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81화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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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수성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더 이상 전투는 없었지만, 나는 그대로 쉴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처리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뒤처리 중 가장 날 힘들게 한 건 역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얼른 홍콩으로 보내달라는 여자들의 눈빛이었지만.

    결국 74명의 여자들에게 성심 성의껏 아시아권에서는 수위를 다투는 전기톱으로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11월의 마지막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옛날에 그 여자보다 더 하네. 뭐, 그 여자는 섹스 배틀이 아니라 리얼 섹스이긴 했지만."

    사실 이번에도 꼼수를 쓴 나였다. 아무리 퀴네 세트 덕분에 내 물건이 튼실해졌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정력이 무한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 일천한 밤일 실력으로는 그녀들을 다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시원하게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먹여 주었고, 그 덕분에 날 위해 온몸을 내던진 여자들은 만족할 수 있었다.

    "그 만족이란 게 좀 심해서 약간 부작용이 있기는 했다만……."

    잠시 남궁을 아방궁으로 만들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아직 자정이 되려면 한 시간이나 넘게 남아 있었다.

    넉넉하네.

    급박하지 않다는 사실에 한껏 여유롭게 소파에 기댄 나는 양팔을 뻗어 소파에 걸친 뒤 눈을 감았다.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승리의 보상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우선 경험치부터 확인해 보았다.

    1,363,546.

    190만이 넘었던 경험치가 팍 줄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모지현의 일행처럼 몇몇 여유가 있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에게 1만의 경험치를 지급한 탓이었다. 영지 방어 임무 보상을 뒤늦게 알고 후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속한 건 물릴 순 없었다.

    그깟 경험치는 내 자존심 보다 못하니까.

    솔직히 그리 아쉽지도 않았다. 어차피 경험치야 언제든 구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 것이었다.

    약속한 보수로 총 62만의 경험치를 썼지만, 그래도 7만 정도의 경험치를 충당할 수 있었다. 1만은 이름 없는 공주를 사냥하고 나온 거였고, 3만7천이 조금 넘는 경험치는 그녀의 친위대를 잡아서 얻은 상태였다. 전체 임무인 영지 방어의 보상으로 2만2천이 넘는 경험치를 더하니 은근히 쏠쏠했다.

    경험치를 확인한 나는 얼른 물품창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름 없는 공주를 사냥하고 얻은 짭짭할 보상이 잠들어 있었다. 1권의 책자와 1개의 상징. 그리고 1개의 신기까지. 총 3개의 아이템이었다.

    우선 책자부터 확인해 보았다.

    빛나는 기술과 능력의 책.

    기술치 3개와 능력치 15개를 올려주는 어마어마한 아이템이었다. 당연히 정보를 확인하기 무섭게 아이템을 사용했고, 내 능력치와 기술치가 쑥쑥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든 건 아니었지만.

    책을 사용한 나는 연이어 정보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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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공주의 상징]

    + 되돌릴 수 없는 회한이 담긴 염원.

    + 타격력 25% 증가.

    + 타격력 25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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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은 두 개였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였다.

    이름 없는 공주의 상징을 확인하기 무섭게 나는 상징창을 열어 제단에 상징을 올렸다. 여기서 또 하나의 보상이 눈에 들어왔다. 활성이 가능한 제단의 숫자가 11개였던 것이다.

    성투 완전 정복.

    이름은 요상했지만 성능은 그렇지 않았다. 영지 쟁탈전을 치름으로써 나는 성투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모두 이수하게 됐다. 그렇게 열심히 성투를 파고든 결과가 바로 이 업적이었다.

    우스꽝스러운 업적은 활성 가능 제단 한 개를 추가시켰고, 그로써 나는 총 11개의 제단을 보유할 수 있었다.

    제단 활성을 끝내고 나서야 내 눈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하나의 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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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공주의 후회]

    + 되돌릴 수 없는 회한에 대한 자책.

    + 장착 물품의 성능 중 최대 2개 흡수 각인.

    + 장착 물품의 성능 중 최대 3개 증폭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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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름 없는 공주가 남긴 신기 전용 아이템이었다. 무기도, 장식도. 그렇다고 신성 무구도 아니었다. 오직 신기창에만 등록이 가능한 재미있는 아이템이었다. 비록 짝퉁 신성 무구이다 보니 강화와 성장이 불가능했지만.

