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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s-168화 (16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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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소다수를 집어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여전히 입안이 얼얼했다. 내가 매운 걸 못 먹는 건지, 아니면 이게 특별히 매운 건지 모르겠다.

    나는 뒤늦게 왕세자 부부가 걱정되어 따끔한 목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너무 맵네요. 속이 탈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억지로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괜찮소. 젊을 때 자주 먹던 요리라. 추억도 되고 좋소."

    "저도 괜찮아요. 이이랑 연애할 때 가끔 먹었는데. 그때 기억이 나네요."

    내 걱정과 달리 두 사람은 의외로 입에 맞는 듯 잘도 먹었다.

    반면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한쪽으로 밀어 놓고는 바구니에 있는 과일을 꺼내 잘라 먹었다. 그제야 혓바닥이 식는 것 같았다.

    이래서 안전빵, 안전빵. 하는 구나.

    뜻하지 않게 새로운 교훈을 얻었지만 영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호콘 왕세자가 즐기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내가 막 혀를 식혔을 때 왕세자비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궁금한 걸 물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떻게 바닷가를 침실로 만들 수 있었나요? 따로 비법이라도 있나요?"

    "비법까지는 아니고. 그냥 왕족 몽마를 사냥했더니 아이템 대신 이게 나왔습니다. 본래는 그냥 좀 큰 저택정도였습니다."

    "듣던 대로 대단하네요. 누구도 이런 엄청난 걸 가진 사람이 없을 텐데……."

    흠칫.

    나도 모르게 오한이 느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왕세자비의 눈빛이 처음과 달라졌다는 걸. 그녀는 더 이상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뜨거운 열망이 보였다.

    내가 왕세자비의 눈빛을 부담스러워하자 호콘 왕세자가 헛기침을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흠흠. 아무튼 초대해줘서 고맙소. 이런 색다른 경험은 처음이오."

    "색다른 경험이라……. 혹시 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

    나도 모르게 제안을 건넸다. 이유는 간단했다. 호콘 왕세자가 제때 끼어들어 줘서 고마웠다.

    뜬금없는 내 물음에도 호콘 왕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행동했다.

    "하하! 물론이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우주에 한 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지 않겠소? 다만 꿈에서 그친다는 게 아쉬울……."

    호탕한 웃음으로 포문을 연 호콘 왕세자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잃어갔다. 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던 왕세자비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시원한 해변이 사라지고, 삭막한 크레이터가 나타났다.

    마치 달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상황에 호콘 왕세자와 왕세자비는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얼어붙은 두 사람을 향해 헛기침으로 신호를 주었다. 굳이 두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좋을 게 없었다. 본디 내 자존심을 세우려면 남의 자존심부터 세워줘야 했다.

    다행히 내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었고, 두 사람은 고마움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바닥에 앉아 달 표면을 손으로 쓸거나,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지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지만.

    이제 슬슬 환경까지 적용이 될 텐데…….

    공간 복사의 유일한 단점이 곧 완료될 시점이 다가왔다.

    나는 슬슬 두 사람이 당황하지 않도록 입을 열었다.

    "곧 날씨까지 달처럼 변할 겁니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남극으로, 남극으로 갈 수도 있나요?"

    뭐지, 이 여자?

    내가 날씨도 복사된다는 걸 그새 까먹었는지 왕세자비가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래도 예의상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찌됐건 아직 그녀는 호콘 왕세자의 아내였으니까.

    근데 진짜 아내 맞나? 왜 자꾸 그녀라고 하지?

    묘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이내 무시하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합니다. 직접 가본 건 아니더라도, 사진으로라도 본 적이 있어야 합니다. 남극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남극을 내가 사진으로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세종 기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본 적이 있었다.

    다행히 호콘 왕세자는 까마귀가 아니었다. 아니, 지능만큼은 까마귀처럼 좋았다.

    "한국의 경복궁으로 부탁하오. 일전에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지금까지 아쉬웠소."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경복궁이 복사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왕세자비는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왕세자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들뜬 기색을 드러내던 호콘 왕세자가 의외의 부탁을 해왔다.

    "잠시 관람을 해도 괜찮겠소?"

    "어려울 거 없습니다."

    ……솔직히 좀 힘들다.

    경복궁은 동아시아의 정궁 중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42만 제곱미터 대신 13만 평이라 생각해보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호콘 왕세자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몇 번이고 공간을 복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자금성이 아닌 게 어디야?

    물론 자금성과 경복궁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자금성은 성(City)이고, 경복궁은 궁(Palace)이니까. 어쨌든 옛 한성을 구경시켜주는 것보다는 경복궁을 구경시켜주는 게 훨씬 나았다.

