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78화 (178/200)

<-- Nameless Princess -->

***

2층으로 이동한 나는 김아연부터 찾았다.

김아연은 갑자기 나타난 날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전황부터 물었다.

"얼마나 안 좋아?"

"안 좋은 건 어떻게 알고?"

"좋으면 올라왔겠어?"

김아연의 말이 맞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말해주었다. 아직 수백의 몽마가 남았다는 걸.

내 말에 살짝 놀라던 김아연이 이내 요염한 미소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래? 다행이네."

"다행은 개뿔. 허영이나 부려. 허세는 때려치우고. 그나저나 입구를 막아야 하니까."

"왼쪽을 우리가 맡을 테니까. 네가 저쪽을 맡아. 괜히 도와달라고는 하지 말고. 이유는 알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뻔했다. 김아연과 함께 온 연예인 무리가 소연이와 현아 무리와 섞일 순 없으니까.

좀 아쉽기는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움직였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그래도 쉴 수가 없었다.

좀비처럼 올라오겠지. 이제 곧.

나는 곧 벌어질 일을 떠올리며 현아와 그녀의 옛 동료들을 챙기며 오른쪽 입구로 향했다. 그 사이 김아연이 동료 연예인들에게 지시를 하는 게 보였다. 확실히 다부진 여자였다.

안심하는 것도 잠시 나는 패잔병 같은 여자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어야했다.

"괜찮아?"

"……아니. 힘드네."

소연이가 솔직하게 답했다. 그녀는 털썩 주저앉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온몸은 몽마들을 보내며 받아낸 정액과 침으로 가득했다. 그건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기에 몰골이 말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힘들다는 게 눈에 보이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소연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때 아예 드러누워 헐떡이던 현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소리쳤다.

"자! 2차 나가야지? 그게 우리 전문이잖아!"

"미친년. 지랄하네."

"넌 안 미쳤냐, 이년아?"

"하여튼 말 본새하고는."

어처구니없는 현아의 말에 여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쏘아 붙였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웃고 있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한 마디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현아가 기죽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싫어? 이런 경험을 한다고?"

"누가 싫대니? 그냥 좀 힘드네."

"그래도 속이 다 시원하기도 하고. 평민급 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 좆은 실하던데?"

"하여튼 미친년."

아, 내가 과소평가했구나.

이 여자들은 전문가였다.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굳이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녀들이 알아서 할 것 같았다.

뭐,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쓸데없는 말 대신 딱 한 마디를 하기로 했다.

"다들 나 알죠?"

"네! 알아요! 쩌는 자지!"

"풉! 죽이는 좆이 아니고?"

"그게 그거지!"

가식 없는 여자들의 놀림에 피식 실소가 나왔다.

"아무튼 밑에서 좀비처럼 기어오는 애들 물건도 꽤 쓸 만하지만. 그래도 내 물건만큼은 아니잖아요? 보이죠?"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 모두 알몸으로 변했기에 나 역시 알몸이었다.

내가 슬쩍 허리를 튕기며 섹스를 하는 것처럼 움직이자, 여자들이 꺄르르 웃었다.

"아무튼 언제 날 잡아서 제대로 대접할 테니. 오늘 좀 부탁합니다.'

"질문 있어요!"

"네. 무엇이든 물어 보십쇼!"

"그 대접이 그 대접 맞나요?"

모델처럼 늘씬한 여자가 가는 손가락을 뻗어 내 전기톱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다른 여자들이 기대감을 무럭무럭 나타냈다. 심지어 소연이와 현아까지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전기톱으로 시원하게 긁어 드리겠습니다. 아, 주어는 없습니다."

"호호! 어딜 긁어주시려나?"

"난 다른 데가 긁히고 싶은데? 그래 줄 수 있어요?"

내 고개가 또 다시 크게 끄덕여졌다. 야릇한 질문 따위, 그냥 먹어주면 됐다.

단호한 대답에 여자들이 환호로 답했다.

원초적인 뿌듯함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끈적끈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차별이야. 우리도. 아니, 최소한 나만이라도 해 줘야지."

김아연이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2층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외쳤다.

"수성에 성공하면! 내 몸뚱아리는 여러분 겁니다!"

물론 한 번입니다.

뒷말은 분위기 상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엄청난 환호가 쏟아지는 걸 보니…….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네.

내 오지랖은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 더 이상 농담을 따먹을 시간이 없었다. 대열을 정비한 근육질 몽마 부대가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타고 한 마리씩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들었지? 다들 조져!"

"각개격파! 각개격파 몰라? 돌아가면서 패! 피 관리 잘하고! 엠 관리도!"

"미인계 스킬 쓰지 말라고! 쟤들이 너보다 더 이쁜 거 몰라? 눈에 좆 박았니?"

