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80화 (180/200)

<-- Nameless Princess -->

자신의 병사를 피를 밟고 서 있던 이름 없는 공주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이미 불꽃 폭발 공격에 한 번 크게 데인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들 피해요!"

"피해! 피해라고!"

"꺄악! 어떡해! 어떡해!"

알고는 있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그래도 혹시 몰라 소리쳤지만, 역시나 전투가 한창인 여자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여자들과 마구잡이로 뒤엉켜 음란한 소리를 뿌리던 몽마들이 일거에 사라진 것이다.

파핫……!

지우개로 지운 듯 한 순간에 몽마가 사라지자, 나는 물론이고 한창 전투 중이던 여자들까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이내 모두의 눈이 한 쪽으로 쏠렸다.

"아……."

천천히 들어 올렸던 양팔을 내리는 이름 없는 공주가 있는 쪽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이제 몇 남지 않은 몽마들과 3마리의 친위대가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절도있게 진을 치고 있었다. 소환한 부대를 다시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의 등장이었다.

놀람을 지나 경악에 다다랐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3층이었고, 내 등 뒤에는 수문장이 있었다. 그말은 곧 난전이 벌어지면 언제라도 수문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상황을 깨달은 내가 다급하게 소리치려고 할 때였다.

나보다 이름 없는 공주의 반격이 더 빨랐다.

이름 없는 공주는 셋 밖에 남지 않은 친위대에게 붉은 구슬을 하나씩 넘겼다. 친위대는 결연한 눈빛으로 공주가 건넨 구슬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더니 몽마의 육체 능력을 한 껏 뽐내며 세 갈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세 줄기로 날아가는 붉은 화살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달렸다. 수문장을 향해.

내가 막 첫 걸음을 떼었을 때 지원조 여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녀들은 내가 달려가는 곳을 확인하기 무섭게 목을 쥐어 짰다.

"수문장! 수문장을 지켜!"

"뛰어! 모여! 빨리 뛰란 말야!"

"뭐해! 이러다 진다고!"

다급한 지원조 여자들의 외침에 다들 정신을 차렸는지 등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반면 내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것은 어느덧 궁의 하인들을 손짓 하나만으로 절정에 이르게하는 세 마리의 마귀뿐이었다.

"젠장! 젠자앙!"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뛰었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내 다리는 평소보다 더 느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숨도 쉬지 않고 달리며 노예 계급에 불과한 이들에게 귀족 계급의 몽마를. 그것도 한층 더 강해진 것 같은 몽마를 막아주기를 바랐다.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조금만 더!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았다. 궁의 하인들은 전투력이 없다 시피했지만, 그래도 병력은 병력이었다. 내 의지를 받든 그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수문장을 온몸으로 감쌌다.

그러다 보니 이름 없는 공주의 별동대는 수문장과 전투를 위해 하인을 한 명씩 상대해야했다. 그들이 몸으로 막아준 덕분에 희망이 보였다. 조금은 부질없는 희망이.

어쩔 수 없었다. 이름 없는 공주의 친위대가 하인들을 한 명씩 상대하는 것처럼 나도 저들을 한 명씩 상대해야했다. 물론 저들이 날 동시에 상대해 준다면 부질없는 희망이 아니겠지만, 공주의 명령이 전해진 그들이 굳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제 시간에 도착해도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없다는 상황에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썅!"

친위대 한 마리를 상대하는 사이 다른 두 마리가 신출내기를 잡아 먹는 장면이 눈에 선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될 때까지는 해 봐야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친위대 한 마리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고유 기술을 완성합니다.]

[고유 기술 '분신 삽입술'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뜻박의 상황이 벌어졌다.

분신.

몸을 나눈다는 말에 정보를 읽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아마 지금 내 열망이 반영된 게 틀림 없었다. 나는 빛보다 빠르게 기술 습득을 하겠다고 외쳤고, 이내 기술 습득이 이어졌다.

그 순간 내 손이 친위대의 어깨에 닿았다.

