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74화 (174/200)

<-- Siege Assault -->

***

박고영이 나수정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박고영과 인터뷰를 따고 싶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누구도 모르고 있던 신성 무구의 등장은 보스가 하나의 문화가 된 지금 최고의 이슈였으니까.

모든 언론사가 박고영을 취하고 싶어 했지만 박고영은 법률 법인에 대응을 일임한 채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고, 그에 대한 가치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식을 거라 생각했던 박고영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이러한 어썸 바나나 열풍은 쉬이 가실 것 같지가 않았다.

그것은 랭커라도 다르지 않았다.

랭커들에게 어썸 바나나는 공공의 적과 다름없었다. 발단은 NPO BOSS에서 열린 챔피언쉽이었다. 그곳에서 보여준 막강한 전력이 랭커들에게 위기감을 넘어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그로인해 랭커들이 똘똘 뭉쳐 박고영을 파훼하기 위해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모임의 규모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박고영을 제외한 랭커들의 커뮤니티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반 어썸 바나나 커뮤니티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했다. 그들은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한 명의 독주를 막아라!

물론 박고영의 독주를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커뮤니티 안팎으로 정론으로 통했지만.

파리의 오래된 골목 카페 안에서 치러지는 정기 모임의 분위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 문을 닫은 카페 안에는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바로 상위 랭커인 반 어썸 바나나의 수뇌부였다.

정기적인 토론을 위해 모였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중년의 남자의 표정처럼.

"리즈. 정보는 구했나?"

"구하긴 했는데……."

수뇌부 4인방 중 가장 연장자인 길리엄의 물음에 젊지만 랭킹은 가장 높은 리즈가 떨떠름하게 답했다.

미지근한 리즈의 반응에 동년배인 올리브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비슷한 나이에 나름 15위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라 그런지 말투는 꽤 친근했다.

"왜 그래, 리즈?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혹 누가 역정보를 흘린 건가?"

올리브의 물음에 이어 30대의 건장한 남자 마누스가 물었다.

리즈는 고개를 돌리며 그런 게 아니라는 뜻을 비쳤다.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보면 볼수록 답답해서."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다고? 한 번 보여줘 봐."

자신만만한 올리브의 재촉에 리즈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가져왔던 서류 봉투를 열었다. 나름 보안에 신경 쓴 건지 종이로 출력해온 듯 보였다. 그게 아니면 그렇게 받은 것일 수도 있었다.

리즈가 수뇌부의 앞으로 나눠준 종이에는 익숙한 능력창 하나가 첫 장을 채운 상태였다. 바로 아마조네스가 염탐하여 얻은 박고영의 최신 정보였다. 아마조네스가 나름 열심히 고유 기술을 연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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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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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 : 17,144

+ 정력 : 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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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력 : 2,186

+ 마법력 :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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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력 : 1,665

+ 항마력 :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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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중률 : 236

+ 회피율 :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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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도 : 89

+ 치명 증폭 : 546%

+ 치명 저항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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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영의 민낯을 볼 수 있었지만, 차라리 안 보느니만 못한 결과였다.

수뇌부 4인방의 입에서 무거운 침음이 흘러 나왔다.

"으음……."

"하아?"

"허어!"

"……후우."

모르는 게 약이다.

오래된 속담은 국경을 초월했다. 다들 입술에 본드 발라 놓은 것처럼 말이 없었다. 말하는 법을 잊을 만큼 박고영의 상태창은…….

"괴물이군."

길리엄의 평가처럼 답이 없는 문제와 같았다.

리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붙였다.

"……그냥 포기할까 싶어. 예전에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해졌어."

"강해졌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싶은데? 이거 사람 맞아? 무슨 타격력이 2천이 넘어? 아니, 그보다 타격력이 이렇게 높은데 활력이 뭐 이래? 이거 진짜야?"

반쯤 체념한 리즈와 달리 올리브는 가뜩이나 날카로운 눈매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며 따지듯 되물었다.

마누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서류를 테이블 앞으로 내밀며 올리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독일의 타이가도 활력이 1만을 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썸 바나나는 근력 계열이 아니었던가?"

"확실히 이상하군. 방어력과 항마력이 모두 1천을 넘는다. 체력 하나를 올려봤자 방어력 1이 오르는 시스템이네. 직업 특성으로 좋은 장비를 끼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이 정보 정말 확실한 건가?"