"부러트려! 알게 뭐야! 몽마잖아! 손! 손이 놀잖아! 쉬지 말고 쥐어짜라니까!"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진 전투에 나타났다.

은연 중 지휘를 맡은 소연이와 현아, 그리고 김아연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그때마다 여자들은 힘껏 엉덩이를 흔들거나 입을 오므렸다. 그 덕분에 전선은 밀리지 않고 꽤 고착될 수 있었다.

나도 쉬지 않았다. 다행히 1층에 있을 때처럼 뛸 필요는 없었다. 아직 여력이 있는 김아연 무리였고, 언제부터인가 김아연이 그곳으로 옮겨 지휘를 한 덕분이었다.

"지가 더 신난 거 같네."

"오빠 버프! 버프 떨어졌……윽! 이게 진짜!"

현아가 앙칼지게 외치다 말고 이를 깨물었다. 뒤늦게 버프를 걸어주던 나는 그녀의 말이 끊긴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섯의 친위대가 개입한 탓이었다.

한쪽으로 모두 몰려 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빌어먹을! 김아연! 지원!"

짧게 소리쳤지만 김아연은 몽마를 상대하느라 대답이 없었다. 그녀를 탓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숫자에서 밀리고 있었으니까.

"고영 씨!"

그때 내 다급함을 어루만져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지현이었다. 3층에서 기다리던 그녀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일행들과 함께 2층으로 내려온 것이다.

희망이 보였다. 모지현 일행이 남성체 몽마를 상대해 준다면 내가 전투에 개입할 여지가 생길 것 같았다. 아이템 빨로 커진 가슴을 덜렁거리며 오는 그녀가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였다.

"오케이. 마일리지 적립."

내 실없는 소리에 모지현이 씽긋 웃으며 거리낌 없이 몽마들에게 달려들었다. 꽤 재밌는 상황이었다. 나름 사회에서 그녀들은 방귀를 좀 뀐다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사회적 위치나 직업 등을 내팽개친 덕분일까.

숨통이 트였다.

나는 그새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 와중에도 천도 씨앗을 하나 먹으며 바닥난 정력을 가득 채웠다. 창고에 가서 텅 빈 물약을 다시 채워 올까도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이크!"

남성체 몽마들이 그쪽 취향인지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걸 요리조리 피하며 이름 없는 공주의 친위대에게 달려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따로 떨어져서 전투를 치르고 싶었지만, 연약해 보이는 여자라도 몽마라면 인간의 근력을 뛰어 넘고도 남았다.

다행히 소연이와 현아가 눈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주며 내 항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었다.

"오빠 여기!"

"어떻게 좀 해 봑! 읍! 으읍!"

"좀만 기다려!"

또 다시 몽마의 성기에 입을 헌납한 현아를 향해 미안하고 고마운 눈빛을 보내며 간신히 회복한 다리를 움직였다.

이윽고 완전히 올라와 남성체 몽마의 엉덩이를 발로 때리며 버프를 걸던 친위대 몽마의 손목을 잡을 수 있었다. 내게 손목을 잡히자 몽마가 자연스레 전투 자세를 잡았다. 바닥에 누워 체위를 잡는 몽마의 모습에 머리가 번뜩였다.

아!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 나는 서둘러 소리쳤다.

"길 좀!"

"이리로 와요!"

이번에는 모지현이 내 말을 귀신 같이 알아듣고 회원들과 함께 두 줄로 자리를 잡았다. 마치 흙바닥에 운동화로 선을 그은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전투 자세를 잡은 몽마의 발목을 잡고 뒷걸음질을 쳤다. 전투 자세를 잡은 상태라 거부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공격을 위한 보조 행위로 판단한 듯 싶었다.

좋았어!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얼른 친위대 몽마를 끌고 전투가 한창인 곳에서 떨어졌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계단 입구로 향한 나는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는 두 친위대를 잡아끌고 빠져나왔다. 남은 세 마리의 친위대는 뒤늦게 남성형 몽마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라 어찌할 수가 없었지만.

3마리의 친위대를 따로 빼낸 나는 이제 3:1의 대결을 펼쳐야 했다.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왕족 몽마가 세 마리가 아닌 이상 문제될 건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기운 좋게 외친 나는 나란히 누워있는 세 마리의 몽마 중 가운데 있는 친위대의 몸 위에 엎어졌다. 그 순간 양 옆에 누워있던 두 마리의 몽마가 몸을 일으키며 날 덮쳤다. 한 마리는 내가 유독 약한 항문 쪽으로, 다른 한 마리는 집요하게 내 입술을 공략했다.

정식 공격은 아니었지만 꽤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읍! 흡!"

그렇다고 정신줄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나는 시야가 가린 상태에서도 나름 능숙하게 몽마의 음부를 찾았다. 탄탄한 복부를 지나가니 부드러운 음모가 느껴졌다.