기다릴 것도 없었다. 이제 도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도리가 멍하니 서 있는 신출내기를 뒤로 밀치고, 두 마리의 친위대를 붙잡는데 성공한 게 보였다.

그래봤자 잠깐일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 분신 삽입술을 시전했다. 해볼 때까진 해 볼 생각이었다.

스윽!

"……씨발."

희망이 깨졌다.

쌍둥이.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 같은 놈은 한 놈뿐이었다. 하나가 모잘랐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거의 체념한 마음과 달리 내 몸은 알아서 움직였다. 한층 더 강력해진 친위대를 깔아 뭉게며 그대로 전기톱을 쑤셔 넣었다. 친위대가 고양이처럼 울부짖으며 온몸을 바르르 떠는 게 느껴졌다.

웃긴건 그 와중에도 내 분신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래. 최선을 다했으면 됐지.

본신 능력의 5할 밖에 되지 않는 분신이었지만, 도리를 패퇴시킨 친위대 한 마리를 보내는데는 충분했다.

그렇게 2마리의 친위대를 꺾었지만…….

"응?"

지금쯤이면 활력이 1천밖에 되지 않는 신출내기가 가도 몇 번을 갔을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은 나는 그제야 눈을 뜨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멍청한 눈빛이었지만 신출내기는 무사했다.

그런 신출내기 바로 앞에 마지막까지 살아 남은 친위대가 멈춰 있었다. 자의가 아니었다. 친위대 몽마의 전신은 어디서 많이 본 형태로 묶여 있었다. 그것도 푸른 빛을 뿌리는 밧줄로.

"……귀갑?"

무슨 상황이냐, 이게.

어리둥절하기는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친위대를 묶고 있는 줄이 이어지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김아연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친위대를 묶은 밧줄을 잡고 있었다.

그때 내 시선을 받은 김아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른 조져! 힘 빠진다고!"

"아……!"

여전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무얼 해야할지는 알았다. 바로 마지막 남은 친위대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뒤로 미룬 내 눈에 다시 생기가 넘쳤다. 이윽고 거북이처럼 묶여 있는 친위대의 뒤로 다가갔다. 이미 전투 중이었기에 내가 끼어드는데 문제될 건 없었다.

푸욱……!

"꺄아앙!"

잔뜩 화난 친위대의 엉덩이 사이로 전기톱을 쑤셔 넣기 무섭게 녀석의 입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터졌다. 그것도 잠시 백만 볼트. 아니, 단위 공격에 그대로 부르르 몸을 떨었고, 이내 유령처럼 온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날 절망으로 몰아갔던 친위대를 단숨에 보내버린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임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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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방어]

+ 무도한 적의 공격에서 권좌를 지켜라.

+ 임무 현황 : 1,000/1,000

+ 기본 보상 : 공적에 따른 경험

+ 추가 보상 : 공적에 따른 업적 및 칭호

+ 고유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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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내기는 무사했다.

그제야 내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무릎이 후들거렸다. 이대로 쓰러질 순 없었다. 아니, 그보다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저 병신 같은 새끼. 끝나자 마자 바꾼다, 내가!"

여전히 반푼이처럼 멍하니 서 있는 신출내기를 보니 괜히 화가났다. 다만 지금은 여기까지 해야했다. 아직 영지 쟁탈전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꾹 누른 나는 몸을 돌렸다. 이미 남은 여자들이 내 주위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다가온 모지현이 슬쩍 혼자 남은 이름 없는 공주를 가리키며 짓궂게 말했다.

"쇼 케이스 멋지게 마무리 해 봐요. 잘 보고 있을 테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은 무슨. 아직 안 끝났거든? 가서 얼른 보내버려. 괜히 이상한 기술 쓰지 않게."

내 인사에 답한 건 모지현이 아니라 밧줄을 회수하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김아연이었다. 분명 그녀의 말대로 이제 혼자가 된 이름 없는 몽마가 광역 기술을 쓸 수도 있었다. 그래도 걱정은 들지 않았다.

뭐, 수문장으로 지정되면 광역 공격에 피해를 받지 않으니까.

