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두 여자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려다 보니 얼굴이 더 굳어 버리는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날 불편하게 만들려고 찾아 온 겁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여전히 무릎을 꿇고 앉은 유코가 허리를 숙여 사과하니, 덩달아 치요까지 그녀와 똑같이 사과를 했다.

정말 무대포도 이런 무대포가 없었다.

그런다고 내가 사과를 받아줄 리가 만무했지만 말이다.

"난 서로 눈을 보고 대화를 한다고 배웠습니다. 대화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나가 보세요."

삭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그제야 유코가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그녀를 따라하던 치요도 마찬가지였다. 참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입에 발린 말을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내게 너무 보여주기 식의 사과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그것을 뒤늦게라도 깨달은 것인지 유코의 표정이 어두웠다. 살짝 모자라 보이는 치요도 울상을 지었고.

그러든 말든 내 목소리는 여전히 삭막했다.

"법적 조치는 이미 내 손을 떠났습니다. 당신들이 벌인 일은 당신들이 수습해야 할 겁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실수한 만큼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건 그나마 좀 낫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모습은 확실히 괜찮게 다가왔다. 다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포르노 배우로 데뷔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럼 더 대화 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만 돌아가 보세요."

냉정한 축객령이 떨어졌지만, 유코는 역시나 끈질겼다. 다행히 눈치가 없지는 않았는지 또 다시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지는 않았다. 그저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고 계신대로 저희는 100인 섹스 쿠미테를 테마로 삼았습니다.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박고영 씨를 섹스 배틀로 어찌할 수 없다는 거 알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얄팍한 술수를 부린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내 표정이 이렇게 말했다.

유코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얼른 말을 이었다.

"단순히 박고영 씨를 이용하려는 건 아닙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부탁을 하려는 거였습니다. 그전에 마케팅을 하려던 것이 부서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놈의 죄송은 도대체 몇 번인지.

이제는 사과를 들어도 사과 같지 않았다. 너무 사과가 가볍게 느껴진 탓이다. 진심인 것은 알겠지만, 그 진심이 누구의 진심인지는 모를 지경이었다. 최소한 유코의 마음은 진심이라는 건 알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은 나는 소파에 더욱 몸을 실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압니까?"

"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내가 대뜸 묻자, 유코가 말끝을 흐렸다.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나는 유코의 새까만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는 꽤 폐쇄적입니다. 특히 섹스에 관해서는 말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에 이벤트에 출연한다고 칩시다. 그럼 난 우리나라 법을 위반한 게 됩니다. 한 마디로 지금 당신은 나보고 범죄자가 되라고 설득하는 중이라는 말입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다만 싸늘했다. 차디찬 내 일침에 유코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뒤늦게 깨달은 문제에 유코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치요는 여전히 조금 멍했고, 나는 그런 두 여자의 모습에 고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게다가 돈이 걸리지 않으면 큰 문제도 아니겠지.

실제로 내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은근히 피력한 것처럼 엄청 큰 죄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제대로 된 변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말을 꺼낸 이유가 있었다. 섹스와 달리 배틀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동안 찾아본 그들의 계획을 내게 유리한대로 수정하고 싶었다.

이런 내 속내를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유코는 그저 침중한 얼굴로 고민하는 중이었다.

나는 급할 게 없었다.

"이제 내 상황을 알겠죠? 그럼 이만 일어났으면 합니다. 요즘 피곤한 일이 많아서 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들어줄 여력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 놈의 죄송이 또 튀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말투는 더욱 퉁명스럽게 변했다. 유코는 끝까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왜 동행했는지 모를 치요도 덩달아 유코를 따라하며 내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그런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최소한 아직은 말이다.

결국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유코와 치요가 돌아갔다.

그제야 표정을 푼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삼촌. 아니에요. 이제 갔어요. 아무튼 너무 강하게 나가지는 말아 주세요. 괜히 판이 깨질 수도 있으니까. 에이, 괜찮다니까요? 예, 예. 걱정 마세요. 저 옛날의 그 방구석 폐인이 아닙니다. 네. 숙모한테도 들릴게요. 네."

삼촌에게 줄다리기를 위한 밑밥을 좀 깔아달라고 부탁한 나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래된 황금 봉인석.

법적 조치가 들어간 다음날 섬나라에서 하나의 제안이 날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양국의 언어로 작성된 고용 계약서였고, 그 안에는 오랜 된 황금 봉인석을 지급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양아치 짓을 하는 이들이 사기 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의 포르노 산업은 야쿠자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풍문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삼촌이 인맥으로 알아본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 일에 개입한 스폰서가 있었던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문제없고,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아주 깨끗한 후원자가.

