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162화 (162/200)
  • <-- Dive -->

    ***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가 보였다.

    작은 파도조차 일어나지 않는 바닷물 위에 내가 서 있었다. 신기하다는 눈으로 발아래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코앞에 하늘하늘 바람에 펄럭이는 비단옷을 입고 있는 선녀. 아니, 몽마가 보였다. 그녀 역시 바닷물을 딛고 서 있었다.

    선녀 옷 치고는 꽤 야하네.

    내 느낌대로 남궁 태후의 옷차림은 야릇했다. 속살이 고스란히 보이는 저고리는 있으나 마나했고, 치마는 아예 입고 있지 않았다. 속곳으로 보이는 건 망사로 되어 있어 검은 음모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나마 정상처럼 보이는 건 가체 같은 머릿결을 고정한 큼지막한 비녀뿐이었다.

    남쪽 용궁의 여제를 훑어보는 사이 태후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법칙은 법칙. 나 또한 만물의 법칙을 어길 생각은 없다."

    약간은 체념한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말을 마친 남궁 태후는 이내 반듯하게 누웠다. 말 그대로 반듯했다. 마치 나무젓가락처럼.

    ……잠깐만. 이러면 어떡하라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체위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다리를 곧게 뻗어 딱 붙이고 있는 자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망설이는 걸 느꼈는지 남궁 태후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입을 열었다.

    "어서 시작하라. 날 이끌어냈으니."

    남궁 태후의 한 마디에 조금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가 선공이라는 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이내 마음을 가볍게 먹었다.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나는 모든 기술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번 달 자유 임무 조건이 꽤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사용한 기술만 숙련도가 오르니, 원.

    마음을 다잡은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떼고 걸음을 옮겨 보았다. 다행히 내 발이 물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물위는 걷는 느낌은 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색다른 즐거움이었지만 유통기한은 짧았다.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누워있는 남궁 태후의 새하얗고 작은 발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자세를 잡을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뒤로 몇 발자국 더 걸어간 나는 이내 남궁 태후의 가슴 어림에서 멈췄고, 이내 그녀의 가슴을 깔고 앉았다.

    "무슨……. 그래. 마음대로 해 보거라."

    남궁 태후가 움찔했지만, 또 다시 금방 체념했다.

    평소라면 이상하다는 고민을 했을 게 분명했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내가 깔고 앉은 남궁 태후의 젖가슴이 너무 푹신푹신했다. 마치 내 엉덩이가 녹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만큼.

    잠시 물침대를 간접 경험한 나는 이대 선공을 날렸다. 이 정도면 다른 이들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딱히 소용이 없어보였다.

    그 전에 버프부터.

    비록 사람들이 많아 미야프를 별장에 두고 온 상태였지만 기술 주머니의 기술을 꺼내 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성기 강화와 혈류 증가, 동공 확장 순서대로 기술이 시전 됐다. 마지막으로 맞아 줄래가 발현되며 준비가 끝났다.

    버프가 발리기 무섭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박, 찰박.

    바닷물을 밟으며 뒷걸음질 친 내 아래에 남궁 태후의 음모가 보였다. 그제야 나는 다시 무릎을 굽히고 좁디좁은 그녀의 음문에 전기톱을 조준했다. 자세가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삽입하는데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까먹기 전에.

    푸욱……!

    "음!"

    내 전기톱이 그대로 남궁 태후의 좁은 음문을 갈라버렸다. 아래가 갈라지니 위도 갈라졌다. 새하얀 이빨을 앙다물어 보았지만, 신음은 그녀의 바닷물처럼 푸른 입술을 타고 흘러 나왔다.

    따듯하다.

    강렬한 쾌감은 없었다. 그저 따듯했다. 편안한 연이의 품에 안긴 것처럼 남궁 태후의 속살은 부드럽게 내 전기톱을 받아 주었다.

    "으음! 이럴 수가!"

    연이어 신음을 터트린 남궁 태후가 깊은 탄식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방금 사용한 기술은 다름 아닌 백수 투하였다. 비록 사정한 건 아니었지만, 내 음낭에 가득 채워져 있던 하얀 물이 끊임없이 뿜어지고 있었다.

    한 번 터진 백수는 끝이 없었다. 파도처럼 남궁 태후의 산도를 타고 흘렀고, 이내 그녀의 자궁까지 침범하고 말았다. 더 이상 침범할 곳이 없어지고 나서야 백수의 범람이 끝났다.

    기술 시전이 끝난 나는 그대로 전기톱을 뽑아냈다.