이제는 길리엄까지 리즈가 가져온 정보에 의문을 표했다.

세 사람의 추궁하는 듯한 눈빛에 리즈는 괜히 웃음이 터졌다.

"그만큼 신성 무구의 성능이 엄청나다는 생각은 안 드나 봐?"

"으음!"

"그렇군."

리즈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박고영과 일전을 겨뤄본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막막한 벽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결국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박고영의 강함은 신성 무구를 장착해서 생긴 변화라 보는 것 같았다.

반면 올리브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아? 신성 무기는 계급 제한이 없다고 쳐. 하지만 우리 4명 수치를 다합친 것 같잖아. 아니,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겠네. 전투력으로 따지면. 리즈. 당신 전투력이 얼마야?"

"……어썸 바나나보단 낮아. 그리고 그런 질문은 실례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 모였다지만."

"까탈스럽긴."

조금은 싸늘한 리즈의 대답에도 올리브는 기가 죽지 않았다. 그녀는 리즈를 그리 어렵게 여기지 않았다. 비록 10위정도 랭킹 차이가 있었지만,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레벨보다는 실력. 그것이 올리브가 중요시 여기는 점이었다.

다행히 길리엄이 적절히 중재를 하며 분위기는 심각해지지 않았다.

그때 뒤늦게 박고영의 치명 증폭 수치를 본 마누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하듯 읊조렸다.

"치명 저항이 75라니. 치명 저항을 올리는 아이템이 있었던가?"

"튜토리얼 때 좋은 거 먹었나 보지. 그것보다 무슨 치명 증폭이 이래? 이거 진짜 확실해?"

또 다시 정보에 대한 의문이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수치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공격력을 중점으로 단련한 사람은 활력이나 방어력이 약했다. 반대로 장기전을 위한 탱커들은 공격력이 형편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서로 파티를 맺어 사냥하는 게 현재 보스의 보편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그런데 박고영은 달랐다. 아니, 다르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리즈가 거의 포기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이젠 괴물이 됐어. 플레이어가 아니라 몬스터야. 그것도 보스 몬스터."

"괜히 왕족 몽마를 혼자 사냥한 게 아니란 말인가. 허!"

길리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두 남녀는 아무런 말없이 죄 없는 입술만 깨물었다. 새로 업데이트 된 정보는 그들이 모임을 만든 의미를 망각할 정도로 강렬했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박고영은 신성 무구를 얻기 전에 이미 단독으로 왕족 몽마를 작살내고 다녔다는 걸.

***

즐거운 식사가 끝났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이번에도 문제는 미야프였다. 녀석의 먹성은 나 원장도 당황할 정도였다. 심지어 주문처럼 배고파요를 외치는 미야프의 모습에 나 원장이 시름시름 앓는 닭처럼 변했다.

뭐, 어차피 초대할 생각이었으니까.

마침 잘 됐다 싶었다. 남궁을 꽁꽁 숨겨 놓을 생각은 없었다. 이참에 나 원장에게 제대로 남궁을 소개해주기로 결심했다.

결심한 것과 동시에 나는 남궁으로 향했고, 나 원장을 바로 초대했다. 미야프야 내가 가면 알아서 오는 녀석이고.

뿅! 하고 남궁에 나타난 나 원장은 순간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 공간 복사한 곳은 다름 아닌 동화 속 놀이 동산이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나란히 서 있는 나와 미야프를 발견하고 머쓱한 미소와 함께 걸어왔다.

"너 은근히 동심을 가지고 있었나 보네?"

"동심은 무슨. 그냥 쟤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런데 나 쌤. 은근히 많이 알고 있다? 나한테 관심이 그리 많았어?"

좀 의외라면 의외였다. 나 원장은 미야프에 대해서도 그랬고, 남궁에 대해서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나 원장은 괜히 부끄러운 얼굴로 내 어깨를 툭 밀며 답했다.

"네가 아니라 어썸 바나나. 그리고 이미 다 알려졌는데? TV만 틀면 나와. 귀여운 우리 미야프에 대한 것도 나오고. 남궁에 대해서도. 어디 왕자가 극찬을 했다면서?"

"아, 호콘 왕세자. 광고 좀 해달라고 했더니. 진짜 했나 보네."

"광고?"

나 원장이 내 말에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꽤 귀여운 그녀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혹시 모르잖아. 노후 대비용으로 쓸까 싶어서. 이정도면 꿈의 리조트 아냐?"