    이런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막 내조의 연생전을 복사했을 때 머리가 지끈거렸다. 궁전의 자체 기능이 공간 복사의 대부분을 담당하지만, 모든 걸 담당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머리가 계속 지끈거렸지만 살짝 오기를 부렸다. 피곤을 무릅쓰는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후회는 들지 않았다. 나도 체면이 있었다.

    이런 알량한 자존심은 잠시 후 여름 땡볕에 놓인 눈처럼 녹아 없어졌다.

    ……내가 미쳤구나.

    모든 관람을 마치고 경회루에 올랐을 때 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비록 겉으로 내색만 안하고 있을 뿐 현실이었다면 진통제를 한 박스를 씹어 먹었을 지도 몰랐다. 다행히 더 이상 공간 복사를 하지 않으니 차츰 두통이 사라졌다.

    나름 내 정신력의 한계를 맛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회루에 걸터앉은 호콘 왕세자가 탄성을 터트리자, 가끔은 고집을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경이 참 아름답소. 아차. 이거 너무 시간을 뺏고 말았소. 미안하오."

    "아닙니다. 어차피 현실과 이곳은 다르니까요."

    "그리 말해주니 내 마음이 더 편해지오."

    이런 저런 인사치레가 오고갔다. 그 와중에도 왕세자비는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다. 물론 나는 그냥 무시했다.

    이윽고 호콘 왕세자가 본론을 꺼내들었다.

    "트루드의 마법 방패를 구매하고 싶소. 대금은 마련했소이다. 그대가 승낙한다면 바로 거래했으면 좋겠소."

    역시나.

    예상하고 있던 말이었다. 굳이 계약이 아니라면 호콘 왕세자가 내게 연락할 일이 없다고 여겼다. 추측은 그대로 들어맞았고,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이대로 파는 게 좋을 지, 조금 더 시간을 끌지에 대해서.

    결론은 금방 나왔다.

    나는 트루드의 마법 방패를 신기로 등록할 생각이 없었다. 쓰지도 않을 거라면 넘기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랭커가 아닌 호콘 왕세자라면 트루드의 마법 방패를 신기로 등록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설마 딴 놈한테 파는 건 아니겠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억측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관한 안전장치 또한 계약서상에 독립된 항목으로 존재했다. 계약대로라면 호콘 왕세자가 트루드의 마법 방패를 팔 수 있는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이 지나야했기 때문이다.

    결심이 선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콘 왕세자의 얼굴에도 흡족한 미소가 어렸다. 경복궁을 구경할 수 있을 때보다 더 밝은 미소였다.

    이어진 호콘 왕세자의 한 마디에 내게도 그와 비슷한 미소가 전염됐다.

    "신성 재료라 명시된 아이템은 총 5개를 확보했소. 방패의 가격으로 100만. 거기에 2차 성장까지 완료한 비용 16만 5천. 강화 비용 20만. 총 136만 5천에서 50만을 제한 86만 5천 경험을 마련했소."

    "강화 비용을 20만으로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일단 음……. 아무래도 직접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소. 내 전화기가 없어 여기선 재료를 확인시켜 줄 수가 없으니."

    호콘 왕세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솔직히 강화 비용 20만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장식 강화제 10개를 줄 것이라 여겼다.

    그게 더 싸니까.

    내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야 경험치 몰빵을 위해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귀족 몽마를 사냥하면 간간히 강화제를 얻을 수 있었기에 더 이상 물품 상점에서 개당 2만 경험이나 하는 걸 살 필요가 없었다.

    놀람도 잠시 나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호콘 왕세자도 돈이 넘쳐흘러서 이러는 게 아닐 터였다. 이건 왕세자가 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왕세자의 신호를 받아 들였다.

    "좋습니다. 아, 그런데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눈을 감고 보스 앱을 실행하겠다고 집중하면 될 테니까요."

    이 방법은 꽤 집중력을 요하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난 당연히 될 거라 여겼다. 현실과 달리 이곳에서는 보스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는데 더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대로 호콘 왕세자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며 내게 다섯 개의 아이템 사진을 보냈다.

    호콘 왕세자가 보낸 신성 재료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맙습니다, 호구. 아니 호콘 왕세자님.

    속으로 호콘 왕세자의 인품에 찬사를 보낸 나는 확인했음을 알렸다. 확인이 끝난 이상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나와 호콘 왕세자는 깔끔하게 거래창을 띄워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내가 자꾸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당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반면, 호콘 왕세자는 이상하리만큼 안색이 어두웠다.

    갑작스런 호콘 왕세자의 심경 변화에 의아한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후우……."

    호콘 왕세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슬쩍 물러나 있는 왕세자비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아내를 보는 그의 얼굴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호콘 왕세자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리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저 여자와 섹스 배틀을 해 줄 수 있겠소?"