하등 쓸모없어 보이는 신출내기였지만, 그도 시스템의 보호를 받았다. 그 덕분에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광역 공격이 터져도 무사할 것이기에.

그렇다고 해서 늦장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새 모여 신출내기를 뒤로 숨긴 여자들을 향해 미소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바로 몸을 돌려 사박 사박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이름 없는 공주를 향해 걸어갔다. 등 뒤에서 여자들의 응원소리가 이어진 건 당연했다.

"어썸 바나나 화이팅!"

"씹창을 내버려!"

"기대할게요!"

"오오! 붙는다, 붙어!"

중간에 김모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좀 거슬렸지만.

살짝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으며 걷다보니 금세 이름 없는 공주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제야 이름 없는 공주가 꽤 크다는 걸 알게됐다. 나름 루저가 아닌 나였지만, 나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게 자뭇 위풍당당해 보였다.

위축은 되지 않았다. 격투기와 달리 섹스 배틀은 체급이 깽패가 아니니까.

뭐, 그대신 다른 게 깡패지만.

일 대 일 결투라면 질리가 없었다.

나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얼굴을 들어 여전히 창백하고 무심한 이름 없는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속옷을 착용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걸 잊지는 않았다. 다행히 겉옷은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속옷은 입지 않은 공주였다.

이런 칠칠지 못한 공주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더욱 더 들지 않았다.

내 자신감이 더욱 똘똘 뭉치는 그때 드디어 이름 없는 공주의 입술이 열렸다.

"시끄럽구나. 조용……. 뭐하는 짓이냐!"

"닥치고 벌려 이년아!"

내 교양이 무너지는 쌍소리가 튀어 나왔다.

미안하다, 내 교양아. 그런데 어쩌겠니. 저 년 입을 열리게하면 이상한 기술을 쓸 거 같은데.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평소 모습과 달리 도발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런 피해 없이 전투를 마무리짓고 싶었다.

내 밭다리에 뒤로 벌러덩 넘어진 이름 없는 공주가 표독스런 눈빛을 뿌렸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드러냈다는 건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니까.

게다가…….

"일단 한 발 넣고."

나는 이곳의 주인이었고, 주인은 손님을 대접해야했다. 그 대접이라는 게 백수 투하였지만.

부지불식간에 내 전기톱을 몸속 깊숙이 받은 이름 없는 공주가 다시 무어라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내 기술 발현이 더 빨랐다. 그동안 가득 모았던 백수는 그대로 공주의 자궁과 산도를 가득 메웠다. 얼마나 가득 했는지 그녀의 아랫배가 풍선처럼 볼록 튀어 나올 정도였다.

강제적으로 거북한 포만감을 느끼게 된 이름 없는 공주가 이를 뿌득 갈았다.

"감히 나를! 이따위 짓에 굴욕을 느낄 것 같으냐!"

"충분히 느낀 거 같은데?"

마치 욕보였다는 얼굴이었다.

이름 없는 공주의 분노가 하늘을 뚫고 치솟았지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즉사 면역이 있는한 딱히 두려울 게 없는 나였다. 다만 한 가지 뒤늦게 아차 싶은 게 있었다.

아씨. 까먹었네.

신성한 광기를 쓴다는게 그만 흥분한 나머지 잊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신의 허리띠의 성능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공격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본신의 능력만 가지고 상대하고 싶은 호승심이 든 그때였다.

이름 없는 공주가 바닥에서 등을 떼며 몸을 뒤집었다. 힘을 이길 수 없는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웠고, 공주는 내 위에 올라탄 자세로 턱을 치켜들었다. 나름 오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쪼그려 앉은 모습이다보니 그리 위엄있어 보이진 않았다.

"각오하러거라!"

눼, 눼.

심드렁한 내 표정을 흘끔거린 이름 없는 공주가 이를 악물며 허리를 굽혔다. 자연스레 그녀의 엉덩이가 앞으로 밀리며 내 전기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마치 1단을 넣으 것 같았다.

실제로 방금 공격은 1단을 넣은 게 맞았다.