"하여튼 돈 냄새는 징하게도 잘 맡아요. 돈도 많으면서."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무튼 잠깐만 기다려 봐. 이미 저 녀석이 다 먹어치워서, 다시 복사해야 하거든."

이곳에서 먹는 음식들이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다는 건 분명 여자들에게는 신의 축복과 같았다. 다만 미야프는 아니었다. 녀석은 배가 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블랙홀로 변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이제는 꽤 익숙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세 공간이 필름처럼 넘어가며 가장 최근의 모습을 복사해 오기 시작했다.

"와아!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언니 가자! 언니잉!"

미야프의 보챔을 통해 공간 복사가 무사히 성공했음을 깨달은 나는 다시 눈을 뜨며 미야프에게 손을 붙잡힌 나 원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당황했는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저어 얼른 가보라고 했다.

"놀다 와. 그러려고 왔잖아."

"근데 저것들 탈 수 있어?"

"왜 타고 싶어?"

"나 탈래! 탈래요!"

은근히 타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는 나 원장과 대놓고 떼쓰는 미야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제야 일녀일마가 신나서 손을 잡고 걸어. 아니,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다시 눈을 감아야했다. 놀기 기구를 작동시키려면 내가 직접 명령을 내려야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내가 조종석에 앉아 조작해야했고. 조작 방법을 알리가 없으니 그냥 의지로 실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롤러코스터가 움직였다.

단 두 사람의 손님을 태운 채.

"꺄아아아……!"

"꺄하! 꺄하하하하!"

의외로 쫄보였잖아? 나 쌤.

나 원장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비명을 질러댔고, 미야프는 그저 좋다고 짧은 팔을 들어 올리고 웃었다.

처음 무서워하는 것도 잠시 나 원장도 슬슬 즐거워하며 미야프와 죽이 맞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나는 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집중력을 계속 끓어 올려야했다.

이거 은근히 피곤하네.

상당한 심력을 소비하는 일인 건 분명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좋아하니 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살찌지 않는 음식은 나 원장에게도 신의 축복이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신나게 놀았다.

모든 놀이 기구를 타고 돌아온 두 사람은 연신 웃고 있었다. 즐겁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홀로서기를 한 뒤로 미야프와 잘 놀아주지 못해 미안했던 게 쑥 내려갔기에.

근데 더 타려나? 슬슬 피곤한데.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벌써 몇 시간째 심력을 소비한 탓이었다. 다행히 내 얼굴에 어린 피곤을 읽었는지 나 원장은 물론이고 미야프도 더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럼 내일 또 오자."

"응! 응!"

"아, 근데 나 쌤. 나 쌤 오늘 자고 갈 거야?"

"어?"

내 말에 좋다고 방방 뛰는 미야프를 부드럽게 바라보던 나 원장이 불의의 일격을 당한 얼굴로 변했다. 살짝 붉어진 표정을 보아하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듯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 원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폐가 아니라면 신세 좀 질게."

"나도 좋아! 언니랑 같이 놀래!"

"그래, 그럼. 어차피 방이야 많은데 뭐. 그리고 오랜만에 한 잔 해야지?"

"나도! 나도 한 잔 할래! 언니랑 한 잔 할래!"

미야프가 눈치 없이 끼어들자 나도 모르게 엄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넌 안 돼, 인마. 그러다 나 쌤한테 혼난다?"

"미야프는 안 돼요? 진짜 안 돼요?"

미야프가 울상을 지으며 나 원장을 올려다보았다.

저거 진짜 사회생활 잘하겠네.

주도권을 가진 게 누구라는 걸 명확히 인식한 미야프의 행동에 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반면 나 원장은 그저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미야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냐, 돼. 언니가 맛있는 주스 만들어 줄게. 미야프는 그걸 마시자. 알았지?"

"좋아요! 언니 최고!"

"자자. 그럼 이만 나가자. 저기 저 옥문을 열고 나가면 돼."

나는 모른 척 나 원장의 손을 잡아끌었고, 나 원장은 미야프의 손을 잡았다.

우리 세 사람이 화목한 가족 코스프레를 하며 걸어갈 때였다.

['이름 없는 공주'가 '남궁'에 전쟁을 선포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 작품 후기 ==========

세, 세이프!

어서와라 주말아, 어서와라 주말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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