    주르륵…….

    남궁 태후의 옥문에서 내가 투하한 백수가 조금씩 흘러 내렸다. 괜히 그 모습을 보니 정복감이 생겼다. 반대로 남궁 태후는 절망감을 느낀 듯 보였다.

    짙은 절망을 뿌린 남궁 태후 눈빛이 눈꺼풀에 가려졌다.

    "……결국 불한당에게 내 육신이 더렵혀졌구나!"

    뭐지?

    난데없는 남궁 태후의 한 마디에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엄청난 불안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두 눈을 감은 남궁 태후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더럽힌 육신으로 살아가지 않으리……."

    흠칫!

    의미심장한 한 마디였다. 심지어 반격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공격권이 내게 넘어오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얼까. 뭐 때문에 저런 말을 했을까. 도대체 왜?

    온갖 의문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시간은 내 편이라는 점이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분명 정상은 아닌데. 뭘까?

    이성은 문제없다며 계속 공격하라고 속삭였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러기 싫었다. 알 수 없는 찜찜함이 자꾸 날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냥 구강 삽입이랑 속옷 도둑이랑 도둑 숨기를 쓸까? 광속 자지술도 써야하는데. 그럼 9성에서 바로 10성이 될 텐데.

    오늘 밤 12시가 되면 9월이 끝났다. 그 말은 곧 6회차 자유 임무가 끝난다는 말이었다. 왕족 몽마에게 사용한 기술의 숙련도가 한 단계씩 올려주는 게 기본 보상인 자유 임무가.

    이런 상황이니 그동안 등한시한 기술을 쓰는 게 맞았다.

    "그런데 찜찜하단 말이야. 그러면 알 된 것 같단 말이지."

    이성과 달리 본능이 날 말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남궁 태후는 죽은 사람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포기하자. 그까짓 쓰지도 않는 기술. 어차피 스킬 초기화하면 쓰지도 않을 거.

    생각해보니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어차피 이번 자유 임무를 우승하면 시큼한 사탕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즉시 스킬 초기화를 할 생각이었기에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결심을 굳힌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남궁 태후의 음부에 전기톱을 조준했다.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푸우욱!

    "으흑……!"

    전기톱으로 하얀 눈물을 흘리는 남궁 태후의 음부를 찌르는 순간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음을 흘렸다.

    삽입을 한 나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계속 허리를 튕겼다. 상당히 힘든 자세였다. 허리도 뻐근했고, 허벅지도 저릿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훅! 훅!"

    규칙적으로 심호흡을 하며 따스함이 사라지고 질퍽함만이 남은 남궁 태후의 속살을 헤집었다. 그 좋았던 따스함이 없어졌기에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행위 중 전기톱이 빠져나오는 불상사는 없었다.

    실수 없이 공격을 끝낸 나는 슬쩍 남궁 태후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 내 자존심을 어루만져주는 보스의 위로가 터졌다.

    ['남궁 태후'에게 60,54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뭐라고?"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데미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남궁 태후 못지않게 굳어 버린 내 머릿속에 이것이 오류가 아님을 강조하는 보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궁 태후'에게 5,923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남궁 태후'에게 54,125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남궁 태후'에게 49,748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백수 투하의 치명 증폭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친 데미지인 건 틀림이 없었다. 그동안 치명 증폭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게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독수리를 늑대의 먹이로 던져주고 싶기도 했다.

    얼어붙었던 내 육신이 부드럽게 녹으며 그보다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궁 태후'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10,000 경험'을 획득합니다.]

    ['남궁의 인장 1개'를 획득합니다.]

    ['남궁 비고의 열쇠 1개'를 획득합니다.]

    흐뭇하게 보상을 듣던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내 눈앞에 나타난 창에 정신이 팔렸다.

    당연히 타격력이지!

    남궁 태후는 타격력과 마법력, 거기에 징벌이라는 이상한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징벌이라는 게 꽤 의미심장하며 궁금하기는 했지만, 호기심보다는 실익이 더 중요했다.

    ['남궁 태후의 상징 1개'를 획득합니다.]

    [업적 '무혈입성'을 획득합니다.]

    여전히 아쉽기는 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파핫!

    이내 눈앞이 번쩍이더니 장소가 변했다. 고요한 바다 위가 아니라 정박한 요트 위에 내가 서 있었다. 레이드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너무 조용한데. 아, 기절했나?

    내 생각은 틀렸다. 단 한 명도 기절하지 않았다. 단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가을임에도 따스한 남쪽에 바다 위라는 걸 증명하듯 비키니 차림인 채로.