"갑부의 여흥이든 뭐든. 뭐, 어때?"

후원자의 의중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게 득이 되냐 마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삼촌의 머리를 빌린 결과 딱히 손해 볼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그래서 이런 떡밥을 던진 거였다. 이 떡밥을 문다면 기존 100인 섹스 쿠미테를 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 대신 100인과 섹스 배틀을 할 게 분명했다.

"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궁에서 섹스 배틀을 하는 것뿐이니까."

내게는 그들이 바라는 좋은 그림을 연출할 장소가 있었다. 동시에 아직 법의 저울이 닿지 못한.

이런 내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유코는 3일 뒤 한 부의 제안서를 들고 날 찾아왔다.

새로 작성한 제안서를 꼼꼼히 읽은 나는 오늘도 조금 맹한 치요와 나란히 앉은 유코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일단 내가 볼 때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확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혹시라도 저희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법적인 조언을 받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운 제안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유코도 요 전날처럼 우울한 얼굴이 아닌 걸 보니 그쪽도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응? 그럴 리가 없는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한 제안에 왜 저럴까 싶었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나 싶어 슬그머니 캐물어 보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얼굴이 좋아 보입니다. 쉽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회의를 해 보니 의외로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일본에서는 섹스와 섹스 배틀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섹스는 말 그대로 섹스지만, 섹스 배틀은 축구처럼 경기라 여기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대충 감이 왔다.

이어진 유코의 설명이 이러한 내 생각을 더욱 확신으로 바꾸어 주었다.

"아무래도 저희측이 AV를 주로 제작해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릴레이 섹스로 테마를 잡았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손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섭외를 실패한 것입니다."

"아하! 그러니 섹스 배틀로 돌아가니 섭외 실패했던 이들을 설득할 희망이 생겼다?"

"예, 그렇습니다. 오히려 시리즈가 더 풍성해 질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은밀히 접촉해 봤는데, 정말 유명한 여배우도 참여할 의사를 보였습니다."

"진짭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배우면, 노출이 좀 그러지 않나?"

내 당연한 생각에 유코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국내 발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자이크를 해야 합니다. 다만 조금 단단하게 해야겠지만. 그래도 가슴까지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래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어진 설명에 납득할 수 있었다. 해당 여배우는 꽤 노출이 심한 연기를 한 적이 있는 일본의 섹스 심벌이었다. 그러니 모자이크만 된다면 못할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유코와 꽤 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유코가 상황을 알려주는 식이었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답하는 식이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름 아닌 의외로 사이즈가 커져서 100의 원정대를 꾸리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는 말이었다.

문득 골룸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나마 결사대가 아니라 어딘가 싶었다.

가미카제가 아닌 게 어디야.

예상보다 길어진 유코와의 대화가 끝났을 때였다.

내 눈에 여전히 맹한 섬나라 처녀가 눈에 들어왔다.

"유코 씨. 혹시 치요 씨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박고영 씨를 대접하기 위해 함께 왔으니, 문제없습니다."

내가 잘못 내뱉은 말에 놀라기도 전에 더 놀라운 말이 유코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나는 서둘러 손을 저으며 실언을 바로잡았다.

"그게 아니라. 파티원이 필요해서 그럽니다.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예, 물론입니다."

유코가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더니 얼른 가만히 앉아 있는 치요에게 귓속말을 했다. 내게 다 들리는 귓속말 같지 않은 귓속말을. 뭐, 일본말로 해서 내가 모를 것이라 여긴 것 같았다.

그렇게 내 귀로 언어의 마술사가 통역해준 말이 차례로 들어왔다. 반전으로 가득한 유코의 모습과 함께.

"치요. 저분이 널 원하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네.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게요! 많이 준비했어요! 앞치마라든가. 또 스타킹이라든가. 또……. 많이 준비했어요. 진짜예요."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거 잊지 말고! 네 더러운 똥구멍을 쓰시겠다고 하면 닥치고 벌려 드려야 해! 알겠지?"

"맡겨만 주세요!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 내가 언제 이미지 관리했다고.

역시 옛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포기하니 편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작품 후기 ==========

조아라 상태가 좀 메롱인 듯.

그나저나 후기로 무슨 할 말이 있었는데....

네. 그렇습니다.

까먹었네요. -_-;;;

제가 그렇죠, 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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