    "……뭐라고요?"

    이건 무슨 신박한 개소리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나도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세상에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부부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 중에는 타인이 자기 아내와 잠자리하는 걸 보고 흥분하는 족속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 점잖은 왕세자가 그런 취향이라니.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에 내 속내가 그대로 들어났나 보다. 호콘 왕세자가 또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더욱 힘겹게 말을 이었다.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오. 그런 취향을 가진 게 아니니까. 이미 나와 저 여자 사이는 틀어진지 오래됐소."

    "그럼 왜……?"

    "나는 내 체면과 위신을 위해. 저 여자는 허영과 안락을 위해."

    짧지만 선명했다.

    호콘 왕세자는 세간의 말처럼 자기 체면 때문에 이혼을 못하고 있었다. 이미 둘 사이에는 애틋한 사랑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실수를 인정할 용기가 없었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왕실의 위신을 깎을 것 같아 걱정할 뿐이었다.

    그걸 알기에 왕세자비가 막나가는 거고. 콩 가루네 콩가루야.

    다행히 이번에는 속내를 얼굴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 얼굴이 너무 딱딱하게 굳었다. 일말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못할 만큼.

    "그래서 그 황당한 요구를 들어주려는 겁니까?"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여겨주시오. 강제하는 건 아니오. 그 정도로 망가진 건 아니라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이 어떻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래도 골드 디거 보다는 골든 크라운이 낫겠지.

    이 와중에도 인간 대 인간으로 왕세자를 대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씁쓸했다. 단지 씁쓸했을 뿐이었다. 아주 조금.

    결론은 금방 나왔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왕세자를 향해 양해를 구하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내 걸음이 향하는 곳은 멀뚱히 떨어져 있는 왕세자비. 아니, 그냥 골드 디거 쪽이었다. 그녀는 내가 다가오자 살살 눈웃음치며 슬쩍 몸을 꼬았다.

    진짜 미친년을 많이 봤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네.

    역시 유럽 전역에 파다한 악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가슴을 도드라지게 나오도록 자세를 잡은 골드 디거 앞에 선 나는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내 신념 때문에 부탁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당신이 유부녀가 아니라면 모를까. 아무튼 미안합니다."

    신념은 개뿔. 그런 거 없다. 그냥 하는 소리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고요?"

    "그럴 리가요. 저도 남자입니다. 오는 여자 막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니. 그냥 니가 맘에 안 들어.

    자꾸 속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내뱉다보니 내가 좀 미친놈 같았다.

    "그럼 내가 이혼을 한다면. 그때는 날 상대해 줄 수 있나요?"

    아, 그랬지.

    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나보다 더 미친년이었다.

    문득 호콘 왕세자에 대한 연민이 들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은 채 조금 야비한 표정을 지었다.

    "멋진 몸매와 예쁜 얼굴까지 가진 여자를 마다할 남자가 있을까요?"

    "좋아요. 생각해 볼 테니, 당신도 생각해 봐요. 진지하게. 그래도 내가 왕세자비로 있을 때 날 안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 편이 더 흥분될 테고. 안 그래요?"

    "글쎄요. 난 그냥 예쁜 여자가 좋습니다. 그 여자가 직접이 뭐든, 집안이 어떻든.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나 보다 약한 여자니까."

    "마지막 말은 마음에 드네요."

    골드 디거가 끈적끈적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내 귓가에 얼굴을 대고 몇 가지 숫자를 읊었다. 바로 그녀의 전화 번호였다. 진짜 가지가지 하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꾹 참은 나는 더욱 한 쪽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내 표정을 오해한 것 같았지만 그러라고 억지로 지은 미소였다. 나는 다시 호콘 왕세자를 향해 걸어갔다.

    골드 디거는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음울한 얼굴을 하고 위엄을 잃은 왕세자를 향해 속내를 밝혔다. 물론 골드 디거를 등 진 채로.

    "그거 압니까? 내 궁전에 영상 녹화 기능이 있다는 거. 참고로 화질도 좋고, 음질도 좋습니다."

    저 여자의 질은 거지같지만.

    상대가 약점을 쥐고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약점을 쥐면 됐다.

    방금 나는 꽤 강한 약점을 손에 넣었다.

    "최소한 거래는 가능할 겁니다. 아, 부담 갖지는 마세요. 호의에 대한 보답이니까."

    "……그 보답. 염치불구하고 잘 받겠소. 고맙소이다. 미스터 어썸."

    호콘 왕세자가 나와 같은 곳을 보며 굳은 심지를 드러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호구. 아차차. 호콘 왕세자님.

    나는 그저 작게 웃어주며 속으로 답했을 뿐이었다.

    왕세자와 골드 디거.

    둘 사이에는 극명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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