    아니지. 그보다 애초에 강화랑 성장이 불가능한 성능이 붙어 있으니까.

    솔직히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미친 아이템이네."

    이름 없는 공주의 후회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이었던 탓이다.

    다른 아이템의 성능을 2가지나 흡수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착 물품이라는 말은 착용 가능한 장비뿐만 아니라, 전혼이나 칭호도 가능하니까.

    그런데 두 번째 옵션이 더해지니 이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증폭 각인.

    타격력 10짜리 아이템을 재료로 쓴다면 이 신기에는 타격력 20이 붙어 버리는 마법 같은 옵션이었다. 비록 재료가 된 아이템은 증폭 각인이 끝나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겠지만. 이게 어딘가 싶었다.

    순간 욕심이 울끈이 불끈이 됐다.

    "……늑대의 전혼을 갈아 버려? 아니면 신급 무기를 복사해서 확?"

    욕심도 잠시 나는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사기성이 짙은 옵션이었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신의 허리띠를 재료로 써봤자, 흡수가 증폭 각인을 할 수 있는 건 하나의 능력뿐이었다.

    내가 가진 아이템 중 가장 값진 물건이 신의 허리띠라지만, 그것은 여러 가지 옵션이 합쳐졌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결국 무한한 아이템을 가진 게 아니라면 재료로 쓰고 없애버릴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제야 왜 더 강력한 옵션인 증폭 각인이 3번이나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이라면 고급 무기를 재료로 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등급은 낮더라도 하나의 옵션만 제대로 박힌 무기를 재료로 쓰는 게 합리적이었다.

    등급이 낮으면 당연히 성능도 낮을 터였고, 그러니 증폭이라는 옵션이 필요한 것이다.

    "좀 아쉽네. 아까워."

    욕심을 갈무리했지만, 전혼을 증폭시키자는 외침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어쩔 수 없었다. 푸른 전혼 상자를 복사해 2개의 푸른 전혼을 증폭한다면 210%의 치명 증폭이 2배가 되어 420%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두 번을 사용하면 총 820%의 치명 증폭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침이 질질 흘러나올 정도였다. 지금 내 치명 증폭이 2배가 된다는 말이니까.

    그때 보스가 딴지를 걸어왔다.

    "아……. 같은 능력은 중첩이 안 되는 구나."

    동일 옵션을 흡수하거나 증폭해서 각인할 수는 있었다. 다만 그 경우 가장 최근에 한 각인이 덧씌워졌다. 첫 번째 각인으로 200% 치명 증폭을 각인한 상황에서 150%의 치명 증폭을 각인하면 최종적으로 150%만 각인된다는 말이었다.

    그럼 그렇지.

    낮게 혀를 차며 눈앞에 있는 창을 모두 닫아 버렸다. 더 이상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없으니 흥미가 식었다.

    "한동안 노가다 좀 해야겠네. 이거 필터 하는 것도 애매하고. 막막한데?"

    보스가 정한 규칙에 순응해야했기에 다른 방법은 없었고, 나는 각인 재료로 쓸 아이템을 하나하나 찾아봐야 했다. 눈앞이 막막하기는 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날 들뜨게 했으니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즐기며 능력창을 열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나는 바로 잔여 능력치 15개를 투자했고, 이내 능력창이 새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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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격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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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력 : 115 + 113

    + 지력 : 0 + 85

    + 체력 : 100 + 110

    + 속도 : 100 + 110

    + 정확 : 0 + 85

    + 행운 : 0 + 85

    + 잔여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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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력 115.

    보스의 최대 능력 성장 한계는 100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순수 근력은 115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번 영지전을 통해 얻은 두 번째 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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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무진]

    + 가장 먼저 시험을 통과한 지배자의 증표.

    + 능력 성장 한계 5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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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의 증가.

    나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여전히 100의 한계선을 가졌지만, 나는 150의 한계선을 가진 상태였다. 덕분에 큰 효용이 없어 보이는 스탯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행운은 꽤 쓸모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근력만 못하지. 순수 근력을 올리면 타격력 계수가 높아지니까."