    출렁, 출렁.

    당연한 말이지만 파도에 요트가 출렁이는 건 아니었다.

    나는 사방에서 흔들리는 가슴에 잠시 정신이 혼미했지만 이내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선호 덕분이었다. 아무리 내가 막나가도 동생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

    "큼큼. 다행히 다친 분들은 없는 거 같네요. 자, 사냥이 끝났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아!"

    똑같이 가슴을 흔들던 여자들은 똑같이 탄성을 질렀다.

    물론 모두가 같은 행동을 취한 건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등 뒤에서 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사냥한 거 맞아요?"

    "어. 맞지. 왜?"

    "그게……. 좀 이상해서요. 왕족 몽마. 그 남궁 태후가 공격을 안 했는데. 고영 씨도 그랬어요?"

    "음. 다들 비슷한 가 보네. 아무도 기절한 사람이 없는 거 보니."

    "괜히 이상한 말만 하더니 알아서 죽더라고요. 데미지도 거의 주지 않았는데."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왕족 몽마를 남들 몰래 사냥하는데 성공했다는 거니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려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리아를 바라보았다.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아? 사냥했고, 템 얻었고. 자유 임무도……. 올라갔네."

    "하긴. 그러네요. 그냥 좀 얼떨떨했어요. 갑자기 근엄하게 말하더니 픽 쓰러지니까요. 아무튼 찜찜했는데, 잘 돼서 다행이에요."

    전혀 잘된 눈치가 아닌데?

    나는 여전히 무언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리아를 말없이 살펴보았다. 이내 그녀의 눈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재벌가 여식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는 선호였다.

    ……설마 얘가?

    다시 입 안이 썼다.

    내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개방적인 리아의 사고방식이 충돌했다. 아니, 이건 나와 리아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선호의 문제였다.

    그동안 설마 설마 하면서 외면했던 사실을 더 이상 회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리아의 옆에 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너 선호랑 무슨 일 있어?"

    "……없어요."

    있네. 젠장!

    "하아……. 선호는 어떤데? 너한테 관심 있대?"

    "없다니까요!"

    아, 진짜 있구나.

    리아의 반응을 보니 확실했다. 이거 난감했다. 아무리 그래도 섹스 배틀. 아니, 솔직히 난 그냥 섹스였다. 나랑 잠자리를 같이 한 리아와 선호가 서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한동안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아……. 하아……."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이거 어떡하지?

    감당할 수 없는 고민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바로 전화기를 찾아 들곤 전화를 걸었다.

    "아씨, 좀 받아라. 나 쌤. 나 급하다."

    간절하게 읊조렸지만 나 원장은 응답이 없었다.

    결국 메신저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나 쌤! 나 무지 급해! 연락 좀 줘!]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체였다.

    여전히 나 원장은 응답이 없었다. 아니, 내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

    답답함을 풀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리아는 여전히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선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선호는 지금 자기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도 모른 채 달라붙은 여자들의 시선을 피하는 중이었다.

    "그냥 저대로 두면 알아서 싸우려나? 아니. 아니지. 내가 무슨 생각을……."

    갈등이 다시 피어났다. 나는 리아도 좋았고, 선호도 좋았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두 사람이 사귀면 내 마음이 좀 불편했을 뿐이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사회통념 따위.

    나와 리아가 한 때 섹스를 한 적은 있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다만 서로 애정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다. 나는 경험을 필요로 했고, 리아는 욕구불만을 해소하려 했다. 결코 사랑은 아니었다.

    물론 한 평생 유지한 생각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고 싶기는 싫었다. 나중일은 그냥 나중에 생각하고 싶었다.

    비록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마음을 굳힌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요트의 후미에 있는 모지현에게 다가갔다.

    그 뒤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급하게 항구로 돌아온 요트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선호와 리아였다.

    두 사람을 뭍에 내린 요트가 다시 바다로 향했다.

    요트의 후미에서 귀여운 두 사람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내 옆으로 모지현이 다가와 속삭였다.

    "약속은 지킬 거죠, 고영 씨?"

    벌써부터 내 결정이 후회가 됐다.

    고개를 돌리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지현이 활짝 웃고 있었다.

    알몸이 된 건 모지현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여자들이 날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수영복을 힘차게 벗어 재끼자, 여자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오오!"

    "와아……."

    "아아! 가슴 설레!"

    더 이상 요트 안에는 옷을 입은 이가 없었다.

    ────────────────────────────────────

    0