여기 있었네.

금세 흠뻑 젖은 꽃잎을 찾은 나는 거침없이 전기톱을 밀어 넣었다. 물론 그 전에 버프를 먹어야했지만, 단체 전투이다 보니 미리 버프를 먹여 놓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았던 광속 자지술이나 속도 증가 같은 기술도 쓴 상태였다.

푸욱!

"꺄앙!"

내 전기톱에 박힌 친위대가 희한한 교성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팔다리로 날 감싸려고 했다. 물론 이미 날 덮치고 있는 다른 두 마리의 친위대로 인해 불가능했지만.

나는 끈적끈적한 친위대의 속살이 주는 쾌감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뒤로, 앞으로. 그때마다 내 밑에 깔린 몽마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부르르…….

['이름 없는 공주의 친위대'에게 118,76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헐, 대박.

급박한 전투 중이라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데미지였다. 아무리 내가 강해졌다지만, 한 방 데미지가 10만이 넘는 건 놀라웠으니까. 그렇게 총 11번의 공격이 터지며 총 120만에 가까운 데미지가 친위대에게 들어갔다.

이거 좀 낭비인데?

꽤 강력한 귀족 몽마일 게 분명한 친위대였지만, 이 정도라면 왕족 몽마도 원샷낼 수 있을 정도였다.

내 공격이 끝나기 무섭게 친위대 몽마가 몸을 부르르 떨며 사라졌다.

이제 한 마리!

아쉽지만 연이어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단체 전투라고는 해도 규칙은 규칙이었다. 나는 1회의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고, 친위대 쪽은 3회의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다.

뭐, 지금 한 마리 보냈으니 두 번이겠지만.

결국 나는 친위대에게 공격을 받고 나서야 반격을 할 수 있었다.

성질이 급한 건 친위대도 마찬가지였는지 바로 공격이 들어왔다. 두 몽마는 내 항문과 입술에 원한이라도 맺혔는지 끈질기게 혀를 밀어 넣었다. 입안에 부드러운 혀가 들어오는 건 괜찮았지만…….

"읍! 읍읍!"

뒤쪽에 혀가 콕콕 찔러 들어오는 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친위대의 혓바닥이 내 항문을 파고 들 때마다 전기톱이 껄떡였다.

다행히 공격은 그게 전부였다. 의외로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없는 공주의 친위대'에게 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름 없는 공주의 친위대'에게 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1이라고?

놀라긴 했지만 이해는 됐다. 귀족 몽마의 타격력이 1,670이 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으니까.

신성 무구의 갈망이 더욱 커지는 걸 느끼며 나는 얼른 반격을 시작했다.

두 번은 없었기에 금세 전투가 끝났다.

"간단하네. 문제는 뒤에서 저러는 저것들인데……."

자신감이 붙은 나라도 남성체 몽마에게 보호 받듯이 둘러 싸여 있는 친위대에 다가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기한 건 방금 절정으로 보낸 친위대와 달리 남은 친위대는 지력 기반처럼 보였다. 손끝에서 영롱한 빛이 쉴 새 없이 뿌려지는 게 확신을 더해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전선이 밀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모지현 패밀리까지 더해진 상태에서 좁은 입구를 막고 대치한 덕분이었다. 다들 능수능란하게 몽마를 쥐어짜는 건 덤이었고.

급할 게 없다고 판단한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간간히 힐이나 넣어 주었다.

"다들 힘내! 무리하지 말고 자리만 지켜!"

간혹 무리하게 몽마를 사냥하려다 역으로 당하는 여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여자들이 보내버리는 몽마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남성 몽마는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만 준다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면 됐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때 내 미소를 지워 버리는 일이 생겼다.

세 마리의 남은 친위대 뒤쪽으로 오늘의 주인공이 나타났던 탓이다.

"으음!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왜?"

이름 없는 공주가 불쑥 나타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의아한 생각만 들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집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름 없는 공주가 갑자기 친위대 사이로 달려 나왔다. 그러더니 정신없이 섹스 배틀을 치르고 있는 여자들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설마!"

영지 쟁탈전의 가장 강력한 규칙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공격하는 쪽은 선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 돼! 만지지마! 저거 피해! 피해야 해!"

성별을 불문하고 공격에 노출되는 순간.

"빌어먹을!"

반격을 할 수 있었다.

이름 없는 공주가 휘두른 손끝에서 터진 새빨간 불꽃.

그것이 폭사하며 2층을 가득 메웠다.

['이름 없는 공주'에게 2,37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아아악!"

"끄르륵……."

"하앙! 항!"

단숨에 수십 명의 여자들이 절정에 올라 버렸다.

전선이 그대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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