    보스의 타격력 산출 시스템은 간단했다. 순수 근력으로 단련한 수치에 각종 장비나 기술 등으로 단련한 수치를 곱하면 됐다. 물론 곱하는 것만큼이나 더하는 게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렇듯 기준 계수가 중요한 이유가 상태창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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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17,735(+591)

    + 정력 : 2,875(0)

    + 경험 : 1,363,546(-549,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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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2,756(+570)

    + 마법력 : 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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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1,670(+5)

    + 항마력 : 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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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236(0)

    + 회피율 : 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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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89(0)

    + 치명 증폭 : 663%(+117)

    + 치명 저항 :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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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활력이 늘어난 건 중간에 체력을 100으로 만든 덕분이지만.

    "타격력이 진짜 엄청 올랐네. 치명 증폭은 또 어떻고. 캬! 게임 할 맛 나네."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치명 증폭이 이렇게나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해 보았다. 이내 업적 하나가 내 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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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마 도살자]

    + 치명 증폭 10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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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마 사냥꾼, 몽마 집행자, 몽마 처형자를 조합하니 나온 새로운 업적이었다. 따지고 보면 크게 늘어난 건 아니었다. 사냥꾼은 10%, 집행자는 20%, 처형자는 30%의 치명 증폭을 올려주었으니까.

    그래도 60%와 100%의 차이는 컸다.

    "아무튼 몽마 처형자가 나와서 다행이었지."

    이미 평민 몽마와 귀족 몽마를 666마리, 66마리 순으로 사냥할 때 얻었던 업적으로 인해 예상은 했었다. 6마리의 왕족 몽마를 사냥하면 새로운 업적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니 그 역시 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이달의 자유 임무도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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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차 자유 임무]

    + 전투력을 올려라.

    + 임무 현황 : 1,747

    + 기본 보상 : 징벌 면역 30일

    + 우승 보상 : 종속 진화 장비

    + 자유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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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2,141로 시작했던 내 전투력은 어느덧 3,888까지 오른 상태였다. 비율로 환산하면 무려 81.58%의 성장이었다. 1.8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두 배는 무슨. 그냥 전투력이잖아. 쓸모없는 수치도 합산됐는데, 뭘."

    놀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겉모습에 현혹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서 더 놀라운 생각이 얼핏 들었다.

    "잠깐만. 다른 건 제하더라도, 나 꽤 강해진 거 같은데? 두 배가 아니라."

    한층 더 높아진 활력. 거기에 천 단위가 된 방어력과 항마력. 여기에 어마어마한 치명 증폭까지.

    굳이 수치로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나는 강한 게 맞았으니까.

    영지 쟁탈전으로 얻은 걸 확인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확인해 본 건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들뿐이었다. 정작 가장 날 기쁘게 하는 건 확인도 하지 않았다.

    "이제 영지를 확인해야겠지."

    새롭게 재단장한 영지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수문장이었다.

    수문장.

    영지 쟁탈전에서 승리 유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녀석이었다. 장기나 체스의 왕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이 녀석을 쓰러트리면 이기는 거고, 쓰러지면 지는 거였다.

    지난 번 영지 쟁탈전에서는 일종의 페널티로 인해 신출내기라는 정말 볼품없는 놈을 수문장으로 두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강제로 해야 했고, 두 번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치가 떨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이 녀석이라면……."

    다 옛날 일이다.

    나는 새로이 남궁의 수문장으로 등록한 녀석의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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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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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 : 455,240

    + 정력 : 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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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력 : 4,250

    + 마법력 :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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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어력 : 1,965

    + 항마력 :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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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중률 : 500

    + 회피율 :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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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도 : 41

    + 치명 증폭 : 350%

    + 치명 저항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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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차지 않았다. 그냥 멍했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

    잠시 눈을 비비고 다시 눈을 감고 확인해 보아도 달라진 건 없었다.

    내 입에서 시샘어린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뭐냐, 이 괴랄한 숫자들은."

    상태창 아래에 세부 정보로 나온 체위나 종족, 속성 등의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활력과 타격력, 그리고 방어력 수치만 눈에 들어왔다. 나도 사기였지만, 이름 없는 공주는 사기를 뛰어 넘었다.

    3가지 수치를 제외한 모든 수치가 날 뛰어넘는 모습에 넋을 놓는 것도 잠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괴물을 원킬낸 난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나는 이 괴물 같은. 아니, 악마 같은 왕족 몽마를 한 방에 끝냈던 것이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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