이윽고 반대로 엉덩이를 내리며 속살로 전기톱을 압박하는 공주였다. 그렇게 2단이 들어갔을 때 슬슬 전기톱이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설마…….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불현듯 불안감이 들었지만 나는 애써 불안감을 무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주는 3단을 넣으며 엉덩이를 남쪽에서 서쪽으로 돌렸다. 아주 야무지게. 또한 뜨겁게.

질걱!

"으음……!"

내 뼈를 녹일 것 같은 뜨거움이 전기톱에서 시작해 사지로 뻗어나갔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발가락을 오므렸다. 그런다고 해서 줄어들 쾌감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이름 없는 공주의 기어 변경은 4단에서 끝났다.

질걱! 질걱!

위로, 아래로. 그리고 좌로 우로.

기어코 한 바퀴 엉덩이를 돌리고 나서야 이름 없는 공주의 첫 공격이 끝났다.

별 거 없는데? 에이, 괜히 긴장했네.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때였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2,665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2,967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2,239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3,594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12,463.

가벼운 일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신의 허리띠가 없었다면 한 방에 맛이 갔을 게 분명했다. 다시 한 번 느낀 것과 피해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봤자지.

분명 의외로 강력한 공격인 것 맞았다. 그러다고 해서 당황스러운 건 아니었다. 신의 허리띠 덕분에 늘어난 활력으로 인해 내 전체 활력은 1만8천가까이 됐으니까.

턴을 종료하며 886의 활력이 자동으로 회복된 나는 미야프의 기술 주머니에 있는 활력 치료를 사용했다. 5,320의 활력이 추가로 회복되며, 1만1천이 넘는 활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 쑤실까? 아님 기술을 쓸까."

"버릇없는 놈! 얼른 하지 못할까!"

뭐래?

공격권을 되찾기 무섭게 다시 자세를 바꾼 나는 바닥에 깔려 있는 이름 없는 공주의 헛소리를 가볍게 무시했다.

문제랄 것 까지는 없지만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신성한 광기를 쓸지 말지.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질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본신의 능력을 확인해 보는 게 낫지 싶었다. 하루의 쿨타임이 있는 기술은 언제든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까.

백수 투하는 숙련도 때문에 썼다지만.

결정은 빨랐다. 나는 정보가 필요했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 강력함의 증거가.

신성한 광기는 공격력에 영향이 없기도 하고.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진한 미소를 머금은 나는 이름 없는 공주의 오금에 팔을 걸쳤다. 그리곤 바로 팔을 위로 쭉 밀어 올렸다. 자연스레 공주의 음부가 하늘로 향하며 남사스러운 자세를 취하게 됐다.

나는 반쯤 일어선 자세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당혹스러워하는 이름 없는 공주를 내려다 보았다.

"이런 자세는 처음이지?"

"이익! 감……. 큭! 크윽!"

만천하에 비소를 공개한 이름 없는 공주가 이를 갈았지만, 나는 그리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전기톱을 살덩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땅과 수직이 되며 공주의 속살을 파고든 전기톱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백수로 가득한 공주를 꿰뚫을 기세로 들어간 전기톱은 몇 번이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푸욱! 푸욱!

"흑! 으으윽!"

그때마다 이름 없는 공주가 부르르 몸을 떠는 게 즐거웠다.

이윽고 내 공격이 끝나고, 보스의 판정이 내려졌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50,645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총 11번의 공격이 들어갔다. 그 중 치명타가 터지지 않은 공격은 없었다. 5만 안팍의 치명 공격이 11번 터진 결과는 놀라웠다.

557,093의 피해는 그 오연하던 이름 없는 공주의 위엄을 무너트리는데 충분했다.

['이름 없는 공주'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포획 된 이름 없는 공주는 더 이상 하늘하늘한 옷으로 치장할 수 없었다. 나신의 공주가 말없이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흘렸다. 그런다고 마음 약해질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겼다!

나는 이겼다. 적을 패퇴시켰고, 영지를 지켰다. 중요한 건 그뿐이었다.

등 뒤로 여자들의 환호가 터졌다.

승리의 쾌감은 꽤 중독성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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